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598)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598화(598/599)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조선(朝鮮). (5)
이세진.
그는 모든 과정을 지켜봐 왔다.
[이야기 왕이 자신의 섬을 벗어나 베르드 영토 에피소드에 개입합니다.]‘어째서 개입했지?’
이야기 왕은 수백 년 이상을 살아왔다.
한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이야기 섬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존재다.
그런 이야기 왕은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 거다.
그럼에도 이야기 왕은 개입했다.
“화면 띄워줘.”
수십 개의 모니터로 이야기 왕과 현수가 함께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양 팔짱을 끼고 현수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바라보는 화면.
그가 새로이 재창조해 준 쌍룡검을 적막한 바다 해변가에 앉아 매만지는 화면.
마치 오기로 한 누군가를 기다리는 아버지, 어머니처럼 먼바다를 그저 바라보는 화면.
아직 어린 현수를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나 애정이 깃든 눈빛의 화면까지.
수십 개의 띄워진 화면들을 보며 이세진은 알게 되었다.
비록 이야기 왕의 후예는 이종하가 된 것이 맞았으나 그것은 자신들이 설정해 놓은 것에 의해 이루어진 것에 불과했다.
이야기 왕은, 현수를 아꼈다.
그로 인해 그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세진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 왕이 베르드 영토의 군주가 되었습니다.] [이야기 왕이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 섬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풀려나갑니다.] [NPC들이 이야기 왕에 대해 떠들기 시작하며 바다 너머 새로운 대륙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 섬에 대해 힌트를 알게 됩니다.] [파리온 제국이 이야기 섬에 대해 떠드는 NPC들을 불러들일 것입니다.]이야기 왕도 이렇게 될 걸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며 세진은 또 다른 진실도 알았다.
‘사실…….’
그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수명이라는 것이 명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갈수록 쇠약해지고 있었고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해.’
이야기 왕은 홀로 이야기 섬에서 살아간다.
목표도, 해야 할 일도, 친우도 없이 매일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봤다.
세진은 스스로를 이야기 왕에게 대입해 봤다.
자신이 홀로 이야기 섬에서 저처럼 살았다면 과연 생기가 돌았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물론 자신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을 거다.
‘……아쉽군.’
설화(說話).
전설(傳說).
그러한 것들은 한국 서버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각 나라마다 추앙하는 영웅들이 있었고 내려져 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에 걸맞게 각 서버마다 숨겨진 이야기가 존재했다.
세진도 한국 사람이었기에 이야기 왕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흐름상 그의 이야기가 끝나가고 있었다.
또 이 사실을 현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을 보아 그는 홀로 짊어지려는 거일 터.
현수가 들었을 때는 이미 그가 죽고 난 뒤일 것이리라.
그러던 때.
“……뭐지?”
세진은 텅 비었던 이야기 섬 전체에 내려선 불의 고리를 보았다.
현의 나라의 실력 있는 대장장이 천여 명과 각지에서 불러들인 건설업자들.
또.
“어때, 좋지?”
“예!”
이곳에서 살아가기로 한 자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세진은 이처럼 고립된 곳에서 그들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 맞는가……란 생각을 했다가 정정했다.
‘……가장 위태로운 국가인 현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백성들이다. 나라면 현과 살고 싶을까, 이야기 왕과 살고 싶을까.’
더 강한 이야기 왕 쪽이 낫지 않을까?
세진이 계속 모니터했다.
“꽤 큰 대영지를 만들 거야, 농업도 해야 할 터니 밭을 만들자, 또 바닷가 앞이니 지어지는 자택들은 창을 크게 만들 거야, 오션뷰인 거지.”
“오션뷰가 뭐죠?”
“있어, 좋은 거.”
“그렇게 하려면 돈이 많이 들 건데요?”
“나 돈 많은데?”
[이야기 섬에 새로운 영토를 만들어 가며 훌륭한 자택과 밭이 지어집니다.]“참, 바다를 향해 쳐들어오려는 적들도 많을 거야, 용화포, 수만 개를 만들어 배치하자.”
“……그건 정말 돈이 많이 듭니다.”
“나 돈 많아!”
[이야기 섬에 총 7만 개의 용화포를 제작하여 배치합니다.] [다루기가 쉽고 화력이 강해 적들을 막아내는 데 탁월한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참, 이야기 왕께서 이끄실 거북선들을 만들자, 크…… 이야기 왕께서 수십 척의 거북선을 이끌고 바다를 누비는 모습, 상상만 해도 멋진데? 아, 참고로 나 돈 많으니까, 괜찮아.”
[거북선 43척을 제작하기 시작합니다.] [거북선이 이야기 왕이 보유한 여러 스킬들과 시너지를 일으켜 학익진을 비롯한 다양한 전술들로 적들을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최상급 대장장이들, 나랑 같이 장군님이 타실 거북선 만들자.”
“예!!”
이세진은 빠르게 변화되기 시작한 이야기 섬을 바라봤다.
다행스럽게도 과거 그와 살았던 자들의 뼈대는 남아 있었다.
낡은 것을 허물고 새로운 것들이 들어선다.
중앙광장과 상인들이 물건을 팔 시장들.
그리고 오두막이 재건된다.
바닷가의 앞으로 천 명의 대장장이들이 배들을 만드는 모습을 보며 세진이 전율했다.
“……이런 이야기가 있던가?”
이야기 섬이 재건되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하여 ㈜푸름의 관계자들에게로 이와 관련한 알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야기 섬에 특별한 일이 일어납니다.]특별유저관리팀의 김 팀장도, 이지희 사원도 다소 놀란 표정으로 새롭게 재창조되는 이야기 섬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봤다.
또.
[이야기 섬에 새로운 에피소드 61,310가 생성될 예정입니다.]한때 존재했던 곳이다, 라고 알려진 이야기 섬에 새로운 이야기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었기에 스토리팀에서도 알림을 들었다.
그 이야기는 정말 다양할 것이었다.
이야기 섬에서만 존재하는 몬스터를 사냥한다던가.
혹은 이야기 섬에 숨어 있는 히든피스를 찾는다던가.
또는 이야기 섬에서만 할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파생되게 될 것이다.
“못 말리겠군.”
양팔을 들어 올리며 ‘졌다’라고 말하는 스토리팀 팀장도 웃었다.
그렇게 본사의 수십 명의 관계자들이 모니터를 통해 한 사람을 바라봤다.
따아앙!
따아아앙!
따아아앙!
[극한의 무아지경 속에 빠져듭니다!] [당신은 누구보다 이야기 왕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만들어 준 배를 타고 다시 한 번 바다 위의 장군이 될 그를 떠올리면 기쁘기 그지없습니다!]그의 얼굴은 그저 즐거움이 가득했다.
넘쳐났던 골드들을 졸부처럼 써재꼈기에 다시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그는 일말의 아쉬움도 없는 표정이었다.
그저 망치를 두들길 뿐이었다.
따아앙-!
따아아앙-!
“우오오오오오!!”
“현수 전하께서!”
“폭주하신다!”
“우리도 질 수 없지!”
또 대장장이들은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해 제작하며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그를 보며 새로운 가르침마저 느낀다.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제작할 시 때론 더 뛰어난 것을 제작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 내려집니다.] [대장장이들의 성장 속도가 30% 빨라집니다.]그러한 과정 속에서.
붉은색으로 제작된 거북선으로 현수가 글귀를 새겼다.
-우리의 영웅에게……
그것을 끝으로 울린다.
[당신은 오로지 한 사람이 다시 바다로 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며 최선을 다해 제작하였습니다.] [대장장이의 혼이 발동됩니다.] [전설 등급입니다.]“해냈다!!!!”
“우와아아아아!!!”
신나서 환호하는 이들을 ㈜푸름 본사의 직원들이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이세진에게 새로운 보고서 하나를 올리러 왔던 김 팀장이 질문했다.
“예상하셨나요?”
“……아니, 이야기 섬이 새로운 영토로 자리매김할 것 전혀 예상 못 했어.”
보고서에 싸인한 이세진이 작게 웃었다.
“모든 것, 저들이 만든 거야.”
그저 화면 너머 그는 이야기 왕을 기다리는 현수와 대장장이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또 그들은 몰랐으나 이야기 왕에게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오고 있었다.
그 변화는 곧 한국지부에 있는 많은 이들조차 놀라게 만들 정도의 변화였다.
*
*
*
[조선(朝鮮)이 건국되었습니다!] [조선(朝鮮)은 총인구수 30만에 이르는 국가이며 왕의 이름은 이야기 왕입니다.]바로 어제.
세상에 조선이 건국되었다.
거창한 월드 메시지와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이야기 왕과 현수만이 건국된 조선(朝鮮)을 알았다.
쪼르르-
아침 일찍 일어난 이야기 왕이 차를 따랐다.
언제나처럼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해 보려 한다.
차 한 잔을 음미하는 그가 빙그레 웃었다.
‘……기쁘구나.’
어제저녁.
이야기 왕은 말했다.
동이 트면 모두 거북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훈련하자고.
이제 자신은 옛날의 그러했던 그 모습처럼, 쌍룡검을 등 뒤에 찬 채 멋지게 들어오는 배들을 맞이해 줄 것이다.
읏차-
‘가볼까?’
그는 현수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간 그는 당황했다.
바다를 가로지르며 멋지게 운행되고 있어야 할 거북선들!
그것들이 바다 앞에 그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뭐지!?’
설마 이들.
현수를 섬겼던 자들이기에 자신의 명을 듣지 않는단 말인가!?
“어째서 거북선을 몰지 않았느냐.”
군사들이 답했다.
“저희 배 몰 줄 모르는데요…….”
“……?”
그랬다.
현의 나라의 병사들, 백성들은 당연하게도 배를 몰 줄 몰랐다.
말문을 잃은 이야기 왕은 골머리가 아파지는 것만 같았다.
“가자, 내가 알려주마.”
침착함을 유지한 이야기 왕이 그들에게 하나하나 알려준다.
[이야기 왕이 배 운용법에 대해 가르칩니다.] [초급 항해 스킬을 획득합니다.] [초급 운전법을 획득합니다.]이야기 왕은 바다에 나가 엉켜버리는 거북선을 보며 이마에 손을 짚었다.
‘어휴, 1년은 넘게 걸리겠구나.’
저들이 바다에서 배를 운용하는 데까지 정말 넉넉지 않은 시간이 걸리리라.
위기는 또 찾아왔다.
“……배고픕니다. 전하.”
“식량을 먹으면 되지 않느냐?”
“……현수 전하께서 식량은 안 주고 가셨는데요?”
이야기 왕은 괜한 걱정이라는 표정으로 웃었다.
“이곳은 바다다. 넘치는 것이 식량이니 마음껏 조달해서 먹으면 될 것이다.”
그들이 답했다.
“저희 낚시할 줄 모르는데요?”
“…….”
이야기 왕은 그들에게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그러나 얽히고설킨 낚싯줄을 한쪽에 앉아 풀어줘야만 했다.
또 10대 소년, 소녀들도 있었기에 더 세심하게 가르쳐주기도 했다.
“아니, 작살은 그렇게 던지는 게 아니라 이렇게…….”
“또 낚싯줄이 엉켰어?”
“이건 불가사리 아니더냐. 이건 어떻게 낚았어?”
“불가사리를 먹으면 안 되냐고? 차라리 조개껍데기를 먹는 게 낫지 않겠느냐.”
이야기 왕은 이곳저곳 뛰어다녀야 했고 때론 화를 내기도 했다.
“아니, 돌고래 좀 그만 잡아라. 녀석들은 우리의 친구다.”
“불가사리를 기어코 먹었어? 이런…….”
때론 용화포 앞에서 무수히 많은 아이들을 가르쳐야 했다.
“용화포는 이렇게 불을 붙이면 발포한다. 순간적인 반동으로 인해 화포가 크게 움직이니 몇 걸음 물러나 귀를 막아야 한다.”
“예!!!”
이야기 왕은 계속 자신들에게 몰려드는 백성들을 보았다.
“전하?”
“이야기 왕님?”
“이건 어떻게 해요?”
“저건 어떻게 해요?”
“전하!?”
“…….”
곳곳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이런 생각을 했다.
‘혼자일 때가 좋았다…….’
그런데 왜일까?
퍼어어엉-!
“제가 드디어 성공했어요! 전하!”
용화포의 발포에 성공한 아이들이 활짝 웃자, 그 역시 기뻤다.
“월척이다! 드디어 물고기를 낚았습니다!”
“우오오오! 오늘 저녁은 물고기다!”
드디어 그들이 물고기를 잡아 끼니를 해결할 수 있게 되자, 알 수 없게도 즐거운 기분이 느껴졌다.
“휴…….”
하루의 일과를 끝마친 그는 녹초가 되었다.
그러나 왜인지 입가에는 웃음만이 가득했다.
또 그는 듣지 못하고 있었으나 ㈜푸름 관계자들에겐 변화의 알림이 분명히 들려오고 있었다.
[이야기 왕이 삶의 이유를 찾습니다.] [본래 2년 미만 남았던 그의 수명(壽命)이 10년은 더 늘어나게 되어 천수를 누리게 될지도 모릅니다.]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이야기 왕이 힘없이 웃었다.
‘내일은 뭘 가르쳐야 하려나? 쉽지 않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걸어가던 그가 하나의 명패와 마주했다.
그 명패(名牌).
현수가 삐뚤삐뚤 만들어 주고 간 것으로 영지 입구에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다.
[조선(朝鮮).]작은 나라, 조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