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390)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391화(391/435)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거북선 (1)
파리온 제국.
아레스에서 가장 큰 제국이며, 여러 개의 나라를 속국으로 만들어 더 큰 제국을 일궈 낸 곳이다.
인구수가 수억을 넘어서며 고야드의 인구가 고작 300만을 넘어선다는 걸 가정하면 정말이지 엄청난 힘을 가진 국가였다.
그러나 거대한 제국이라는 것은 그만큼 많은 적을 두었다는 것도 있다.
그들은, 천만대군까지 운용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그럴 수 없다.
군대가 빠져나가면 곳곳에서 전쟁 중인 국가들이 밀고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천만대군을 운용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고야드는, 이제 파리온이 전쟁을 시작한 여러 국가 중에 하나에 불과했으니까.
“파리온 제국이 전쟁을 먼저 선포당한 건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먼저 일어난 전쟁 선포는 시대를 이끄는 왕, 볼론드의 심기를 자극하기 충분했고 그가 꽤 큰 힘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방금 그 말을 중얼거린 사내.
제국의 귀족이란 말이 난해할 정도로 누더기스러운 옷들을 입고, 크고 녹슨 대검을 찬 사내다.
그는 누구인가?
파리온 제국에 힘으로 굴복당한 불쌍한 존재다.
한때, 해적들을 이끌고 해적들의 왕이라 불렸던 아카오다.
그는 바다의 전설이었다.
루카엘 공작이 미묘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바다의 영웅이었던 자도, 결국 폐하 앞에 굴복하였지.’
꽤 된 일이다.
그가 영웅이라 불렸던 이유는 해적치고 강했고, 해적들을 규합하여, ‘규율’을 만들었던 자이기 때문이다.
해적이란 족속들이 어떤 족속이던가?
그런 것을 감안했을 때 아카오는 놀라운 자였다.
또 루카엘 공작도 기억한다.
아카오를 굴복시키려던 당시.
천 척에 이르는 배에 수십만 해적들을 통합하여 대항했던 그의 모습을.
그러나 지금은 파리온의 개에 불과했다.
또 그의 해적들은, 이제 그날 이후 해산되었다.
더러운 잡종들을, 볼론드 황제가 제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아서다.
그에 아카오는, 꼭 이 전쟁을 승리시켜야 할 이유가 있다.
“그 약속, 지키셔야 합니다. 고야드를 저에게 주겠다는 약속을요.”
루카엘은 작게 웃으며 말했다.
“여러 곳들을 이용해 파리온 제국 군사들이 아스간 대륙에 들어설 것이다. 대륙과 대륙 사이를 잇는 길 여러 개를 통해. 그리고 또 이 바다를 통해. 이 바다는 아스간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제국군 30만이 그대의 손에 달렸음도.”
그에 아카오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웃었다.
“현이란 자가 수백 척의 배를 만들고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본래 고야드를 지키기 위한 병기가 아닌, 자신들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만들던 배가 고야드를 위해 띄어지겠지요, 쯔쯔.”
아카오는 혀를 찼다.
“무능하고 아둔한 자입니다. 제국의 정보력은 상식을 초월하며 왕국의 하녀 숫자까지 알고 있는 것이 우리 제국이죠, 물론 아틀라스를 지키기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그 배 수백 척을 부술 화포를 실었죠.”
아카오가 어떠한 장비를 가리켰다.
“용화포(龍火砲). 단숨에 배의 갑판을 부수고 침몰시키는 대형 화포입니다. 또 우리는 그 배의 숫자가 정확히 154척이라는 것도 압니다.”
적의 배의 숫자를 정확히 안다는 것.
이미 바다는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증표였다.
“아틀라스에서 그 배 하나라도 출정하는 순간, 우리는 알게 되기도 할 겁니다.”
아카오는 자신만만했다.
루카엘 공작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지상군을 이끌고 가도록 하겠네.” 화포
“예, 아스간 대륙에서 뵙도록 하죠.”
이야기를 끝마친 두 사람이 각자의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루카엘은, 그러다 출항을 시작하는 30만 군을 실은 아카오의 배를 보았다.
아카오의 말처럼이다.
우리는, 그들보다 뛰어난 정보력을 가졌다.
이미 수백 척의 배가 있다는 것만을 알아도 대비할 수 있고, 고작 30시간 만에 반파시킬 수 있다.
또 핵심은 이것이다.
배가 출항한다는 것은, 곧 그곳에 명장 현이 타고 있다는 뜻이 되니, 그를 포로로 잡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어리석다. 어리석어.”
누구보다 바다를 잘 아는 것이 아카오다.
그는, 바다에서는 신이다.
그런 그 앞에, 배를 끌고 온다면, 제국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전부 바닷속에 수장시켜 버릴 수 있으리라.
그때.
보이지 않게 투명화되어 ‘모든 기운을 숨긴 채’ 적진을 정찰할 수 있는 한 마리 고양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냐앙.”
꼬리깃을 세운, 검은 고양이가 조심스레 루카엘 공작을 쫓아갔다.
그리고 모든 시야.
현수와 공유되고 있었다.
*
*
*
판스.
얼마 전 군주 현수가 지어 준 태명이자 이름, 백호(白虎)의 아버지다.
판스는, 느낄 수 있었다.
군주께서 이름을 지어 주신 이 백호가 정말이지 특별한 아이가 될 거라는 걸.
또한, 판스 부부는 애초에 가난한 부부였다.
또 판스의 아내가 임신을 한 상황이었기에 그녀는 일할 수 없었다.
이때 자비로운 영주 현수 님께서 아내에게 일명 ‘꿀보직’을 주셨다.
바로 현의 박물관의 티켓을 발매해 주는 일이었다.
본래라면, 이 현의 박물관의 티켓 발매해 주는 일은 꿀 같은 일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영지전 발발 전부터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겼기 때문이며, 전쟁 준비를 위해 잠시 폐점했다.
그리고 오늘 한 명의 손님이 왔다.
남편 판스다.
배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백호가 있는 배를 어루만진 판스는, 표를 끊었다.
그와 함께 현의 박물관에 입장했다.
“백호야, 이곳이 너의 이름을 지어 주신 분의 아티팩트들이 전시된 곳이란다.”
어느새 현의 봄의 특별전, 가을전까지 치르고 혹독한 겨울이 되었다.
그리고 현수는, 이 박물관이 부흥하자 특별한 힘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신전에서 이뤄지는 ‘업적의 그림.’
업적의 그림이란 것은 그가 겪었던 것.
혹은 앞으로 행할 것들을 ‘전시회’로 지정하면 그에 맞춰 그림이 저절로 그려져 전시된다고 한다.
그 그림 전시회 쪽으로 걸어가던 판스와 아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백호검 그림전이 바뀌었군?”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백호검 그림전이었다.
무엇이 걸려 있던가?
세 마리 호랑이 틈에서 무구를 제작하는 현의 모습.
대악마 그레모리 앞에서 ‘울어라, 백호’를 말하던 현의 모습.
수많은 군중 속에서, 자신에게 다가와 백호의 이름을 지어 주며 웃으시던 군주님의 모습이었다.
백호검에 끝에, 우리 아이 백호가 있었던 것에 두 사람은 감격했다.
지금의 그림전의 이름.
[고야드 그림전]“……?”
“……?”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그를 관람해 나갔다.
첫 번째 그림.
부복하는 현과 검왕 바라드의 첫 만남이었다.
현수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자 다소 놀란 표정을 짓는 바라드가 보였다.
두 번째는 이프리트를 죽인 후, 자괴감에 목숨을 끊으려는 바라드를 위로하는 현의 모습이었다.
그다음에, 검왕과 현수가 친우가 되어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그림이 있었다.
두 사람이 자신들도 모르게 웃었다.
애초에 그들도 한때, 고야드의 백성이었기에.
그들은 계속 걸으며 그림들을 감상했다.
이어지는 그림은, 혈귀대로 인해 무너지는 고야드 틈에서 모든 지휘권을 받은 현수가 고야드군을 지휘하는 모습이었다.
그를 보며, 두 사람의 가슴이 고조되어 갔다. 어떤 그림이 나올지 알아서다.
이번의 그림은 조금 특별했다.
바라드가 현수를 보며 어떠한 말을 하는 그림이었으며, 그림의 제목은 왕명이었다.
현수를 완전히 왕의 후계자로 인정한 날을 그린 거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림.
“…….”
“…….”
그를 본 두 사람은 슬펐다.
그림은 총 두 장이었다.
한 장은, 파리온 제국에서 보낸 아카오란 해적왕이 천 척이 넘는 배를 이끌고 고야드로 진격해 오는 그림이었다.
두 번째 그림.
땀 흘려, 수백 척의 배를 제작해 나가던 대장장이들이 넬의 말을 듣고 좌절하는 모습이었다.
그처럼, 그들 역시 좌절했다.
“……백호야, 이를 어쩐단 말이냐.”
“적들이, 다 알고 있는 거죠? 우리가 배를 만들고 있었고 그를 이용해 영지를 지키려고 했다는 사실을요.”
“……그런 걸 거야, 당장 배들의 제작을 중단하라고 했으니까.”
판스 부부는 슬펐다.
또 배 속의 아이, 백호가 있는 배를 어루만졌다.
그들은 더 이상 그림이 이어지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이 이상 이어지는 그림은 고야드와 아틀라스의 몰락이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예술가도 자신의 몰락을 그림에 담지 않는 것처럼.
‘그림전’에 그다음을 그리지 않으시는 거다.
바로 그때.
판스의 아내는, 갑자기 백호가 배를 차는 충격을 받았다.
그에 아내가 다시 그림이 있던 곳을 바라봤다.
두 사람의 눈이 커졌다.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고 있어?”
그것은 정말이지 빠른 속도로 그려져 나갔다.
첫 번째 그림.
생생하게 그려져 나가는 이 그림은, 현재의 상황을 보여 주는 것만 같다.
검왕 바라드와 현수가 마주했다.
둘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판스는 예리하게 현 상황을 알아챘다.
“바라드 전하께서, 바다에 절대 배를 보내지 말라고 하신 거다…….”
그리고 곧 현수가 뭐라 외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은, 유추할 수 없었으나 곧 새겨지는 글귀가 그 뜻을 알아차리게 한다.
[저에게는, 아직 한 척의 배가 남았습니다.]“???”
“???”
판스와 아내는 의아해졌다.
자신들이 아는 선에서, 154척의 배를 제외하고 또 다른 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순간, 새로운 그림이 그려져 나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 그림.
어떠한 이름 모르는 무수히 많은 자들이 건자재를 나르며, ‘최초의 배’를 건설하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다.
두 번째 그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 최초의 배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모습이 보여진다.
그리고 세 번째.
사각사각사가각-!
빠른 속도로 그려지는 그 배의 모습을 보는 판스 부부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지금 어떠한 것을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어떠한 것이란 무엇인가?
바로, 우리가 한낱 ‘박물관’이라 믿었던 배였다.
지금 자신들이 타고 있는 배.
그와 함께 또 다른 그림이 그려져 나간다.
그 그림을 보는, 판스 부부의 가슴이 미치도록 뛰기 시작했다.
그것은, 총 두 장의 설계도였다.
하나의 설계도는, 154척의 배의 설계도였다.
그리고 그 설계도를 본 판스는, 대장장이였기에 알 수 있었다.
“……이상해.”
“뭐가요?”
“이건 분명, 전투용 배야, 그런데 사용된 자재와 이런 것들을 보면 내구력이 형편없어, 그리고…….”
판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기가 하나도 실려 있지 않아.”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내는 이해할 수 없었다.
곧 두 번째 설계도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판스는, 해당 박물관 건립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여 그려져 나가는 박물관이자 최초의 배의 설계도를 본 판스의 온몸에 끝없는 전율과 끝없는 흥분감이 치솟고 있었다.
그 역시 하급 따위였으나 대장장이였기에 알고 있었다.
“……완벽해. 그리고 대단하군!!”
그는, 알 수 있었다.
154척의 배는, 거짓된 배였다.
실제로 모든 자재가 싸구려임이 증명하며, 흔한 나무판자 쓰레기들 따위나 모아 만들어 돈도 얼마 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반대로.
이 배의 설계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달랐다.
이 배는, 가짜 배와 다르게 그 크기가 세 배 이상 컸다.
하물며, 고작 이 한 척의 배에 실려 있는 무기의 종류가 수십 가지 이상이었으며.
“헉…….”
판스가 더 충격을 받은 건 배의 내구력과 살상력이 보기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는 거였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최근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
가짜를 만드는 척하며, 더 이상 개미 새끼 한 마리 드나들지 않는 이 박물관에 쏟아부었음을.
그리고.
사각사각사각사각-
마지막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 마지막 그림에는, 출정을 준비하는 이 배가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었다.
그리고 곧 한 명의 사내가 발끝부터 그려져 나갔다.
“주군이다.”
“아아, 우리의 영주님.”
판스와 아내의 가슴이 고조되어 갔다.
그러나 어떠한 인물이 그려질수록, 두 사람은 당황했다.
그는, 우리의 군주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려져 나가는 인물이 훨씬 키가 컸으며, 호랑이를 닮은 얼굴을 가진 사내였다.
또 의아한 것은, 현수의 것과 미묘하게 달라 보이나 그가 차던 쌍룡검과 닮은 검을 차고 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판스 부부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배에 오르는 건, 현수가 아니라 앞의 사내가 될 거라는 걸.
두 사람이 그림에 새겨지는 마지막 글귀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 배와 이순신.]“이순신이 누구지?”
그들의 의문 속.
우리가 아는 전설이 태동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