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38)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38화(38/312)
수리 불가 (2)
현수는 일어나자마자 라마스의 종 확인을 위해 걸음하고 있었다.
“저기요!”
갑작스레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유저……?’
현수를 부른 이는 여성 유저였다. 그것도 척 보기에도 아주 미녀였다.
키는 166cm 정도 되어 보였고 기다랗게 기른 머리칼과 짙은 갈색 눈동자가 인상적이다.
또 새하얀 피부에 청순함이 한가득 묻어났다.
‘뭐지?’
현수는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여성이 잠시 멍한 표정으로 보고 있자 고개를 갸웃했다.
곧 넬이 고개를 저었다.
‘정신 차려, 그래 봤자 사기꾼이야.’
물론 단정 짓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넬의 상식에선 레벨 40 유저가 수리 불가의 아티팩트를 수리했다는 건 들어 본 적이 없다.
‘애초에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아레스에는 정말이지 많은 수리 불가의 아티팩트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도굴꾼에게 발견된 전설의 궁수 카야의 활도 수리 불가 아티팩트였다.
정말이지 많은 이들이 그 활을 수리하는 걸 시도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시스템이 도와주지 않으니까.’
전설 아티팩트인 그 활은 수리만 되어도 천문학적인 가치를 가진다.
그런데 수리 불가라는 것이 애초에 이러한 아티팩트가 있었다, 존재한다라는 것을 보여 주는 예시에 불과했다.
‘수리할 수 있다면 그런 것들 싹 다 가져다 수리하게?’
넬이 팔짱을 꼈다.
“망해 가는 카셀 영지를 이용해 이윤을 챙기실 생각이라면 그만둘 생각이 좋을 거예요, 제가 그렇게 되지 않게 할 거거든요.”
“음?”
그 말을 들은 현수는 고개를 갸웃했다가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칼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황금방패 길드 분이시군요.”
“네, 이제 아셨죠? 전 상급 대장장이예요. 저 라마스의 종이 수리할 수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고요.”
팔짱을 낀 그녀가 짝다리까지 짚었다.
그에 현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일단 라마스의 종을 확인해 봤다.
(라마스의 종)
등급: 에픽
내구도: 수리 불가
특수능력:
·라마스의 종이 있는 영지 반경 5km의 언데드 20% 약화.
·언데드를 공격하는 자들의 공격력 및 방어력 6% 상승.
·영지민들의 활력 5% 상승.
·영지에 가뭄이 일어날 확률 10% 하락.
·농작물이 잘 자랄 확률 20% 상승.
설명: 카셀 영지를 수호하고 있는 라마스의 종이다. 완전히 파괴되어 수리할 수 없다.
라마스의 종은 형체를 잃었다.
백색으로 이루어졌던 그 종은 완전히 깨져 버려 그 잔해가 쌓여 있는 수준이다.
손으로 그것을 쓸었다.
[라마스의 종은 수리할 수 없는 아티팩트입니다.]현수는 그런 라마스의 종을 찬찬히 살펴봤다. 어떠한 재료로 구성되어 있고 어떤 방식으로 제작되었는지.
‘사실 기대했는데.’
현수는 아주 손쉽게 수리할 수 있지 않을까란 희망도 걸었다.
신의 긴급제작을 얻었던 것처럼, 더불어 대장장이의 신의 효과에 대장장이 일과 관련된 것을 하면 스킬이 개방될 수 있다고 했다.
만지는 순간 신의 스킬 하나 개방할까 했더니.
‘쓸데없는 생각 말자.’
현수는 고개를 저었다. 시스템적 의존은 좋지 않았다.
깨져버린 파편을 들어 올려 더 차분히 살폈다.
재료는 생각 외로 너무 평범했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이게 신성력이 깃든 건가?’
철에서 느껴져야 하는 차가운 감촉 뒤로 알 수 없는 따스함이 느껴졌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때 넬은 이 사내가 자신의 경고를 들을 생각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이봐요, 되도록 하시려는 일 그만두셨으면 좋겠어요.”
그때.
현수가 땅에 자신이 들고 있던 파편 조각을 떨어트렸다.
그러고는.
콰지이익-
발로 짓밟았다.
넬은 당혹스러웠다.
곧 고개를 갸웃한 현수가 품에서 망치를 꺼냈다. 그 망치로 그 파편조각을 힘껏 두들겼다.
쨍그랑-!
파편 조각이 수십 개로 쪼개져 버렸다. 넬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일에 눈을 뜨고 끔뻑끔뻑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 잠깐만요, 멈춰 봐요.”
결국 넬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넬이 아무리 대장장이라고 하나 레벨 290의 고레벨이다.
힘 스텟이 그보다 월등히 높다.
그런데 곧 넬은 의아함을 느꼈다.
‘뭐지……? 레벨 40이 왜 이렇게 힘이…… 쎄……?’
흡사 100 정도는 될 듯하다.
물론 그래 봤자 넬에겐 고만고만한 수준이었지만.
그보다 여전히 현수는 계속 그것을 깨부수고 있었다.
“그만하세요, 아무리 수리 불가 아티팩트라지만 그렇게 다 깨부수면 어떻게 해요.”
그녀는 이런 스타일의 사람은 아니었지만 물리적인 충돌도 불가피하다 판단했다.
그때.
“수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현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완전히 바스라진 조각들을 바라봤다.
완전히 바스라진 파편 조각들.
분명히 짓밟고 더 부수었다. 작게 깨진 유리 파편처럼 되어 버렸으나 현수는 똑똑히 보고 있었다.
‘아무리 부수고 망가뜨려도 재료가 보유한 신성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현수가 칼에게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 이유는 사인검을 만들면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현수여도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긴급제작 시 사인검에 신성력을 담을 수 있던 이유는 애초에 사인검이 그런 용도의 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면 현수도 아티팩트에 신성력을 불어넣을 수 없다.
더불어 렌더라는 백부장은 말했다.
신성력이 깃든 아티팩트는 교의 대장장이 혹은 교의 재료들로만 가능하다.
교의 재료들만이 가능한 이유는 그 재료에 신성력이 깃들어 있어서다.
‘이 깨져 버린 재료들도 신성력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물리적 충격을 가해도, 변질시켜도.’
그 신성력은 변하지 않는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수리하겠다는 거예요?”
그러나 현수는 그녀를 이해했다.
더불어 그녀가 좋은 사람임을 인지했다.
‘카셀 영지를 무척 많이 생각하시는구나.’
또 칼이 그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척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그마치 기사단장인데.
왜일까? 그녀가 최선을 다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할 수 있는 걸 없다고 할 수도 없고.
“수리해야죠.”
“그니까, 수리 불가인 걸 어떻게 수리한다는 거죠? 수리 불가 아티팩트잖아요. 시스템적 도움도 받을 수 없고 자동수리 버튼도 뜨지 않아요.”
“……꼭 그런 게 있어야 수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네?”
넬의 동공이 흔들렸다. 앞의 사내의 표정에는 진심이 있었다.
‘무슨 소리지……? 꼭 그런 게 있어야 수리할 수 있는 건 아니라니……?’
그럼 어떻게 수리한다는 거지……?
넬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사내의 얼굴을 보면 그는 진심이었고 자신의 상식에선 불가능이다.
알 수 없는 생각이 끊임없이 충돌을 일으키고 넬은 말을 잃고 그를 바라봤다.
둥, 둥, 둥-!
그때 그녀의 복잡한 생각이 거세게 울려 퍼지는 북소리에 깨어났다.
“언데드들이 모이고 있어!”
“놈들이 밀고 들어온다!”
그리고 성벽 위에선 칼 단장이 외쳤다.
“영지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여인과 아이, 노인을 제외한 영지민들은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들고 집결한다!”
“예!”
“또한 싸울 수 없는 자들은 곧바로 피난 준비를 시작하라!”
넬의 얼굴이 굳어졌다.
방금 전 사내와 나눴던 대화는 순식간에 잊혀졌다.
그녀가 성벽을 향해 내달렸다.
그리고 집결을 시작한 엄청난 숫자의 언데드들이 보였다.
인근에 위치한 언데드의 땅.
그놈들이 드디어 새로운 터전으로 이곳을 얻겠다 결심한 것이다.
곧바로 알림이 울려왔다.
[카셀 영지 업데이트가 곧 시작됩니다.] [카셀 영지 업데이트는 1주일 동안 진행될 예정입니다.] [카셀 영지 업데이트 후 언데드의 영지가 세워질 예정입니다.]아레스의 업데이트는 여러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가장 보편적으로 스토리 형식의 업데이트가 자주 진행되는 편이다.
더불어 이세진 대표는 말했다.
‘원치 않는 업데이트요? 그런 업데이트마저도 유저들이 힘을 합치면 바꿀 수 있는 게 아레스입니다. 아레스는 높은 자유도를 추구하니까요.’
유저들은 그에 기뻐했다. 업데이트는 말 그대로 ㈜푸름이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업데이트에 경우 유저들은 자유롭게 참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넬은 현실을 알고 있다.
‘업데이트가 무산되는 경우는 10%도 되지 않아…….’
그녀가 기사단장 칼을 향해 달려갔다.
“단장님……!”
“……아직 가지 않은 겐가? 어서 피하시게.”
단장 칼은 씁쓸한 표정으로 넬을 바라봤다.
“저도 돕겠습니다.”
“고맙네, 그에 따른 보상은 톡톡히 하겠네.”
단장 칼의 눈빛은 슬펐다.
그 눈빛은 이리 말하는 것 같았다.
‘살아남는다면 말일세.’
***
넬과 이야기를 끝낸 단장 칼은 다급하게 영주성에 들어섰다.
서둘러 한쪽 무릎을 꿇고 영주를 알현한 칼은 케른 영주에게 보고했다.
“곧 전투가 시작될 겁니다. 피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현수라는 이름의 대장장이가…….”
애석하게도 케른 영주는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침통한 표정으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는 고개를 저었다.
“피하지 않겠네.”
케른 영주가 술을 들이켜며 실소했다.
“내가 어찌 일군 영지인데, 병사들을 버리고 도망가는가!”
칼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좋은 분이시다.
그리 외치시며 두려움에 삼켜져 술을 들이켜신다. 본래 술을 입에도 대지 않던 분이시다.
그리고 케른 영주는 술기운의 힘으로나마 이곳에 남을 것이었다.
더불어, 병사들이 전멸한다면 함께 죽으리라. 그리고 케른 영주는 술기운에 더 솔직해졌다.
“칼 단장.”
“네, 영주님.”
“……그런 헛된 희망은 버리시게. 불가능한 일일세. 자네가 보고를 올린 현수라는 대장장이. 그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칼은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그는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영주 케른의 말이 그를 흔들었다.
“보았을 걸세, 라마스의 종은 부서졌거나 금이 갔다고 볼 수 없네. 깨져 버렸네, 수십 조각으로 나뉘어져 깨져 버렸어. 그걸 수리한다? 수리 불가가 아니었다 해도 애초에 수리하기 힘든 물건이야.”
사실이었다.
그건 수리할 수 있다는 개념의 것이 아니다. 그리 말해 놓고도 케른 영주는 술을 들이켜며 비통하게 웃었다.
“그런데도 된다면…….”
그 역시 사람인지라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
“내 무엇이 그에게 아깝겠는가. 내 영지를 구했고 내 병사들을 구한 자인데……!”
“……맞습니다.”
칼 단장이 고개를 주억였다.
곧 케른이 나가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칼이 나서고 케른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한 일이야, 불가능한 일…… 그것은 절대 수리될 수 없어…….”
그가 다시 침통한 표정으로 술을 들이켰다.
***
‘수리할 수 없다.’
현수는 결론을 내리며 대장간에 들어와 라마스의 종의 잔해들을 바닥에 쓸어냈다.
그러나 현수는 넬에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둥-둥-둥-
현수가 바깥에 울리는 북소리를 들으며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가 연필로 빠르게 무언가를 양피지에 그려나갔다.
‘시스템적 도움은 없으나 물리적 충격은 가해진다.’
짓밟고 망치로 가격했을 때 종은 분명히 충격을 입었다.
충격을 입었다는 건 시스템적 제한이 ‘자동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지 수작업으로 하면 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더불어 그 재료들은 어떤 충격을 가해도 신성력을 잃지 않았다.
어느새 종의 설계도를 그린 현수가 그것을 벽 한편에 붙였다.
그래, 라마스의 종은 수리될 수 없다.
“그렇다면 저 재료를 녹여 다시 만들면 된다.”
현수가 내린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