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0)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1화(11/385)
웃음 후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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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전 같은 경기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 시범 경기마저도 그런데, 청백전 같은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도 청백전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게 더 친절해졌다.
“건우야. 오해하지 말고 들어라. 내가 보기에 넌 천상 투수거든? 그러니까 나 선발 나가는 날만 유격수 보고 다른 날은 투수해라. 아니, 해줘.”
이렇게 말한 것은 투수조 조장인 김정용 선배다.
올해 한국 나이로 33세의 우완 선발 투수.
제구가 꽤 괜찮고 멘탈과 체력이 좋은 오션스 한국인 에이스다.
대체로 평균자책점은 3점 후반대에 형성되고, 완봉은 거의 없지만 퀄리티 스타트(QS, 6이닝 이상을 3자책점 이하로 막는 것) 정도는 해주는 선수다. QS+(7이닝, 3자책 이하)에 성공하면 김고퀄이 되고 QS에도 실패하면 김저퀄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제가 팔꿈치가 약해서…”
“야, 농담이다, 농담이야. 그래도 수비 든든하니 좋다. 잘 좀 잡아줘라.”
수석 코치는 나랑 셀카를 찍어서 SNS에 올렸다. 웃으라길래 그냥 웃어줬다. 얼핏 보니 ‘우리 건우 한번 잘 키워 보겠습니다’라고 쓰고 있었다.
숟가락을 얹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건 이상한게 아니라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뭐. 난 그릇이 크니까.
숟가락 몇 개 정도 얹어도 알맹이 퍼먹지만 않으면 상관없다.
어쩌면 윈윈이 될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별말 없이 좋아요를 눌러줬더니, 수석 코치가 아주 껌뻑 죽더라.
좀 지내다 보니, 대충 이 팀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도 파악이 됐다.
일단, 감독은 기반이 거의 없다. 외국인 선수들을 전담하는 코치 하나와 통역뿐이다.
코칭 스태프에서 세력이 제일 큰 건 수석 코치.
그리고 단장 라인은 퀄리티 컨트롤 코치 둘과 전력분석팀.
야구하면서 정치질 하는 건 관심이 없다. 중간에 끼어서 균형을 맞출 생각도 없다.
[오션스 단장이 말하는 강건우. ‘야구 인생 최고의 업적.’] [오션스 감독, ‘한국 야구가 아니라 세계 야구가 강건우를 주목해야 할 것.’] [오션스 배유홍 수석 코치, ‘건우는 한국 야구계의 보물이 될 인재.’]그래서 나는 내 SNS에 세 기사를 모두 링크했다.
-유리누나 : 야강건우
-유리누나 : 아저씨들한테 예쁨받는다?
-나 : 누나한테도 좀 받고 싶은데
한참을 기다려도 답장이 오지 않는다.
흠.
무뚝뚝할 땐 무뚝뚝하다고 뭐라고 하더니.
큰마음 먹고 보냈더니 읽씹이라니.
그런데 조금 이따 보니 답장은 안 하면서 저걸 캡쳐해서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등록해뒀다.
좋아서 답장하는 것도 까먹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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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1루수 양대근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홀가분한 스프링 캠프를 보내고 있었다.
음주 운전으로 임의탈퇴된 정귀현과 감독에게 사자후를 맞고 한국으로 쫓겨난 고은태와 동갑내기인 이 거구 타자는 동기들을 불편하게 여겼었다.
두 암 덩어리는 경기가 끝나면 빼먹지 않고 술을 즐겼다. 뻔히 잘 훈련하고 있는 후배들을 반강제로 데려가기도 했고, 쓸데없이 군기를 잡아댔다.
특히 정귀현은 지난 시즌 팀이 7연패에 빠졌을 때, 통산 상대전적이 27타수 1안타인 투수가 등판하는 날 다리를 다쳤다는 핑계로 경기에서 빠졌다.
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활약하던 김세완은 그 날 이후로 하락세를 타버렸다. 첫 타석에서 병살타를 친 후 팬들이 김세완 빼고 정귀현 넣으라며 야유하자 멘탈이 완전히 터져버린 것이다.
전임 감독인 김용화는 저 둘을 컨트롤하지 못 했다. 박정신마저 FA자격을 얻어 아이언스로 가버렸을 때, 양대근은 막막함을 느꼈다. 저 둘이 이제 더 활개 치겠구나 하고.
정귀현과 고은태는 야구로만 보자면 썩 괜찮은 선수들이다. 안 그래도 최하위였던 오션스의 전력이 약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양대근은 어쩌면 올 시즌이 지난 시즌보다 나을 수도 있을거라 생각했다.
“건우야.”
사람들은 양대근이 성격이 나쁘다고 오해한다. 그건 다 덩치와 인상 때문인데, 양대근은 아침에 가장 먼저 나와서 혼자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 강건우를 친절한 목소리로 불렀다.
“좋은 아침입니다, 선배님.”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녀석이다. 편하게 대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항상 깍듯하다.
무슨 놈의 고졸 루키가 저렇게 성실한지. 게다가 야구 실력은 또 어떻고.
청백전에서 그 체인지업에는 완벽하게 당했었다.
타격 실력도 보통이 아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것보다 더 기대되는 것은 수비 실력이었다.
정귀현은 됨됨이를 떠나서 수비력만큼은 팀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비록 어려운 수비에 도전했다가 실책으로 기록될까 봐 몸을 사릴 때는 속으로 분을 삼키곤 했지만.
이제는 정귀현이 음주 운전을 하지 않았더라도 강건우가 주전 유격수가 되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놈이 자기 자리를 뺏을지도 모르는 강건우를 괴롭히기 전에 사라져줬으니 다행일지도 몰랐다.
“볼 때마다 되게 열심히 한다. 넌 크게 될 거다.”
“감사합니다.”
어떤 고참급 선수는 강건우가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걸 보고 싸가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양대근은 이게 싫지 않았다. 사실, 운동하고 있는데 자기가 말을 걸어서 약간 방해한거니까.
항상 마음속으로는 정귀현과 고은태의 턱주가리를 날리는 상상을 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자신을 생각하며, 강건우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강건우의 동작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
“…”
강건우와 눈이 마주쳤다. 양대근은 뻘쭘해서 슬쩍 웃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꽤 친하게 지내는 이시욱이 신인때 자기가 웃는 걸 보고 제대로 겁을 먹었던게 떠올랐다.
‘누가 이렇게 생기고 싶어서 생겼나.’
하지만 강건우는 겁먹지 않았다.
“필라테스 관심 있으시면 제가 자세 좀 봐 드릴까요?”
“오, 진짜?”
“예.”
“그럼 고맙지.”
양대근은 아주 싱글벙글 웃었다. 그리고 강건우에게 동작을 배우고 열심히 따라 하고 있을 때, 이시욱이 들어오더니 미친듯이 웃어대기 시작했다.
“아, 행님! 지금 뭐 하고 있습니까! 안 어울리게!”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야, 야, 시욱아, 나 좀 잘하지 않냐?”
이시욱은 강건우에게 손으로 인사하며 양대근을 놀렸다.
“행님 발 바들바들 떠는 게 고장난 로보트 같은데요. 잘하긴 뭘 잘합니까. 내가 해도 그것보단 잘하겠네.”
얼굴이 벌게진 양대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말했다.
“이시욱.”
“왜, 왜요?”
“잘 할 거 같으면 너도 와서 같이 해.”
“하기 싫은데요.”
“시끄러. 같이 바들바들 떨자.”
결국,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양대근을 잘 따르는 이시욱은 필라테스에 합류하고 말았다.
“아이고, 내 죽는다아! 막내가 사람 잡는다아!”
“엄살 부리지 마라.”
“선배님. 너무 힘드시면 다리 좀 내리셔도 됩니다.”
“안돼.”
“왜 안됩니까!”
“아무튼 안돼.”
한참 뒤에 들어온 배영한은, 세 사람을 보고 실실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야, 야. 니네 뭐 하냐? 필라테스? 예쁜 여자 강사라도 불러놓고 하지. 어우, 육수 좀 봐.”
양대근은 상상했다. ‘열심히 운동하는 동료 선수를 놀리지 마라! 이 날라리 새끼야! 어제도 술 처먹더니 해장국 찾으러 왔냐!’라고 호통치는 자신의 모습을.
하지만 소심한 양대근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 말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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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스프링 캠프도 마무리되어 간다. 이제 다른 팀들과의 연습 경기 5경기가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나는 유격수로 자리를 굳혔다. 감독은 내가 시즌이 시작되더라도 2군으로 갈 일은 없을 거라고 못 박았다.
수석 코치는 나를 따로 불러서 자기만 믿으라고 말했다.
단장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더니 비슷한 말을 했다.
아주 콩가루 집안이긴 한데, 셋 다 날 좋아하니 별 상관은 없는 일이다. 그보다, 이 팀꼴을 보면 누가 안 밀어주더라도 내가 2군으로 내려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청백전을 한 번 더 했다. 이번에는 노경우와 내가 같은 팀이 되었고, 우리는 키스톤 콤비를 결성했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이 녀석은 옆에서 자리를 잡아주고 수비 방식에 대해 이야기 해주면 그나마 괜찮다는 거였다.
그러니까 결론은 하드웨어는 좋은데 소프트웨어가 영 부족하다는 것이다.
난 경기 내내 노경우에게 다이빙하지 말고 안정적으로 잡으라고 말해줘야만 했다. 글러브를 몸 중앙으로 가져오라거나, 점프하면서 던지지 말고 스텝 밟으면서 정확히 던지라고 하거나 사소한 것 하나하나 전부.
“역시 이 노경우가 인정한 전체 1차.”
“…”
“아무래도 2루수가 내 체질에 맞나 봐.”
“내 생각에 넌 우익수가 딱 맞는데.”
체격 좋고, 발도 빠른 편이다. 그리고 어깨도 괜찮다.
타구 판단 능력은 거의 없는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야수로 뛸 때보단 낫다.
내야수보다 외야수일 때가 나은 이유는, 그나마 공 날아올 때마다 다이빙 캐치를 하지 않아서다.
“야.”
“왜?”
“너 설마…”
“뭘?”
“내가 네 자리 뺏을까 봐 견제하는거?”
난 대꾸하지 않았다. 아직 2루수는 정해지지 않은 듯하지만, 사실 나는 노경우가 2루수로 들어와도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2루수 후보들도 그렇게 뭐 빼어나진 않아서다.
솔직히 말해서, 수비력은 개나 줘버리면 타선은 그럭저럭 구성할 수 있다.
1루와 지명타자에 양대근, 이시욱.
포텐이 조금만 터지면 괜찮을 것 같은 3루수 황석규. 스윙만 보면 괜찮은데 작년 성적을 보면 좀 그렇다.
외야에는 용병 타자 울프팩과 배영한.
이렇게 짜인다면 2~3자리가 문제다. 포수는 내가 보기엔 확실히 공수 양면에서 구멍이다.
노경우가 프로에 빠르게 적응하고 만약 2루수로 뛴다면 2루는 수비만 구멍이 될 테고, 외야 한 자리의 타격이 문제가 될 거다.
하위 타선이 완전히 쉬어가는 타순이 되어버리면 쉽지 않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그 큰 문제는 당연히 불펜이다.
“야 근데 너 진짜 투수는 안 하냐?”
안 그래도 그 문제에 대해 감독과 상의했다.
불펜으로 이닝을 조절해가며 뛴다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하지만 그 전에, 무리가 덜한 투구 폼을 완성해야 한다.
폼을 만들고, 감독과 상의 후 투구 훈련도 조금씩 병행할 예정이다.
“중요할 때만 던질 수도 있고.”
내 말에 노경우는 코를 후비며 띠껍게 대답했다.
“와, 시바. 뭐야? 주인공이야? 야구 혼자 하냐? 어?”
“너도 가서 투수 하겠다고 해.”
“사실 나 170키로 던지는데 한국 야구 보호를 위해 안 던지는 것임.”
“…”
“…대꾸 좀 해줄래?”
“…”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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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경기의 첫 상대는 호주 팀이었다. 우리는 17대 8로 승리했다.
[부산 오션스, 호주 팀 상대로 연습 경기에서 17대 8 쾌승!]ㄴ호주팀한테 8점 내주는 오션스 투수 클라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개부끄럽네 진짜;;;
ㄴ강건우 그는 신인가? 강건우 그는 신인가? 강건우 그는 신인가?
ㄴ호주 리그 투수한테 홈런 두개 쳤다고 신 소리까지 나옴?
ㄴ암튼 신임
ㄴ우리 건우 크보 타율 10할 찍자!
선발 투수는 뭐… 상대가 호주 팀이라 그런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앤디 가필드가 2이닝 무실점, 커크 심슨이 2이닝 무실점.
그 뒤로 좀 맞아서 문제지.
그래도 평균자책점 4점대의 불펜 양대산맥이 훌륭하게 막아주더라.
괜히 양대산맥이 아닌가.
음.
그냥 그렇다고 치자.
남은 네 경기는 한국 팀과의 경기다.
상대는…
오션스와 더불어 KBO 양대산맥인 대전 메테오스.
[오션스와 메테오스의 연습 경기. 관전 포인트는?]ㄴ마! 메테오스! 행님들 오셨다 인사 함 박아봐라!
ㄴ어디서 꼴션스 새끼들이 깝침? 9위가 만만해 보이냐???
ㄴㄹㅇㅋㅋㅋ우리 메테오스는 순위 표시하는데 숫자 두개까지 필요 없음 ㅋㅋㅋ
ㄴ돌멩이새끼들 ㅋㅋㅋㅋ 킹션스가 괜히 10등한줄 아냐? 건우 데려오려고 탱킹한건데 ㅋㅋㅋㅋ
ㄴ봐줬더니 ㅈㄴ 기어오르네 ㅋㅋㅋ 똥테오스 너넨 뒤졋따 ㅋㅋㅋㅋ
ㄴ파)조빱들 싸움이 젤 재밌음 야빠라면 놓쳐선 안될 경기
ㄴ웃음후보간의 치열한 맞대결 ㄷㄷㄷㄷㄷ
그리고 아버지의 창원 파이러츠다.
-장인어른 : 건우야
-장인어른 : 아저씨가 응원하고 있다
-장인어른 : 유리가 파이러츠는 꼭 이겨야 한다고 전해달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