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327)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328화(328/435)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명예의 탑 (6)
현수의 눈이 먹잇감을 본 맹수처럼 타오른다.
그러나 잊어선 안 되는 분명한 사실은 피의 악마 그라우트가 한층 더 강해진 상태라는 것이었다.
놈이 완전한 강림을 끝낸 순간.
[영겁의 군주 그라우트의 출현!] [영겁의 군주 그라우트 Lv.532]드디어 그가 왜 가장 큰 공포였던지를 자각시켜 준다.
[상태이상. 극한의 공포에 걸리셨습니다. [상태이상. 군주의 격노에 걸리셨습니다.] [모든 스텟 24%가 하락합니다.] [민첩 35%가 하락합니다.] [모든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50% 증가합니다.] [지속적인 출혈이 발생합니다.] [6초간 스턴에 빠집니다.]“쿨럭…….”
눈, 귀, 코. 현수의 모든 구멍에서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웨웨엑!”
[HP가 99% 미만으로 하락합니다.]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출혈과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인해 그의 눈에 공포가 깃들었다.
비틀거리는 현수를 보며 악마 그라우트가 고개를 들었다.
“너.구.나.”
예의, 그 소름 끼치는 목소리였다.
사탄의 그것처럼 스산하나 환희에 찬 목소리.
“내 영겁의 지옥에서 너를 만날 날만을 기다렸다.”
뚜벅뚜벅-
인간들은 그저 그를 마주하기만 해도 절명할 것이다.
환희에 잠긴 그라우트는 똑똑히 보았었다.
“이상하구나? 응? 방금 전, 네 눈에 투쟁심이란 게 있던 것 같았는데?”
그랬다.
찰나의 순간, 그라우트는 그의 눈에 깃든 투쟁심을 보았었다.
“바람 앞의 등불처럼 꺼져 버렸구나. 아니면, 네 친우들로 날 죽였었기에 보일 수 있던 오만인가?”
그라우트는 애초부터 현수를 ‘적수’로도 인식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그를 죽인 건 ‘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없구나, 네 그 유별났던 친구들 따위!”
그랬다.
태산 같았던 자, 검왕.
신처럼 창을 다룬 자 창천.
어린 여인이나 검왕을 좇던 기사.
그 누구도 지금 그 곁에 없었다.
그런 현수는 그라우트에게 별 볼 일 없는 벌레에 불과했다.
하지만 의미를 가진 존재인 건 변치 않는다.
“네 덕분이다. 너를 죽일 날만 기다리며 닥치는 대로 죽이고 또 죽였다.”
“…….”
“하여 새로운 지존이 되었다. 더 이상 잡종이라 불리지 않게 되었지.”
그리고 현수 앞에 서서 그 어깨를 짓누르는, 그가 말했다.
“너는, 내 ‘원동력’이었다. 네 덕분에 미친 듯이 싸웠고 너를 만날 날만을 기다리며 버텨 왔으니까.”
“…….”
“너한테 나는, 절망으로 기록될 것인가? 죽는 순간 공포와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릴 것인가?”
절망. 그라우트가 끝없이 기쁘기 충분한 단어다.
그런 그라우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현수가 묵묵부답이었기 때문이다.
“……놈, 두려움에 혀가 마비된 것이냐?”
그제야 현수가 고개를 들어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의 동공은 전의를 상실한 것처럼 풀려 있었으나 곧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또…….”
“또?”
“속냐…… 그라우트?”
“???”
그라우트는 이와 같이 있다가 허를 찌른 과거 현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허나 엄연히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그때는 그가 친우들과 함께였기에 위협적이었던 것이며, 그의 레벨은 당시 200대 수준에 불과했었다.
이제 고작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동안 성장해 봤…….
쿠그그그그그그-
‘이, 이것은……?’
그는 이 힘의 원천을 알고 있었다.
검왕에게서 비롯된 힘은 폭주였으며.
창천에게서 비롯된 힘은 부드러운 강함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그에게서 비롯되는 힘은 무너지지 않는, 긍지에서 비롯된다.
이것들이 묶인 공통점은.
“네, 네놈, 전설이 되었느냐!!!?”
[명장의 긍지] [모든 상태이상을 저항합니다.]인간의 성장은 마족, 악마보다 뒤처지기에 ‘벌레’라 불린다.
그러나 6개월.
현수에게는 너무 많은 것을 해낸 시간이었다.
이 시간 동안 얻어 온 힘을 그라우트에게 보여 줄 수 있어 기쁘다.
일부러 명장의 긍지를 off해 놓고, 그가 근접하게끔 만든 현수.
다시 뜨겁게 타오르는 호승심을 발휘하며 지면을 딛고 쓰러지던 몸을 일으켜 세운다.
“푸후우우우웁!”
입안에 있던 피를 뱉어 그라우트의 시야를 가린다.
잠깐의 당혹과 공포에 시너지를 일으키는 거대한 힘 하나.
남들이 쌓지 못할 업적들이 쌓였으며, 마침내 유일한 대영지, 아틀라스의 군주가 됨으로써 진짜 ‘전설’급에 이르는 카리스마가 뒷걸음질 치는 그라우트를 짓누른다.
[압도]압도란, 상황에 맞게 적절한 상태이상기를 거는 힘.
[상태이상 혼란이 발동됩니다.] [상태이상 두려움이 발동됩니다.]비록 그 상태이상은 강하진 않았다.
허나.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1초간 경직됩니다.]당황하여 눈에 묻은 핏물을 닦지도 못하는 그라우트다.
현수에겐 시간을 벌어 주기 충분했다.
현수가 인벤토리에서 ‘그’가 보지 못한 검을 꺼내 든다.
거대한 대도가, 탑을 비추는 등불에 반사되고, 눈을 가늘게 뜬 그라우트의 시야를 잠시 앗아 간다.
“그 검이 아니구나!”
그라우트는 되레 지존도가 아님에 안도했다.
그가 몇 개월 전 보았던 지존도란 검은, 기이한 힘을 발휘하고 나약했던 저 인간이 큰 힘을 내게 만들어 주는 힘이었으니까.
또 대도란, 지금의 그라우트가 상태이상을 저항하고 단숨에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느린 검이지 않던가?
허나 예상을 빗나갔다.
‘빠르다……!?’
일반 장검급의 속도.
그리고 더 경악스러운 것.
콰아아아아앙-
“크, 크하아아악!?”
[그라우트의 HP가 99% 미만으로 하락합니다.]일전의 지존도보다 2배, 아니 4배 이상 강력한 데미지가 들어온다는 거였다.
‘말도 안 된다……!’
그라우트는, 쾌속하여 자신을 쫓아오는 그를 보며 숨을 삼켰다.
일전에 자신이 알던 속도가 아니다.
그래도 속으로나마 또 한 번 안도한다.
지존도란 검이 위협적이었던 것은, 여덟 번 연속으로 베는 정체불명의 힘이었던 바.
저 검엔 그 힘이…….
쩌어어어엉-!
[아홉 번 베기]쿠콰콰콰콰콰콱-!
“크하아아아악!”
사정없이 난도질당하는 그라우트의 입에서 끝없이 비명이 토해진다.
믿을 수 없다.
다른 아티팩트에 있던 힘이 이젠 또 다른 대도로 옮겨지다니?
그리고 그 원인, 바로 욕망의 단검에 있었다.
욕망의 단검은 스킬 흡수를 시도할 수 있었으며, 얼마 전 현수는 지존도의 아홉 번 베기를, 쌍룡검으로 옮겨 오는 데 성공했음이다.
물론, 그로 인하여 더 이상 지존도의 사용 이유가 크게 하락하긴 했으나 괜찮았다.
지금의 그에게 지존도를 써야 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나는, 준비해 왔다.’
현수는 그를 베고 나아가며 떠올린다.
지존도의 스킬을 옮긴 것.
그리고 이제까지 쌓아 온 것.
그것은 하나를 위한 발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그레모리와의 약속을 잊은 적 없다.
그녀가 다시 돌아온 날, 자신은 왕이 되어 그를 반겨 줄 것이라고 하였다.
그를 하나하나 이뤄 갔다.
그 이뤄 감 끝에서 현수는 그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던 것.
오늘날 그 준비하고 아껴 두고 쌓아 왔던 힘을 써 볼 상대가 생겼음이다.
또 아직 부족하다.
현수는 고작 이 수준으로는 그레모리를 이길 수 없음을 알았다.
허나, 또 하나를 밟고 나아간다면.
또 하나를 넘어간다면 달라짐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
“내가 네놈의 원동력이라고?”
콰아아아아앙-!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를 베어 낸 현수가 웃었다.
“너는, 내 단비다.”
단비.
가뭄에 내리는 비를 뜻한다.
가뭄처럼, 현수는 근래 정체되어 있었음이다.
아틀라스를 정비하고 키우느라 강해질 시간이 없었다.
그레모리에게 대항할 스스로의 강함을 갖출 수 없었던 거다.
한데, 그라우트의 등장이 단비가 되어 메마른 그에게 내려진다.
그를 증명하는 것은 처음 놈을 조우했을 때 보았던 것.
그것은 강대한 검은 빛이었다.
그 빛은, 메말라 가며 더 이상의 뛰어난 재료를 찾지 못해 갈망하던 현수의 갈증을 채웠다.
[채집이 발동됩니다.] [초월 등급. 재생의 피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초월 등급. 군주의 뿔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전설 등급. 잡종의 피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전설 등급. 잡종의 뼈를……]그뿐만이 아니다.
단비는, 가뭄에 내리는 비에 불과하나 그 한 번의 단비는 더욱 세차게 내려 마른 땅을 적신다는 것이었다.
그처럼, 놈과 조우하자 알림은 말해 줬다.
탑이 인정해 준 것이다.
다시 만난 그라우트는, 새로운 스토리를 발발시키기에 충분하다는 걸.
띠링!
[돌발 퀘스트: 공포의 존재로부터 승리하기]등급: SS
제한: 새로운 스토리를 진행하는 자
보상: 모든 보상 X3
실패 시 패널티: 명예의 탑에 영구적으로 오를 수 없음.
설명: 공포의 존재와 마주한 당신을 기대한다. 기대에 부응한다면 가장 거대한 보상을, 그러지 못한다면 영구적으로 탑에 오를 수 없을 거다.
[탑이 특전을 내립니다.] [채집의 발동 확률이 3배로 상승합니다.]채집의 발동 확률 3배, 그리고 모든 보상 3배라는 비상식적 보상이 적용되었다.
아직, 목마른 현수가 걷는다.
“귀신걸음.”
스가악-!
푸욱!
푸푸푹!
푸푸푸푸푹-!
“크하아아아악, 네놈, 네노노오오옴!”
단비가 내린다.
적셔진 땅에서 발아를 시작하는 그것은 힘찼고, 거셌고, 높았다.
오랜 갈증을, 한 번에 채워 줄 정도로
3배가 되어 버린 채집 확률 3배.
또 수십 번 훑고 지나가는 귀신걸음의 묘리의 11회차에서.
[전설 등급. 잡종의 피를 획득합니다.]몇 방울의 물이 목구멍을 넘어가 조금의 갈증을 해소시켰으며.
28회차 때.
[초월 등급. 재생의 피를 획득합니다.]한 컵 가득 따라진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단비란 정확하게 표현하면 ‘오랜만’에 내리는 달콤함이다.
“단비!? 단비라고!? 단비가 내렸다 한들 사막인 것은 변치 않음이며, 또다시 지옥인 것을 모르는가!”
[그라우트의 HP가 35% 미만으로 하락합니다.]귀신걸음이 끝나 피칠갑된 그라우트가 역공의 순간을 잡아낸다.
그의 ‘단비’란 말을 비웃고 짓밟기 위해 거대한 힘의 응축을 준비한다.
푸화아아악-!
수십 개로 뻗어 나가는 핏빛 구.
피의 축제의 전조다.
“나 역시 강해졌음을 잊지 마라!”
[속박] [1초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저항할 수 없는 절대스킬입니다.]자신을 한낱 단비 취급하는 그에게 단죄를 내리고자 한다.
그가 기억하는 그는 핏방울 다섯 개에 사지가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나약했던 자다.
지금 강해졌다 해도 15방울을 견디지 못할 것을 그라우트는 알았다.
“크학, 크하하하학, 단비? 단비라고!?”
그가 했던 말을 조롱하고 비웃으며, 마침내 움직이지 못하는 놈에게 핏빛 방울이 동시에 쏘아진다.
그 순간.
푸화아아악-!
그의 목걸이에 있는 ‘욕망의 단검’이 빛을 폭사시키며 떠오른다.
[긴급저장] [3% 확률로 적이 사용한 특성을 저장하여 되돌려줍니다.]그가 쏘아 보낸 모든 핏빛 구슬이 목걸이 안에 빨려 들어갔다.
그라우트는 부정했다.
‘저런 아티팩트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 거지?’
이럴 순 없다.
엄연히 그라우트가 보유한 극강의 공격기 중 하나였다.
단숨에 오백 명의 영겁의 지옥의 적들을 쓸어 왕으로 군림케 도와준 힘이다.
그 힘이.
“…….”
자신을 보며 조롱의 웃음을 짓는, 그의 작은 목걸이 하나에 들어 있다.
그가 팔을 앞으로 뻗으며 자신을 겨냥했다.
“돌려줄게.”
그 순간.
[적이 사용한 특성의 70% 효과를 발휘합니다.]수십 개의 핏빛 구가 목걸이에서 동시에 뽑혀 나왔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크하아아아아악!”
자신의 힘에, 자신이 당한다.
[그라우트의 HP가 11% 미만으로 하락합니다.]거대한 폭발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는 부정했다.
말도 안 된다.
6개월 만에 전설에 이른 것뿐만이 아니다.
그의 검, 그가 가진 목걸이. 또 아직 보이지 않은 힘들마저.
그리고 다가오는 그가 말한다.
“생각해 보니 단비는 좀 아닌 것 같기도 해. 너 같은 쓰레기한테 그런 예쁜 말을 쓰는 건 사치야.”
그라우트는 이어진 말에 치욕을 느꼈다.
“폭풍우로 하자.”
메말라 가던 현수에게 성장이라는 폭풍우가 내린다.
그 비는, 오래도록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