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0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09화(109/385)
잘한다 잘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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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올림픽 금메달 한국 야구. 멈췄던 KBO 시즌 재개 꿈틀.] [KBO 리그, 올림픽 금메달 순풍 타고 상승세 이어갈까.] [올림픽 금메달 영웅들의 복귀! 야구장으로 몰리는 여가 시간.] [올림픽 주역들의 방송 나들이. 팬들을 야구장으로 이끌다.]└서로 친한 거 보기 좋더라
└강건우 존나 건방지지 않음? 정조준이 그래도 선밴데 그렇게 말하는 거
└???
└좆준맘 어서오고
└둘이 존나 친해보이던데???
└저새끼 친구 없을듯
└아니 선배가 물어보는데 그딴식으로 말하는게 말이 됨? 친한지 안 친한지 니들이 어케 앎?
└안 친한데 방송에서 그러겠냐 십새야
└좆같아서 방송에서 대놓고 쿠사리준거아님?
└대표팀 선수들 전부 건우 칭찬하는데 ㅋㅋㅋㅋ
└너 혹시 은태니??
└은태구나
└은태 맞넼ㅋㅋㅋㅋㅋㅋㅋㅋ
└은태면 건우 욕할 수 있지 그렇게 처맞았으니ㅋㅋㅋㅋ
[추성태 감독, ‘내가 강건우 올림픽이라고 했다. 다른 선수들이 말은 서운하다고 했지만, 사실 안 서운해한 거 다 알고 있다.’] [정조준, 강건우와의 불화설에 ‘애가 싸가지는 없는데 착해요. 저희 친합니다.’]└?
└이게 몬 개소리야
└야구는 못 하는데 좋은 선수 뭐 이런건가?
└뭘 물음표 치고 자빠짐 원래 좆준이 빡대가리임
└파이러츠 팬인데 이건 좀 인정할 수 밖에 없음
└ㄹㅇㅋㅋㅋ 싸인 해주고 뒤돌아서면 까먹어서 또 해줌 ㅋㅋㅋ
└그거 존나 유명함 싸인해주고 나서 인사하고 3분 뒤에 눈 마주쳤는데 싸인해드릴까요?ㅇㅈㄹㅋㅋㅋ
[대표팀 주장 조용한, ‘(강)건우요? 뭐라 말 할 게 없죠. 야구 잘하고, 훈련 제일 열심히 하고. 여친을 너무 좋아해서 그렇지 그렇다고 예의 없는 건 또 아니고.’]└나도 건우같은 여친 갖고 싶다
└건우같은 여친을 원하기 전에 유리 누나같은 남친이 되는게 먼저 아닐까?
[서우주가 본 강건우는? ‘여자친구 만날 시간 준다고 하면 모든게 해결되는 이상하지만 귀여운 천재.’]└3출루 하면 자유시간 준다고 하니까 진짜 3출루 했다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존나 어이없네
└같은 아파트 산다며??? 데이트 맨날 할 수 있지 않나???
└모쏠새끼가 이해를 할 수나 있겠냐 ㅉㅉㅉ
└왜 시비임? 내가 모쏠인걸 니가 어케 아냐 시발롬아
└나도 이해 못 해서 댓글 단거임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병신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형 오션스 오면 할 수 있어
└우승 이야기하는데 오션스 끼는건 뇌절 아니냐
└이번 시즌 순위표 안 보임?
└ㅋㅋㅋㅋㅋㅋ느그 92년 이후로 포시 성적은 안 보이냐
└그때랑 지금이랑 완전히 다른팀임
└응 수고~어차피 니넨 안돼~
└안돼(X)안되(O)
└됀장찌게나 처먹을 놈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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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에서 큰 이벤트가 있다면, 그리고 그 이벤트에서 국가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내면 해당 종목의 인기가 단기간에 급 상승한다.
물론, 그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와 어디까지 높아질지는 그다음의 문제다.
어쨌거나, 한동안 멈췄던 리그가 재개되기 직전이었다.
올림픽 브레이크 이전에 상위권이었던 구단들은 그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노력할 테고, 아래로 처졌던 팀들은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할 것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세 선수를 반긴 휴 브레드먼 감독도 그랬다.
“자네들의 성과를 축하해. 솔직히 말하지. 난 미국인이야. 올림픽 결승전에는…”
휴 브레드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상하게 자네들을 응원하게 되더군. 정말 멋진 경기였어. 끝내줬지.”
“감사합니다.”
“흐흐. 데인 크리스티안, 그 친구, 정말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될 거라곤 예상도 못 했어. 걔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거든.”
꽤 신난 얼굴이었다.
“자네들이 거기 가 있는 동안, 미국에서 연락이 꽤 많이 왔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배영한에게는 별로 관심 없는 이야기였다.
올해 서른 살.
4년 계약이 끝나면 30대 중반이 된다.
물론 만 나이로 치면 그렇게까지 노장은 아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확실히 깨달은 바가 있었다.
천재 소리는 질리도록 들어왔고, 한때 그렇게 믿기도 했지만, 진짜 천재는 옆에 있다는 것.
어정쩡한 재능은 사람을 괴롭게 만든다. 한국에서 재능있는 선수로 남고 싶었다.
“건우야. 감독님한테 난 영어 못해서 안 된다고 전해줘라.”
양대근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건우라면 당연히 거기서도 통하지. 음. 그렇지. 얘가 여기 있는 게 이상하지.’
감독이 말했다.
“캡틴. 만약 자네에게 생각만 있다면, 미리 에이전트를 구해두는 것도 괜찮을지 몰라.”
“예?”
“물론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꽤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더군.”
양대근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메이저리그?
물론, 어릴 때는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조금 냉정하게 본다면…풀타임 포지션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장담 못 해. 뭐, 그래도 거기서 뛰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지. 그리고 갱.”
“예. 감독님.”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이거야.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
강건우가 그냥 웃었다. 사실, 회귀자가 아닌 고교 시절의 강건우만 보고도 그렇게 관심을 받았었다.
지금의 강건우는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의 경험을 가지고 어린 몸으로 돌아온 상태.
게다가 어떤 훈련법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지 알고 있고, 정유리의 도움을 처음부터 받고 있다.
“사이보그로 개조한 게 아니냐는 질문도 받았지.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는지 감이 오나?”
“전혀요.”
“갱은 원래 그랬다고 말해줬어.”
강건우를 자신이 키웠다고 말해 본인의 가치를 높이려고 하지 않았다. 휴 브레드먼은 푸근하게 웃으며 업적을 세우고 돌아온 세 선수를 환영했다.
“어쨌거나, 팀에 돌아온 걸 환영해. 챔피언들. 자네들이 내 고국에 가 있는 동안 팀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게 되면 놀랄 수밖에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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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 KBO로 돌아왔을 때, 가장 쉽게 알 수 있었던 변화는 외국인 선수들이 꽤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상위권 팀이고 하위권 팀이고 할 것 없이 그랬다. 우리 팀 외국인 투수 둘이야 워낙 잘 하고 있으니 걱정이 없었지만, 울프팩은 교체되지 않고 남았다.
대신, 올림픽 브레이크 동안 자청해서 휴가를 반납하고 훈련에 몰두했다고 한다.
사실, 외국인 선수들이 그러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먼 곳에 와서 지내다 보니 가족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으니.
“헤이, 갱스터. 내 팔뚝이 얼마나 더 굵어졌는지 보여?”
능글맞게 농담을 걸어오지만, 아마 꽤 조급했을 거다.
한국에서 안 된다면 열악한 남미 리그 외에는 크게 갈 곳이 없어진다. 마이너리그로 가는 것도 쉽지 않다.
“글쎄. 그대로인 거 같은데?”
“아직 시차 적응이 덜 끝나서 잘 안 보이나 본데.”
뭐, 워낙 유쾌한 사람이라 티를 내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다.
노경우는 새까맣게 타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 못 알아볼 정도였다.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노경우를 만나기 전에 울프팩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외국인 타자가 바뀌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뭐야. 왜 이렇게 변했어?”
“빡훈련의 훈장이다.”
“…”
“…”
“그…약간…”
“말하지 마라.”
“…선크림 살 돈 없었냐…?”
“…발랐는데.”
“음.”
“시바. 안 그래도 울프팩이 니거라고 놀린단 말이야…”
이것만큼은 도무지 참으려야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미친 듯이 웃었고, 지나가던 울프팩이 팔뚝을 자랑하며 다가와 말했다.
“오, 무슨 일이야? Homie, 갱이 왜 이렇게 미친 듯이 웃는 거지?”
심지어 호미라니. 정말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노경우는 내가 컥컥대며 겨우 웃음을 멈춘 후에야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존나 불공평하지 않냐?”
“크흡, 크읍. 뭐가?”
“울프팩은 나보고 니거라고 하는데 내가 니거라고 부르면 안 되잖아.”
또 터져버렸다. 미친.
미국에 가 있는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심지어 배영한은 노경우를 발견하고 뒷걸음까지 쳤다.
“뭐야? 노경우? 누가 얘 후라이팬에 볶았어?”
대근이 형은 진지하게 말했다.
“흑인 분장은 인종차별적 행동이야.”
“분장 아닌데요…”
뭐, 조금 놀리려고 한 것 같긴 해도 얼핏 보면 진짜 그렇게 보일 정도로 까매졌다.
그래도 올림픽 기간 동안 논 건 아닌 듯해서 다행이다. 놀았으면 진심으로 갈구려고 했는데.
대근이 형의 선물에, 이시욱은 꽤 감동받은 것 같았다.
“우와…면세점 초코파이…행님…뭐 이런 걸 다…”
“역시 네 생각 해주는 건 나밖에 없지?”
“바나나 맛이라도 좀 사주지…”
“앗! 존경하는 양대근 선배님! 저 박의현! 선배님의 맹활약을 보며 오랜 꿈을…!”
“비행기를 오래 타서 그런지 이명이 들리네. 어우.”
대표팀만큼 야구를 잘 하지는 않아도, 여기 있으면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내가 오션스화 되어 가는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이게 다 유리 때문이다. 유리한테 하도 오션스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다.
“이시욱 넌 어째 변한 게 하나도 없냐? 야. 미국에서는 말이야.”
“와. 행님. 미국 한 번 갔다 왔다고 유세 진짜. 와.”
오랜만에 만나 올림픽 썰도 풀고 하는 가운데, 누군가가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아.”
“반갑다.”
국민성이 꾀죄죄하게 때 탄 공을 내게 내밀었다.
“이건 왜요?”
“…싸인 좀.”
너무 국민성다워서 웃음이 났다. 새 공도 아니고 반쯤 터진 연습구 가지고 이러다니.
“…동생이 네 팬이야.”
나는 내 라커로 가서 유니폼을 꺼내 싸인해서 건네줬다.
국민성이 말했다.
“여자애라 사이즈가…원피스로 입으면 되나.”
여동생?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궁금증이 일었다.
이 형, 여동생도 똑같이 무표정이려나.
어떻게 물어보지.
너무 궁금한데.
“오. 민성이 여동생 있었어?”
“예.”
“혹시 국가대표 외야수한텐 관심 없대?”
배영한이 또 습관을 발휘했다. 국민성은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이 대답했다.
“예.”
배영한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나랑 부산이랑 안 맞나…여기 온 뒤로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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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만에 재개된 KBO 시즌.
그리고 올림픽에서 맹활약한 강건우를 포함해, 국대 선수 셋을 배출해낸 오션스의 홈인 사직 야구장 앞은 보통 난리가 아니었다.
티켓 없이 경기장을 찾아 암표를 사려는 사람, 정가의 몇 배를 부르는 암표상, 티켓 없이도 두당 만원이면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다며 불법 호객을 하는 사람.
선수들도 준비를 끝냈다.
오늘 경기는 주목받기 꽤 좋은 날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이견의 여지 없이 올림픽을 하드 캐리한 강건우가 나올 것이다. 휴 브레드먼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갱은 뛴다. 그를 보기 위해 티켓이 모두 팔렸다는 걸 알고 있다. 당연히 경기에 나서야 한다. 팬들은 그를 보기 위해 이곳까지 온다.”
매치업도 흥미진진했다.
상대 팀은 다이아몬즈.
선발 투수는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 중 하나인 민승기로 예고된 상태.
강건우가 안 뽑히면 자기도 안 간다고 말했으며, 그 전부터 강건우와 함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며 공공연한 애정을 표현해왔던 민승기다.
심지어 오션스 팬들은 민승기가 당연히 내년에 오션스 유니폼을 입을 거라고 믿었다.
다이아몬즈 구단 측에서는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지만, 팀의 상징과도 같은 민승기만큼은 꼭 잡고 싶어 하는 분위기.
스토브리그에 돈의 전쟁이 예고된 가운데, 오늘 맞붙는 두 팀의 단장이 만났다.
“아이고, 박 단장. 표정이 아주 폈네.”
“정해준 단장님이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오시고. 앉아, 앉아.”
대놓고 싸운 적은 없지만, 사이가 영 좋지 않기로 소문난 두 단장이다.
사실, 그 시작은 민승기 때문이었다.
다이아몬즈 단장 정해준이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민거박(민승기 거르고 박은수)을 거론하며 오션스를 디스했고, 그때 오션스에 없었던 박준기 단장도 그때의 단장이랑 다를 바가 없다며 깎아내렸다.
두 사람의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인사에는 숨은 뜻이 있었다.
표정이 아주 폈네. (강건우 덕분에 꿀 빠니까 좋냐?)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모가지 날아가기 직전인데 여기서 뭐 하냐?)
새 감독을 찾는 정해준 단장과 포수와 내외야 가릴 것 없이 백업 선수를 찾고 있는 두 사람은 속에 품은 생각과는 상관없이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어휴. 부산에 숨은 야구계 인사라도 있어?”
감독 찾으러 왔느냐는 질문에 정해준이 씩 웃었다.
“아니, 뭐. 인재가 있는지는 모르겠네. 혹시 외국인 감독도 트레이드되나?”
“그건 안 되고. 아, 우리 2군 구장에 야구 아주 잘 아는 인사 한 분 계시는데. 소개해 드릴까?”
“누군지 알 것 같네. 그 양반은 안 돼.”
“왜? 다이아몬즈에는 감지덕지 아닌가?”
“그 양반은 자기 모교 출신만 챙기잖아. 시대가 어느 시댄데. 프로팀이면 그런 사람 쓰면 안 되는 거 아냐? 2군에 그런 사람이 있어도 되는 거야?”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있었다. 박준기 단장은 거짓으로 웃었다.
“그럼 뭐, 민승기 판다고 트레이드 제안이라도 하러 왔나?”
정해준이 발끈하는 감정을 애써 숨겼다.
“민승기를? 왜? 누가? 쟨 우리 팀 영구결번 달 선수야. 뭐, 팔면 강건우라도 주게?”
박준기가 승리를 직감하며 웃었다.
“아. 강건우? 우리 강건우 선수님 데려가려면…민승기에 다이아몬즈 간판 몇 명 더 얹고 지명권 몇 장 추가하고 홈구장까지 줘도 생각해볼까 말깐데?”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하고 앉아있어.”
“그치? 농담이 좀 과했지?”
“…”
“맞아. 거기에 한 백억은 더 얹어 받아야 하는데 말이야.”
“아, 박단장. 진짜 이거 참.”
“그래서. 용건이 뭐야?”
“포수 필요하지?”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곧 박준기가 입을 열었다.
“누구? 주상욱? 현기영? 아니면 김제훈?”
“박 단장이 누구 팔 수 있는지 들어보고.”
정해준은 여유롭게 웃었다.
이 쫄보 놈은 정말 알기 쉬운 놈이다.
그러니까 물단장 소리나 듣고, 단장들 사이에서 호구로 불리지.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과연 누구 이름을 꺼낼 것인가.
하지만 박준기는 정해준의 기대와는 다르게 씩 웃으며 말했다. 지금 다이아몬즈의 상황이 떠올랐다. 타자들이 단체로 맛이 간 상태다. 그래서 투수의 이름을 꺼냈다.
“박은수.”
“뭐? 걜 어디에 써?”
“그럼 누굴 원하는데? 말을 해야 알지.”
정해준은 혀를 찼다. 그리고 말했다.
“노경우 어때? 이훈도 얹어주면 주상욱이 줄게.”
“노경우 주려면 주상욱에 홍석헌이나 정예성 정도는 얹어야지. 물론 이훈은 빼고.”
“뭐? 야! 박단장! 선수 팔랬더니 양심을 팔려고?”
“싫으면 싫다고 하지. 왜 소릴 질러?”
“아니,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정 단장.”
“왜!”
“싫으면 말아.”
“…”
침묵하는 정해준과 싱글싱글 웃고 있는 박준기.
박준기는 이제 사장에게 조인트 까여가며 일하는 예전의 그 단장이 아니었다.
“정 단장님. 내가 포수가 필요하긴 한데, 수년 내로 20-20찍을 2루수 주고 백업 포수를 받아오라고? 아, 수지가 안 맞지.”
“주상욱이는 우리 주전 포수야. 그리고 노경우가 그렇게 될지 어떻게 알아?”
“그러니까. 박의현이 있는데 우리가 주상욱이 왜 필요하겠어?”
정해준이 썩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박준기가 야구공 하나를 던져줬다.
“선물이야. 강건우 싸인볼. 왜, 강건우 리그라잖아. 요새 그 싸인볼이 얼마나 귀한 줄 알아?”
“박단장.”
정해준 단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함성이 단장 사무실까지 들려오는 듯했다.
아무래도 경기가 시작된 모양이었다.
정해준이 정색하며 말했다.
“오션스, 민승기 살 거야?”
이게 본론이긴 했다. 박준기 단장이 대답했다.
“글쎄. 그건 아직 모르지.”
“다른 팀은 민승기 구경도 못 할 거야. 민승기 우리 선수다.”
“아이고. 너무 걱정하지 말어. 우리도 돈 없어. 배영한 사가지고.”
물론, 그룹 회장에게서 민승기 영입 허가가 떨어진 지 오래다.
민승기를 살 테니 얼마를 지원해주십시오가 아니다. 자존심 상하게 돈 이야기하지 말고 그냥 데려오라고 했다.
전쟁에서 내 무기를 먼저 드러낼 필요는 없다.
“그래. 그 생각 변치 말았으면 해. 그럼 난 이만 간다.”
“여기서 경기 같이 보지 왜.”
“트레이드 제안하러 가볼 데가 있어서. 박단장 보다는 상식 통하는 단장이 있겠지.”
“조심해서 가. 정단장 운전 잘 못 하잖아? 부산이 워낙 운전하기가 좀 빡세서.”
짜증난 얼굴의 정 단장이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박준기는 정해준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듣고, 허공에 어퍼컷을 날렸다.
“씨바. 드디어 한 방 먹였네. 좆같은 새끼.”
같은 시각.
경기장에서는, 앤디 가필드가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포효하고 있었다.
“오션스 승리하리라-!”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어제는 경기가 없었지만.
평일 경기임에도 경기장을 가득 채워버린 오션스 팬들이 힘차게 소리 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