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335)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336화(336/435)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명예의 탑 (14)
하늘을 수놓는 별들이 아름다운 밤이었다.
촤아아악-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여러 촛불을 켜 놓고, 이야기의 왕은 붓을 들고 의자에 앉아 있다.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또 은은하게 비추는 달빛을 느끼며.
눈을 감고 생각한다.
오래전, 본래 이 땅의 주인이었던 왕께서는 적들이 수백 척의 배를 타고 진군하고 있다는 소식에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으셨었다.
작은 섬을 이끄는 왕이 패배를 확신하였고 죽음을 기다리던 순간이었음이다.
그날.
한 자루 검을 든, 그저 장군에 불과했던 그는 모두 도망쳐 버린 그 배 위에서 고작 한 마리 새와 함께 싸웠다.
몇 날 며칠이었는지도 모른다.
또 그가 물러서지 않고 며칠을 싸웠다는 소식이 이야기의 섬에 전해졌다.
‘그는 4일을 물러서지 않나이다.’
‘그는 바다의 길을 내어주지 않나이다.’
‘여러 창칼에 찔렸음에도 물러나지 않나이다.’
‘고작 몇만에 불과했던 적들의 수장이 수십만의 군을 보내오고 있나이다.’
하여, 왕은 물었다.
‘이제, 그는 퇴각하는가?’
‘……퇴각하지 않았나이다.’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 이야기는, 수십만 군에게 홀로 묵묵히 맞서는 한 작았던 장수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도망쳤던 장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포기했던 왕이 검을 들었다.
홀로 남아, 쓰러져 지쳐 가던 작은 장수의 뒤로.
한 마리 새가 울고 ‘화조’의 불길이 치솟으며 그날, ‘그들이’ 돌아왔다.
그의 힘이었다.
그가 포기하지 않았기에 떠났던 장수들이 돌아왔음이다.
그가 물러서지 않았기에 포기했던 왕이 딛고 일어섰음이다.
승전의 날, 왕이 물었다.
‘어째서 그대는 도망치지 않았는가.’
그는 망가져 버린 쌍룡검 한 자루를 쥐고 부복한 채 말했을 뿐이다.
‘제가 도망치면, 이 바다는 누가 지키옵니까.’
‘…….’
왕은 그 말에 담긴 뜻을 알았다.
고작 작은 섬에 불과했다.
가난한 백성들의 아우성과 비루하고 비겁한 왕이 있는 보잘것없는 곳이었음이다.
그러나, 그에겐 부귀영화를 위한 것도, 여인을 위한 것도, 왕의 자리를 노려서도 아니었다.
자신은 그곳에 서 있어야 함을 알았을 뿐이다.
그날, 왕은 눈물 흘렸고 그 작은 장수에게 훗날 이 섬을 맡겼으며, 그는 새로운 왕이 되었다.
“…….”
눈을 뜬 그 장수는 씁쓸한 웃음을 짓더니 이내 기침했다.
“쿨럭쿨럭…….”
오래된 이야기다.
오래된 만큼 홀로 오래 지켜 온 섬이다.
그는, 죽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이야기일기’를 적어 간다.
-……만리새가 사라진 지 24일째다.
“…….”
도대체 어딜 간 거지?
고독하게 지켜 온 이곳에서 오래도록 함께했던 것이 만리새였건만?
비록 새대가리인지라 한 번씩 엉뚱한 곳에 데려다주긴 했어도, 오랜 싸움을 함께한 친우였음이다.
또.
‘……만리새와 나는 찾아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그가 일기 작성을 멈추고 새로운 것을 적어 나갔다.
일단은 자신이 찾아낸 것.
-대장장이 현.
생각하면 작은 웃음이 나는 자다.
여전히 눈앞에 선하다.
‘만인(萬人).’
모두를 위한 검의 제작법을 그는 만들어 냈다.
“훌륭한 생각이었으며, 올바른 마음가짐이었다.”
인간이란 모두를 위한 검 따위 만들지 않음을 안다.
인간이란, 높은 곳에 선 자들을 위한 검만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기 때문이다.
하여, 이제 곧 떠날 자신의 빈자리를 채워 줄 하나의 존재가 ‘대장장이 현’이다.
‘그의 무구들이 이 섬을 비춰 주길…….’
그리고 다음 것이 필요했다.
그가 붓으로 그를 적는다.
-장군.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 앞에서 흔들림이 없는, 강한 장군이 필요했다.
그가 원하는 것.
수만 명의 적군 앞에서도 홀로 싸울 수 있는 자다.
먼 옛날,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모두의 마음에 불을 지펴 줄 한 ‘존재’다.
그러나 그는 안다.
‘……그런 자가 이 땅에 있을 수 있는가?’
그날, 이야기의 왕은 사실 두려웠었다.
무서웠고 도망치고 싶었다.
내색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 정신력을 가진 자가 있는가?’
그랬기에 지금, 만리새가 필요했음이다.
함께 그런 자를 찾고자 했었으니까.
또 만리새에게 특별한 힘을 심어 두었음이다.
그런 자를 찾아낸다면, 만리새에게 숨겨 둔 힘이 발동될 터.
문제는 그런 만리새가 사라졌다는 것이지만.
“…….”
다시 그가 그 장군에게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적어 나가기 시작한다.
마지막 것을 적어 나가기 시작했을 때쯤.
“……?”
그의 몸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화르르르륵-!
자신 앞에 불의 고리가 내려서고 있었다.
‘……찾았구나. 만리새.’
역시, 새대가리 같긴 하나 영특한 존재였다.
그는 평소와 다르게 가슴이 고조됨을 느꼈다.
궁금했다.
만리새가 찾은 새로운 장군이.
하여 고리를 넘었다.
고리를 넘은 그는 영혼만이 만리새가 비추는 그곳에 당도했다.
그가 주변을 둘러봤다.
끝없는 몬스터들이 평야를 가로지르는 곳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발견했다.
‘……대장장이 현?’
어?
왜, 만리새랑 대장장이 현(現)이랑 같이 있지?
현이 말했다.
“위험하니까, 한쪽에 가 있어. 꼬꼬야.”
‘왜 만리새가 꼬꼬가 된 거지? 마치 자신의 애완새처……?’
곧 이야기의 왕은 깨달을 수 있었다.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만리새를 납치했다?’
곧 이야기의 왕은, 작은 미소를 그렸다.
허나 이마에 튀어 오르는 혈관들이 지금 그가 어이없고 황당함을 나타낸다.
‘……어째서 현이 있는 곳에 나를 부른 거냐, 만리새.’
그의 임무는 자신을 대신해 바다를 지켜 줄 자를 찾는 것이었다.
또 대장장이 현과는 이미 계약을 체결한 상황.
‘……그런 거냐?’
그는 만리새의 나이가 너무 들었음을 느끼고 가슴이 쓰렸다.
일전에 현을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던 만리새가 어쩌면 현과 자신이 만났던 그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실수로 나를 불러 버린 것이냐?’
허탕이다.
또 슬픔이고 아픔이며, 우리가 낡아 가는 증거다.
그나마 현은 용맹해 보였다.
‘저것이 현이 빚은 쌍룡검…….’
검의 기세에서 느껴진다.
저 검만 쥔다면 약자도 잠시나마 강해질 수 있으리라.
허나 대장장이가 강해져 봤자다.
첫 번째 충돌이 일어나려는 순간 그는 몸을 돌리려 했다.
훔쳐보는 입장이다.
그 입장에서, 그의 죽음을 지켜보고 싶진 않…….
쩌어어어엉-!
그는 곧 한 번에 일소되는 몬스터에 의아함을 느꼈다.
“……?”
오늘, 그는 살면서 가장 많은 의문부호를 띄운다.
그리고 충돌하는 그를 보며 그가 평범한 대장장이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스승이 누구지?’
이상했다.
묵직한 검을 휘두를 땐 전설의 검사 같기도 했지만 아니다.
또 검을 찌를 땐 가벼운 몸을 가진 뛰어난 창술사 같았지만 또 아니다.
“…….”
그리고 두 방식을 본딴 그의 움직임.
따로 잡기술을 배운 기사보다 그나마 나은 수준에 불과해 보인다.
수천의 몬스터들 사이에 뛰어든 그의 검에 ‘연계’가 새겨진다.
“모으기, 염력, 일도양단, 그라우트 피반지.”
순식간에 6백을 도륙하여 흩어지게 한 그가 이리처럼 미쳐 날뛴다.
이번엔 그 곁에 300기에 이르는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기사단이 진격한다.
레벨 480에 이른 그들의 기세는 흉흉했다.
또 갑옷은 단단해 보이고 무기는 참으로 대단해 보였다.
‘위험하군.’
기마대의 창은 날카로운 법.
그 창이 현을 꿰뚫는 순간, 치명상을 입힐 거라 생각했다.
또 우스운 일이다.
‘고작 저것을 못 피하는가?’
그랬다. 그는 피하지 못했기에 직격당했다.
퍼서어억-!
그런데……
그는, 커다란 타격을 입지 않았다.
되레 창대를 쥐고 위에 선 놈을 ‘스텟’이란 것으로 압도하여 베어 냈다.
그다음엔.
“쌍룡검.”
황금빛으로 물드는 검에 새겨진 낙인과 함께.
콰콰콰콰콰콰콰콱-!
6백 기사가 입은 갑옷과 검이 부서졌다.
아니, 정정한다.
그가 선 곳의 범위가 닿는 곳에 있는 모든 병장기가 부서지고 있었다.
‘이상한 자다.’
흉내 내듯 배운 검술, 따라 하듯 배운 창술.
그리고 알 수 없는 기술과.
키헤에에헤에에엑-!
순식간에 하나의 준보스급, 용을 강제로 부려 아군을 공격하게 하는 기이한 잡기술까지.
그뿐인가?
“소환, 펜리르.”
쿠콰콰콰콰콰콱-!
‘테이머의 힘?’
거대한 이리가 뛰어들어 1천3백의 몬스터들을 짓밟고 재로 화하게 만든다.
또 수백 개의 마법 몬스터들이 폭격을 가하자, 그를 퉁겨 내어 되레 그들을 학살한다.
“…….”
그는 알게 되었다.
유저들은 잡캐라 부를 것이고 자신은 그저 모든 잡다한 것을 배운, 생존을 위한 ‘용병’쯤이라 여기게 된다.
‘강하군.’
예상보다 훨씬 강했고 대단했다.
대륙의 전설들만큼 강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누구보다 냉정한 판단을 했다.
고작 그 정도로, 곧 있을 위험을 이겨 낼 수 없었다.
‘아쉽구나…….’
하나에 몰두했다면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가 하나의 것만을 위해 살아왔다면 달랐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그는 ‘한계’가 명확한 인물이었다.
평범함 수십 개가 모인다고 비상함 하나가 될 수 없었다.
지금 예상처럼 되었다.
모든 신비의 힘들을 사용한 그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기술과 실력이 부족하기에 여러 기술에 의존하던 그가 버틸 수 있는 힘을 잃는다.’
휘청이기 시작한 그의 HP가 급감한다.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에 의해 도망칠 수도 없다.
마치 수면 속에 가라앉아 천천히 잠식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처럼.
그는, 실망감을 느꼈고, 만리새의 오판이었음을 확신했다.
어느새 만리새는 그의 앞에 와 있었다.
씁쓸함을 머금고 말했다.
“돌아가자, 만리새.”
그는 현을 존중한다.
하여 그가 납치해 간 만리새만을 데리고 갈 생각이다.
“바할라란 자부터 찾아보자꾸나.”
애초에 검신의 길을 걷는다는 자의 이야기도 들었다.
명장 현으로 무구를 만들고, 장군으로 바할라를 세우는 것.
그리고 그의 눈이 이 시련을 관조해 본다.
그는 웃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구나. 바할라란 자도 이곳에 당도했었고, 그는 5천이 넘는 몬스터들을 죽였다.”
현은 어떠한가?
그는 눈대중으로 세었다.
약 2,900마리 정도였다.
그런데…….
[꼬꼬는 돌아가지 않습니다.]“……왜 그러는 거냐, 만리새. 그리고 네 이름은 꼬꼬가 아니라 만리새다.”
[꼬꼬는 돌아가지 않습니다.]“……이번에는 네가 틀렸음을 인정하자, 며칠 동안 정이라도 들은 거냐?”
이상한 일이었다.
지금, 만리새는 평소답지 않게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만리새의 뒤쪽에 있는 현이란 자를 보았다.
어느새 둘러싸여 다구리(?)를 맞고 있었다.
“……나도 저자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하여, 너를 데려갔던 걸 꾸짖진 않을 거다. 이렇게 돌아가는 것으로 없던 일로…….”
그때.
“끼에에에에!”
만리새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만이 우리의 바다를 지킬 수 있다고 합니다.]이해할 수 없었고 서운하기도 했다.
수백 년을 함께 살아왔기에 만리새는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바다는 아무나 지킬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리새, 나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알지 않느냐…….”
우리에겐…… 아니, 자신에겐 누군가를 실험해 보고 경험해 볼 시간이…….
그때.
“탑을 오르기 전에 난 이 정도였나?”
쓰러져 다구리(?) 당하던 현이 몬스터 무리를 딛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는,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그의 HP는 분명 10% 미만이었으나 여전히 그 눈은 불꽃처럼 타올랐다.
“명예상점, 보유한 모든 명예 포인트. 스텟에 투자해 줘.”
그의 기세가 순식간에 돌변한다.
종전보다 최소 15% 이상 강해진 것이 느껴졌다.
더 놀라운 것은 쌍룡검을 집어넣고 꺼낸 검이었다.
[시대를 이끄는 검이 출현합니다!]한 자루 벚꽃이 피어난다.
그 벚꽃은, 몬스터를 베며 끝없이 개화하고, 끝없이 꽃잎을 떨어트린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또 멋들어진 증명이었다.
그가 ‘용병’이 아니라 대장장이였음을 상기시키고 직접 보게 한다.
“……!”
한 자루 만개(滿開)가, 5천의 꽃잎을 떨어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