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342)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343화(343/435)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가장 아름다운 검 (3)
‘좋은 이야기다.’
대장간에 들어선 현수가 흥분감에 사로잡힌다.
쾌활했던 시한부 아들 바르센이 그리 말했던 이유는 아버지를 위해서였다.
‘어차피 자신은 죽는 것을 알았기에.’
홀로 남은 아버지와 백성들은 자신을 잊고 살아가길 바랐던 마음이다.
또 아버지였던 무명왕……
아니, 그저 한 사람의 아버지였던 그는.
‘해야만 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누구도 무명왕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냉정하게 바르센이 원했던 바가 맞았다.
자신 한 명의 목숨보다 수십만 목숨이 훨씬 값졌다.
또 무명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죗값을 치렀다.
아들이 해 줬던 말들 하나하나가 고통으로 각인되어 버린 그는, 자신이 진정 무덤덤했고 아무렇지 않아 했다 망상했다.
그러나 그 망상 끝에도, 아버지였다.
‘무덤덤한 아버지가 제작 의뢰를 하는 경우가 어딨겠어?’
그 부분이 제일 이상했었다.
그리고 무명왕에게 알려 주지 않은 사실이 있다.
카벨과의 통화 중.
-무명왕과 바르센 관련한 퀘스트의 끝은 바르센의 숨겨졌던 일기장의 마지막 부록을 전달함으로써 끝이 나는 걸로 보인다.
카벨은 그 마지막 부록에 대해 전송해 줬다.
[3월 29일.아버지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몇 차례나 나를 돌아보는 그에게 소리쳤다. 어서 가서 나라를 구하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바랐다.
그깟 나라쯤 어찌 되든 상관없다고.
나에게로 돌아와 주길 간절히 바랐다.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며칠 내로 나는 죽게 될 것이다.
슬프다…… 아버지께서 자신처럼 될 수 있는 검을 선물해 주시기로 했는데…….
그 검을 선물받고 싶었는데…….]
피로 얼룩진, 부록을 삼킨다.
굳이 보여 주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다.
이미 그는 자각하였으며, 두 사람이 재회할 것을 현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이 부록을 통해 현수는 더 뜨겁게 타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의 제작품을 간절히 기다리는 자가 있었으니.
쿠르르르르르-
용광로 속에서 녹아드는 광물을 바라보는 현수는 느낀다.
이야기는 훌륭한 재료가 되어 주고 여러 발상을 하게 해 주는 법.
또 그처럼, 또 다른 가장 강력한 재료 하나가 대장간에 선 순간 들려오고 있었음이다.
[새로운 스토리가 시작됩니다.]이것은, 그냥 지나쳤다면 들려오지 못했을 이야기.
[이는, 당신이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택하는 과정 속에서 빚어낸 일입니다.] [당신이 진실을 찾아내어 마침내 숨겨진 진짜 이야기를 끄집어냅니다.] [시크릿 퀘스트.] [기존의 퀘스트명이 변경됩니다.]기존 퀘스트명은 기억 잃은 무명왕의 고작의 ‘검 제작 의뢰’란 이름에 불과했음이다.
그러나 일기장의 바르센이 원하는 것처럼.
무명왕이 너무 사랑한 나머지 망상한 것처럼.
진짜 퀘스트명이 드러났다.
띠링
[시크릿 퀘스트: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등급: ???
보상: ???
실패 시 페널티: 탑을 오를 수 없음.
설명: 무명왕이 당신을 통해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았다. 그날, 그가 기억했던 것처럼 무덤덤했던 아버지는 없었다.
무명왕은 바라고 있다.
자신의 아들이 그토록 원하였던 그 검을 만들어 주길!
그 퀘스트명을 보는 현수가 더더욱 달아오른다.
‘???란 그들이 얼만큼 만족하는가에 따라 달라짐을 의미한다.’
현수가 주홍빛의 흘러내리는 쇳물을 보며 상상한다.
‘어떤 검을 만들까?’
정말 바르센이 생일 선물로 요구했던 것처럼.
아버지처럼 훌륭한 검사가 될 수 있게 하는 검은 어떤가?
‘바르센은 또래에 비해 작고 연약한 편이었다. 그런 바르센조차 휘두르기 편하나 훌륭한 살상력을 가진 검을 만들어 볼까?’
그러한 검이라면 이미 현수의 머릿속에 있다.
레이피어.
가벼움이 장점인 검이며, 길이는 어린아이의 것에 맞게 조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이 퀘스트가 말하는 바는 그저 뛰어나고 훌륭한 검일까?”
아니다.
이 퀘스트가 바라는 건 선물이었으며 바르센을 기리고자 하는 무명왕의 마음도 있었음이다.
전적으로 만족시켜야 하는 건 바르센도 있었으나, 무명왕도 있었다.
비록 바르센은 잠깐 다시 나타나는 것에 불과하나 무명왕은 오래도록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니…….
그렇다면?
‘무명왕도 죽은 바르센도 만족할 만한 이야기를 가질 수 있는 검.’
쇳물이 다 녹아 나왔음에도 현수는 깊은 상념에 빠졌다.
골똘히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바르센이란 아이처럼 자라나는 검!’
생각을 정리한 현수가 제작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몰입해 가는 그가 하나하나 틀을 잡아 가며 웃음 지었다.
‘처음 바르센이 이걸 쥐었을 땐 아이가 쥐는 작은 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바르센이 나이를 먹을수록, 검은 함께 변화할 것이다.
시한부의 삶을 선고받았던 바르센에게 그것은 ‘희망’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계속 자라나는 검.
만약 바르센이 죽지 않았다면.
그는 스무 살이 되던 해, 멋들어진 모습으로 아버지와 말 위에 올라 사냥을 갈 것이다.
또 어느 날은, 바르센이 약혼녀라고 하며 다소 민망한 표정으로 아리따운 여인을 데려올 것이다.
그럼 저 거대한 기운을 가진 무명왕은 험험, 헛기침하며 어색한 인사를 나눌 것이다.
따아앙-!
또 둘의 결혼식에서 세상에서 가장 강했던 왕은 오늘의 그날처럼 눈물 흘릴 것이고.
따아아앙-
바르센은 아이를 낳고 할아버지가 된 무명왕은 손주를 안을 것이다.
물론 그때에도 그 검은 함께 자라 더 멋들어진 모습으로 빛을 발하며, 가장 절정기의 힘을 내게 되겠지!
따아아앙-!
세월이란, 지금은 느릴지 모르나 돌아보면 너무도 청산유수처럼 흘러가는 것이다.
따아앙-!
따아아앙-!
빠르게 나이를 먹어 가는 바르센과 갈수록 좁은 어깨를 가지게 되는 무명왕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검의 기세가 꺾이는 것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바르센의 나이를 담는다.
따아앙-
그리고 그는, 이 순간 깊은 몰입감 속에서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하루.
이틀.
그 시간 안에 빠져 자라날 바르센과 그를 지켜보는 모습을 토대로 그려나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아지경에서 풀렸을 때.
그의 입꼬리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
깨닫고야 말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현수는 커다란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검을 받은 바르센은 분명 기뻐할 것이다.
또 이 검을 받은 무명왕 역시 현수에게 훌륭한 보상을 내려 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주어지는 건 고작 한순간에 불과했음이다.
결국 바르센은 죽은 사람임이 사실이었고 이 검을 선물해 주면 무명왕은 되레 집어삼켜질 것이다.
어떻게 집어삼켜지냐고?
‘매일매일 내가 만든 검을 생각하며, 또다시 아들 바르센을 기억에 담을 거다.’
검이 바르센이 살아 있었음을 가정하듯.
바르센이 살아 있었다면 지금쯤 청년이 되었겠지.
결혼을 했겠지.
아이를 낳았겠지.
늙어 가는 내 곁에서 함께 걸어 주겠지.
“…….”
무명왕은 더욱더 큰 고통에 빠질 것이다.
현수는 자신의 아둔함을 깨달았다.
그때, 뇌리에 무언가 스쳤다.
아이들은 어떤 순간이 행복한지를 상기한다.
고작 여덟 살에서 열 살 사이 남짓.
다른 아이들은 갖지 못할 최고로 비싼 장난감을 받았을 때 정녕 기뻐했을까?
아니다.
현수도 어린 시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가장 비싼 것을 받았을 때가 아니었다!
현수는 자신의 완성되어 가는 제작품을 보다 결단을 내렸다.
그는 과감하게 그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오늘 나는, 최고의 검을 만들기 위해 실패작을 집어넣을 뿐이다.’
그 최고의 검을 만들기 위한 과정.
그는 떠나지 않고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무명왕에게 말했다.
“나는 검을 제작하지 않을 거야.”
“…….”
무명왕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며칠간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갑자기 제작을 중단하고 있었다.
“내가 만드는 것보다 바르센에게 더 중요한 순간이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
중요한 순간?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그가 망치를 내밀고 있었다.
“……나에게 대장장이 일을 배워, 무명왕.”
망치라니?
그는 살면서 한 번도 대장장이 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또 잠깐 배운 것으로 자신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앞의 대장장이가 하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당신이 직접 배운 대장장이질로, 가서 바르센과 함께 만들어. 그게 내가 생각하는 바르센을 위한 가장 훌륭한 검이야.”
“…….”
“아이에게 아버지와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만큼 값진 선물이 어딨겠어?”
그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 게 아니었다.
그가 지금 이 번거로움을 거치는 이유와 방금 전 제작했던 검 역시 너무도 훌륭해 보였었기 때문이다.
그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
“나는 의뢰받은 건 최고의 것으로 완성시키거든.”
그는, 대장장이였다.
“그러니 당신이 배워.”
자신이 본 최고의 대장장이 말이다.
그가 망설이는 자신의 손에 망치를 쥐여 줬다.
꽈아악-
그 망치를 내려다보는 무명왕의 의욕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는, 그가 처음 검술을 배울 때보다 더 의욕적으로 타올랐다.
아들 바르센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그를 선물해 줄 수 있다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문제는.
“……내 생각보다 너무 못하는데?”
“꽤 오래 걸리겠어.”
“…….”
그는 의욕 대비 재능이 없었다.
정말로.
그러나 대장장이는 잔소리를 늘어놓음에도 섬세하고, 최선을 다해 가르쳤다.
“아니, 그건 좀 더 꼼꼼하게 해야지.”
“에휴, 이건 못 쓰겠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꽤 시간이 흐름에도 최선을 다해 가르쳐 주었다.
마침내, 실력이 나아지자.
“그래, 이거지.”
“이제 좀 잘하네.”
“오, 나쁘지 않은데?”
그는,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자신이 그나마 잘 만든 제작품을 보는 대장장이가 자신의 일처럼 웃고 있었다.
“…….”
그를 보는, 무명왕은 생각했다.
‘나는…….’
자신이 만났던 최고의 대장장이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마침내.
“이제 진짜를 만들러 가자.”
모든 준비가 끝났으며, 무명왕은 탑과의 거래로 얻어 낸 기회를 사용했다.
그는 대장장이와 함께 잠깐, 시간선을 넘었다.
[과거로 돌아갑니다.]그곳에서, 바르센을 만났다.
*
*
*
병약한 소년, 바르센은 갈등하던 아버지에게 소리쳤다.
당장 가서 미치광이 왕을 막으라고.
허나 몸을 돌려 달려가는 아버지를 보며 바랬다.
‘……무섭습니다. 아버지, 제발. 가지 마세요.’
그는, 죽음이 다가오는 걸 알았다.
아직 죽음과 싸우기에 어린 9살.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안다.
‘아버지는 현명한 분이시니까요.’
그런데.
“…….”
아버지가 몸을 돌려 달려와 껴안았다.
“……아버지? 무슨…… 어서, 가서.”
“아니, 오늘은 가지 않을 것이다. 절대.”
일기에 써진 대로다.
바르센은 아버지가 돌아오길 바라고 있었으니까.
소년, 바르센이 안도의 미소로 웃었다.
두 사람이 함께 대장간으로 들어섰다.
“아버지와 제가 함께 검을 만든다고요?”
바르센은 지금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 흘렀다.
“아버진, 이런 거 잘 못하시잖아요.”
“하하, 나도 이런 거 꽤 한단다?”
때론 흘러내리는 쇳물에 ‘으어어, 뜨거워요.’라고 하였으며.
“자, 이건 이렇게 하는 거란다.”
제련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바르센은 그를 들었고.
“이게 단조란 거다.”
바르센의 등 뒤에서 함께 망치를 내려쳤다.
또 신기한 건, 죽음이 다가오는 소년 바르센은 그를 만들면서는 단 한 번도 빈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음이다.
“자, 이제 마지막이다!”
“우왓!”
아들의 손을 잡은 무명왕이 함께 새긴다.
그 끝에 새기는 글자는 한낱 아버지에 불과한 그가 곧 떠날 아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메시지.
[사랑하는 아들 바르센에게…….]곧 두 사람의 검이 완성되었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볼품없는 검이었다.
“이게 뭐예요오오!?”
“그래도 꽤 멋지지 않으냐?”
“맞아요, 너무 소중합니다. 아버지, 최고의 생일 선물이었어요.”
그러나 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검의 탄생이었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현수에게 들려오는 알림이 증명한다.
[대장장이 신이 당신을 찬사합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검을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하였습니다.] [기존의 뛰어났던 제작품을 버리고 ‘최고의 제작품’을 선택했습니다.] [그 어떤 대장장이도 하지 않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특별한 일이 벌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