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3)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3화(3/312)
아직 만들고 싶다 (2)
짹짹-
새의 지저귐이 현수의 귀를 간질였다.
눈부심에 눈을 감고 있던 현수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자신이 알던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길 곳곳에 중세 시대에 입을 법한 갑옷을 입은 NPC들이 걸어 다녔다.
또 허름한 옷을 입고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듯 보이는 다른 유저들도 눈에 들어왔다.
현수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캐릭터 생성창에서 그랬던 것처럼 손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꽈아아악-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수차례 반복해 본다.
현수는 오른손을 쓸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조심스러워지곤 했다.
혹여 더 다칠까, 더 악화될까.
하지만 이곳에선 아무리 힘을 줘도 힘이 들어갔다.
작은 웃음을 지은 현수가 곧 먼 곳에 있는 목각인형 타격장을 발견했다.
‘저기가 성공만 하면 5천만 원짜리 캡슐을 주는 곳이라 이거지?’
현수에겐 캡슐을 살 돈이 없었다.
때문에 이 게임으로 돈을 벌기 위해선 무조건적으로 저 목각인형 부수기에 성공해야만 했다.
“야, 봐라. 이 형님이 캡슐 얻어 내고 만다.”
“오, 저게 그 25억 명이 실패했다는 마의 목각인형 때리는 곳인가?”
현수처럼 게임을 처음 시작한 이들도 목각인형에 관심을 보였다.
‘(주)푸름 마케팅 잘하네…….’
현수는 감탄했다.
어떻게 보면 유저들이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유발한 거니, 참으로 대단한 발상이다.
현수도 그들을 따라 걸어갔다.
‘일단 무기를 제작하기 전에 목각인형이 어떤지 확인하는 게 먼저지.’
현수는 앞에 선 교관들을 발견했다.
교관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목각인형을 두들기는 유저를 바라봤다.
한 교관이 현수를 보더니 다가왔다.
“이중에서 아무 목검이나 골라 목각인형을 50회 가격해라.”
띠링!
[퀘스트: 목각인형 50회 타격]등급: 튜토리얼
제한: 게임 시작자.
보상: 10실버.
실패 시 페널티: 다음을 진행할 수 없음.
설명: 가장 기초를 배우자.
“아무거나 고르면 되는 건가요?”
교관은 고개만 끄덕였다.
현수는 길게 늘어져 있는 목검들을 바라봤다.
그 목검들의 수는 약 500개는 되어 보였다.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왔다 갔다 하는지 알려 주는 대목이었다.
현수는 아무 목검이나 집으려다 멈칫했다.
‘음……?’
현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목검을 집자마자 전해져 오는 감촉, 느낌.
예전에 현수는 아버지와 함께 용돈이라도 벌기 위해 목검을 수천 개는 만들었다.
그만큼 생계를 이어 가는 게 쉽지 않았었다.
그 때문에 목검에 쓰이는 재질도 잘 알았다.
‘잠깐만…….’
현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굳이 목검을 늘여 놨지?란 생각이 든다.
그것도 500개를.
게임에선 이런 거추장스러운 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
또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목검의 감촉에 있었다.
그의 눈이 목검들을 쓰윽 흩었다.
분명 모두 같은 색이었다. 다른 게 있다면 외형이다.
어떤 것들은 번질거리고 어떤 것들은 남이 많이 휘둘러 나무껍질이 튀어나와 까끌해 보인다.
한 목검을 만졌던 현수는 이번엔 옆에 있던 다른 목검도 만졌다.
‘다르다…….’
겉모습은 같아 보이지만 이 자리의 많은 목검들은 모두 다른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박달나무로 만든 것들이 90% 정도.
그 외에 대추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등이 쓰인다.
박달나무로 만든 검은 단단하다.
다른 것들도 썩 나쁘지 않다.
그러나 만약 최고의 선택지가 있다면 그를 고르는 게 맞지 않을까?
‘원래라면 색으로 구별하면 되는데…….’
일부러 색을 다 감춰 둔 것 같다.
현수의 손이 목검을 하나씩 집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이봐, 아무거나 대충 잡아다 가격해라.”
“좀 더 좋은 거 고르면 좋잖아요.”
교관이 퉁명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곧 다른 유저에게 다가갔다.
현수는 계속해서 손으로 목검들을 쓸어 댔다.
그러다 이윽고.
‘이거다……!’
현수가 작게 웃음 지었다.
겉보기에는 이곳저곳 나무가 벌어지고 손때가 묻은 듯 보이는 목검이다.
‘이러니 사람들이 이걸 안 잡지.’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이건 흑단으로 만들었어.’
흑단.
흑단은 여러 개의 나무 중 가장 단단하고 목검을 만들기 최고의 효율을 가진다.
즉, 이 목검들 중에서 흑단이 최고라는 거다.
“이걸로 해야지.”
목검을 선택했다.
그러자.
띠링!
[히든피스. 진짜를 감별하는 능력자.] [손재주 3을 획득합니다.]‘음?’
현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히든피스.
게임에 숨겨진 비밀과 그를 풀어내면 얻는 보상.
아주 극악적인 확률, 또는 유저의 특별한 행동에 따라 발동되는 특별보상이다.
현수는 잠시 이게 왜 히든피스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 운으로라도 고를 텐데?’
그러다 현수는 아차 했다.
‘난 목검 수십 개를 직접 만져 보고 감별했구나.’
알림엔 분명 ‘감별’이 쓰여 있다.
즉 그냥 선택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목검을 직접 만지고 쓸어 봐서 선택하는 게 조건일 확률이 높다.
더불어 목검의 감촉만으로 그를 감별하는 건 일반인들에겐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리고 놀라운 일은 또 벌어졌다.
스스스스스-
[흑단으로 만든 목검이 빛을 발아합니다.]일반적인 나무 빛깔을 띠던 목검이 본래 흑단으로 만들었을 때의 흑빛 색을 띠었다.
“야, 저 유저 목검 좀 봐.”
“뭐지?”
“히든피스네! 그 커뮤니티에 알려진 흑단 히든피스. 근데 저거 알고도 못 한다?”
“응? 왜?”
“알아도 일반 사람들은 감별 못 한대.”
“오오…… 대단한 인재…….”
사람들은 현수에게 잠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곧 교관이 다가오자 몰려오려던 유저들이 도망치듯 움직였다.
“축하한다. 좋은 목검을 얻었군. 목각인형 타격을 시작하기 전에 스텟에 대해 설명해 주마.”
기본 스텟은 다섯 종류.
힘, 체력, 민첩, 지력, 지혜.
“특수 스텟은 차차 알아가면 될 것이다. 또 상태창이나, 퀘스트창은…….”
그저 그에 대해 중얼거리면 된다고 한다.
“상태창.”
(현수)
레벨: 1
직업: 무직
힘: 5 민첩: 5 체력: 지혜: 5 지력: 5 손재주: 3
“손재주 스텟은 어디에 쓰이는 건가요?”
“손재주 스텟은 비전투직 직업군들의 제작, 생산, 요리 등을 할 때 더 쉽게, 더 훌륭하게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아주 미미하지만 공격력 등에도 영향을…….”
“오…….”
현수에겐 꼭 필요한 스텟이었다.
현수는 그다음 흑단으로 만든 목검도 확인했다.
(흑단으로 만든 목검)
등급: 일반
내구도: 500/500
공격력: 11
특수능력:
·힘+1
설명: 일반 목검보다 공격력이 4 높으며 힘+1까지 얻을 수 있는 흑단 목검이다.
‘크…….’
현수는 감탄했다.
일반 목검보다 공격력이 4가 높으며 힘이 오른다.
첫 시작점부터 더 나은 시작이 되는 셈.
그리고 마침내 현수가 목각인형 앞에 섰다.
‘10회 타격에 부수면 5천만 원이다……!’
그가 곧 온 힘을 다해 두들겼다.
퍼어엇
퍼억
퍽퍽퍽-
그러나 총 열 번을 두들긴 현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걸 어떻게 부숴……?’
[목각인형의 내구도 811/1,000] [목각인형 부수기에 실패하셨습니다.] [30분 후 재도전할 수 있습니다.]현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열 번을 두들겼는데, 절반의 내구도도 깎지 못했다.
심지어 흑단으로 만든 목검으로 두들겼음에도 말이다.
‘이러니까 25억 인구가 실패하지…….’
그러나 현수에겐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일.
일단은 남은 40회를 마저 타격했다.
[퀘스트: 목각인형 50회 타격 완료.] [10실버를 획득합니다.]현수가 그곳을 벗어났다.
현수는 어제 지훈이 돌아가고 난 후 아레스 초보존에 대해 조사했다.
일단 검을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게 있다.
‘재료와 대장간.’
이 두 가지가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대장장이라도 제작할 수 없다.
다행스러운 일은 이 초보존은 전직할 순 없었지만 대장간은 있었다.
또 대장간에서 얻을 수 있는 퀘스트도 있었는데, 토끼 가죽 50개를 모아 오는 퀘스트이다.
하지만 잘 하지 않는 퀘스트라고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대장간에서 주는 보수가 너무 짜서라고 들었다.
물론 토끼 가죽 50개 모으기 퀘스트를 위해서는 아니다.
대장간을 사용하기 위해선 대장간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법.
그를 위해 걸음을 옮겼다.
***
따아앙, 따아앙, 따아아앙-!
초보존의 대장장이 렌은 온 힘을 다해 뜨겁게 달궈진 철을 두들기고 있었다.
두들기던 그가 멈추며 얼굴을 굳혔다.
“젠장, 이것도 실패다…….”
그는 초보존의 교관들과 근래 사이가 좋지 않았다.
초보존의 교관들은 자주자주 날 갈기를 위해 대장간에 방문했고 비싸다고 하소연했다.
그 하소연이 반복되다 보니 말다툼으로 번졌다.
‘대장간 이용 가격은 대장장이의 실력에서 책정되는데, 초급 대장장이인 자네가 이렇게 비싼 게 말이 되나?’
그것은 렌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나도 꽤 좋은 검을 만들 수 있어. 요새는 슬럼프일 뿐이다!’
‘슬럼프가 평생 가나? 뭐, 자네가 지금 내가 가진 검보다 좋은 검을 제작해 주면 인정해 주지. 지금 이 이야기에 대한 사과도 하고.’
‘사과? 아니, 내가 그 검을 만들면 앞으로 날 갈기 비용을 30% 올릴 테다!’
‘……그러든가.’
렌은 자존심에 커다란 스크래치가 났다.
하지만 벌써 수십 개의 검을 만들었음에도 그 교관이 가진 검보다 뛰어난 검은 나오지 않았다.
근접한 것들은 나오긴 했으나 그의 말처럼 한낱 ‘초급 대장장이’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계속 두들기다 달궈진 그것을 한쪽에 치워 버린 그가 또 다른 달궈진 철을 꺼냈다.
“왜 안 되는 거지?”
강도가 문제였다. 더 좋은 강도가 있어야 검은 쉽게 부러지지 않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격력 높은 검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달궈진 철을 두들겨 봐도 그런 검은 나오지 않았다.
따아아아앙-!
따아아아앙-!
따아앙-!
이곳에 대장간은 하나.
당연하게도 렌에게도 꿈이 있었다.
지금보다 더 나은 경지에 이르러 자신의 역작을 뛰어넘는 것.
아니 역작이랄 것도 없었다.
살면서 레어 아티팩트 하나 만들지 못했던 자신이니까.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따아아아앙-!
자신의 이 미천한 실력을 탓하며 그는 이를 악물었다.
이 초보존의 유일한 대장간.
모든 인간이 그렇듯, 그는 교관들에게 보란 듯이 보여 주고 싶었건만.
“제발 조오옴……!”
따아아앙-!
그러나 역시 결과물은 별로였고 계속 두들겨 댔다.
결국 그가 치아를 꽉 물고 팔에 힘이 빠져 가려던 때.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정체 모를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렸던 렌은 한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렌은 지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딱 보기에 이방인이 분명하다.
“아, 죄송합니다. 방해할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이방인은 서둘러 예의 바르게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가 예의를 차리든 말든 렌은 어이가 없었다.
‘한낱 이방인 따위가……?’
지금 자신의 대장장이질에 훈수를 두는가?
이제껏 많은 이방인들이 대장간을 지나쳤다.
하지만 이방인들은 자신의 대장장이질을 보며 감탄했다.
‘와, 저게 대장장이……!’
‘크, 멋지다!’
왜 그런 말을 하겠는가?
그들은 대장장이 일을 몰라서다.
그런데 이 앞의 사내는 뭔데 감히 그런단 말인가?
성큼성큼 걸어간 렌은 심술이 났다.
“그럼 어떻게 하는 거지? 한번 해 보든가.”
화난 표정으로 그가 자신이 쥐고 있던 망치를 건넸다.
***
대장간에 온 현수는 렌이 건네는 망치를 보며 자신이 실수했음을 느꼈다.
다 끝나고 말할 걸 그랬나……?
하지만 그가 하는 혼잣말을 들으며 더 나은 것을 제작하고자 함을 깨달았다.
왜 훈수를 두었는가? 더 나은 검을 만들기 위해 그에게 필요한 것이니까.
‘이 검의 제작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작은 한숨을 쉬며 현수가 그 망치를 건네받았다.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잡아 줘야지.’
그가 대장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3년 만에 쥔 망치가 그의 피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