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02)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04화(104/385)
여보세요 나야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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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 서 있는 나카지마 마자타는 긴장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애썼다.
타석에 서 있는 강건우는 오히려 여유로웠다.
지난 경기에서 둘의 전적이 어땠는지 모르는 사람조차 분위기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일본의 야수들은 나카지마와 강건우의 지난 경기 맞대결 때 공 한 번 잡아본 적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를 마쳤다. 후진 수비를 펼쳤고, 외야수 중 한 명은 펜스를 타고 뛰어올라 타구를 잡아내는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하고 있었다.
꽤 단순한 정조준은 1루 주자로 나서서 눈 마주치는 모든 일본 선수들과 눈싸움을 시작했다. 몸에 맞는 공으로 나왔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사실 정조준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긴장한 사람을 뽑으라면, 아마도 일본 대표팀 포수 준페이 아오키일 것이다.
간밤에 꿈까지 꿨다. 일본 리그에서 본인의 빛나는 커리어를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이 만18세 애송이의 스윙이 악몽을 유발했다.
투수는 명예회복을 원한다. 하지만 포수는 주저하고 있었다.
투수가 존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 싸인을 거부했다.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 싸인에도 고개를 가로저었고, 싱커도 마찬가지.
‘어쩌고 싶은건데?’
뭘 원하는지는 명백했다. 피하고 싶은 건 본인이라는 것도.
나카지마는 영리한 투수다. 올림픽에서 몇 방 맞는다고 해서 자신에 대한 평가가 극적으로 달라지진 않을 거란 건 알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장기적으로 나카지마를 관찰해왔고, 이런 단기전에서의 성적보다는 그런 꾸준함을 더 높게 평가할 것이며, 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고 있었다.
포수 혹은 벤치에서 싸인이 나오더라도 투수가 거부하면 어쩔 수 없다. 특히 저 정도 되는 에이스라면 더더욱.
결론이 났다면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한다.
‘아무리 강타자라도 그렇게 매번 홈런을 칠 수는 없다.’
그 정도는 상식이다. 그 누구도 그렇게 할 수는 없다. 하물며 배팅볼을 쳐도 그렇다.
준페이 아오키는 자세를 고쳐잡고 미트를 내밀었다. 병살 유도를 생각하면 변화구가 물론 좋기야 하겠지만, 카운트를 하나 정도 잡고 나서 유도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다.
그리고.
따아아아아아아아악-!
준페이 아오키는 기시감을 느꼈다.
이걸 어디서 봤더라.
며칠 전 한국전이었나.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이건 분명.
간밤에 꾼 꿈에서 본 장면과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가아아앙! 거어어언! 우우우우!”
강건우가 뒤로 던진 배트가 흙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마운드에 선 투수는 한참을 날아가는 타구를 멍하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대체 뭐야 저 자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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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야구는 9회 말 2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다.
야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것이 바로 이 바닥이다.
축구에서는 시즌 내내 한 경기도 지지 않고 우승을 차지하는 팀이 나올 수도 있지만, 야구에서는 59.5%의 승률을 기록한 팀이 우승하고 53.2% 승률을 따낸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할 수도 있다.
시즌 내내 봐도 그렇고, 한 경기에서 작게 봐도 그렇다. 서로 치열한 투수전을 펼칠 때면 1~2점은 정말 크게 느껴지지만, 양 팀이 두 자릿수 득점을 내고 있는 경기의 1~2점은 별거 아닌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물론 그런 것들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정유리는 두 손을 꼭 모으고 경기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우리 건우 군대 안 가게 해주세요.’
정유리는 이제 겨우 22살 대학생이다.
강건우는 고교 시절 내내 운동과 대회를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기나긴 사춘기를 거쳤다.
게다가 프로로 직행해 데뷔시즌 개막전부터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이 어린 커플에게 함께할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정상이었다.
물론 이 대회가 아니라 다른 대회일지라도 분명 가능성은 있겠지만, 그래도.
최근 너무 사이가 좋은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 경기만 이기면 4강이다. 올림픽에서는 동메달만 따도 된다.
지금은 5회 말.
스코어는 2대 2.
일본은 2회 초에 1점, 4회 초에 1점씩을 쥐어짜 냈다.
그쪽도 제대로 준비를 한 것 같았다. 세밀한 야구에 있어서는 일본이 한 수 위였고, 말 그대로 쥐어짜 각각 1점씩을 뽑았다.
직전 타석 강건우에게 일본 벤치는 고의사구를 지시했다. 강건우의 도루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기어코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지금.
2사 만루 상황, 강건우가 타석에 서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강-건-우우우우! 강! 건! 우! 강건우! 대한민국 강건우-!”
투수는 여전히 나카지마 마자타.
조용한이 안타를 때려내자 이현동이 번트를 댔고, 배영한이 안타를 뽑아내 1사 1, 3루.
송병재가 볼넷을 얻고 정조준이 삼진으로 물러난 후, 강건우가 나오는 상황.
정조준은 벤치로 돌아가며 배트를 두 동강 내버렸다.
일본 투수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왔다.
한국 팬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마! 그냥 깔끔하게 맞고 끝내자!”
“작당 모의 그만해라!”
일본으로서도 피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2사 만루다. 지난 한일전에서 한국 감독이 투수를 잘게 운영하는 모습을 똑똑히 봤다.
반대편의 일본 관중 중에도 유리와 비슷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꽤 보였다.
일본이 자랑하는 에이스가 한국을 뒤집어놓고 있는 저 신인을 막아내고 희망을 이어가기를.
지금까지 둘의 상대 전적은 3타수 3안타 3홈런 2볼넷 5타점 4득점. 이 정도면 천적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수준이었다.
일본 벤치는 투수 교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그 홈런 행진이 여기에서 끝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희망은 여지없이 깨졌으며.
따아아아아아아악-!
일본 야구 팬들은, 과거의 강건우가 가졌었거나 가질 뻔했던 별명들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저건 재앙 그 자체라고밖에 말할 수 없겠는걸.]└내가 보기엔 유전자 조작이야
└방사능을 너무 많이 쬐어서 괴물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총리가 버린 방사능 오염수가 드디어 한국을 오염시켰다!
└저 정도면 야구계에 대지진이나 핵폭탄급 재난이지 않아?
└도깨비다! 도깨비가 나타났다!
└해부해볼 수 없나?
└이 슌신처럼 일본을 때려잡는wwwwwww
└금번 올림픽 일본 대표팀 초-멸망wwwwww
└금메달을 노린다고 했던 놈은 대체 누구야?
어쨌거나, 스코어 6대 2.
첫 타석 투런 홈런, 두 번째 타석 볼넷, 세 번째 타석 만루 홈런.
나카지마 마자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분함을 못 이겼는지, 덕아웃 벽을 주먹으로 때리다가 손을 다쳐버렸다.
-아. 자기 분을 못 이기고 있습니다. 저러면 안 되는데요. 선수는 자기 몸이 생명입니다.
-예, 그렇죠. 그리고 강건우 선수쯤 되면 말입니다. 자기 생명뿐만이 아니라 국보급 가치가 있다고 봐야 하거든요.
-아, 예. 나카지마 선수가 좀 다친 것 같습니다.
-사실 뭐 누가 홈런 맞고 안 분하겠습니까? 조금은 이해가 가기는 합니다.
-그런가요?
-사실 저도 현역 시절에 저렇게 맞고 나면 열 받아서 뭐라도 때려 부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참았어요.
-하하. 해설위원님은 참을성이…
-저 선수야 괜찮겠죠. 워낙 잘 하니까. 근데 전 아니었거든요.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면 감독님이 절 그대로 잊고 다시는 안 찾을까 봐.
-하하…
-그래서 다쳐도 비밀로 했어요. 조촐하게 은퇴식 열어줄 테니 그만하자고 할 것 같았거든요.
-그러셨군요.
-하지만 강건우 선수는 다릅니다. 조금만 다쳐도 바로 말해야 해요. 절대 병을 키우면 안 됩니다. 아주 약간만 아파도 바로 치료받고 완벽한 상태로 돌아와 줘야죠. 왜?
-왜 그렇죠?
-저 선수는 무조건 국보급이니까요. 자!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의 아들, 강건우 선수가 일본을 두들겨 패고 있습니다! 오늘 정말 기분 좋은 날입니다! 마음껏 즐거워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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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넌 뭐, 전생에 의열단 이런 거였냐? 다른 데랑 할 때도 잘 하는데 일본만 만나면 더 미쳐 날뛰네.”
“일본 리그 진출하면 한 7할은 치겠다야.”
“100홈런 100도루 가능한 거 아냐?”
대표팀 선배들의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인다. 그리고 특히, 군 미필 선수들이 더.
미필 선수 중, 예전에 내게 크게 한 방 맞았던 선더버즈 마무리 봉재석이 내 옆에 앉아서 내게 어깨동무를 했다.
“이건 뭐. 군 면제 브로커도 아니고…”
“야. 재석이 네가 우리 건우 대표팀 차출에 한몫했지?”
“저만 했겠어요?”
“하긴. 제일 많이 기여한 게 누구야?”
“승기 형 아니에요?”
선수들의 시선이 승기 형에게 몰렸다.
“이건 음모다. 난 아니야.”
승기 형은 발뺌했지만, 아무래도 맞고 나서 리액션이 가장 큰 사람이었으니까.
나한테 아웃 카운트 하나 잡고 자기 이름 외치면서 포효하질 않나.
눈물 흘린 건 지금 생각해도 레전드다. 임팩트가 엄청 커서, 강건우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민승기가 딸려 나올 정도다.
“외국인들이 엄청 두들겨 맞긴 했지.”
“강건우 혹시 인종차별주의자 아니냐?”
“불쌍한 외노자들이나 줘패고.”
“야. 막내야. 걔네 합법적으로 들어온 거야. 어디 출입국 사무소 직원은 아니지?”
“쟤 땜에 우리 팀 외국인 투수 쫓겨났어. 착한 친구였는데…”
별의별 말이 다 나온다. 내가 각종 음해에서 풀려난 것은, 수비 이닝이 되어서였다.
뭐.
외국인 투수들이 나한테 맞는 건 그만큼 빠른 공으로 정면 승부가 많이 들어와서 그런거고, 일본 투수들이 맞는 건…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예전부터 그랬다. 마이너리그에서도, 메이저리그에서도, 국제대회에서도.
이상하게 일본 투수들 공은 때리면 쭉쭉 뻗어 나갔다.
유리가 일본 팀 팬이었으면 진짜 일본 리그에서 100홈런 찍을 수 있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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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일본 2 : 6 대한민국.]-7회 초.
-대한민국 투수 교체
-김권종(6이닝 2실점 3피안타 3사사구 6K)->정수호.
└추감독 벌떼 불펜 가동되나 ㄷㄷㄷㄷㄷㄷ
└쿠바 대만전 대만이 이길 거 같은데 4강 대만이랑 붙을 듯
└아직 경기 안 끝남 설레발 ㄴㄴ
└정수호 몬가 믿음직함
-1구 타격(135km/h)
-파울.
└구속이 10키로 가까이 줄었는데 아직 살아남은 거 보면 ㄷㄷㄷㄷ
-2구 타격(142km/h)
-유격수 땅볼.
-아웃.
└크 건우 안정감
└수비 존나 쉽게함 진짜
└오션스한텐 아깝지 않냐?
└뭐라씨부리노 뒤질라고
└강건우=꼴빠들 발작버튼ㅋㅋㅋㅋㅋㅋㅋ
└꼴빠들 어그로 끄는법 알랴줌?
└그냥 유리라고 부르면 단체로 와서 지랄함
└ㄹㅇ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유리?
└마 죽고십나
└이 새끼들은 건우가 올림픽 하드캐리 해주고 있는데 존경심이 존나게 부족함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화네 실화여
└어디 유리라도 한 번 깨지면 단체로 시위도 할 듯
└말조심해라
└유리 누나가 니 친구가?
└깨지긴 뭘 깨져 뒤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글래스 말한 거라고!
└앞으로 창문 말할 때도 존경심을 담아 유리 누나 창이라고 부르도록
└밥 먹을 때도 유리 누나 컵 달라고 하셈
└자동차 유리 누나 유막 제거
└1절까지만 해라
└방탄 유리 누나
└저 새끼 잡아라
└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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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섰다.
일본 투수가 대놓고 볼을 던져온다.
1볼.
2볼.
3볼.
아까 1점을 내줘 점수 차이는 6대 3.
3점 차이면 아직 모른다. 내 뒤의 타자들도 훌륭한 타자긴 한데, 그래도 나는 내가 가장 믿음직하다.
유리가 그랬다.
-유리 누나 : 우리 건우 국대 가서도 젤 믿음직해 ㅎㅎㅎㅎㅎㅎㅎ
-유리 누나 : 다른 타자들은 뭐하나 우리 건우가 하드캐리하는데
그래서 네 번째 공이 날아올 때, 번트 모션을 취했다.
“스트라이크!”
포수에게서 불평이 들려온다.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좋은 말은 아닐 거다.
그리도 다시 번트 자세를 잡았다. 저쪽 팬들이 야유를, 우리 쪽 팬들이 환호성을 쏟아낸다.
프로 야구 선수로서 최고의 덕목은 야구를 잘 하는 거지만, 그 덕목 중 하나는 내 팬들만 신경 쓰면 된다는 거다.
그리고 지금은 뭐 불문율 같은 헛소리를 할 정도로 점수 차이가 벌어져 있지도 않다.
게다가 국제대회에서 불문율은 헛소리를 한참 뛰어넘은 개소리에 불과하다.
번트 자세를 취하고 투수가 던지기를 기다렸다.
물론, 번트를 댈 생각은 없다.
감독님한테 번트 대기 싫어서 못 대는 척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들은 나다.
솔직히 반은 맞는 말이다. 반은 진짜 번트를 제대로 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그렇고.
여기서 투수가 열 받았다면 몸쪽으로 던질 거다. 그냥 겁쟁이라면 바깥쪽으로 뺄 수도 있겠고.
투수가 투구를 시작했다. 나는 번트 자세를 접고, 빠르게 타격 자세로 전환했다.
공이 몸쪽으로 날아온다. 어느 정도 예상한 코스다.
뒷발을 빠르게 뒤로 빼면서 몸쪽 코스를 노렸다.
평소보다 조금 중심을 뒤로 두고, 양손을 몸통에 최대한 붙이고.
컴팩트하지만 빠른 스윙으로.
따아아아아악-!
한 번에 여러 동작을, 그것도 평소와 조금 다르게 해야 했기에 스윙 마지막에 위로 올리는 움직임을 가져갈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제대로 당겨쳤다.
타구는 라인 드라이브성으로, 탄력 있는 빨랫줄이 튕기듯 쭉.
그리고, 폴대를 그대로 맞혔다.
“으와오아아아아아아!”
“걍견우! 걍견우! 걍견우!”
오늘 경기 세 번째 홈런.
크게 기뻐할 법도 한데, 아까보다 훨씬 작아진 듯한 목소리.
아마도, 관중들의 목소리가 쉬어버린 듯하다.
나는 배트를 집어 던지진 않았다.
그냥 홈런을 확인하고 망연자실해 하는 포수 옆에 배트를 세워두고 뛰기 시작했다.
흙바닥에 배트 세워두기는 메이저리그 시절에 많이 했던 세레머니다. 배트 플립 한다고 하도 투수들이 난리를 쳐대서.
물론, 나는 투타 겸업이기에 보복구를 거의 맞지 않았다.
투수를 맞히는 순간 벤치 클리어링은 진짜가 된다. 그리고 내가 맞고 다음 이닝에도 마운드에 서게 되면, 상대 팀의 간판타자는 160km/h대 포심이 머리로 날아올 거라는 공포심을 안고 타석에 서야 한다.
어쨌거나, 나는 유리가 있는 곳을 향해 손 키스를 날리며 뛰었다.
유리가 있는 곳은 화살표 덕분에 쉽게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좋다.
일본을 터뜨린 것도 좋고, 오션스 팬들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 팬들이 유리의 이름을 외치는 것도 좋다.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나.
침 발라 놓은 느낌?
유리한테 집적대려면 한국 야구팬들을 전부 상대해야 할 거다.
5점 차이라면 한 이닝에도 뒤집힐 수 있는 점수다.
하지만 일본은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교체된 투수가 안타를 맞았고, 대근이 형이 4구째 체인지업을 때려 펜스를 넘겨버렸다.
10대 3.
“이요호호오오오오오!”
그리고 대근이 형은 이제까지 본 적 없었던 기쁨을 표하며 홈을 밟고 덕아웃으로 뛰어 들어왔다.
“뭐야? 끝내기 쳤어?”
“대근이 신났네.”
“신날 만하지.”
“잡아!”
7점 차 이기에 나는 등판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더버즈 마무리 봉재석과 바이킹스 마무리 이대훈이 차례로 등판해 남은 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고, 우리는 이번 대회 일본을 두 번 모두 꺾으며 4강에 진출하게 됐다.
모든 정리가 끝난 후. 감독님이 날 불렀다.
“강건우!”
“예, 감독님.”
“여친 앞으로! 돌격!”
아니 누굴 진짜 막내로 아나.
이렇게 유치한…하.
“돌격!”
…
내가 그렇게 소리치며 달려나가자, 뒤에서 모든 사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한 번 참는다.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