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410
제410화
[…믿을 수 없구나.]2계의 격이 놀람의 소리를 내었다.
[온 인간이 책임을 나누어 네가 치러야 할 대가가 경감되었다.]“!!”
[물론, 여전히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크리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너의 ‘권위’를 대가로 치러야겠다. 넌 위대한 격으로서의 자격을 잃고 필멸자의 격으로 돌아갈 것이다.]격의 상실!!
커다란 대가였다.
게헨나나 천계의 위대한 존재들에게는 차라리 소멸이 나을 법한, 더할 나위 없이 끔찍한 일이었다.
영혼을 바치는 것과 거의 비슷한 급의 대가였지만.
‘…오히려 좋은데?’
크리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10성이 아닌, 9성 상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나 고민했는데.’
완벽한 10성이 된 순간, 그는 인간을 초월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있지만, 더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바라던 바가 아니었다.
그는 인간으로서 희로애락을 느끼고 부귀영화를 즐기고 싶었다.
‘무엇보다 10성으로 계속 있으면서 올바른 인간의 정신을 유지할 자신이 없어.’
지금은 괜찮다.
하지만 인간을 완벽히 초월한 상태로 수십 년, 10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가도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도 재상과 마황이 이렇게까지 끔찍하게 선을 넘게 된 건, 10성에 인간을 초월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또한, 더 있다. 여기서 모자란 대가는 우리 2계의 격이 감당토록 할 테니, 앞으로 넌 인간의 왕으로서 무너진 세상의 균형을 회복하도록.]“…알겠다.”
크리스는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원치 않은 의무를 짊어지게 된 거다.
하지만 크리스만 할 수 있는 일이긴 했다.
이어서 2계의 격은 사라졌고, 에반을 비롯한 일행들이 크리스에게 다가왔다.
크리스는 그들을 향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끝났군요.”
그래.
모든 게 막을 내렸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었다.
* * *
그날 이후, 세상에 여러 변화가 일어났다.
노르디언은 마도 제국의 새로운 황제가 되었다.
마도 제국의 모습은 여러모로 달라졌다.
연합을 향한 적대심을 가라앉히고, 서로 공존하는 사이로 나아가기로 했다.
연합 또한 마찬가지다.
신성 제국이든, 골든 크로스든, 카른 제국이든 마도 제국과 분쟁을 멈추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로 하였다.
놀라운 일이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한 명의 존재 때문이었다.
인간들의 왕, 크리스티앙.
그가 위에서 우뚝 서서 이 모든 일을 조율했던 거다.
“모두 능멸의 마왕님 덕분이야.”
“능멸의 마왕님이 아니었으면 도대체 우린 어떻게 되었을지.”
“잠깐, 너희 말조심하도록. 그분께 마왕이라니. 그분은 우리 연합의 용사님이다.”
“용사는 무슨? 우리 마도 제국의 위대한 마왕이거든?”
“마왕이 아니라, 용사님이다!!”
그런 티격태격이 있었지만,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게 있었다.
크리스티앙이 세상의 은인이라는 점이다.
한편, 그 위대한 크리스티앙은 세상의 멸망을 막은 후 어떻게 지내고 있었냐면….
‘…아, 힘들어. 왜 난 행복해질 수 없는 거야.’
일에 허덕이고 있다.
‘왜 이렇게 할 일이 많은 거야!! 이 빌어먹을 마황, 빌어먹을 마도 재상, 빌어먹을 신비 마가 놈들!’
놈들이 세상에 싸놓은 응가가 거나했다.
일단 정치적으로는 놈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은 연합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 외에 마도 제국과 연합의 입장이 대립하는 일들이 많아 크리스 말고는 중재할 사람이 없었다.
그것 말고도 삼계의 경계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것도 큰 문제였다.
앞으로 밤낮없이 수십 년은 매달려야 원상 복구할 수 있을 거다.
‘으아아!! 놀고 싶어! 놀고 싶다고!! 내 방탕한 부귀영화 생활은 어디로 간 거야?! 돈이 있으면 뭐 하냐고! 쓰지를 못하는데!’
돈이 있다는 것도 좀 애매했다.
그는 온 인류의 왕.
그 의미는 따로 소유하고 있는 나라가 없다는 뜻이었다.
이 중간계의 모든 게 그의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진짜 그의 것은 없는 느낌?
‘구실만 좋은 개털이잖아!’
물론, 그렇다고 부족함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바라는 게 있으면, 뭐든 다 공급되니까.
‘그래도 이건 내가 바라던 것과 달라!’
한숨을 팍팍 내쉬었다.
‘여전히 술도 못 마시고.’
현재 그의 경지는 9성 상.
어이없게도 9성 상임에도 술 못 마시는 체질은 여전했다.
이 정도면 하늘이 내린 천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가 어떻게든 불주지체를 치료할 방법을 마련해볼게.
마리사가 한 말을 떠올린 크리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느 세월에 될지, 과연 가능은 한 건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더욱 큰 문제가 있었다.
-대신 불주지체를 해결하면, 내 이야기를 하나 들어줘.
마리사가 했던 ‘부탁’을 떠올린 크리스는 당황스러운 얼굴을 했다.
‘어쩌지?’
어떤 일이든 칼같이 해결책을 찾던 평소와 다른 곤혹스러운 분위기.
그래.
크리스는 지금 커다란 난관을 마주한 상태였다.
어쩌면 마황, 암천의 위대한 존재들보다 더욱 해결하기 어려운 난관이었다.
-난 너 좋아해.
마리사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린 크리스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아니,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문제는 마리사만이 아니란 점이다.
시작은 은설의 마왕이었다.
-짐도 연애를 해보고 싶다! 나랑 한번 연애해보자!
-…이 주책 마왕. 내 손자에게 망언하지 말고, 닥치고 이리로 오시오.
노르디언이 질질 끌고 가서 은설의 마왕의 고백 사건은 유야무야되었지만, 예상치 못한 파급효과를 일으켰다.
가만히 속마음을 숨기고 있던 이들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가만히 있다가 누구에게 뺏길지 모른다!
이런 마음으로 너 나 할 것 없이 크리스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폐하, 마리 공께서 오셨습니다.”
“허억.”
크리스는 딸꾹질했다.
참고로, 마리는 마후와 완전히 하나가 됨으로 정신체인 유령 상태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몸을 가지게 되었다.
변한 건 육신뿐만이 아니었다.
“폐하, 보고 싶었습니다.”
“…나, 나도 그랬다.”
“그간 절 피하셨는지요? 소녀, 많이 서운하였습니다.”
청순한 얼굴에 눈동자를 촉촉이 적시며 마리가 다가오자 크리스는 뒷걸음질을 쳤다.
이전에는 장난기가 대부분이었다면 지금 마리에게서는 그런 가벼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 진심으로 크리스에게 다가오고 있는 거다.
그리고 크리스는 이런 접근에 매우 취약했다.
‘난 이런 문제는 잘 모른다고!’
의외의 모습.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이전 삶도, 이번 삶도 이성과의 교제는 전혀 인연이 없었으니까.
미지의 영역이었다.
“폐하께서도 못 하시는 게 있군요.”
옆에서 서류 작업하던 알로스가 삐죽 비웃음을 지었다.
참고로, 알로스는 생각지도 못하게 문관 일에 재능을 지니고 있어, 크리스의 옆에서 고통받는 중이었다.
맨날 잠도 못 자게 고생하고 있던 터라 쌓인 게 많은지 이렇게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누구는 연애는커녕 손도 못 잡아봤는데, 누구는 꽃밭이고. 멸망해라, 세상.”
다 들리는 중얼거림이었지만, 알로스를 응징할 여유가 없었다.
더욱 강력한 난적(?)이 등장했다.
“지금 내 친구 크리스티앙에게 뭐 하는 거지, 유령? 죽고 싶나?”
싸늘한 한기가 가득한 음성.
이드린느였다!
하지만 마리도 만만치 않았다.
“오호호, 단순 친구는 저리 꺼지시죠. 폐하와 전 더욱 깊은 사이로 나아가기 위한 소통을 하려던 차니까요.”
“…난 단순 친구가 아니다. 더욱더 깊은… 그러니까, 친구 이상의 관계가 될 것이다.”
“후후, 꿈도 크시군요. 영원히 꿈만 꾸고 지내시길.”
이드린느의 얼굴이 더욱더 차가워졌다.
크리스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다.
이드린느가 얼빵 바보인 건 크리스에게만 한정일 뿐, 다른 이들에게는 공포로 군림하는 존재였다.
거기에 사태를 악화하는 일이 일어났다.
-휙!
허공이 일그러지더니, 구미호 한 마리가 공간 이동으로 나타나 크리스의 어깨에 올라탔다.
어둠의 수다쟁이 레나였다!
레나는 신비 마가 때 영혼을 상한 이후 오랜 기간 치료를 하였다.
상태가 완전치 않아 여우 상태로 지낼 때가 많아, 이렇게 애완동물이 된 것처럼 크리스에게 가까이 달라붙었다.
‘…그런데 이제 다 낫지 않았나? 왜 자꾸 여우 상태로?’
이드린느와 마리의 얼굴이 사나워졌다.
“오호호. 이 하찮은 미물이 자꾸 서방님께 꼬리를.”
“죽고 싶지 않으면, 크리스티앙에게서 당장 떨어져라, 사악한 여우.”
하지만 레나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하품하더니, 심지어 혀를 내밀어 크리스의 어깨를 핥았다.
애완동물의 행동으로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둘은 전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둘의 눈에 불꽃이 튀었고, 레나의 입가에 슬쩍 비웃음이 스쳐 지나가는 게 보였다.
“감히!!”
“떨어지도록!!”
파지지직!!
화아아앗!!
마리와 이드린느의 손에서 막대한 기운이 치솟았다.
둘 모두 9성급 마왕.
크리스의 안색이 하얘졌고, 알로스는 옆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또 성 무너지면 예산 삭감입니다, 폐하.”
심지어, 크리스의 난관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다들 뭐 하는 건가요? 당장 오라버니에게서 떨어지세요!”
앞선 이들에 못하지 않은 날카로운 음성.
골든 크로스의 법왕 올리비아였다!
그녀는 모든 일이 끝난 후, 크리스와 재회했고, 그의 진정한 정체를 알게 되었다.
이후 동생으로서 그의 주위에 머물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게 조금 과하다는 것이었다.
“오라버니는 당신들 따위에게 절대 줄 수 없으니, 모두 꺼지세요.”
물론, 그런다고 순순히 물러날 이들이 아니었다.
“오호호, 동생. 동생이야말로 나설 데를 못 알아보는 것 같군요.”
“나도 네가 크리스티앙의 동생이란 것, 인정할 수 없다.”
[냐아, 크리스티앙은 내 건데?]올리비아가 인상을 찌푸렸고, 화아아앗! 천계의 날개가 뒤로 뻗어 나왔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때, 크리스를 구원해주는 소리가 등장했다.
“…다들 닥쳐라. 크리스티앙은 누구의 것도 아니니.”
에반이었다!
에반은 그의 기사가 되었다.
…물론, 이제 크리스티앙을 해할 만한 이는 없으니, 주 업무는 이들을 막는 것이었다.
문제는 에반도 이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점이다.
중과부적이었다.
“…전 모르겠습니다. 알아서 해결하십시오, 폐하.”
알로스가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고, 크리스는 결국 침을 꿀꺽 삼키며 결정을 내렸다.
“…에반, 부탁한다.”
…튀기로.
“크리스티앙!!!”
“안 돼! 잡아!!”
“멈춰라!!”
‘살려줘!!’
에반에게 뒷일을 맡기고 크리스티앙은 허겁지겁 도망쳤다.
‘연애고 뭐고, 일단, 부귀영화부터 누리고 싶어!!’
그런 그를 축복하듯 화창한 햇살이 내리비쳤다.
평화로운.
새로운 시대의 한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