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00)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02화(102/385)
여보세요 나야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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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대근이 형 말도 잘 못 한다?”
“그래? 하긴, 대표팀은 처음이니까.”
“근데 그게 더 좋아 보여.”
“정말?”
“말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평소에는 주장이라서 어쩔 수 없이 말하거든.”
“덩치는 산만해가지고…”
“그건 그렇고, 음식은 어때? 맛있지.”
“응. 완전. 하. 넌 누나가 얼마나 걱정한 줄 모르니?”
“걱정했어? 왜?”
“아니, 해외 나와서 입맛이 맛이 갔나 싶었잖아…그래가지고 무슨 메이저리그를 가겠다고…”
“역시 나 걱정해주는 건 누나뿐이다.”
“당연한 말을.”
“그래도 진짜 좋다.”
강건우는 햄버거를 먹으며 말했다. 사실, 햄버거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래도 여기는 정유리가 워낙에 좋아하던 햄버거 가게라서.
강건우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누나랑 같이 밥 먹는 게 어떻게 이렇게 행복할까.”
정유리는 자기도 모르게 히히 소리 내며 웃었다. 한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이 2연패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것 따위, 인생 최고의 햄버거를 찾은 데다가 건우랑 마주 보고 밥 먹고 있는데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정현수 영어 공부 열심히 했다고 해놓고 완전 뽀록났잖아.”
“그래? 무슨 일 있었어?”
“하이 예스 땡큐 밖에 말 못 해. 뜨거운 물 줄까 차가운 물 줄까 하니까 땡큐 하더라.”
“누나가 통역 다 하고 있겠네. 누나 영어 잘 하잖아.”
“아, 이 누님이 영어는 좀 하지. 근데 너 영어로 인터뷰 잘 하더라? 영어 어디서 배웠어?”
강건우는 말없이 씩 웃으며 프렌치 프라이에 케첩을 찍어 유리에게 내밀었다. 유리는 냠 하고 받아먹고는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근데 있잖아.”
“응.”
“나 미국 유학 가볼까?”
강건우의 포크가 멈췄다.
“어, 왜? 싫어?”
내적갈등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유리 누나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그리고, 같이 있으려고 한국에 남았는데 미국을 간다고?
잠깐의 침묵 이후, 강건우가 대답했다.
“아냐. 누나가 원한다면 해야지. 누나 유학 가면 나 은퇴하고 누나 따라가서 뒷바라지할까?”
정유리는 농담으로 생각하고 깔깔 웃었다.
“뭔 소리야. 너 나 뒷바라지한다고 은퇴하면 오션스 팬들이 나 잡으러 올걸? 그날로 꼴갤 여신 끝이야.”
강건우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럼 팔꿈치 다쳐서 수술해야 한다고 뻥치고 미국에서 지내면 되겠다.”
농담일지라도 기분 좋은 말이었다. 그만큼 떨어지기 싫어한다는 뜻일 테니까.
물론, 강건우는 농담이 아니었지만.
“됐다, 됐어. 그냥 해본 말이야. 안 그래도 2학기 때 학점 몰빵해서 학교 미친 듯이 다녀야 해.”
“오션스 입사하게?”
“사실 대학원이나 유학도 생각했었는데…남친 덕분에 오션스에서 오라고 난리네?”
강건우가 미소지었고, 유리가 계속 떠들었다.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 바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것도 좋은 것 같아. 음. 나중에 우리 건우 미국 진출하면 따라와서 공부 좀 더 해볼까?”
강건우의 표정이 밝아지는 걸 본 정유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근데 그 전에 오션스 우승부터 시키고 생각해야지. 어딜 그냥 도망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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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좋은 하루였다. 미국에서 유리와 이렇게 웃고 지냈던 적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더더욱.
미국은 내게 기회의 땅임과 동시에 불행의 나라였다.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그리 아등바등 살면서 주변을 살피지 않았을까.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점도 있다. 유리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그 공놀이가 이제는 유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야구는 잘못이 없다.
그냥 내가 문제였을 뿐이지.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에 몸담고 있을 때, 우리는 산호세에서 지냈다. LA에서 그럭저럭 가깝기에(그렇다고 해도 차로 5시간 이상 거리지만)이 곳에서 유리와 함께했던 곳을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좀 감상적이다. 미국에 오기 전부터 좀 그러더니.
“내일 경기장에서 나만 보고 있어.”
예전 같으면 죽어도 못 했을 말을 서슴없이 하는 나를 보면 놀랍기도 하다.
유리가 경악하는 표정을 짓긴 했지만, 그래도 싫어하지는 않는 데다가 나도 모르게 계속 튀어나오는 걸 어쩔 수 있나.
유리와 함께 하는 동안 한국 관광객들이 우리를 알아보기도 했다. 사실, 미국 현지 야구 팬으로 보이는 사람도 내게 싸인을 받아갔다.
“네가 필리스로 왔으면 좋겠어. 마침 우리가 유격수와 홈런왕, 마무리 투수가 필요하거든.”
“필리스? 좋은 팀이지. 내가 만약 미국으로 오게 된다면 고려해볼게.”
유리는, 내가 영어로 인터뷰하는 것이 미리 준비해둔 대본을 읽은 거라고 생각한 듯했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자, 상당히 놀란 것으로 보였다.
“우와…내 남친…생각보다 똑똑하네…?”
어쨌거나, 기분 좋게 호텔로 돌아오자 대표팀 선수들이 날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막내 데이트 잘 했냐? 표정 보니 재밌었나 보네?”
“이야. 기분 안 좋을 때도 홈런 두 개씩 때리는 데 기분 좋으면 얼마나 잘 치려고?”
“멕시코는 이제 뒤졌다.”
“일편단심 왕자님 왔냐? 표정 보니 내일은 180도 던지겠다?”
아.
이 막내 취급.
어색하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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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다 왔고?”
추성태 감독님의 표정도 흐뭇했다. 솔직히 내가 감독이라도 나처럼 해주면 날 싫어할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에도 투타 겸업 시도가 많았다. 한정된 로스터 내에서 팀을 시즌 내내 운영해야 하기에, 하다못해 패전처리 급이라도 가능한 타자가 있으면 가치가 올라가곤 했다.
로스터 한 자리.
그리고 서비스 타임을 고려하면 더더욱.
“예. 배려해주신 덕분에요.”
“허파에 바람 들어가서 붕 뜬 건 아니지?”
“컨디션 완전히 회복됐습니다.”
“흐흐. 그래. 넌 뭐, 내가 길게 본 건 아니지만 알아서 잘 하더라.”
“감사합니다.”
“그래. 나가봐라. 어디 불편한 데 있으면 바로 말하고.”
“예. 감독님.”
우리는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 지었다.
현재까지 3승 무패.
최하위는 전패의 호주고, 일본과 멕시코가 2승 1패, 베네수엘라와 네덜란드가 1승 2패씩.
동률이면 상대전적으로 진출하는 데다가 8강에는 B조 여섯 개 팀 중 네 개 팀이 올라가는 구조라서.
문제는 이제, 몇 위로 조별리그를 마무리하느냐다.
1위 아니면 4위가 되는 것이 좋다. 미국도 A조에서 3연승을 거두며 조 1위가 유력하니, 준결승전에서 미국을 피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남은 경기에서 모두 이기는 것이다.
“집중력 떨어지는 놈은 출전 없다! 명심해!”
추성태 감독님은 면담 때와 훈련 때가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조용한의 말에 따르면, 저건 진심이라고 한다. 원래 국대 백업이었는데 기존 주전이었던 포수가 술 마시고 와서 설렁설렁 훈련하자 이렇게 외쳤다나.
“넌 이제 포수 마스크 쓰지 마라.”
“예?”
“술 먹는 거 오케이. 근데 술 먹고 훈련이나 경기에 지장을 줘? 짐 싸, 이 새끼야.”
그렇게 다시는 국가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고.
어쨌거나, 경기 전 훈련에서 땀을 시원하게 흘렸다.
모든 준비가 끝났고, 감독님은 선수들을 불러 모아놓고 말했다.
“경기 뛸 컨디션 아닌 사람 거수.”
“…”
“긴장돼서 속이 울렁거리는 사람 거수.”
“…”
“하루 더 쉬고 싶은 사람?”
“…”
“훈련하다 다친 사람?”
“…”
“오케이. 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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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단기전에서는 어디 하나 쉽게 볼 만한 팀이 없다지만, 괜히 조 편성을 두고 미국의 농간이라 부르는 것은 아니었다.
복병 네덜란드와 강호로 분류하기에 충분한 멕시코와 베네수엘라 및 일본.
호주가 모든 경기에서 패배하며 예상된 추락을 보여주는 가운데, 한국과 멕시코는 둘 다 최선의 라인업을 내놓았다.
선발 투수 박용재.
그리고 멕시코의 선발 투수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호세 데 헤수스 마르티네즈.
모든 선수가 KBO 소속으로 이루어진 한국 대표팀과는 달리, AAA리그와 NBP리거 위주에 일부 자국 리그 소속 선수가 포함된 멕시코.
B조 모든 팀들의 생각은 비슷했다.
[1위 아니면 4위. 야구 올림픽 B조 감독들의 동상이몽.]그래도 기왕이면 1위가 낫다. 4위를 하려다가 삐끗하면 잘못될 가능성도 충분했고, 흐름을 탄다는 측면에서도 그랬다.
한국의 홈 경기로 진행된 이번 경기.
박용재는 첫 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Live) 멕시코 0 : 0 대한민국.]-3번 타자 엔리케 루고.
-4구째 삼진(147km/h)
└크 안정감
└꽉찬 투심 ㄷㄷㄷㄷㄷ
└용재야 오션스 함만 와도…
└박용재 메테오스 영구결번
└얜 이상하게 안정감 느껴짐
박용재는 능글맞게 웃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1회에 던진 공은 고작 8개.
1번 타자에게 3구째 스플리터로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고, 2번 타자는 초구 포심을 때려 3루 땅볼.
그리고 마지막 타자는 루킹 삼진.
“막내야. 오늘도 후덜덜하게 공 잡어. 알었지?”
대회 첫 등판이라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았겠지만, 박용재는 몸 관리를 잘해두었다.
감독으로서는 가장 믿을 만한 투수 스타일이었다.
등판 간격이 어쨌건 몸을 만들어 오고, 기복도 거의 없는 데다가 큰 경기에 강한 멘탈.
만약 대회가 별다른 변수 없이 진행된다면, 추성태 감독은 결승전 선발 투수로 박용재를 이미 정해둔 상태였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및 8강전과 준결승전은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조정하고, 박용재를 최후의 승부에 내보낸다.
일이 제대로만 풀린다면.
멕시코는 지금까지 세 경기 연속으로 1회에 홈런을 때려낸 강건우를 경계하고 있었다.
강건우의 홈런 이후 한국이 주도권을 휘어잡고 놔주지 않는 것이 이번 대회 한국의 플레이였다.
때로는 무자비하게, 또 격전일 때는 이닝을 잘게 쪼개가며 투수를 투입해 막아내는 플레이 스타일.
NPB에서 지난 시즌 15승을 거둔 호세 데 헤수스 마르티네즈를 내세운 것도, 추성태 감독이 추구하는 스몰볼을 일본에서 많이 겪은 투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마르티네즈는 한국의 1번 타자 정부원을 상대로 4구째 컷 패스트볼로 범타를 유도했다.
‘절대 한국 유격수 앞에 주자를 쌓지 말라.’
단순한 주문이지만, 어려운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말처럼 된다 하더라도 강건우에게 솔로 홈런 두 방을 얻어맞은 일본 투수는 리그에서 마르티네즈보다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었다.
마르티네즈는 생각했다. 강건우에게 절대 정면 승부를 하지 않겠다고.
물론 그럴 때 보여주는 강건우의 도루 능력이 걸리기는 하지만, 무턱대고 맞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하지만.
오션스에서야 강건우를 피하면 어떻게든 방법이 생길지 몰라도.
따아아아아아아아악-!
지난 시즌 KBO에서 MVP를 따낸 정조준도 결코 만만한 타자는 아니었다.
“정조준! 정조준! 정조준!”
“우와아아아아아!”
한국의 승리 공식은, 지금까지 1회 홈런.
강건우의 까마득하게 날아가는 홈런 타구와는 다르게 비교적 낮고 빠르게 훅 날아가 펜스를 넘기는 정조준의 타구가 스탠드에 쾅 하고 꽂혔다.
-정조준의 솔로 홈런! 예! 이 선수가 테이블 세터라고 해서 장타력을 무시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거든요! 드디어 본색을 드러냅니다!
피해가려던 강건우에게도 안타를 맞았다. 연속 경기 첫 타석 홈런 기록이 깨지긴 했지만, 양대근의 안타가 나왔을 때 홈을 밟으며 오션스 커넥션이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
-아! 양대근의 적시타! 1점 더 달아나는 한국! 깨끗한 타구였어요! 그리고 강건우의 공격적인 주루가 돋보였습니다!
-사실 대회 시작 전만 하더라도 양대근 선수는 왼손 대타 정도로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작년 홈런왕 윤태호를 밀어내고 자리를 잡은 모양입니다. 대기만성이란 게 이런 거죠. 오션스의 타선을 이끌고 있는 3, 4번 타자가 국가대표에서도 날아다니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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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초.
박용재가 2루타를 맞았다.
“야야, 괜찮어. 병살 잡으면 돼.”
무사 2루에서 병살을 잡으면 된다고?
그래도 뭐, 그냥 말버릇이 그런 거겠지.
2루수 이현동이 내게 슬쩍 말했다.
“건우야.”
“네.”
“얘 목걸이 어디서 샀냐고 좀 물어봐주라.”
웃음이 나오는 부탁이다. 그래도 이 정도쯤이야.
“Hola. 목걸이 어디서 났어?”
2루 주자 에드가 실바는 꽤 성격이 좋은 놈인지, 씩 웃으며 내게 말했다.
“내 할머니가 만들어준 거지. 어디서 파는 게 아니야. 이게 마음에 들어?”
“우리 2루수가 탐내고 있어.”
“멕시코에 놀러 와서 날 찾아. 할머니에게 부탁해두지.”
내가 이 대화를 전달하자, 이현동은 시무룩해 하며 수비 자세를 잡았다.
“멕시코엘 어떻게 가냐. 총 맞아 죽으면 어쩌게.”
그 말을 그대로 전달하지는 못했다.
“꼭 가겠대.”
“좋아. 같이 놀러 와.”
승기 형은 주자가 나가면 조금 고전하곤 하지만, 이 투수는 다르다.
슬라이드 스텝으로 주자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낸다.
딱!
“아웃!”
2루수 이현동의 수비 실력은 썩 괜찮은 편이다. 자기 옆으로 강하게 날아가는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후, 곧바로 중심을 잡고 주자를 묶었다.
노경우가 이 정도만 해줘도 정말 든든할 텐데.
다음 타자에게는 삼진.
어떻게든 타구를 외야로 날려 보내려는 타자를 상대로, 바운드 될 정도로 크게 떨어지는 커브를 던졌다.
조용한은 그 공을 안정적으로 블로킹해 몸 앞에 잡아둔 후 주자의 움직임을 보고 그대로 2루로 강하게 던졌다.
“세이프!”
역시.
편한 자세가 아니었음에도 송구가 레이저처럼 직선으로 날아온다.
박의현도 괜찮은 포수기는 하지만 송구가 이 정도는 아니다.
보다 보면 탐나는 선수들이 많다.
국가대표팀이라 각 포지션에서 가장 잘 하는 선수들을 모아놨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다들 휴식기라고 펑펑 놀고 자빠졌으면 곤란한데. 나중에 노경우한테 전화해서 훈련 좀 하라고 갈궈봐야겠다.
그리고 다음 타자에게 꽤 큼지막한 타구를 맞았다.
주자가 달리기 시작했고, 나는 중계 플레이를 위해 중간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래도 이건 안타…
“우와아아아아아아!”
“정부원! 정부원!”
하지만 정부원이 몸을 날리며 공을 잡아낸 후, 이닝을 끝내버렸다.
이거 오션스 외야였으면 안타였을 텐데.
오션스 수비만 보다 보니 내 눈이 낮아진 건가.
박용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뭐랬어? 병살 잡으면 된댔지?”
“메테오스에서는 이것도 병살로 쳐요?”
“아무튼 병살이여!”
재밌는 사람이다.
오션스에 와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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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대-한민국!”
“오! 필승 강건우!”
9회 초.
스코어 5대 3의 상황에서 강건우가 마운드에 올랐다.
박용재가 7이닝 2실점으로 막아냈고, 8회에 홈런 한 방이 나와서 총 3실점.
추성태는 꽉 막힌 사람이 아니었다.
다른 감독이었다면 안정성을 고려해 기존 마무리였던 이대훈을 클로저로 썼을지도 모르지만, 리그에서 보여준 모습만을 가지고 판단했다.
“건우야아아아아!”
정유리가 빽 소리 질렀다.
물론, 강건우에게 직접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쩌면, 자기가 목소리를 더 크게 내야 강건우가 더 잘한다고 믿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그리고 강건우는 그런 정유리의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첫 타자를 상대로 삼진을 기록했다.
“건우야아아아아아아아! 네가 제일 멋있어어어어어어!”
관중들이 유리의 말을 옮기기 시작했다.
“건우야!”
“유리 누나가!”
“제일 멋있었단다!”
강건우는 그 외침을 듣고, 씩 웃으며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 외침에 부응하는 투구.
탁!
164km/h의 포심 패스트볼.
리그에서는 160km/h 이상의 강속구를 많이 던지지 않았지만, 올림픽에서는 꽤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빗맞은 타구가 높게 떴다. 조용한이 포수 마스크를 집어 던지고 달려 나와 가볍게 잡아냈다.
“갱! 건! 우!”
“갱! 건! 우! 갱! 건! 우!”
갱, 그리고 건.
사실 많은 관중이 외치기에 알아듣기 쉽지는 않은 발음이었기에, 타석에 들어선 멕시코 타자 오스카 아쿠냐가 자기 귀를 의심했다.
‘갱? 그리고 건?’
지금 나를, 갱과 총의 나라 출신이라고 모욕하는 것인가.
설마, 아니겠지.
아니, 진짜인가.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며 타석에 들어섰다.
트리플 A 소속의 오스카 아쿠냐는 집중력을 되찾으려 애썼다.
이번 대회에서 꽤 괜찮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대회가 끝나면 아시아의 몇 개 팀과 약속을 잡아두었다.
지금 한국을 씹어먹고 있는 저 선수에게 안타를 때려낸다면 큰 홍보가 될 거로 생각했다. 박용재를 상대로 1타점을 뺏어내는 적시타를 때린 것도 오스카 아쿠냐였다.
‘집중…’
그러고 보니, 저 투수의 소속팀도 자신에게 접근해왔다. 기왕이면 NPB가 더 낫겠지만 KBO도 나쁘지 않다.
초구.
“스트라이크!”
헛스윙.
빠른 공을 의식하고 있을 때, 145km/h의 투심이 허를 찔렀다.
2구.
“스트라이크!”
이번엔 뚝 떨어지는 커브.
‘제기랄.’
보고서에 쓰여 있는 대로, 구종이 여러 가지다.
그냥 166km/h만 던지더라도 까다로운데,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2스트라이크에 몰렸으니 더 피곤해진다.
그래도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아마도 스카우트들이 많이 보고 있을 테고,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저 투수에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면ㅡ
부웅-!
따아악!
발사 각도가 높진 않았지만, 감이 꽤 괜찮았다.
내야를 꿰뚫기엔 충분할 것 같은 타구.
하지만.
공을 던진 후의 투수는 중심을 그대로 유지했고, 타구가 배트에 맞자마자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빠른 타구를 손쉽게 걷어낸 후, 1루로 송구.
“아웃! 경기 종료!”
아쿠냐는 허탈한 표정으로 투수를 바라봤다.
“빌어먹을. 반칙이잖아. 유격수가 둘이나 있어.”
대한민국 야구 올림픽 대표팀의 4연승.
그리고 다른 구장에서, 일본이 베네수엘라에게 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관중석의 기쁨이 두 배가 되었다.
“일본 졌단다!”
“일-본-졌-다-!”
4승의 한국.
3승 1패의 베네수엘라.
2승 2패의 멕시코, 일본.
1승 3패의 네덜란드.
4패의 호주.
이제 마지막 경기의 결과에 모든 것이 달려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