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318)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319화(319/435)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진짜 검이란 (7)
복덩이와 뀨뀨는 놀다가 널브러져 있었다.
“마앙…….”
“뀨우…….”
그러면서 요즘 둘이 자주 하는 이야기를 나눴다.
“망……!”
그것은 바로 동생이 가지고 싶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복덩이는 알았다.
현수가 동생을 낳아 줄 순 없는 일이다.
하여 그것은 이뤄지기 매우 힘든 꿈이었다.
때문에 두 존재는 ‘형이 되면 어떻게 하고 싶어?’ 같은 이야기를 하곤 했다.
오늘도 뀨뀨의 그 질문에 복덩이는 분홍분홍한 혀를 내밀고 작게 웃으며 상상했다.
“마앙…….”
한 번씩 자신이 좋아하는 개껌도 나눠 주는 상상, 때론 위험에 빠진 동생을 멋지게 구해 주는 상상까지.
“마아앙……! 망망!”
복덩이는 그 행복한 상상에 기분이 좋아졌다.
“뀨우?”
뀨뀨 역시 상상했다.
동생이 생기면, 동생의 간식을 뺏어 먹을 수 있으니, 뀨뀨의 간식은 두 배가 된다.
그뿐인가?
“뀨우……!”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도 가져오라고 시킬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하단 말인가?
그랬다. 사실, 복덩이보단 뀨뀨가 더 현실 형과 가까운 존재였던 거다.
하지만 두 존재는 상상이 끝나자 다시 시무룩해졌다.
“마앙…….”
“뀨우…….”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알자 슬픔이 밀려왔던 것이다.
그때.
끼이이……
“……?”
“……?”
두 존재의 눈에 어디론가 걸어가는 비상해 보이는 타오르는 매 한 마리가 보였다.
그것은 전설 속의 새였으나 두 사람에겐 이렇게 보였다.
동생이다!
“뀨우?”
뀨뀨는 생각했다.
날아다닐 수 있다면 자신의 심부름을 빛처럼 빠르게 해낼 터이니, 과연 훌륭한 동생의 덕목을 갖춘 녀석인 것이다.
또 복덩이는 상상했다.
하늘 높이 나는 타오르는 새와 그 위에 올라 늠름하게 하늘을 가르는 자신의 모습!
“망!”
“뀨!”
그러곤.
“뀨.”
“망.”
두 존재가 서로 눈을 맞추며 막내 납치를 공모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만리새는 올해 416살이었으며 수천 km를 몇 분 만에 나는 전설 속의 새였다.
*
*
*
전설 속의 만리새는 한때 그 어떤 새보다 고귀한 존재였다.
불 속에서 태어난 녀석은 영물(靈物) 그 자체였으며 일반 전서구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빠르고 멀리 갈 수 있으며 연결되지 않은 대륙까지 갈 수 있는 존재.
그렇기 때문에 대단한 것이다.
어쩌면 만리새는 아직 인간이 개척하지 못한 천계와 마계마저 입장할 수 있다는 증거니까.
또 적보다 느리게 전서구를 날려도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하니 여러모로 유용했다.
하지만 그런 만리새조차 단숨에 아틀라스를 날아왔기에 지칠 수밖에 없었다.
또 만리새의 먹이가 되는 화충(火蟲)이 멸종되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순간적으로 타올라 단숨에 원하는 곳까지 날아가게 해 주고, 오랜 삶을 살게 해 준 게 화충이었건만.
이젠 찾아보기 힘들었기에, 일반적인 것들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여 갈수록 만리새는 약화되어 갔다.
끼에에……
전성기 시절만 해도 이 정도로 힘에 부치진 않았던 만리새다.
끼이이……
만리새는 물과 먹을 게 필요했다.
그것만 먹은 후, 본래 주인이 있던 곳으로 되돌아갈 생각이었다.
총총총-
하지만 최대한 사람들 눈을 피해 다니다 보니, 그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여 아까 전 그 인간들 앞에서 달라고 하긴 그랬었다.
자신도 체면이란 게 있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튼 만리새는 갈증에 괴로워졌다.
정신마저 혼미해져 갈 때.
복덩등장-
“끼에?”
만리새는 당황했다.
자신보다도 작아 보이는, 새하얀 털뭉치처럼 보이는 한 마리 강아지.
그 강아지가 입에 밥그릇을 물고 궁둥이를 신나게 씰룩거리며 뛰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그것을 자신의 앞에 척 하고 내려놨다.
만리새는 잠시 경계했다.
그것은 동물이 가진 본능이었다.
야생동물들도 인간이 밥그릇에 먹이를 줘도 경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에 복덩이는 머리로 물그릇을 앞에 밀었다.
그러곤, 그 앞에 척 앉아 분홍분홍한 혀를 내밀고 웃었다.
“망!!”
“끼에……?”
경계심을 풀게 하는 미소에 만리새의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또 당장 눈앞이 혼미해지고 있던 때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한가지였다.
만리새가 그 물을 쪼았다.
그러곤, 곧 허겁지겁 물을 취하기 시작했다.
푸시이이익-
어찌나 빠르게 물을 먹어 치우는지 잠시 녀석의 몸에 붙은 불이 물을 끼얹은 것처럼 증기가 올라왔다.
그렇게 물을 다 먹었을 때쯤.
“끼에?”
저건 또 뭐지?
이번엔 뼈로 이루어진 아기새가 작은 날개로 밥그릇을 들고 오고 있었다.
“뀨뀨!”
“망!”
앞의 강아지가 말했다. 내 동생이야.
그 안엔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한가득이었다.
이미 경계를 풀어 버린 만리새가 폭풍흡입했다.
순식간에 먹어 치운 만리새!
“끼에-”
이제 좀 살 것 같다.
“망!”
“뀨!”
만리새는 이 알 수 없는 귀여운 두 동물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자신은 다시 주인에게 돌아가야 했다.
막 다시 날아오르려던 만리새가 휘청였다.
“끼에.”
단숨에 수천 km를 날아온 부작용이 남아 있는 것이었다.
화르르……
그를 증명하듯, 만리새의 몸에 붙은 뜨거운 화마도 다소 잠잠하다.
그때.
턱-
“마앙!”
복덩이의 손이 만리새에게 얹어졌다.
‘끼에?’
그 작고 보들보들한 손에서 꼬순내가 느껴진다.
허나 그보다 더 놀란 것.
[복덩이의 자애]화충을 먹지 못해 기운을 잃어 가던 만리새였다. 한데……
[화(火)의 기운이 충만해집니다.]만리새의 불의 기운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곧 다시 과거처럼 충만해지는 힘에, 만리새의 몸에서 엄청난 화마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르르륵-!
그 화마는 생각보다 거칠고 대단했다.
그때, 복덩이의 눈에 이채가 서렸음을 만리새는 보지 못했다.
그리고 만리새의 몸에 붙은 화마는 더욱 크게 타올랐다.
화르르르르륵-!
진짜 전설의 만리새가 세상을 가르던 그때처럼.
그리고 그 화마에 복덩이가 아주 조금 닿은 순간.
퍼어어엇-!
“깨개갱, 깨갱!!!!”
복덩이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끼잉…….”
만리새가 자신이 실수했음을 알았다.
그러고 보면 만리새는 항상 이래 왔다.
뜨거운 불길을 몸에서 뿜어대기에 어떤 동물이든, 그와 놀아 주지 않았고 친해지지 않았다.
전설의 새라는 이름 뒤에, 만리새는 혼자였던 것이다.
“…….”
만리새는 슬퍼졌다.
소중한 존재들이 생겼다던 착각.
이제 이 둘은 자신을 여느 동물들처럼 괴물 보듯 보게 되겠지.
하지만 아니었다.
복덩이가 불에 타서 기절 직전까지(?) 갔음에도, 만리새를 보며 흐릿하게 웃었다.
“망…….”
그는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웃어 주는 건.
“끼에에…….”
만리새의 눈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전설 속의 새 만리새의 눈물이 결정체가 됩니다.]땅에 떨어진 그것은, 불 속성을 품은 결정체로 떨어진다.
이들은 자신에게 물과 음식, 그리고 사랑마저 베풀었다.
“끼에에…….”
뭐든 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복덩이는 고개를 저었다.
“망……!”
너는, 우리의 막내이니 아무것도 해 주지 않아도 괜찮아!
막내?
만리새는, 기뻤다. 외톨이였던 자신을 그들은 막내로 여겨 줬다.
또 이 아기 강아지를 통해 일시적이나마 화의 기운이 충만해진 만리새였다.
어쩌면 만리새는 화충을 섭취하지 않아도 본래의 힘을 되찾는 방법을 찾은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그러다 막내라는 말을 곱씹었다.
가장 어리다는 뜻.
만리새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몇 살이었더라……?
아쉽게도 기억나지 않았다. 결국 만리새는 새대가리였으니까!
“끼에!”
만리새 납치(?)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올해 만리새의 나이 416세였으며 복덩이는 20개월, 뀨뀨는 12개월이었다.
잠시 후……
복덩이와 만리새가 사라진 곳.
빛처럼 되돌아온 한 존재가 있었다.
샥샥-
그는 빠르게 만리새의 눈물을 챙겼다.
뀨뀨는 이것이 아티팩트 재료임을 확신했다.
“뀨뀨!”
이걸 현수에게 주어 간식과 바꿔 먹을 생각에 신나 버린 뀨뀨다.
*
*
*
현수는 치밀한 사람이었다.
꿈속에 들어와 몇 분 안 되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계산해 냈다.
‘새로운 대륙의 존재.’
‘밝혀지지 않은 시대를 이끄는 네 번째 왕.’
‘휘청거리던 전설 속의 만리새.’
모든 것들이 알려 준다.
그 역시 절박하였으며, 그에게도 이건 마지막 기회라는 걸.
‘마지막 기회인, 당신이 안 보고 배길까?’
하여 신명나게 떠드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걸 안 본다고요? 보기 싫음 보지 마세요.”
“크…… 이걸? 이걸 안 본다고?”
“캬!”
“…….”
시간이 지날수록, 현수의 말수가 적어졌다.
집중하여 제작법을 그리기 시작한 거다.
‘환도란……’
외날을 가진 조선의 검이다.
사각사각
또 조선시대 당시 환도의 길이는 확립되지 않아 뒤죽박죽이다.
‘그때 확립되지 않은 것이지, 지금은 다르다.’
가장 완벽한 길이를 측정한다.
사각사각-
칼을 쥐는 칼자루와 칼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칼자루 싸개를 그린다.
사각사각
외날검의 형태이기에 한쪽은 뭉특하게, 한쪽은 날카롭게 그려 나가며, 검 끝은 뾰족하여 관통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 밑으로 어떤 효과를 넣을지 적어 본다.
‘가장 평범한 환도다. 가장 평범한 환도이기에 누구나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것으로.
사각사각-
그 효과는, 무난하게 모두가 좋아할 것으로.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무난하게 좋아할 만한 것 따위가 물음표의 왕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그러다 현수가 멈칫했다.
사가ㄱ……
‘내가 지금 무슨 바보 같은 생각을 한 거지?’
자신의 아둔함을 느낀다.
‘강자(强者)가 좋아할 만한 검이어야 명검이고.’
‘약자(弱者)가 좋아할 검이라면 명검이 아닌가?’
그렇기에 질문한다.
무난하게 모두가 애용할 수 있는 것이라 하여 특별한 검이 아닌가?
‘아니다.’
사각사각사각-
그의 손이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오히려 만족하는 자가 ‘많아질수록’ 더없이 훌륭한 검이다.
현수는 알게 되었다.
최소한, 이 검은 ‘제한’이 많이 사라진 검이 될 것이며, 자신이 그려 나간 것 중 가장 무난한 것이 될 거라는 걸.
하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히 한다.
더 많은 사람의 사랑을, 아니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을 제작법이 완성되리란 걸.
그리고 제작법 그리기를 완료한 현수는 알게 되었다.
띠링!
모두가 사용한다는 발상 자체는 자신의 생각보다도 훨씬 훌륭했다는 것을.
[병사도, 기사도, 왕도 사용할 검의 제작법을 그려 나갔습니다.] [이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검의 제작법입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음으로써 한 걸음 더 정진합니다.]제작법은 제작과 다르다.
하여 본래 대장장이의 혼이 깃들지 않아야 함이 맞으나, 달라진다.
[신의 본질을 간파합니다.] [신은, 모두를 위한 무구를 만들어 많은 이들의 간절함을 채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제작법의 최대 제작 등급이 크게 상승합니다.]이 순간, 현수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두근두근-
누군가는 어떠한 제작법을 보고 자신에겐 필요치 않기에 흥미를 잃곤 한다.
누군가는 검을 사용하는 법을 모르기에, 활용할 줄 모르기에 검의 제작법을 보고 시큰둥해한다.
하지만, 이 검의 제작법에선 아닐 것이다.
‘마법사도, 궁수도, 네크로맨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검.’
‘그렇다고 검을 주로 사용하는 자들이 썼을 때도 부족하지 않은 검.’
꼭 최고 레벨 유저들만이 쓰는 고렙 무기가 아니여도 되는 제작법.
허나, 고렙들도 좋아할 제작법.
그로 인해 얻은 깨달음.
‘……앞으로 모두를 위한 아티팩트를 만들 것이다.’
근래 게임에 빠져 잊고 있던 본질을 깨닫는다.
나는, 사람들이 나의 제작품을 필요로 했으면 좋겠다란 마음가짐에 게임을 시작했던 사람임을.
[제작법의 이름을 정해 주시기 바랍니다.]그와 함께, 잠시 머릿속에 스친다.
‘현의 모두를 위한 환도.’
‘모두의 검.’
‘광활의 환도.’
‘천하검.’
작명고자 현수답게 스치는 그 이름들 중에서, 그는 비식 웃음 지었다.
그는 이번엔 제법 괜찮은 이름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만인(萬人).”
모든 사람을 뜻한다.
현수는 느꼈다.
‘만인은 이제껏 내가 만든 독창적인 것들 중 가장 뛰어날 것이라는 걸.’
거대한 초월의 기운이 제작법으로 휘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