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54)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54화(54/312)
세 자루의 검 (1)
고야드 왕국 기사단의 부기사단장 벨라.
제 2기사단을 이끄는 그녀는 왕국이 알아주는 인재다.
신성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녀는 고작 만 21세의 나이에 부기사단장 자리에 올랐으니 그 유능함은 이미 증명한 셈이다.
그런 벨라는 바라드 왕이 지시하는 여러 업무들을 처리하기도 하는 편이다.
그녀는 문 바로 앞에서 바라드 전하와 현수가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왕께서 대장장이 현(現)이라는 이에게 오래도록 기다렸던 검의 제작을 의뢰하신 거다.
그리고 현을 내보내시고 잠시 자신을 부르셨다.
“벨라, 난 곧 화룡의 둥지로 출발하고자 한다.”
왕께선 씁쓸하게 웃으셨다.
“네가 현이라는 대장장이가 만든 검을 가져와 주었으면 한다. 너는 대장장이의 딸이니 잘 알고 있겠지.”
벨라는 다른 기사들보단 대장장이 일에 일가견이 있었다.
“좋은 등급의 검이 나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맞습니다. 전하.”
벨라는 왕이 검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예전에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말한 적 있다.
세상에는 왕께서 탐내실 만한 명검은 많았고 뛰어난 등급을 가진 검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왕께서 원하시는 효과를 가진 검은 많지 않다는 게 문제이며 다른 문제도 있었다.
“대장장이들은 레어란 이름의 검을 백 자루 중 한 자루 만들어 낸다고 하였지.”
이것은 평균적인 데이터다.
“또 에픽이란 등급의 검은 오백 자루 중 하나. 유니크란 검은 일평생 한 번이 나올까 말까.”
그가 쓰게 웃음 지었다.
“그 말은 한 자루의 레어가 탄생하기 위해 99자루란 일반적 검이 존재했다는 것이며, 에픽이란 검을 만들기 위해 499자루의 평범한 검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유니크부터는 그 수치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으리라.
“그랬기에 내가 그 검을 얻을 수 없었겠지, 그래서 일말의 기대를 걸어 본다.”
왕께서 걸어 보는 기대는 무엇인가.
“스스로의 힘이 실력에서 비롯된다 말한 대장장이다. 모든 인간은 타고난 재능이 존재하는 법.”
검왕 바라드와 이 자리에 선 벨라가 산증인이다.
실력을 가졌어도 그보다 더 높은 곳에 있게 하는 힘.
“감히 내 앞에서 실력을 운운한 그 대장장이기에 나는 걸어 보는 것이다.”
그 목소리에서 벨라는 눈치챘다.
왕은 이번의 화룡의 둥지 레이드를 마지막 도전으로 여길 것임을.
그렇기에 과감하게 모든 재료를 줄 수 있었던 거다.
“어쩌면 나는 지금 한계를 느낀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의 실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궁금하다.”
벨라는 이쯤 돼서 물었다.
“그가 어느 정도의 검을 만들어 오길 바라십니까?”
“백년한철은 특별한 재료이지, 그러한 특별한 재료는 백 자루 중 하나의 레어라는 것을 어그러트려 주는 힘을 가졌을 거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특별한 광물에 열광한다.
“욕심을 부리자면 짐은 유니크란 이름의 검을 원하고 있다. 평범한 대장장이들은 일평생을 바쳐도 얻지 못하는 검을.”
그의 목소리에서 씁쓸함이 느껴진다.
재료는 고작 세 자루를 만들 수 있는 양만큼만 남았다.
“물론 욕심이다. 그가 백년한철의 힘을 최대치로 이끌 수 있는 에픽의 검을 만들어 온다 해도 만족할 것이다. 화속성 저항력도 최대치가 되어야 할 것이고. 그 정도만 되어도 그는 자신의 발언을 증명할 테니.”
오백 자루 중 하나인 검. 거기에 원하는 만큼의 화속성이 깃든 검을 제작한 것이니까.
“그런 검으로도 안 된다면 나의 실력 문제이겠지, 벨라.”
“예, 전하.”
“그대가 직접 가서 그가 말했던 실력이란 것의 힘을 보거라.”
왕의 목소리는 작은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그가 과연 오백 자루 중 하나라는 것을 어그러트릴 힘을 가진 대장장이인지. 또한, 짐이 만족할 만한 검 제작이 끝나면 곧장 그 검을 가지고 화룡의 둥지로 달려오라, 그동안 커스가 만들어 준 검으로 버텨 보겠다.”
“명을 받듭니다.”
벨라는 곧장 현수를 이끌고 왕실 대장간으로 향했다.
잠시 자신의 세계에 다녀온다던 그에게 고개를 주억여 준 후 상념에 잠겼다.
‘전하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자만인가, 자신감인가.
그리고 벨라는 전하를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무사히 돌아오셔야 합니다.”
왕은 벌써 두 번을 도전하셨고 실패하셨다.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이다.
검왕 바라드 역시 실패한 것.
그러다 걱정이 든다.
‘전하께선 필사적이나, 그 역시 그럴까.’
그 마음가짐이 때론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그리고 사라졌던 그가 돌아왔다.
돌아온 그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말하지 않았는데 말했다.
“이 검이 제 인생을 바꿔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마음가짐이군요.”
벨라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넬과의 통화를 끝내고 온 현수는 의욕이 샘솟고 있다.
‘이 검이 내 인생을 바꿔 줄 것이다.’
현수는 신의 맞춤제작을 발동시켰다.
[신의 맞춤제작을 시작합니다.]“전하께선 화속성 저항력을 45% 이상 끌어올려 주시길 바란다고 했죠?”
현수는 벨라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
“맞습니다.”
“더 극대화시켜 봐야겠네요.”
다시 한번 백년한철의 정보를 열람하고 그 효과를 확인했다.
화속성 저항력 56% 상승
빙속성 스킬 에픽까지 상승.
검 절삭력 112% 상승.
내구도 무한까지 상승.
검 스킬 공격력 35% 상승.
광물이나 제작법에 적혀 있는 내용은 최대치를 의미한다.
이 최대치는 유저의 레벨, 스킬의 힘 등 다양한 것에 의해 무시되기에 절대적 수치는 아니다.
‘화속성 저항력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화속성 저항력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건 쉽지 않습니다.] [내구도와 절삭력, 검 스킬 공격력을 포기하고 제작을 시도합니다.]현수는 적절히 조율했다.
내구도는 꼭 엄청 높아야 할 필요는 없었고, 또 절삭력과 검 스킬 공격력이 높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된다.
빙속성의 힘이 깃들었다는 건 화속성 저항과 만났을 때 추가 데미지를 낼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저 세 가지를 빼고 화속성에 올인하면 더 훌륭한 효과를 내는 게 가능하다.
마침내 현수가 제작을 위해 용광로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벨라는 한쪽에 서서 말했다.
“괜찮은 검이 제작되는 대로 곧바로 바라드 전하에게 전해 드리고 올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괜찮은 검이 한 번에 제작되어도 계속 제작해야 하는 게 맞죠?”
“네.”
“좀 바빠지시겠네요.”
벨라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바빠진다?
그 의미를 곧 이해할 수 있었다.
바라드는 에픽 등급의 검만 나와도 곧바로 가지고 오길 바라고 있었다.
현수의 말은 즉 자신이 세 번을 빠르게 왕복해야 할 것 같다는 말로 들린다.
자신감 하나는 대단한 자다.
‘어떤지 볼까?’
그녀의 아버지는 뛰어나진 않았지만 나름의 대장장이였던 사람.
어려서부터 대장장이 일을 봐 왔기에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 수 있었다.
벨라가 차분한 눈으로 그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
화룡의 둥지는 아레스에서 가장 난이도 높은 사냥터로 손꼽힌다.
최소 레벨 300~450 사이의 사냥터라고 알려진 곳.
그리고 이 화룡의 둥지 안에서도 구역마다 난이도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검왕 바라드가 들어온 곳은 화룡의 둥지 중 가장 난이도 높은 이프리트의 무덤이었다.
레벨 400 이상이 아니면 넘볼 수도 없는 사냥터.
이제껏 이방인들은 들어온 적이 없다.
아니, 들어와도 입구 초입에서 대부분 전멸당했다.
이곳 이프리트의 무덤에 들어온 지 4일째.
그들과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던 바라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치이이이이익-
화염의 전사라는 놈과 자신의 검이 맞닿은 순간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뚝, 뚝뚝-
쇳물이 되어 흐르는 그 검은 레어 등급의 것.
그에 바라드가 등 뒤에 차고 있던 다른 검을 쥐고 모조리 양단 냈다.
모두 양단 낸 후 그는 망연히 자신의 검을 바라봤다.
‘……녹고 있다.’
새로 꺼내든 이 두 번째 검 역시 레어.
화속성 저항력은 25%.
공격력 등과 여러 것들을 감안했을 때 훌륭한 검이다.
물론 이 검을 초월하는 등급의 검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이곳 화룡의 둥지의 몬스터들에겐 ‘무기를 녹이는 힘’이 모두 깃들어 있다는 것.
그 어떤 명검도 녹아 버리기에 꼭 화속성 저항력이 높은 검이 필요하다.
더불어 바라드의 수준에서 이러한 수준의 사냥터는 크게 어렵진 않다.
문제는 비상식적인 고열이다.
당장에 검만 녹이는 이 고온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또 엄청난 갈증이 밀려온다.
그는 몸을 돌렸다.
‘나아갈 수 없다.’
이미 무기는 망가졌고 더 이상의 걸음은 진짜 개죽음이 될 것이다.
‘……나는 결국 할 수 없는가?’
바라드의 몸이 가냘프게 떨렸다.
바라드가 화룡의 둥지와 검 제작에 집착하는 이유.
‘이 끝에 내 아들을 죽인 놈이 있다…….’
절망적인 표정으로 바라드가 몸을 돌릴 때 한 여인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
벨라였다.
바라드의 얼굴이 구겨졌다.
“벨라, 분명히 말하였을 텐데, 좋은 검이 나왔을 때 나를 찾아오라 하지 않았는가!?”
허겁지겁 달려왔던 벨라는 곧 고개를 저었다.
“좋은 검이 제작되어서 온 것입니다.”
“……뭐!? 벌써?”
며칠이 지났지? 4일? 5일?
첫 번째 검이 제작되기 충분한 시간이긴 하다.
한 번에 자신을 만족시킬 만한 검이 나왔다?
그 순간 벨라가 그 검을 내밀었다.
“첫 번째 검입니다. 확인해 보시죠.”
바라드는 검을 쥐는 순간 온몸을 타고 전해지는 감촉을 느꼈다.
차갑다. 이 뜨거운 고열 속에서도 이 검은 자신의 온몸을 냉기로 감싼다.
비 오듯 흐르던 땀이 멈추고 목구멍을 마르게 했던 갈증이 사그라진다.
막 검을 확인하려던 때.
바라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화염 골렘을 발견했다.
마그마 골렘.
이곳에서만 서식하는 놈은 온몸이 마그마로 이루어져 있다.
닿는 순간 온몸이 녹고 뼈만 남아 버린다.
“벨라, 피해라!”
위험하다. 놈은 벨라를 쥐기 위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이미 그 떨어지는 밑에 벨라가 있었으니.
그때 벨라가 말했다.
“전하, 베어 보소서!”
바라드와 그녀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의 목소리를 바라드가 귀에 담는다.
그리고 용암에 뒤덮인 마그마 골렘을 베어 냈다.
[화속성 몬스터를 공격할 때 빙속성의 힘이 깃듭니다.] [빙속성 몬스터에 한해 75%의 공격력이 상승합니다.]쩌저저저적-
그 순간 레벨 420의 높은 방어력을 자랑하는 마그마 골렘.
온몸이 뜨거운 마그마로 이루어진 놈이 베인 부위부터 시작해 완전히 얼어붙었다.
쿠우우우웅-
얼음 동상이 되어 땅에 떨어진 마그마 골렘을 보며 바라드는 그 검을 놀란 표정으로 들여다봤다.
“이것이 첫 번째로 제작한 검이라?”
그리고 떨리는 가슴으로 확인해 봤다.
(현의 네 번째 맞춤제작 검)
등급: 에픽
내구도: 3,000/3,000
공격력: 351
제한: 제작자 제한 없음, 200~450
특수능력:
·화속성 저항력 98%
·빙속성 공격력 25% 상승.
·화속성 몬스터에 대해선 빙속성 공격력 75% 상승.
설명: 바라드 왕을 위해 맞춤제작한 현의 네 번째 맞춤제작 검이다.
“……?”
바라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45% 이상의 화속성 저항력이면 족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98%의 화속성 저항력이라니?
더불어 화속성 몬스터에게는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75%의 공격력이 상승한다.
방금 전 자신이 검을 휘두를 때 골렘을 얼린 건 이 빙속성 공격력이 높아서 벌어진 일.
곧 벨라가 한 말이 그를 더 놀라게 했다.
“두 번째 검에선 빙속성 신비의 힘을 극대화시켜 보내 준다고 합니다. 전하의 입맛대로 골라 쓰시면 된다 말했습니다.”
뭐지? 이 미친 자신감은?
그런데 그 자신감을 증명하는 아티팩트가 자신의 손에 있었다.
그리고 벨라가 말했다.
“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백 자루의 검을 제작하면 몇 개의 레어를 제작하냐고요.”
평균의 대장장이들은 백 자루를 만들어야 한 자루의 레어를 얻는다.
“그는 이리 답했습니다. ‘전 한 번도 일반 등급의 아티팩트를 제작한 적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