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09)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11화(111/385)
잘한다 잘한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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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서 이기고 돌아오면 유리는 사랑스러운 여자친구 그 자체지만, 패배한 날에는 분노한 야구광이 된다.
분노한 유리도 사랑스럽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보통 ‘아니’로 문장을 시작하고, 목소리 톤이 변할 뿐이다.
“아니, 조형오는 대체 휴식기에 뭘 했길래 첫판부터 제구가 안 돼?”
아무리 좋은 투수라도 맞을 수 있다…같은 말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꺼내야 할 말은 아니다.
옛날 같으면 그렇게 말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노노는 인터뷰에서 안 놀고 훈련만 했다더니. 찬스는 다 끊어먹고.”
노노는 노루와 노경우다.
노경우는 의욕이 좀 앞섰던 것 같다. 어쩌면 올림픽을 보고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뭐, 아직 어린 선수니까.
노루 형은…사실, 승기 형 같은 투수가 풀컨디션으로 던지면 경기는 정말 쉽지 않다.
솔직히 나야, 승기 형이 나와의 정면 승부에 너무 집착해서 비교적 편하게 때릴 수 있다고 해도 무방하고.
분노한 부산 야구 팬의 손을 잡았다. 찹찹하고 말랑하다.
“우리 누나 어떡해?”
“뭘 어떡해? 오션스 야구 보다가 속 터져서 죽으면 어쩌나 걱정해주는 거야?”
귀여워서 웃으며 대답했다.
“오션스 코치로 취직하면 선수들 욕도 맘대로 못 할 텐데. 어디 가서 화풀이하나?”
내 말에 유리가 갑자기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게. 선수들 앞에서 막 쌍욕 박고 이상한 별명 부르고 그럼 어떡하지?”
“열심히 자제해야지.”
“이시욱 면전에서 아 이 노루 새끼 오늘도 선풍기질이네 하면 나 잘리겠지?”
“틀린 말도 아닌데 뭐.”
내 반응에 유리가 기가 막힌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우와. 강건우. 선배한테 못 하는 말이 없네.”
뭐?
편들어준 건데?
“너 야구 좀 한다고 그러면 안 돼. 누나가 우리 건우 사회성 떨어져서 어디서 욕먹고 다닐까 봐 얼마나 걱정하는 줄 아니?”
나는 유리와 말다툼을 하거나, 유리의 말을 반박해 무안하게 만들 생각이 전혀 없다.
아주 조금 억울하긴 했지만, 그냥 웃으면서 대답했다.
“누가 내 욕을 해도 누나만 내 욕 안 하면 돼.”
근엄하게 사회생활에 대해 가르침을 주려던 유리의 표정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아이…누나는 당연히 우리 건우가 무슨 짓을 해도 건우 편이지…”
그런데 또, 표정이 단번에 변했다.
“대신 바람피우면 그때는 그날로 변사체가 되는 거야.”
오락가락하는 유리가 너무 귀여워서, 품 안에 쏙 넣고 안아버렸다.
유리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 웃음소리를 듣는 게 홈런을 치고 세이브를 기록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좋다.
다행이다. 내가 잘 하는 것이 유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어서.
“난 누나가 바람피워도 사랑할 거야.”
“누나는 바람 같은 거 안 펴.”
“말이 그렇단 거야.”
유리가 내 허리를 안은 팔에 힘을 꽉 주며 말했다.
“내가 너 놔두고 무슨 바람을 피워.”
알아.
알고 있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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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후 뒤늦게 화제가 된 것 중 하나는, 승기 형의 붉어진 눈시울이었다.
승기 형은 명백하게 오션스에 오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걸 티 내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다.
기존 소속팀 팬들에게는 정말 기분 나쁜 일일 테니까.
하지만 승기 형은 아직 어리다.
프로 데뷔 시즌부터 1군에서 활약해왔기에, 곧 FA 자격을 얻지만 만 25세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의 디테일이 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민승기 선수랑 친하게 지내시는 거로 아는데요, 강건우 선수.”
이용길 기자가 내게 슬쩍 접근해왔다. 이 사람은 오션스 팬이고, 우리 가족과 유리 가족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단지 조회 수만을 위해 자극적인 기사를 써내지 않아 그럭저럭 신뢰가 가는 사람이다.
“네.”
“어제 민승기 선수가 좀 우는 것 같던데…혹시 이유를 아시나요?”
“기자로서 물어보시는 건가요? 아니면 오션스 팬으로서?”
“둘 다죠.”
단순히 오션스 팬으로서 궁금할 수도 있겠지만, 기자로서 물어보는 것이 1%라도 들어가 있다면 순순히 대답해 줄 수는 없다.
“승기 형이요.”
“예.”
이용길 기자는 스마트폰을 들어 내게 보여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녹음을 허락한다는 뜻이다.
뭐, 별로 특별한 얘기는 안 할 거니까.
“눈물의 왕자라는 별명이 마음에 든 것 같더라고요. 컨셉 지키려고 그러나 봐요.”
“아.”
한마디로 정리되었다. 내가 거기서 말을 더하지 않자 이용길 기자는 스마트폰의 녹음 종료 버튼을 눌렀고, 목을 좀 가다듬고는 작게 다시 물었다.
“순전히 팬으로서 물어본다면요…?”
아무리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해도 내가 해선 안 되는 말이 있다. 어차피 본질은 기자다.
“글쎄요. 오션스 팬인 기자님 개인적인 질문에 제가 기자님이 좋아할 만한 대답을 들려드릴 수 있을 만큼 승기형의 미래에 대해 확실히 아는 건 없네요. 죄송합니다.”
이용길 기자는 입맛을 다시면서도 더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기사가 떴다.
[강건우, ‘승기 형이 눈물의 왕자라는 별명을 좋아해서…그 눈물은 컨셉.’]연관 기사도 기막히게 떴다.
[올림픽 야구대표팀 설문조사, 가장 이상한 사람 1위 ‘민승기’] [다이아몬즈 포수 주상욱, ‘승기 형은 인생에 진심 밖에 안 남은 사람.’] [다이아몬즈-오션스의 예고된 민승기 쟁탈전.] [한국 대표팀 에이스가 일본 여성 야구 팬들에게 인기인 이유?] [안구건조증 치료는 밝은 미래 안과!]그 기사를 본 국가대표팀 단톡방이 시끄러워졌다.
-송병재 : 강건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바로 담가버리네 ㅋㅋㅋㅋ
-정조준 : 봤지? 강건우 저거 미친놈이라니까
-서우주 : 근데 건우가 틀린 말은 안 하더라
-정조준 : 그건 형한테 암말도 안 하니까 그렇게 느끼는 거고요
-박용재 : 아 뭣이여 승기 형 눈물 왕자 별명 좋아한겨?
-백준섭 : 이건 다이아몬즈 선수들 이야기도 좀 들어봐야 안다
-정수호 : 승기 건우 땜에 국민 컨셉충 된거?ㅋㅋㅋㅋㅋㅋㅋ
-민승기 : 다 나가
-민승기 : 혼자 있고 싶으니까
-김권종님이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이대훈 : 저새낀 이상할 때만 말 잘 듣는다니까
-옥시경 : 나가야 하나요?ㅜㅜ
-손용기 : 시경아 눈치 없는 건 바이킹스면 충분하다
-조용한 : 뭐시? 용기 지금 바이킹스 디스하냐?
-정조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용한 : 웃음이 나오냐?
-정조준 : 재미없어요?
-나 : 전 저런 말 안 했는데요
-정조준 : 야 그럼 국대에 강건우가 또 있냐?
-나 : 조준이 형이 말했는데 기사 제목 오보 난 것 같습니다
-정조준 : 와 이 새끼 이제 누명까지?
-민승기 : 조준이 너냐?
-정조준 : 아 내가 뭘요
-정조준 : 진짜 억울해 뒤지겠네
-정조준 : 내가 동네북이야???
-양대근 : ㅎㅎ;
-정조준 : 대근형
-정조준 : 강건우 관리 좀요
-양대근 : 안돼…
-양대근 : 건우가 우리 팀 실세야…
-정조준 : 아 무슨 신인이 실세야???
-채지성 : 건우 부산 시장 선거 나가면 바로 당선이야 말조심해
-양대근 : 건우 갈구는 사진 찍히기라도 하면 난 부산에 발도 못 붙여…
-정조준 : ㅈㄴ억울하네 진심
-박용재 : 억울허면 야구 잘 허든가
-정조준 : 와 진짜 대한민국 야구판 개노답이네
-백준섭 : 야구판 개노답 아니었으면 넌 이미 뒤진 지 오래야 이 새끼야
-예지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조준 : 예지호 지금 웃음이 나오냐?
-서우주 : 지호야 웃어라 괜찮다
-예지호 : 예 우주형
-정조준 : 아 같은 팀이라고 커버치는거 좀 봐 용기형 나도 커버 좀 쳐줘ㅡㅡ
-손용기 : 지금까지 충분히 했다 이자식아
-봉재석 : 그건 맞지 ㅋㅋㅋㅋㅋㅋㅋ
-정조준님이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윤태호님이 정조준님을 초대했습니다.
-윤태호 : 이집 개그 잘 하네
-정조준 : 아 왜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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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이후 치고 나가기를 기대했던 오션스 팬들은, 휴식기 후 재개된 리그 첫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여전히 다음 경기에도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결과는 6대 5 패배.
다이아몬즈의 외국인 투수는 강건우와 절대 정면승부하지 않는 접근법을 택했고, 다이아몬즈는 아슬아슬하게 1점 차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시작부터 루징이냐!”
“야이 새끼들아 정신 똑바로 차려라!”
“해체해라 씨발!”
물론, 연속 최하위를 기록할 때도 그렇게 외치긴 했다.
그래도 현재 리그 2위.
해체하라고 외치는 만취 팬도 있긴 했으나, 응원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일희일비하지 말자 얘들아]└님 어제는 해체하라고 지랄하지 않았음?
└그건 어제고 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보다 오늘이 더 갑갑하던데 난
└강건우 코시 7차전 퍼펙트+4연타석 홈런 생각하고 마음이 편해짐
└개새끼야 정신차리라 건우 갈아서 우승할 생각함?????
└그치만…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건우는 안된다 씨발아
└ㄱㅊ음 낼부터 잘하면 됨
그리고 다음 날.
다이아몬즈 외국인 투수 니키 아론의 인생투와 오션스 선발 김정용의 경미한 부상이 겹쳐, 최하위 다이아몬즈에 3연패를 기록하며 1, 2위와 크게 차이는 나지 않는 3위로 내려앉았다.
[씨발새끼들 해체해라]└배가 불렀네 꼴빠놈 ㅎㅎㅎ
└아니 꼴찌팀한테 스윕당하는게 말이냐고
└가끔 꼴션스 미쳐 날뛸 때 다른 팀들도 그렇게 느꼈음
└아 족같으니까 느그갤로 꺼지라고 ㅡㅡ
└너같은놈 놀리러옴 ㅎㅎㅎㅎㅎ
└어디 팬임?
└다)킹승기 갓승기
└응 느그승기 내년부터 우리승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단장이 민승기는 꼭 잡는다고 인터뷰에서 공언함
└꼴션스 단장도 매년 그 소리 했음 ㅎ
└우리랑 니네랑 같냐?
└꼴찌하는거 보니 비슷한 듯
└아 내가 승기라도 꼴찌팀에 안 남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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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우가 쭈뼛대며 다가온다. 그래도 인정해줘야 하는 것은 나름대로 쉼 없이 노력했다는 점이다.
노력의 방향성이 잘 됐는지 어떤지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런 것보다는 노력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할 때도 있다.
사실, 나도 지난 경험이 없었다면 헤맸을 것이다.
그게 메이저리그가 아니라 KBO라고 하더라도.
“하던 대로 해.”
“어? 뭐?”
“수비 많이 는 것 같더라.”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꽤 괜찮아졌다. 역시 수비는 노력이다.
“타격은 좀 안 맞을 때도 있는 거고. 그냥 너무 조급해할 필요 없어.”
“우와.”
도움이 됐나.
하지만 노경우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생각과 조금 달랐다.
“영감처럼 말하는 거 보소.”
영감이라니.
진짜 이게 맞는 말인데.
더 해줄 말도 없다. 올림픽 이후 고작 세 경기만을 치렀을 뿐이고, 그 세 경기에서 조금 안 좋았다고 해서 큰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근데…”
“어.”
“수비 좀 괜찮아졌냐?”
확실히 티가 났다. 원래 운동 능력 자체는 좋은 편이다보니.
지금까지는 소프트웨어가 엉망이라 좋은 하드웨어를 못 살렸다면, 지금은 동작 자체가 간결해졌다.
물론, 소프트웨어가 크게 업그레이드됐다는 뜻은 아니다.
미친 듯이 펑고를 받다 보니 반응 속도가 빨라졌고, 쓸데없는 동작이 줄어들었다.
잡생각을 좀 안 하게 된 것 같다.
“많이 좋아졌더라.”
노경우의 얼굴이 폈다.
“아, 재능 대폭발이 조금만 빨랐어도 올림픽 내가 가는 건데.”
노경우처럼 방방 뜨는 놈들은 가끔 눌러주기도 해야 한다. 당근 세 번 주면 채찍은 일곱 번 정도?
“그건 아니고.”
“말이라도 좀…”
“넌 아직 멀었어.”
“그렇게 말할 것까지야…”
“정신 똑바로 차려.”
“나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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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는 불도저스와의 홈 경기다.
우리 선발 투수는 국민성.
아무래도 계산이 서는 투수고, 휴식기 이후 네 번째 경기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연패 탈출하기 딱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상대도 4선발을 낼 테니까.
우리 1, 2선발은 꽤 괜찮다.
3선발 김정용 선배가 잔 부상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승기 형이 와서 1선발을 맡아주고 수준급 외국인 투수 둘이 2, 3선발을 맡으면 더 강해질 수 있을 거다.
지금까지 KBO에서 시즌을 소화해보면서 느낀 점은, 국민성이면 4선발 중 최강급이라는 거다.
물론, 5선발의 이훈 선배가 좀 오락가락해서 불안하긴 하지만.
다른 팀 5선발들도 오락가락한 건 대부분 비슷해서.
경기 시작 전, 불도저스 서우주에게 메시지가 왔다.
-서우주 : 살살 하자
-나 : 열심히 하겠습니다
-서우주 : 살살
살살은 무슨.
갈 길이 구만리인데.
현재 1위 불도저스와 3경기 차 3위다.
직접 순위 경쟁을 하는 팀에게 지는 건 꽤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건우야.”
“대근이 형.”
“우주 형한테 메시지 왔더라.”
“살살 하자고요?”
“응.”
“살살 하실 거에요?”
대근이 형이 씨익 웃더니 자기 주먹을 어루만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약간 소름이 끼쳤다. 또 혼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국민성은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이제 조금은 표정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눈썹 모양이 다르다.
“컨디션 좋아 보이네요.”
“투심 제구가 좋아졌어.”
확실히 컨디션 좋은 날은 말도 꽤 길게 하는 편이다.
“기대하고 있을게요.”
“나도.”
눈썹이 움직였다. 입은 가만히 있지만, 아마도 웃는 것 같다.
최하위 팀에게 3연패 한 후의 홈구장 분위기란.
“오션스 승리하리라-!”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아무도 닭 다리에 맞지 않았다. 퇴근길에 해체하라거나 연봉 반납하라는 소리를 들은 사람은 있지만.
내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수백 개에 달하는 화살표가 유리의 위치를 가리켰다.
하늘은 조금 침침하지만, 연패 탈출하기 좋은 날이다.
“시욱이 형.”
“어, 유리 누나 남친. 초코파이 하나 주까?”
어쨌거나 미워하긴 힘든 사람이다.
“제 배트 써보실래요?”
“니 배트? 왜? 니 배트에 뭐 있나?”
“그냥요. 올림픽 결승전에 쓴 배트인데 형한테 좋은 기운 좀 갈까 싶어서요.”
“오. 진짜? 그래 귀한 걸 줘도 되나?”
“예.”
“그럼 고맙지! 함 써보까!”
물론, 뻥이다.
그걸 왜 줘.
그냥 지금 노루 형이 쓰는 것보다 좀 더 가벼운 걸 써보게 유도할 뿐이다.
노루 형은 싱글벙글 웃으며 내 배트를 가져갔다. 그리고 미안한지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우짜나 근데. 돈 없는 신인한테 배트나 받고…”
“저 이번에 CF 찍어서 여유 있어요.”
“아. CF. 맞다. 그래. 그래도 이걸로 오늘 잘 맞으면 내가 고기 한번 사께! 유리 누나도 같이!”
꽤 좋은 구실로 선배 타자들을 개조해줄 기회다.
저 배트가 잘 맞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