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56)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56화(56/312)
세 자루의 검 (3)
검왕 바라드는 이프리트가 있는 곳 한편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가 자신이 쥔 검을 바라봤다. 현의 네 번째 맞춤제작 검은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녹아내렸다.
입고 있는 갑옷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작 5초 만에 약 30%의 내구도를 잃은 거다.
‘반…….’
검왕 바라드가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한번 꽉 쥐었다.
아들이 선물해 준 목걸이 역시 녹아 있다.
유니크 등급의 아티팩트도 모조리 녹여 버리는 이프리트의 특성.
하지만 바라드는 몸을 숨긴 그곳에서 걸어 나왔다.
더 이상 피하지 않기로 했다.
‘설령 죽더라도 놈을 함께 데려간다.’
곧 이프리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체고 3m 높이에 이르며 온몸이 들끓는 화염에 뒤덮인 놈. 한 손에는 타오르는 창을 들고 있다.
[이프리트 Lv.406]순수한 강함만 놓고 봤을 때 놈은 바라드보다 약하다. 문제는 그 무엇이든 녹일 고열이다.
모습을 드러낸 바라드가 이프리트에게 달려들었다.
콰자악-
가장 뛰어난 검술을 펼친다 알려진 검왕의 검이 이프리트를 베어 낸 순간 뜨거운 화염이 솟구친다.
“쿠하아아악!”
어느새 검은 50% 가까이 더 녹아내렸다.
그 검을 놈의 가슴팍에 박아 넣고 힘껏 끌어올렸다.
푸화아아악-
화르르륵-
그와 함께 검왕 바라드의 몸에 들끓는 화염이 옮겨붙었다.
[이프리트의 불꽃]그 어떤 것도 녹이는 이프리트의 불꽃이 바라드의 온몸에서 발화했다.
하지만 바라드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검격이 놈을 베고 또 베고 베고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프리트는 알아챘다.
자신이 이겼다.
그는 이미 죽어 가고 있었고 무기마저 망가져 있었다.
그 뭉특해져 버린 검 끝은 더 이상 자신을…….
푸화아아악-
“우오오오!”
베였다.
이프리트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반쯤 녹아내려 쇳물이 뚝뚝 흐르는 검이었다.
그 검으로 자신을 베어 낸 그를 보며 등 뒤로 소름이 돋았다.
그자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사내 역시 놀라운 육체를 가진 자.
빠른 속도로 육체가 재생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열기에 의해 타들어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팔이 녹아내리는 사내는 자신을 계속, 계속 베었다.
차카가가각-!
공포.
이프리트는 공포에 휩싸였다.
바라드가 이를 악문다. 그가 양손으로 검을 힘껏 쥐어 놈의 목을 쳤다.
퍼서어어어억-
무딘 날은 놈의 목을 한 번에 베지 못했다.
두 번.
세 번.
네 번.
놈을 데려가고 마리라.
그 순간 이프리트의 발길질이 그를 걷어찼다.
뒤로 날아간 바라드는 죽음의 순간이 도래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승산은 있다.
놈의 목은 반쯤 잘렸고, 자신에겐 그를 벨 마지막 힘이 남아 있었으니.
그러다 바라드는 자신이 걷지 못함을 알고야 말았다.
“…….”
이프리트의 소환에 의해 흘러나온 용암이 바닥 전체를 적시고 있었다.
바라드는 불멸자라 불리는 자신이라 할지라도 저 용암길을 걸으면 녹아내리라는 걸 깨달았다.
그의 시선이 검에 닿았다.
손아귀에 있던 검은 완전히 녹아내려 있었으며 갑옷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라드가 이프리트를 바라봤다.
거센 화염에 뒤덮인 이프리트는 자신과 다르게 재생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땅의 용암을 보며 자신 역시 녹으리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바라드는 한 걸음을 뗐다.
“……!”
이프리트는 경악했다.
용암에 발이 닿는 순간 아무리 불멸자의 육체를 가졌다 해도 녹는다.
이프리트는 본능적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에 반사적으로 자신이 쥐고 있던 들끓는 창을 내던졌다.
콰르르르륵-
거센 파공음을 내는 화염의 창이 그의 심장을 노리고 쏘아졌다.
바라드의 눈이 그 창을 바라봤다.
저 창이 가슴을 꿰뚫는 순간 자신도 뼛가루가 되어 흩어지리라는 걸 직감하는 순간이었다.
바라드는 원통했다.
아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건만 놈의 손엔 아들도, 자신도 죽게 될 생각에.
그때.
까드드드득-!
“……?”
바라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에게 날아오던 창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날아오는 창의 속도가 느려진다.
그리고 창에서 들끓는 화염이 그 형상 그대로 얼어붙었다.
바라드의 사고가 잠시 정지된다.
이프리트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지금 무엇을 본 것인가?
그때.
“……전하!”
익숙한 목소리. 부단장 벨라의 목소리였다.
그때 주변을 빠른 속도로 얼어붙게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까르르르륵-
격랑한다.
입구 쪽에서 시작한 파도 같은 얼음의 격랑이 삽시간에 모든 걸 얼려 버린다.
어느새 바라드의 발끝까지 도달했던 용암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냉각되어 얼어붙었다.
수백 개의 격랑의 얼음 조각이 이프리트의 무덤 전체를 장악한다.
‘……검이다.’
이건 대장장이 현의 검.
그러나 바라드는 실소를 머금었다.
그 검 역시 이프리트의 특성에 의해 녹아내릴 것을 알아서였다.
그 순간.
“전하!”
이번엔 대장장이 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와 함께 본능적으로 바라드는 팔을 들어 올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기감만으로 날아오는 검의 그립을 쥐었다.
차악-!
그 순간.
[전설과 전설이 마주합니다.] [검의 모든 효과가 5% 더 뛰어나집니다.] [화속성 저항력 343%입니다.]“……?”
바라드의 온몸을 덮었던 이프리트의 불꽃이 그에게서 흐르는 냉기에 꺼졌다.
뜨겁지 않다.
주변에서 느껴지던 후끈한 공기도.
종유석에서 떨어지던 한 방울의 용암도.
그리고 이프리트는 그 검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다.
이프리트가 자신의 특성으로 그 검을 녹이기 위해 집중했다.
꽈르르르르륵-
바라드가 쥔 검을 흑염이 뒤덮었다. 그런데…….
“그거 못 녹일걸?”
갑자기 나타난 사내가 자신감 어리게 웃었다.
이프리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럴 리 없다.
자신의 무기는 유니크라는 이름의 것들마저 녹여 버린다.
그런데…….
검은 녹지 않았다. 되레, 쩌저저저적 거리는 소리를 내며 흑염을 얼려 바닥에 떨어지게 만들었다.
쿠우웅-
바라드의 숨이 가빠진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이 검은 어떤 힘을 가졌기에……?’
그가 그 검을 확인했다.
(현의 여섯 번째 맞춤제작 검)
등급: 전설
내구도: 6,000/6,000
공격력: 517
제한: 300~450, 검성 이상
특수능력:
·화속성 저항력 343%
·빙속성 공격력 194% 상승.
·화속성 몬스터에 대해선 빙속성 공격력 397% 상승.
·액티브 스킬 서리의 꽃.
설명: 바라드 왕을 위해 맞춤제작한 현의 여섯 번째 맞춤제작 검이며 현의 첫 번째 전설 제작품이다.
“…….”
바라드의 숨이 멎을 듯하다.
전설.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검.
이 검이 확신을 심어 줬다. 바라드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냈다.
그리고 그 검을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
현수와 함께 당도한 벨라는 이프리트를 향해 나아가는 전하를 보았다.
그가 달릴 때마다 주변의 공간이 급속도로 얼어붙는다.
당혹한 표정의 이프리트가 뜨거운 화염을 폭주시킨다.
그 화염이 자신에게 격랑하는 빙속성의 힘을 녹여 낸다.
이프리트가 달려오는 바라드를 향해 자신이 던졌던 창을 염동력으로 회수한다.
회수되는 창이 바라드의 등 뒤에서 그를 노렸다.
그때 바라드의 몸이 뒤로 가파르게 꺾이며 그 창을 피해 내곤 미끄러지며 나아간다.
그 창은.
퍼지이이이익-
되레 이프리트의 가슴에 꽂혔다.
창을 양손으로 쥐고 뽑아내려는 이프리트는 당혹스러웠다.
날카로운 시선의 바라드가 흑빛의 눈동자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어서였다.
그러나 이프리트는 웃었다.
자신은 그와 다르게 이미 회복할 대로 회복했다.
자신은 그의 검 몇 번에 죽지 않는다.
그렇기에 승리를 자신…….
그 순간 바라드의 검이 그를 베어 냈다.
“서리의 꽃.”
그 읊조림과 함께 이프리트는 눈앞에 살랑살랑 떨어지는 눈의 결정체를 발견했다.
자신이 베인 부위로 수천 개에 이르는 눈의 결정체가 꽃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결정체가 닿은 부위가 급속도로 냉각된다.
쩌저저저저저적-
베인 부위부터 시작해 스멀스멀 이프리트의 몸 곳곳으로 번져 나간다.
이윽고 얼굴까지 얼어붙기 시작한 이프리트는 흔들리는 눈으로 바라드를 눈에 담았다.
퍼서어억, 퍼석, 퍼서억-
이프리트의 몸이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무너진 부위가 급속도로 녹아내려 땅에 스며든다.
솨아아아아아-
그렇게 녹아내리기 시작한 이프리트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와 함께 바라드가 무너져 내렸다.
벨라는 희열했다. 전하께서 드디어 오랜 염원을 이루셨다.
그에게 힘껏 달려가려 했다.
그런데 죽어 버린 이프리트의 주변에서 뜨거운 화염이 솟구쳤다.
푸화아아악-
그 화염은 벨라가 다가갈 수도 없게 불타올랐다.
네임드 몬스터 중 어떠한 놈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길동무를 만들려 한다.
그 화마가 무릎 꿇은 전하의 주위로 번져 나갔다.
다가서지 못하는 벨라가 외쳤다.
“……전하, 나오소서!”
그러나 왕은 움직이지 않았다.
양손으로 목걸이를 쥐고 겸허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신다.
벨라는 깨닫고야 말았다.
왕은 살아갈 이유를 잃었다.
아내를 잃고 아들을 잃어, 새로운 목표 속에 살아가던 그가 이제 비로소 편안해지고자 한다.
“전하, 전하아아아아!”
달려가고자 한다.
그러나 몸을 녹이려는 화마에 벨라는 움직이지 못했다.
편안해지기 위해 천장을 바라보는 왕의 모습이 눈에 담긴다.
벨라는 순간 혼란에 빠졌다. 왕을 구하는 것이 맞지만 정녕 왕께선 그것을 원하는가?
물론 자신이 다가설 수 없는 화염이었으나 왕의 마음을 헤아리는 벨라는 정답을 내릴 수 없었다.
그때.
이방인 현수가 터벅터벅 앞으로 걸어갔다.
이방인 현수는 너무도 나약하다.
저 화염 속에 잠깐이나마 닿아도 소멸될 정도로.
그런데 걷는 그의 바로 위로 광물이 솟구쳐 오른다.
홀로그램으로 솟구친 광물이 녹아 제련, 정제, 단조, 연마의 과정을 거친다.
푸른색 갑옷이 그의 몸에 걸쳐진다.
철컥-
화아아아아아-
갑옷에서 퍼지는 냉기가 그를 보호한다.
화르르르르륵-
현수가 화염을 뚫고 걸어 들어간다. 벨라의 눈이 흔들린다.
그도 알겠지.
그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많이 없다는 것을.
그는 나약했으니.
그런데 그가 왕과 대화를 나눈다.
그가 무어라 소리치고 왕이 그의 멱살을 잡고 소리친다.
그러다, 왕이 그의 몇 마디의 말에 고개를 떨구고 흐느낀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현수의 손이 왕을 보듬는다.
‘왕을 위로한다…….’
그래, 이방인 현수는 왕을 위로하고 있다.
그의 어깨를 두들기며.
그에게 따스한 말 몇 마디를 건네며.
무슨 이야기인지는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곧 왕이 몸을 일으켰고 현수란 이방인이 스르르, 잿더미가 되어 흩어진다.
그를 잠시 바라보던 왕이 한 걸음, 두 걸음을 떼어 화마를 비집고 나온다.
알 수 없는 후련한 표정.
현수가 있던 자리를 돌아보던 왕.
그리고 천천히 무너져 내리셨다.
“전하아아!”
벨라는 그를 데리고 필사적으로 그 무덤을 벗어났다.
마차가 왕을 실고 달렸고 최고의 사제들과 최고의 치료약으로 왕을 보살폈다.
그리고 며칠 후 눈을 뜨신 왕께서 먼 허공을 바라보다 첫마디를 떼셨다.
“보고 싶구나.”
“…….”
자주 듣던 말이다.
그는 줄곧 그 말을 했다. 왕자가 보고 싶다며.
그런데 곧 왕이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현수. 그 아이가 너무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