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409)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410화(410/435)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카벨의 가디언 (7)
폭군 제바르.
그는 처음부터 그런 이름으로 불린 것은 아니었다.
언데드들과 함께 자랐던 제바르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사람들은 ‘죽은 자의 왕’이라고 불렀다.
누구보다 강한 힘을 가졌던 제바르는 어느 날, 패왕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찾아갔다.
이유?
간단했다.
“……친해지고 싶군, 우리 둘 모두 같은 입장이니까. 크큭.”
당시, 둘 모두 젊었으며 제바르는 그에 어울리는 친구란 존재는 유일하게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또 평생을 홀로 살아왔고, 자신을 죽이려던 부모를 스스로의 손으로 죽이고 악마와 계약했던 제바르는, 그라는 고고한 존재와 자신만이 친구가 될 수 있다 믿었었다.
그러나 패왕은 조소했다.
“이유 없이 한 영토를 몰살시키고 언데드로 만들었다지, 그곳 영주에겐 그 이유가 재밌어서라고 하였고.”
제바르는 그가 가식 따위를 내려놓길 바랐다.
“힘 있는 자는 본디 위에 올라서는 법 아니던가, 원래 약자는 힘 있는 자의 즐거움에 소모품이 되는 것. 그대도 알고 있지 않나.”
그러나, 당시 패왕이 한 자루 검으로 자신의 언데드 군단을 썰어 버리곤 도망치는 그에게 말했다.
“힘이란 무릇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 네놈은 힘을 가질 자격이 없는 폭군 따위에 불과하다.”
그것이 도망치던 제바르가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그날 이후로, 제바르는 ‘폭군’이란 이름으로 살아왔다.
또 스스로 이런 생각을 했다.
애초에 ‘패왕’은 그 누군가와도 연을 쌓지 않으며 그러기 위해선 그와 동등한 강한 힘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제바르는 자기위안 삼았고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오늘.
[패왕이 강림합니다.]패왕의 갑옷에 숨겨져 있던 기능.
‘오직 진짜 대장장이만을 위한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패왕이 말해 주지 않았던 진실이 드러난다.
무수히 많은 위험과 고난에 노출될 그를 위해 넣었던 힘이다.
-뭐, 뭐죠!?
-누가 나오는 겁니까!?
패왕의 갑옷에서 뿜어진 흑빛 기류가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간다.
만들어지는 그 흑빛 기류를 보며 사람들이 가장 관심 갖는 건 그가 쥔 검이다.
-아니, 저게 뭐야ㅋㅋㅋ
-……갑자기 나타나길래, 기대 겁나 했는데, 검 꼬라지가 1레벨 유저도 안 가지게 생겼네.
그가 쥔 정체 모를 검은 울퉁불퉁하고 균형이 맞지 않아 보였다.
너무도 형편없이 만들어진 검인지라, 쥐도 안 가질 날붙이로 느껴진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검이 출현합니다.]-……!
-……!
-???
잠깐, 전 세계가 패닉에 빠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검.
한참 현수가 명예의 탑에 올라 있을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검이 탄생했고 그를 만드는 데 일조했던 대장장이 이야기가 아레스 전역을 삼켰다.
-그, 그럼 지금 저 검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검이라는 겁니까? 이해할 수 없군요.
사람들은, 몰랐다.
아름다움이란, 애초에 추상적인 것임을.
외로운 사람 앞에 피어난 꽃은 그 어떤 것보다 절망적으로 느껴진다.
행복한 사람에게 피어난 꽃은 더없이 아름답고 찬란하다.
[시대를 이끌던 왕이 출현합니다.] [그의 이름, 패왕입니다.]이윽고 완전히 드러난 모습.
키가 훌쩍 큰 장신의 사내를 보며 전 세계인들은 당황했다.
-패, 패왕이요!!!?
-아레스 역사상 가장 강한 NPC로 기록된 그 패왕 말입니까!?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패왕의 등장을 이해할 수 없었고, 진짜인지 판가름할 수도 없었다.
폭군 제바르가 입을 떼기 전까진.
“……패왕, 네놈이 여긴 어쩐 일이지? 자식을 잃고 사라졌단 이야기는 들었었다, 큭.”
제바르의 목소리, 격양됨이 있었다.
한때 놈은 자신을 그저 미치광이, 폭군 X신 따위로 취급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어떤가?
너무도 고귀하고 위대하다.
이제 곧 한 명의 대장장이와 후계자를 통해 신화적인 ‘피조물’의 탄생이 눈앞이었으니까.
그런데 패왕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어둠의 기운에 의해 데스나이트가 되어 가던 현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어둠의 힘에 한 번의 손을 저었다.
[데스나이트화가 중단됩니다.]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옵니다.]전 세계는 또 한 번의 충격에 빠졌다.
-제바르가, 무시당했습니다.
제바르는 패왕을 보며 은근 반가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마치 지나가는 벌레를 보듯 신경 쓰지 않았다.
하물며.
“갑옷에 숨겨진 힘이 이런 건 줄은 몰랐네요, 그간 행복하셨습니까?”
끄덕-
패왕은 현수를 보며 빙긋 웃었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패왕은, 냉혈인이라고 알려집니다. 어떠한 나라의 왕은 그가 ‘감정 없는 꼭두각시’라 표현했는데, 그것이 틀렸던 것이었을까요?
곧 그들은 현수를 대할 때와 제바르를 대할 때의 차이에서 알게 된다.
숨을 헐떡거리는 현수를 보며, 굽혔던 무릎을 펴며 일어나는 그가 말했다.
“네 덕분이었다.”
그것이 폭군 제바르에게도 세계에도 충격을 선사했다.
특히 폭군 제바르가 가지는 패닉이 제일 컸다.
그가 단순히 자신을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가, 자신이 약해서라고 생각했었다.
그저 그보다 약했기 때문이라고 믿었지만, 저자가 패왕의 ‘은인’이며 ‘친우’였다.
제바르는 믿을 수 없었다.
“저깟, 작은 대장장이가 뭐라고? 크하하하학!”
수백 년의 세월을 부정당한 듯하다.
그러나 되레 고맙다.
그가 자신을 버린 덕분에 수백 년 동안 자신은 무한히 강해졌다.
비록 성군 하룬에게 당해 약화되었다 하지만, 패왕 역시 약화되었다고 알고 있다.
“……네놈을 다시 만나 친우가 되고 싶었다. 데스나이트로 만들어서 평생!”
패왕을 데스나이트로 만든다면, 또 현을 이용해 아티팩트로 무장시킨다면, 그 역시 신화적 피조물을 이룬다.
제바르는, 보여 주고 싶기도 했다.
[창조의 지팡이 속, 아공간 존재들을 부릅니다.]그 안에서 레벨 500대에 이르는 천 마리가 넘는 드레이크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미친…….’
그제야 현수는 알게 되었다.
제바르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자신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음을.
정확히 드레이크 1,013마리와 레벨 600이 넘는 초월종 키메라 드래곤.
그 위에 탄 폭군 제바르의 광소를 보며 현수의 얼굴이 사색으로 물든다.
특히 제바르는, 그가 사라진 그때부터 약화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죽어.”
제바르의 광소 어린 표정이 한순간에 굳었다.
동시에 움직이는 키메라 드래곤과 1천마리 드레이크가 입에서 동시에 거대한 브레스를 응축한다.
그를 보던 패왕 바로크.
그는 사실, 현재는 현수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일개 대장장이 막내에 불과했다.
또, 그가 대장간 일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에게 ‘새로운 영감’을 심어 주고 있어서도 있다.
매번, 검만이 강함의 척도라고 믿었던 그에게 새로운 지식을 심고, 새로운 힘의 태동을 깨닫게 했다.
그것의 증명.
“용광로.”
대장장이들이 불을 피우는 화로다.
그와 함께 제바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땅의 균열을 느낀다.
그 균열은 반경 100m를 원으로 둘러싸듯 거대했다.
그리고 용광로는, 철을 녹이기에 그 어떤 것보다 고열인 것이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앙-!!!
반경 100m의 땅에서 악마가 빚은 지옥불과 비견되는 거대한 불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은 그 불기둥의 반경에 있는 모든 것이 사라져 간다.
쿠화아아아아악-!
드레이크들이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살가죽이 타올라 뼈가 되었고, 그 뼈가 곧 한 줌 재로 흩어진다.
“키헤에에에에엑!”
그 강하고 드높아 보였던 키메라 드래곤.
그 한 마리 키메라 드래곤이 힘겹게 버티고자 발악한다.
또 제바르는 위험을 직감했다.
“나를, 감싸라.”
키메라 드래곤이 온몸으로 제바르를 감쌌다.
이어, 눈앞에 펼쳐지는 진풍경을 보는 세계인들은 말문을 잃었다.
높게 솟았던 수도의 건축물들과 드레이크 1천 마리가 흔적도 없이 소멸되어 사라져 있다.
또 키메라 드래곤의 모든 살가죽이 타올라 뼈만 남았고, 그 안에 버티고 선 제바르가 입에서 꿀럭이는 피를 토했다.
[폭군 제바르의 HP가 35% 미만으로 하락합니다.]그리고 현수 앞에 고고하게 버티고 선 패왕이 바르센과 함께 빚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검으로 그를 겨눴다.
“꺼져라.”
그러나 패왕, 내색하지 않지만 이 한 번으로 모든 힘을 소진한 상태였다.
물론 제바르 역시 그 상황을 알아챘지만, 그가 대부분 힘을 소진했다고 해도 이길 수 없는 상황인 걸 알아차렸다.
폭군 제바르의 눈이 카벨에게 향했다.
“그렇다고 내가 포기할 것 같은가? 크하하하하학!”
미친 듯이 광소하는 제바르가 키메라 드래곤과 하늘로 솟아올랐다.
“이번엔 졌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는…….”
폭군 제바르는 곧 등 뒤로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카벨에게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태동하고 있어서다.
그것.
어떠한 조건을 마지막으로 충족한 것이었고, 그 마지막 조건은 ‘죽은 자의 왕으로부터 승리할 것’이었다.
그렇다, 죽이는 게 아닌 승리였다.
그로 인해 제바르는, 알게 되었다.
[죽음의 신이 될 자를 억압할 수 없습니다.] [한 신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오싹-
폭군 제바르는, 그 어떤 것도 얻지 못하고 몸을 돌렸다.
[폭군 제바르가 도망칩니다!]감히 한낱 왕 따위가, 신에게 대항할 수 없어서였다.
그리고 도망치는 제바르를 보며 현수는 알게 된다.
[패왕은, 당신을 위해 1회의 힘만을 발할 수 있습니다.]즉, 그는 1회의 공격만 적에게 행할 수 있었고 모든 힘을 소진해 자신을 구해 준 거다.
“또 만나지.”
솨아아아아아-
[패왕이 돌아갑니다.]모든 상황이 일단락되었다.
현수와 카벨은, 이제 파크로 왕국의 왕으로부터 무한한 사랑과 찬사를 받으며, 이 퀘스트의 끝을 내면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일어났다.
[안트로 왕이 달려옵니다!] [안트로 왕이, 패왕에 의해 사라져 버린 건축물에 의거 크게 분노한 상태입니다!] [어쩌면 안트로 왕이 당신들게 그 죄를 물을지도 모릅니다!]“……?”
“……?”
현수와 카벨이 동시에 주변을 둘러봤다.
현수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아니, 이렇게 트롤을 남기고 가신다고요, 패왕 전하……?’
방금 전, 그 용광로란 힘.
몬스터와 함께, 수도의 1/7가량을 날렸다.
‘빠, 빡칠 만한데?’
두 사람이 식은땀 흘렸다.
[카벨: 어떡하지, 현수?] [현수: ……내게 방법이 있어, 잠깐만.] [카벨: 방법?]곧 신하들과 함께 안트로 왕이 성난 표정으로 달려왔다.
그의 솔직한 심정을 표현하면 이렇다.
기쁜데, 화난다!
방금 전의 용광로로 수도의 많은 것이 삭제되었다!
그런데 뛰면서 묻는다.
“……이거 화내야 하는 건가, 안아 줘야 하는 것인가?”
“……저도 모르겠습니다. 전하.”
자신의 기분 아리송하다.
곧 안트로가 결심했다.
그 앞에 당도해, 화를 내고 아틀라스에 청구하기로 마음먹은 안트로 왕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현수가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쿠훼에에에에엑!”
심장을 부여잡고 털썩 쓰러지더니, 초점 없는 눈으로 무릎 꿇고 쓰러져 다가오는, 안트로 국왕을 바라봤다.
안트로 국왕.
그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그리고 곧, 현수가 천천히 입을 뗐다.
“……백성들은 괜찮습니까?”
“…….”
그는 그제야 그가 쓰러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설마, 패왕을 소환하느라, 생명을 매개체로 쓴 거요? 어째서 그렇게까지 한 거요!?”
안트로 국왕은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멀리 있던 안트로는 은인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던 바.
그에 현수 간헐적으로 몸을 벌벌 떨며 희게 웃었다.
“……저 역시 군주니까요.”
“…….”
그에 의해, 안트로는 이 상황이 진짜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눈을 떨었다.
그를 의아하게 하는 건 이 상황에서 아무런 제스처도 취하지 않고 있는 카벨이었다.
[현수: 빨리 맞장구치라고! 돈 물어 주면 아틀라스 재정 바닥 난다고!]현수는, 속이 타들어갔다. 다 된 밥에 카벨이 트롤짓을 뿌리고 있던 거다!
그런데.
[카벨: 이미 하고 있다.] [현수: ???]안트로가 멀뚱멀뚱 선 카벨을 마주했다.
“……어찌!”
카벨의 한쪽 눈에서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