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05)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07화(107/385)
여보세요 나야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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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행동의 이유는 있다.
데인 크리스티안은 몸쪽 낮은 곳 싱커로 내 시선을 낮은 곳으로 유도했을 것이다.
어쩌면 볼이 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투구의 기본이다. 내게만 그런 걸 시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정부원에게 높은 패스트볼 하나를 보여주고 낮게 싱커와 체인지업을 던져 선택지를 강요했다.
정조준에게는 150km/h대의 싱커를 세 개 연속으로 비슷한 코스에 던진 후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뺏었다.
타이밍을 빼앗거나 코스를 현혹하고 특정 구종을 타자의 머릿속에 심어서 혼란을 가중하는 거다.
크리스티안 데인은 앞선 두 타자에게 보여준 것을 바탕으로 싱커를 오늘 주 무기로 삼았다며 주장하고, 내게 높은 포심으로 2스트라이크를 잡으려 했을 거다. 나쁜 시도는 아니었다. 어지간한 타자한테라면 충분히 먹혔을 것이다.
그게 나라서 문제였지.
“이야…”
“강건우…”
“미친…”
뭐, 그래도 내가 올림픽 들어서 지나치게 컨디션이 좋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원래 단기전은 그런 거다. 누구 하나가 미쳐버리면 감당하기 힘든 흐름이 생기게 된다. 하필 그게 나라서 좀.
“어떻게 쳤냐.”
조준이 형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
“투수가 던지면 공 날아오지?”
“어.”
“공 잘 보고.”
“어.”
“세게 때리면 돼.”
“시발놈아.”
“진짠데.”
“또라이네 이거.”
“잘 보고 존나 세게. 이게 어렵나?”
“하. 이 미친 새끼가.”
아무튼, 데인 크리스티안이 그렇게 던진 이유도 있을 것이고 내게 맞은 이유도 있다.
그리고 내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그냥…
특히 원정 관중석에서, 관중들이 내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걸 유리가 듣는 게 싫었고.
유리가 개를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던데다가.
애를 키우게 되면 유리의 커리어가 흔들릴 거라 생각했다.
안다. 다 변명에 불과하다는 거.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런 것들보다는, 내가 유리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기억도 제대로 안 나는 꼬마 시절부터 유리를 좋아했고 윗집 아랫집에 살면서 계속 붙어있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유리는 나 스스로 생각해도 내게 아까운 사람이었고, 그냥 내 기준에서만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 유리의 의견보다는 내가 다 맞는다고 생각했었다.
야구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유격수 자리에서 투수가 홈런 맞는 것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 선두 타자인 바비 모리스가 박용재의 3구째 커브를 넘겨버렸다.
“USA! USA! USA!”
그나마 선발 투수가 박용재라는 점에서 바로 한 방 맞았다고 해도 괜찮다.
박용재는 방금 말한, 할 수 있는 것이라도 하는 것에서는 한국 최고의 투수다.
어쨌거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것들이다.
지나간 일들에 대해서 생각하되 얽매이지 말고, 내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서 다시는 그런 실수 하지 않는 거.
다시 찾아온 기적 같은 기회 놓치지 말기. 모든 것들을 다시 받아들이고 유리에게 받았던 것을 두 배 이상으로 돌려줄 것.
이제는 이룰 것이 없음에도 내가 다시 야구를 하는 이유는, 내가 야구 하는 걸 유리가 좋아하니까.
딱!
외야로 날아가는 타구는 내가 어쩔 수 없다.
단, 내야에서 머무는 타구는 가능한 한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다.
움직여서, 잡고, 던지면 된다.
“아웃!”
그 간단한 걸 못하는 선수도 많다.
유리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대화를 나누고, 함께 해주는 그 간단한 걸 하지 않았던 나를 생각하면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거다.
“아주 잘혀.”
박용재가 내게 따봉을 날렸다.
유리도 좋아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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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식 마음에 안 들어.”
미국 포수 가브리엘 테티의 말이었다. 투수 데인 크리스티안은 가볍게 응수했다.
“네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있기나 해?”
“몇 명 정도는 있지.”
강건우의 기억 속에는 없지만, 그래도 꽤 기대받는 포수 유망주였다.
“같은 편이었다면?”
“같은 편이라도 날 돼지 새끼라 부르는 놈이랑 친구가 될 순 없어.”
데인이 낄낄대며 웃었다.
“꽤 통찰력 있는 친구네.”
“홈런 맞고도 웃음이 나와?”
데인 크리스티안은 자신감이 넘치는 선수였다.
안 그럴 리가 있겠는가.
세계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있었다. 마이너리그에는 자신의 적수가 없었다. 빅리그에 가서도 곧장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주변 모든 사람이 달콤한 소리만 해댔다.
물론, 한 방 맞은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투수란 직업을 선택한 이상 피홈런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냥, 다음 타석에서 멋지게 잡아내면 된다.
“오늘 실점은 저걸로 끝내면 돼.”
“또 맞으면 어찌할 건데?”
“또 맞으면 일 년간 네 점심값은 내가 내지.”
“빌어먹을 자식. 그렇다고 맞으라고 리드할 수도 없고.”
둘은 같이 웃었다. 그리고 3회 초.
스코어 1대 1의 2사 주자 2루 상황.
강건우가 타석에 들어서자 가브리엘 테티가 말했다.
“헤이.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많이 어려웠겠군.”
“뭐?”
“생각했다길래. 평소에 그런 거 잘 안 하지 않아? 딱 봐도 그래 보이거든.”
“개자식. 삼진이나 먹고 떨어지라지.”
미트를 주먹으로 팡 때린 후, 슬라이더를 요구했다.
지금까지 포심-싱커-체인지업으로 한국 팀 타자들을 요리해왔다.
이건 못 친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첫 타석에서 홈런을 맞았던 것은, 모험이 실패했던 것뿐이었다.
이 타자는 특히 빠른 공에 강하다. 카운트를 하나 잡겠다고 놓은 덫에 걸리지 않았었고, 좀 더 흔들어 놓을 생각이었다.
데인 크리스티안이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타자들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가장 힘든 상대가 이 타자임은 분명했다.
슬슬 타선도 한 바퀴 돌았으니 변주를 줄 때도 됐고, 득점권 상황에서 꺼내 들기는 가장 좋은 카드다.
2번 타자 정조준이 체인지업을 노린 것은 강건우의 조언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덫을 놓았다고 생각한 미국 배터리가 강건우의 덫에 걸려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150km/h대를 기록할 수 있는 고속 슬라이더.
데인 크리스티안이 힘차게 팔을 뻗으며 손목을 비틀었다.
공이 존 바깥쪽으로 날았다.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다면 배트가 충분히 따라 나올 법한 코스.
‘하지만 여기서 밖으로 달아날…’
따악-!
가브리엘 티테로서는 믿기 힘든 상황이었다.
강건우의 팔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달아나려는 슬라이더를 툭 밀어쳤다.
문제는, 강건우가 분명히 당겨칠 거라고 생각해 수비 시프트가 반대로 치우쳐져 있다는 것이었고, 슬라이더가 더 꺾이기 직전 가장 약할 때 타격이 이루어졌다는 점이었다.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건우야아아아아아아!”
“우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1, 2루간을 꿰뚫은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 외야 바깥쪽으로 흘러나갔다. 아무리 다저 스타디움의 외야가 좁다지만, 반대쪽으로 치우쳐있던 우익수가 타구를 쫓아가는 사이 정조준이 홈을 밟기는 충분했다.
강건우는 당황한 우익수가 공을 살짝 더듬는 사이, 2루를 돌아 3루로 향했다.
우익수의 송구가 꽤 날카로웠지만,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
강건우는 옷을 툭툭 털어내고는 일어나서 관중석 한쪽을 향해 손 키스를 날렸다.
“건우야아아아!”
“유리누나!”
“또 기절했다아아아아!”
가브리엘 테티는 입술을 깨물었다.
‘Fuck. 1년간 쓰레기 같은 점심을 먹게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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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초, 서우주의 적시타로 한국이 1점을 추가했다. 가운데 몰린 공을 때려 2루수 키를 살짝 넘겼다.
3회 말, 미국이 연속 2루타로 1점을 냈다. 스코어 3대 2.
4회 초, 양대근과 송병재가 출루해 무사 1, 2루가 되었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4회 말, 미국 선두 타자가 출루하자 감독님은 불펜을 가동하기로 했다. 박용재 정도의 이름값이라 하더라도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고 있기에 당연한 선택이었다.
바뀐 투수로 길게 끌고 갈 생각은 없는 듯했다. 언더 스로우 셋업맨 용종혁이 올라왔고, 1사 1, 2루가 되었지만 병살타를 유도해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5회 초, 조준이 형이 또 체인지업을 때려냈다. 내야 안타로 출루했던 정부원과 함께 무사 1, 2루.
미국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했다. 아직 데인 크리스티안이 내려갈 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오늘 나와 두 번 상대해서 홈런과 3루타를 맞았기에 날 경계하는 듯했다.
“건우야아아아아!”
“유리 누나가아아아아!”
난 대기 타석과 타석 중간쯤에 서서 씩 웃었다.
그리고 연습 스윙을 몇 번 했다.
내가 배트를 휘두를 때마다 한국 관중들이 열광하고, 미국 관중들의 분위기가 냉랭해진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요즘처럼 야구 재밌게 했던 적이 언제였을까 하고.
한국에서 뛰면서 거의 양민학살 수준으로 안타와 홈런을 쏟아내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지만 메이저리그 시절만큼 치열하다고 할 수는 없다.
투수가 계속 고개를 끄덕인다. 감독은 투수에게 계속 뭐라고 말을 하다가 관중석 쪽을 가리켰다.
뭐, 저 사람들에게 네가 최고란 걸 증명할 기회니까 아까 맞은 것 따위는 잊어버리라고 말하고 있겠지.
3대 2면 그리 큰 점수 차이도 아니다. 사실, 그건 나도 장담할 수 없는 스코어다.
감독이 내려갔다. 데인 크리스티안과 한 번 더 맞붙게 될 것 같다.
타석으로 다가가자 이번엔 가브리엘 테티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슬라이더 끝내주던데. 하나 더 주나?”
“입 닥쳐.”
“올 때마다 말을 걸길래 상담사가 필요한 줄 알았어. 필요 없으면 그만두지.”
“Son of bitch.”
“Son of father.”
“뭐?”
“별로였나? 그럼 son of mother?”
안될 것 같으면 시도하질 말았어야지.
초구는 포심이었다. 날 유혹하기에는 너무 높았다.
2구는 슬라이더.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내 별명 중 하나가 매드 볼 히터였다.
하지만 그런 내게도 저건 너무 심했다. 스트라이크 없이 투 볼.
투수와 포수의 싸인이 길어진다. 그리고 다음 공은 싱커.
“볼!”
이건, 완벽한 나의 카운트다.
데인 크리스티안이 일부러 볼을 던지진 않았을 거다. 볼넷을 내주면 무사 만루가 된다. 내 생각에는 제구가 안 된 것이 아닐까 싶은데, 그렇다면 다음 공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스윙이다.
존에서 크게 벗어나면?
3볼 1스트라이크가 되는 거고.
적당히 비슷하게 와도 병살을 피하려고 띄워 보내기만 하면 된다.
“혹시 투수가 공 안 가지고 있는 거 아냐? 공기를 던질 순 없잖아.”
포수는 대꾸하지 않았고, 잠시 후 투수가 크게 심호흡하고 공을 던졌다.
그리고 나는 휘둘렀다.
따아악!
내버려 두면 볼넷이었을 텐데.
미국에서 오랜만에 야구해서 그런지, 미국 시절 습관처럼 아무 공에나 휘둘러버렸다.
하지만 타구는 꽤 멀리 날았다. 존에서 벗어나는 공을 때려 단번에 펜스를 넘길 만큼 크고 높은 타구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펜스에 미사일처럼 꽂혀버리는 타구.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가끔 이 구장에서는 펜스를 맞히고도 단타가 되는 타구가 나오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펜스를 때려놓고 겁쟁이처럼 1루에 서서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을 수는 없다.
전력 질주해서 슬라이딩으로 2루에 도착했고, 미국 유격수 라이언 콜린이 송구를 받아 내게 태그했지만 심판은 양팔을 옆으로 크게 벌리며 외쳤다.
“세이프!”
힛 포 더 싸이클에 1루타 하나 남았나?
미국 투수들이 내게 제대로 승부해줄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런 것 같다.
나는 일어서며 라이언 콜린에게 말했다.
“괜찮아. 은메달도 잘 한 거야.”
내성적인 라이언은 날 빤히 바라보더니 살짝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아, 아직 안 끝났어.”
미국 감독이 얼굴이 시뻘게진 채 공을 들고 마운드를 찾았다.
데인 크리스티안의 시간이 끝났다. 4이닝 2실점.
마운드에 글러브를 집어 던지며 화를 내고 있다.
뭐, 지금이야 이런 경기가 억울하겠지만 빅리그에 올라가면 수도 없이 겪을 테니까.
나는, 대근이 형의 적시타에 홈을 밟아 스코어를 6대 2로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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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대한민국 6 : 4 미국.]-7회 말, 나단 테이플 2타점 2루타.
-대한민국 투수 교체.
-투수 민승기.
└민승기 ㄷㄷㄷㄷㄷㄷㄷ
└경기 존나 쫄깃하네
└건우가 이렇게 캐리해주는데 다른 새끼들은 뭐함?
└응 느그건우 지난 타석 3루수 땅볼
└3루 땅볼 치기전에 성적은?
└야빠특)기억력 3초
-초구 스트라이크(153km/h)
└크
└승기야 내년엔 부산에서 보자
└십새들아 부산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2구 파울(149km/h)
└승기 공 좋다
└휴식일도 짧았는데 ㄷㄷㄷㄷㄷㄷ
└솔직히 내가 승기면 좆션스 갈바에 미국감
-3구 삼진(141km/h)
└깔ㅡ끔
└야 전에 승기가 건우랑 같이 올림픽 우승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냐?
└그거 오션스 우승 같이 하고 싶다고 한거 잘못 말한거 ㅇㅇ
└솔직히 오션스 우승보단 올림픽 우승이 쉽지
└뭔 개소리냐 씹새야 뒤질라고
└근데 그게 사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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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 형이 7회 말의 무사 2루 위기를 삼진 두 개와 중견수 플라이 하나로 막아냈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것이 바로 에이스의 품격이다.”
“아, 예…”
8회 초 우리 공격은 삼자범퇴로 끝났다.
그리고 8회 말, 추성태 감독이 벌떼 야구를 시작했다.
미국 선두 타자로 나선 좌타자에게 이대훈을 올려 막아냈다. 그리고 다음으로 우타자가 나오자 봉재석을 올렸다.
딱!
“아웃!”
어째 내 앞으로 오는 타구가 꽤 많다.
사실, 투수가 계속 바뀌면 야수들도 쉽지 않다. 오래 경기장에 서 있으면 집중력이 조금씩 떨어진다.
다음 타자는 대타. 데렉 그라임스.
꽤 베테랑인 이 타자는 봉재석에게 안타를 뽑아냈다. 그리고 바뀐 투수 정수호가 큼지막한 2루타를 맞아 실점.
불펜에서 김권종이 올라와 슬라이더 다섯 개로 타자를 요리해 이닝 종료.
스코어 6대 5.
나는 수비가 끝나고, 덕아웃이 아닌 불펜으로 향했다.
“건우야.”
투수 코치님의 굳은 표정에, 나는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
“몸 조금만 풀고 타격하려고요.”
9회 초 공격은 1번 타자부터다. 어쨌거나 타석에 들어설 테니, 조금이라도 몸을 풀어둘 심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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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말, 강건우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오늘은, 아니, 올림픽이 완전히 강건우 올림픽이었죠.
-예, 그렇습니다. 지난 타석에 기어코 안타를 추가해 올림픽에서 힛 포 더 싸이클을 완성시키고 말았던 강건우 선수가, 마운드에 섰습니다!
강건우는 마지막 타석에서 올림픽 야구 최초로 힛 포 더 싸이클을 완성했다.
후속타 불발로 점수가 나진 않았지만, 굉장히 의미 있는 기록.
-주자로 나가 있다가 바로 몸을 풀었기 때문에 조금 걱정은 되는데요.
몸 풀 시간이 조금 부족했던 것이 걸리지만, 강건우는 괜찮아 보였다.
연습 투구에서 예의 그 구속 조절 피칭으로 어깨를 마저 풀었고, 첫 타자로 미국의 1번 바비 모리스를 맞이했다.
-자, 마지막 이닝이 시작됩니다! 마운드에 강건우! 올림픽 평균자책점 0점! 타석에는 올림픽 타율 0.457의 뜨거운 타자 바비 모리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첫 타석에서 홈런을 때린 바비 모리스다. 타격감이 썩 괜찮아 보였고, 오늘 홈런을 포함해 2안타를 때려냈다.
강건우는 역으로 싸인을 냈다.
아주 잘 아는 타자다.
조용한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대회, 강건우는 KBO에서 보여준 것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이 경기, 이 대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강건우다.
그리고 초구.
157km/h의 투심이 존 안으로 달려들었다.
딱!
포심을 노리고 있었던 바비 모리스의 스윙이 공 윗부분을 때렸다. 타구는 2루수 정면으로 향했고, 경기장에 감돌던 긴장감을 무색하게 하는 허무한 첫 아웃.
“아웃!”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KBO에서 보여준 모습도 대단했지만, 올림픽에서는 그것보다 훨씬 더 클래스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KBO를 휩쓴 괴물 신인에서 올림픽을 씹어먹는 괴물로.
강건우는 2번 타자 제이 던웰을 상대로 3구째 166km/h 포심으로 삼구삼진을 잡아냈다.
-아…정말, 정말 대단합니다. 정말로 대단합니다!
-정말 말이 안 나오는 수준이네요. 하, 이거 참…
-강건우! 대한민국의 강건우! 타석에서는 싸이클링 히트, 그리고 마운드에서는 세이브를 기록하기 직전입니다!
마지막, 카메론 카터의 타석.
좌타자가 결연한 얼굴로 타석에 섰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대부분이 강건우 선수에 대한 것이거든요?
초구, 137km/h 체인지업.
카메론 카터가 크게 헛스윙했다.
-예! 초구 스트라이크! 그런 질문이 나올 만도 하죠! 강건우 선수가 아니면 누가 그런 관심을 받겠습니까! 물론 우리 대표팀 선수들 모두가 좋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긴 하지만, 지금 강건우 선수는…2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입니다! 헛스윙! 마지막 남은 카운트는 하나!
강건우는 타석에서도, 마운드에서도 공격적이었다.
해설자가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두 번째 공을 던져 헛스윙을 끌어냈다.
-그리고…잠시만요, 강건우 선수가 바로 던집니다! 3구째는, 3구째는, 3구째! 아! 아!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 삼진! 삼진입니다! 대한민국, 2008년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 우승을 확정 짓습니다! 강건우 선수의 마지막 구종은! 아, 뭐죠! 뭐였나요!
-포크…볼인데요? 포크 볼로 경기를 끝냈습니다! 저 선수가 포크볼을 던질 줄 알았던가요?
-모르겠습니다! 아, 대한민국! 올림픽 우승! 개최국 미국을 상대로 6대 5 승리를 따냈습니다! 강건우! 강건우 선수의 대단한 활약!
-하하, 대표팀 선수들이 모두 달려 나와 강건우 선수를 헹가래 치고 있네요. 당연하죠.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대한민국의 자랑, 대한민국의 보석, 강건우! 아! 강건우 선수가 헹가래를 받으면서 관중석 어딘가로 손가락 하트를 그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