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95)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95화(95/312)
광명의 레이드 (1)
바라드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야위어 가고 있었다.’
백옥 같은 피부가 더 희어져 창백해 보일 지경이었고 그녀가 자리를 비우는 시간도 많았다.
조금 피곤한 것뿐인가 하며 넘어갔다.
그리고 며칠 전 피를 토하고 쓰러진 그녀를 발견했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벨라는 죽는다.’
고야드 왕국의 부기사단장 벨라.
자신의 뒤를 잇는 재능을 가진 아이.
자신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도 할 수 있을 아이였다.
만 19세의 이 기사가 병으로 죽는단다.
그 기사는 미련하게도 자신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숨겨 왔다.
침상에 누워 잠든 벨라를 바라봤다.
아내와 아이를 잃은 후 소중한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 다짐했다.
만약 만들게 된다면 그를 지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녀가 2주일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았을 때 알게 되었다.
‘만들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너무도 소중해져 버렸구나.’
벨라를 보면 흐뭇했다.
매일 밤 묵묵히 수련장에 나가 검을 휘두르는 그녀를 볼 때마다 대견했다.
어느새 벨라는 바라드의 딸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거다.
그녀를 묵묵히 바라보던 바라드가 몸을 일으켰다.
‘검왕이란 이름으로 할 수 없는 것이 너무도 많다.’
강자라 하여 세상에 할 수 없는 것도 존재하는 법이다.
벨라를 살릴 방법을 수소문하고 있으나 모두 불가능하다는 말을 전한다.
기사단장 벤슨이 다급히 보고했다.
“하나의 방법을 찾았습니다. 헌데…….”
방법을 찾았다하나 벤슨의 얼굴은 일말의 기쁨도 보이지 않았다.
“성녀의 기도를 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바라드의 입이 벌어졌다.
“성녀는 생에 딱 두 번. 그 어떤 병도 물리치는 기도를 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생에 딱 두 번.
그렇다는 건 너무도 귀한 힘이라는 사실이었다.
바라드는 말없이 눈을 감고야 말았다.
성녀는 그녀를 위해 기도해 주지 않을 거다.
일생에 딱 두 번뿐인 성녀의 기도.
자신이 성녀라고 한다면 작은 소국의 부기사단장이 아니라 가장 위대한 제국의 황제를 살릴 거다.
또 아니면 교단의 황제라 일컬어지는 교황을 살릴 거다.
생명이란 것이 그렇다.
같은 과정으로 태어나 전혀 다른 값을 가진다.
“성녀가 기도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는가?”
“어려울 거 같습니다. 성녀의 기도는 교단과 교황의 뜻을 거스르고 발할 수 있는 성녀 고유의 힘입니다. 그리고 성녀의 기도 역시 그 어떤 자도 누구에게 쓰든 관여할 수 없죠. 전대 교황이 병에 죽을 때도 성녀는 그를 사용하진 않았습니다. 그를 사용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이것뿐이겠죠.”
바라드의 얼굴이 참담함에 물들었다.
“그녀가 커다란 은혜를 입었거나 교단을 위해 무언가를 한 자의 부탁을 받았거나요.”
현재 성녀가 납치되고 고립되었다는 건 그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은 바.
그 이야기를 듣는 바라드는 침음을 흘렸다.
“어떻게든 성녀의 마음을 얻은 자를 찾아와라. 안된다면 얻을 수 있는 자를 데려와라.”
벤슨이 바라드와 눈을 맞췄다.
그에 대한 보상도 필요할 것이란 눈빛이다.
“그에게 귀족의 작위를 하사하겠다.”
***
레아스 신전은 요새를 방불케 하는 외관을 가졌다.
며칠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성녀 아리아는 속박된 채 신도들에게 내동댕이쳐졌다.
그녀는 자신에게 걸어오는 다섯 번째 재앙을 마주했다.
잭은 흑마법을 부리는 흑마법사였다.
앙상한 모습의 그가 음침하게 웃었다.
“1시간도 남지 않았어, 그분이 잠시나마 네 힘을 빌어 세상에 강림하실 거다.”
아리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분이라 하면 악신을 뜻한다.
“비록 오래 머무시지는 못할 것이고 온전한 힘도 발하시지 못하겠지.”
그러나 잭은 곧 펼쳐질 일을 떠올렸다.
“그 잠깐의 시간 동안일지라도 아레스교의 많은 신전이 무너질 것이다.”
아리아는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 찰나의 강림이나마 30만이 넘는 무고한 자들이 죽어 나갈 터였다.
“고작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당신은 얼마나 많은 생명을 해한 것인가요.”
성녀 아리아는 마지막 제물에 불과한 바.
잭이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당신, 200명이나 되는 무고한…….”
“……무슨 소리지?”
잭이 진득하게 웃었다.
“2천 명의 아이와 여인의 피를 바쳤다.”
아리아의 한쪽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그를 보며 입술이 앙다물어졌다.
“신이 당신을 응징할 겁니다.”
“아쉽겠군.”
잭은 쯧쯧, 혀를 찼다.
“그를 보지 못하고 죽게 될 것이니 말이야.”
아리아가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런 학살을 감행해서 당신이 얻는 게 뭐죠?”
그 말에 잭은 잠시 골몰히 생각했다. 악신의 뜻을 받드는 것도 있다.
그러나 그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재밌지 않은가?”
소름 끼치는 그 말에 아리아는 말문을 잃고야 말았다.
몇 걸음을 떼어 요새의 벽 앞으로 걸어 나간 잭이 자신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어차피 아무도 올 수 없다. 온다 해도 조무래기에 불과하겠지.”
잭이 요새 앞을 지키는 신도들을 보았다.
검은 로브를 머리까지 눌러 쓴 저들은 그나마 이곳에 올 개미 새끼들을 처참히 짓밟아 줄 거다.
자신의 계획은 성공적이다. 하찮은 수준의 힘을 가진 자들이 아무리 단합한다 해도 어찌할 수 없다.
‘재앙의 서는 우리마저 약화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안에 있는 다른 이들은 훨씬 더 심했다.
또 이방인들이 온다 해도 그들은 병사들보다 못한 수준의 레벨이란 것인데 무엇을 하겠는가?
그런 상념에 잠겨 있을 때.
“……크하아악!”
잭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요새 밑쪽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어디선가 나타난 ‘아레스교’의 문양이 그려진 갑옷을 입은 자들 70여 명이 몰려들고 있었다.
“성녀님을 구하라!!”
“아레스님을 위하여!”
하지만 그런 그들을 보며 잭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신이 보낸 조무래기들 따위 감흥도 없다.
실제로 그들의 숫자는 너무 적었다.
신도들은 그들을 바깥으로 끌어내었다.
“……제발, 그만!”
아리아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신도들은 보란 듯이 성녀 구출에 실패한 이들을 잔혹하게 처형하기 시작했다.
잭은 시간이 20분도 지나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러다 잭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요새 밑쪽에서 성기사들이 처형당하는 틈을 타 한 어린 소녀가 울며 도망치고 있어서였다.
“호오?”
***
벽 뒤에 숨어 강제 로그아웃을 면한 코트의 사고가 마비됐다.
‘이건 너무하잖아…….’
가상현실 게임 아레스의 현실도는 상식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NPC들은 진짜 인간과 같다. 그렇기에 더 악랄할 수도 있었다.
코트는 온몸이 속박된 채 한 명 한 명 처형당하는 이들을 보며 질색했다.
콰지이익-
그 소리가 들려오고 난 후엔 재앙교의 신도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히 뒹굴고 있다.
사실 코트는 정의감 따위는 잘 알지 못하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이 상황이 자신을 의심하게 했다.
‘수십만을 학살하겠다고?’
성기사였기에 코트는 무수히 많은 신전을 돌았다.
과일을 내미는 신도들.
신전을 뛰노는 귀여운 아이들.
또 장난감 칼을 들고 다니다 자신의 옷깃을 끌어당기며 말하던 소년들.
‘나도 나중엔 성기사가 될 거예요!’
코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게임에 과하게 몰입하는 이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의아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아레스는 이제 코트에게도 제2의 세상이었다.
그러다 코트는 요새 바깥쪽을 향해 달리는 한 소녀를 발견했다.
신전이 이렇게 되기 전 코트가 목마를 태워 주고 놀았던 소녀였다.
고아인 소녀는 신전에서 보살펴 주고 있었고 웃는 게 이쁜 아이였다.
‘안 돼…….’
본능적으로 코트가 한 걸음을 뗐다.
“귀여운 꼬마아이구나, 궁금하지 않은가. 아리아?”
소름 끼치는 재앙의 목소리가 코트의 귓가에 들린다.
“저 아이는 사자에게 뜯어 먹힐 때 어떤 표정을 지을까.”
흑마력이 세 마리의 검은 사자를 만든다.
소녀와 멀지 않은 곳에서 나타난 흑사자 세 마리가 소녀를 쫓아 달리기 시작한다.
[흑사자 Lv.199]“또 어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칠까? 응?”
그리고 내달리는 흑사자 세 마리와 울며 달리는 소녀.
“으아아아앙!”
침이 뚝뚝 떨어지는 흑사자들을 보며 코트가 달렸다.
‘이건 아니야.’
과몰입이 아니다.
당신도, 이 게임을 하는 누군가라도.
눈앞에서 이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지 못할 거다.
이방인은 죽어도 되살아날지언정 아이는 살아나지 못한다.
거대한 사자 한 마리가 몸을 띄워 아이의 머리통을 물려 했다.
콰자아아아악-
순식간에 당도한 코트가 사자의 머리를 베어 냈다.
서둘러 중심을 잡고 아이를 감싸 안았다.
늦었다.
도망칠 수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엉엉 우는 아이를 꽉 끌어안아 주는 것뿐이다.
“으아아앙!”
아이를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간다. 뒤쪽에서 사자 한 마리가 접근하는 소리가 들린다.
왜인진 모르겠다.
이 순간 그 녀석이 생각나는지.
학창 시절.
일진의 눈에 잘못 띄어 괴롭힘을 받을 뻔했던 때가 있었다.
자신의 얼굴로 그의 주먹이 날아올 때 가방이 날아와 일진의 머리를 맞혔다.
그리고 녀석은 혼자서 다섯 명과 싸워 줬다.
대장장이인 녀석은 힘이 강했고 강골인지라 밀리지 않았다.
그때부터였고 지금까지 이어졌다.
나만은 저 녀석 곁에 있어 줘야지.
녀석이 화상을 입어 모든 세상 속에서 홀로 비를 맞을 때 우산이 되어 줬다.
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또다시 녀석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거.
그런데도 왜 먼저 생각날까.
드디어 사자가 코트의 바로 뒤에 이르렀다.
그런데…….
“저건 뭐지……?”
당황한 잭의 목소리 뒤로.
푸우욱
쿠우웅-
푸우욱
쿠우우웅-
콰지지지직-
무언가에 박히고 땅이 무너지는 소리가 퍼진다.
하지만 코트는 그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아이를 끌어안고 강제 로그아웃을 기다릴 때. 잭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멀지 않은 작은 언덕.
세상에 내리 앉은 어둠을 등지고 늑대 위에 올라탄 한 명의 사내가 보였다.
아우우우우우우-
세상에 퍼지는 늑대의 울음소리.
[늑대왕의 출현!]곧 어둠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늑대가 거칠게 달리기 시작했다.
푸욱-
콰자아아아악-
푸욱
콰자아아아악-!
늑대위에 탄 사내가 화살을 쏠 때마다 직격당한 신도들이 갑자기 땅에 처박힌다.
잭은 황당한 웃음을 흘렸다.
‘고작 혼자서…….’
그러나 곧 잭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언덕의 지평선.
가장 선두에 선 사내의 뒤를 이어 내달리는 수백 마리의 검은 늑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하아아아아!”
“크르으으으으으!”
전쟁의 서막을 알리듯 거칠게 포효하는 늑대들.
그 선두에 서서 내달리는 사내가 활을 등 뒤에 찼다.
그리고 잭은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기이한 광경을 목격했다.
[신의 다섯 비기 중 하나에 대해 알게 됩니다.] [1회에 한하여 사용 가능합니다.] [신의 긴급제작이 일시적으로 +5레벨 업 합니다.]그의 머리 위에서 여러 개의 광물들이 솟구쳤다.
콰아아아앙-!
신도들과 늑대들이 충돌한다.
가장 앞에서 밀고 들어가는 사내가 주홍빛으로 물든 검에 손을 뻗는다.
달궈진 그 검이 하얗게 식으며 그의 손에 쥐어진 순간.
까드드드드득-!
그 앞에 위치한 신도들 수십이 말 그대로 얼어붙었다.
옆쪽에서 또다시 수십의 신도들이 밀고 들어간다.
그를 보며 이번엔 그가 또 다른 검을 잡아챘다.
‘용……?’
그립이 용의 머리로 되어 있는 그 검을 쥔 순간.
키헤에에엑!!!!
그 검 끝에서 한 마리의 용의 현상이 솟아났고 검을 휘두른 순간 거대한 폭발이 신도들을 삼켰다.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자신을 차갑게 노려보는 사내가 허공에 손을 뻗는다.
철커억-
그의 손에 정체 모를 건틀렛이 착용된다.
그가 다시 활을 들어 자신을 겨눴다.
본능적으로 잭이 실드를 형성했다.
사내가 활시위를 놓은 순간.
쐐에에에에엑-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실드와 화살이 맞닿았다.
까드드득-
실드가 처참히 깨져 나간다. 그러나 잭은 그를 비웃었다.
정확도가 어찌나 하찮은 것인지 그 화살은 명치나 심장, 얼굴이 아닌 다리를 노렸다.
심지어 그 화살은 자신을 맞히지도 못하고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콰아아아앙-!
다섯 번째 재앙 잭.
그가 알 수 없는 무게감을 느꼈다.
쿠웅-
그의 한쪽 무릎이 먼저 땅에 닿고 그를 버텨 내기 위해 이를 악무나 다른 무릎이 땅에 닿았다.
무릎 꿇은 모양이 된 잭의 눈이 흔들렸다.
그리고 신도들 일부를 몰아낸 사내.
그가 아이를 끌어안은 성기사에게 작게 웃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