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367)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368화(368/435)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백호검 (3)
며칠 전.
“자네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북왕, 서왕, 동왕.
그들이 대장간에 있던 현수를 찾아와 한 말이었다.
‘내 이야기……?’
현수에게로 경종이 울렸다.
“자네는 때론 남들의 이야기로 훌륭한 무구를 만들기도 한다지 않았던가? 그런데 설마, 자네의 이야기로 만든 적이 없는 건 아니겠지?”
그의 뇌리로 울리는 경종은, 1년 반 이상 플레이한 자신이 정작 자신의 이야기가 깃들게 한 적은 없다는 거다.
“이야기가 깃든 아티팩트를 만들면 훌륭해진다. 그것은 결국 미신 같은 것들이었던 건가?”
북왕은, 그가 서왕을 위한 갑옷을 제작했을 때를 떠올리며 한 말이다.
현수는 고개를 저었다.
“때에 따라 다릅니다.”
“때에 따라 다르다?”
“제가 가진 여러 신비의 힘들이 그에 따라 극적인 힘을 발휘하기도 하죠, 또 설화석이란 것은 이야기가 있으면 훌륭한 힘을 빚긴 합니다.”
실제로 제작된 아티팩트의 등급을, 한 등급 상승시키는 대장장이의 혼은 어떻게 발동되던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 ‘이해’ ‘문제 해결’ 등의 방법을 현수가 쫓아감으로써 발동된다.
그렇다면 설화석은?
설화석은, 경우가 좀 다르다.
설화석은, 이름처럼 과거의 자질구레했던 전설에 힘을 내니까.
그러나, 대장장이의 혼, 그 외 여러 가지 작용들이 어떠한 이의 사연을 듣고 현수가 더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주고, 더 높은 등급 상승을 이뤄 주는 건 맞다.
“그건 왜 궁금하신가요?”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진짜 대장장이를 기억하네.”
북왕의 눈앞에 선하다.
우리의 이야기를 귀담아, 축복을 담을 수 있는 한 자루 검을 제시하고.
쉽고도 빠른 길을 제외하고도, ‘화해’란 이야기가 전적으로 옳다 믿기에 그는 그 길로 이끌었다.
“……한 번쯤은, 자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줄 자들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
현수의 입가에 미묘한 웃음이 깃들었다.
“……좋습니다, 사인검을 제작하며, 제 이야길 해 드리죠.”
현수는, 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해 본 적은 없다.
“으레 그런 이야기일 겁니다.”
누구에게나 사연이란 있다.
인간은, 스스로의 사연이 특별하다 믿고, 자신의 이야기가 한 편의 드라마라고 말하지 않던가?
세 왕은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그들은 ‘그’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던 거지, 특별했던 걸 원한 건 아니니까.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임이 증명된다.
가장 위대한 호랑이로부터 비롯된 세 왕이었다.
세 왕은, 굉장히 많은 백성과 군사를 거느린 어버이.
그들이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이유는 친우였기 때문이다.
오늘 세 왕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술자리에서 듣는 흔하디흔한, ‘주저리’ 같은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그저 친우의 평범한 넋두리에 이어지는 ‘술 한 잔’ 같은 용광로의 타오름을 보고 듣는다.
“사실, 쪽팔렸습니다.”
그 이야기는 모두가 가진 ‘평범했던’ 이야기.
어린 시절, 친구가 ‘너희 아버지 대장장이라며? 나, 템 제작 좀!’이라고 하여 부끄러웠던 것.
그의 서사는, 이렇게 시작되고.
부끄러움 뒤에, 그 녀석을 쫓아가 흠씬 두들겨 패 준 ‘아버지의 사랑’으로 나아가며.
“장래 희망에 ‘대장장이 왕이 될 사내’라고 적었다가, 선생님한테 1시간 동안 혼났습니다…….”
우스꽝스러운 말 뒤로 시작되는 ‘꿈’을 가진 이야기다.
으레 그러한, 누구나 가질 평범한 이야기를, 듣는 세 왕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렇군, 특별할 것 없는 모두가 가질 법한 이야기군.’
북왕도 고개를 주억였고.
서왕과 동왕도 그리 생각했다.
그러다.
주홍빛의 흘러내리는 ‘북왕석’을 보며 그 이야기가 격변한다.
‘……흔하다며?’
흔하지 않다.
천 명 중 한 명이 겪을까 말까 한 이야기.
더 흔하지 않게 바뀐다.
‘그를 이겨 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겨 낸 자는 만 명 중 한 명이지 않을까?
친우의 이야기를 들으며, 으레 평범했던 이야기가 특별해지고.
따아아앙-!
풀무질을 시작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매료된다.
북왕석은, 북왕의 기운을 먹고 자랐다.
그랬기에, 북왕은 느낄 수 있다.
‘말도 안 돼……!’
그 광물이, 낼 수 있는 가장 거대한 힘이 태동한다.
따아아앙-!
앞의 대장장이, 남들을 초월하는 집념을 가졌다.
따아아아앙-!
또 그는 천재가 아니다. 그가 천재라면, 숱한 과정을 겪어도 이겨 낼 수 있는 것만이 그의 재능이다.
따아아아앙-!
그런 재능 앞에 ‘더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그다.
그러다, 그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
“……?”
분명, 그로부터 전해 들은 사인검.
공격할 수 없는 날의 형태를 가졌다고 들었다.
그런데…….
‘……저처럼 날이 날카로운데, 공격할 수 없다고?’
‘대도? 아니, 대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환도인가?’
북왕이 질문했다.
“그 검이 일전에 말했던 사인검이 맞나?”
“……아닙니다.”
북왕이 당황했다.
“아니라니? 자네는, 사인검을 만들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하지 않았던가?”
“……세 분의 말을 듣고, 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방금 전만 해도 그는, 북왕석을 훌륭히 다뤘다.
“그게 뭔가?”
“사인검은, 결국 과거를 이끌었던 검. 실질적으로 적을 벨 수 없는, 주술용 검이었습니다.”
“저는 그와 똑같이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안일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결국 과거를 따라가는 일이며, 더불어 이 아레스란 세상이 ‘대단한 것’을 해내면 그에 따른 걸 인정해 주지만, 결국 날 없는 사인검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럼……?”
“온고지신(溫故知新). 과거의 것도, 새것도 안다는 뜻. 시대를 이끌던 검은, 저물었으나 그 검에 깃든 숭고함과 과정은 잊지 않습니다.”
지금의 현수.
과거의 사인검의 사념은 함께 가져가 새로운 것으로 만들고자 함이며.
“하여, 과거와 새것이 공존하는 것을 만들고자 하며 그 이름도 결정했습니다.”
그가 자신들을 바라봤다.
그는, 이 세 호랑이 왕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흰백(白). 범호(虎). 백호검(白虎劍)입니다.”
과거와 새것이 공존한다.
새로운 현시대의 대장장이가 만들어 가는 사인검은 백호검(白虎劍)이었다.
한편.
“……백호검이라, 훌륭하군.”
세진은 감탄했다.
그가 유저 현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정해지지 않은 ‘길’에서 계속 깨달음을 얻고 방향을 찾아간다는 것에 있다.
사인검으로 빚어졌을 때를 세진은 알고 있었다.
‘……초월이 빚어지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아레스란 게임엔 어떤 규율이 있던가?
이미 한 번 만들었던 적 있는 ‘뛰어난 검’을 다시 만들기 힘들다.
그 검이 애초에 노멀이나 레어였다면 모를까.
이미 사인검은 ‘전설’로 빚어진 적 있다.
물론 신의 제작법의 효과로 그를 빚을 순 있다.
그러나, 그것이 그레모리의 대항마로 작용할 수 있을까?
세진이 봤을 땐, 아니라는 쪽이 확률이 더 높다. 그렇다고 과거 다카시가 했던 ‘가짜’는 틀린 말인가?
그 역시 틀리지 않다.
당시 현수가 사인검을, 긴급제작으로 빚지 않고 ‘수작업’했다면 훨씬 뛰어났을 게 맞는 거다.
아쉬운 건 사인검은 60% 채워진 물잔이라는 사실이다.
물이 한 방울도 담기지 않은 잔과 이미 60% 담겨 있는 잔.
물을 담을 수 있는 허용량이 정해진 것.
그런데 여기서 틀어 버린, ‘백호검’의 길.
“…….”
사인검의 뜻과 인년인월을 가져가는 것.
호랑이 기운을 받는 것.
그것들은 모두 같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달랐다.
-사인검과 전혀 다른 제작법이다.
슈퍼컴퓨터 아레스의 말이다.
이제, 제작되는 백호검.
오직 현수의 실력 안에서만 빚어지는 온고지신의 뜻대로 이어질 뿐이다.
그러나.
‘아쉽군.’
세진은, 동왕과 서왕이 각각의 동왕석, 서왕석을 현수에게 주어, 마침내 ‘백호석’이 탄생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되면 그나마 그 사인검이 초월에 다가설 수 있을 거라고.
-서왕과 동왕은, 유저 현수에게 서왕석과 동왕석을 줄 것이다.
그래, 줄 것이다.
나중에.
-서왕은, 최근까지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으며 그들의 힘을 먹고 자라는 서왕석은, 완전해지지 못했다.
이는 한 명의 시청자가 느끼는 아쉬움이다.
‘물론.’
그에게 도움을 주거나 할 생각, 개미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그때, 특별유저관리팀 김 팀장이 들어왔다.
세진은 자초지종을 말했다.
“백호검이라고요?”
김 팀장은 다른 업무를 처리 중이었던 바.
그리고 세진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맞네, 얼마 전, 자네가 플래그를 꽂는 걸 들었지, 그 플래그, 유저 현수가 세 왕으로부터 광물을 얻고 그것이 진정한 ‘백호석’의 탄생으로 빚어져 얻게 되는 걸 원했던 게 맞겠지?”
“……예?”
한데 김 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서왕의 상태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저 현수는 나중에야 그것들을 얻을 텐데요?”
“……?”
세진은 당황했다.
“자네, 백호석을 유저 현수가 얻길 바랐던 게 아닌가?”
그에 김 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곧 김 팀장이 원했던 것을 들은 세진은 감탄했다.
‘……백호석이 아니라, 그걸 노렸다고?’
이세진 개인적 생각으로 그 재료.
백호석만큼이나 뛰어나다는 확신이 들었다.
또 재밌는 사실은 이 재료를 현수가 만들어 갔다는 사실이다.
*
*
*
흰백(白).
범호(虎).
백호검(白虎劍).
그 말을 듣는 순간, 세 왕이 가슴 울림을 느낀다.
자신들에게서 본따 만들어질 그 아티팩트.
너무도 기대되고 있었음이다.
그리고, 기쁘기도 했다.
‘우리로 인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건가?’
그 깨달음.
그러나 세 왕은 서로를 보며 작게 웃었다.
그들은 사실 모두 북왕으로부터 들은 게 있다.
“본래, 자네는 나에게 우리들의 축복을 담을 수 있는 검을 제안했었지. 그렇지만, 자네는 현무의 등껍질이라는, 소중한 것을 사용해 서왕을 구했네. 그를 감사하게 생각하네, 그런데 아쉬운 일이네. 사실, 우리 각자에게는 하나씩의 광물이 존재한다네.”
“하나씩이요?”
현수는 충격을 받았다.
북왕석 자체만으로도 엄청났다.
그러나 동왕석과 서왕석마저 존재한다는 것이 충격을 준다.
그러나 더 큰 충격은.
“이 세 개의 광물이 만나면 본래 ‘백호석’을 얻게 된다네.”
띠링!
[축하드립니다.] [신의 광물, 백호석(白虎石)에 대해 알게 됩니다.] [신의 광물 백호석은, 세 왕의 광물이 만나야 비로소 힘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현재 서왕의 힘이 온전치 않습니다.] [당신은 백호석을 6개월 뒤에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현수는 기뻤으나 슬펐다.
백호석.
현수의 등껍질을 내준 후, 얻을 새로운 최강의 검을 위한 광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얻지 못한다.
‘밸런스의 문제인가?’
물론 그것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서왕이 오래도록 온전치 못하였기에 서왕석도 온전치 못하네. 하여 줄 수 없는 것이네.”
충분히 이해되는 말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거였다.
‘……백호검의 사용 재료로 백호석만 한 게 있을까?’
그러다가.
‘……지금 백호석을 얻는다고 나는 그것을 사용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시간에 있었다.
현재 그레모리가 강림한 상태였다.
모든 것을 삭제시키고 현수는 백호석을 얻으면 ‘처음부터’ 다시 그것을 백호검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또한.
‘신의 광물의 난이도는 높다.’
단순히 수작업 대장장이라고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아니다.
어떠한 제약과 위험이 있을지 몰랐다.
그래, 아쉬운 일이나 솔직히 말하면 지금 현수는 ‘백호석’을 사용하기 온전치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왜 웃고들 계시지?’
현수는 조금 서운했다. 자신의 기분은 좋지 않은데, 그들은 미소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들어 주게.”
“예?”
“우리가 처음 약속했던 ‘가장 큰 축복을 담을 수 있는 힘’을 백호검에 담아 달란 말일세.”
“……?”
현수는 의아해졌다.
그에 민망한 표정으로 웃는 북왕이 말했다.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왔을 뿐이네. 그 검에, 우리의 축복을 담아 주겠네.”
곧.
[북왕이 일평생 1회만 발할 수 있는 ‘이끄는 호랑이’의 가호를 백호검에 내릴 것을 약속합니다.] [동왕이 일평생 1회만 발할 수 있는 ‘용맹한 호랑이의 가호를 백호검에 내릴 것을 약속합니다.] [서왕이 일평생 1회만 발할 수 있는 ‘강인한 호랑이’의 가호를 백호검에 내릴 것을 약속합니다.]놀란 표정을 짓는 현수에게 그들이 말했다.
“친우의 이야기 잘 들었네.”
“우리의 친우가, 대악마 그레모리와 싸워야 한다고?”
“자네의 걸음이 무거울 것을 아네. 앞으로도 무겁겠지, 힘들겠지. 쓰러지고 싶을 때도 있을 거네.”
그리고 북왕, 그가 놀라서 망치를 놓은 그에게 다시 그를 쥐여 주었다.
“그날, 우리가 함께 걷겠네.”
[세 왕은, 당신을 지킬 것입니다!]먼 땅.
세 호랑이와 대장장이의 우정, 그리고…….
[세 왕은, 당신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 줄 것입니다.]새로운 친우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모두 현수란 사람이 만들어 낸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