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11)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13화(113/385)
잘한다 잘한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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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이 중얼거렸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박의현도 장단을 맞춰주려는 듯, 상대 팀의 첫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소리쳤다.
“얼쑤우!”
강건우는 못 들은 체하고 있었고, 노경우는 투수와 포수를 이상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또 뭐야? 저 형 또 왜 저래?”
오션스 팬들은 소리쳤다. 여러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경기장을 찾지 않고 TV 혹은 인터넷으로 경기를 보는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후니단 개극혐이었는데 오늘 약간 기대됨]└개극혐하면 쭉 개극혐해라 ㅅㅂ 좆같은 이훈 실드치지 말고
└너도 후니의 매력에 빠졌구나?
└후니단 검거 완료
└후니맘들 개좆같음 진짜
└ㄹㅇ임 차라리 이휘은 기회 더 주는 게 낫지 ㅆㅂ
└감독 쓰레기새끼 존나 짱남 아니 이훈 왜 자꾸 씀?
└지금 빵동님 욕하는 거?
└새끼?
└존나?
└쓰레기?
└빵동님이 니 친구냐?
└빵니친?
그리고 시작된 경기.
이훈이 불도저스의 첫 타자를 상대로 6구 승부 끝에 삼진을 잡아냈다.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구!!!!!!] [‘후니의 시대’가 시작된다] [킹훈 욕했던 새끼들 다 대가리 박아라] [추성태 보고 있나???] [아까 빵동님 욕한 새끼 어디감?]다음 타자를 상대로 안타를 맞자, 여론은 급속도로 뒤집혔다.
[씹훈 아웃] [저 투수 같지도 않은 새끼가 또] [뽀록 삼진 하나 잡았다고 처 빨지 좀 마라] [진짜 저 새끼 마운드에 서 있는 꼬라지만 봐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교체 타이밍이다 제발]원래 그런 법이다. 야구란 그런 스포츠다.
일희일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매일 경기가 벌어지고, 어제 삼진 네 개를 당하고도 오늘 안타 네 개를 때릴 수 있는 것이 야구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3번 타자 서우주가 이훈의 포크볼을 걷어 올렸다.
따아아악-!
[씨발 또 시작이네 홈런 또 처맞나] [아 투수 교체 하라고] [또냐????어???]하지만 펜스 코앞에서 귀신같이 뚝 떨어진 공이 울프팩의 글러브에 쏙 들어가자.
[갓훈특)홈런 억제력 크보 최고 수준] [믿음이 부족하구나 이새끼들은] [마 우리 훈이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 거다 안카나]순식간에 여론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러거나 말거나, 이훈은 눈을 꼭 감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너흰 이제 뒤졋다 불도저고 지랄이고 다 폐차시킨다
└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
└내 욕한놈들 몽땅 고소미엌ㅋㅋㅋㅋ
└민승기 안 사도 내가 오션스 에이스다?
└정신 좀 차려라 제발…이새끼들아..ㅜ
└진짜 궁금해서 묻는건데 왜 이훈 좋아함?
└그것이 ‘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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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스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이며 핵심 타자인 서우주는 불도저스 투수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 바 있었다.
“그냥 건우랑 정면 승부를 하지 마.”
그래서 불도저스 투수들 사이에서 강건우는 걍건우라 불리고 있었다.
어쨌든, 올림픽 이후 민승기를 제외하고 어떤 투수도 강건우에게 정면 승부를 시도하지 않고 있었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다. 이제까지 강건우가 때린 그 많은 홈런들이, 신인이라고 성급하게 덤비다 맞은 것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게 된 까닭이었다.
불도저스 김선혁도 마찬가지.
황석규를 잡아내고 배영한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강건우에게 볼넷을 내줬다.
양대근도 쉬운 상대가 아니다. 8구 승부 끝에 또다시 볼넷.
1사 만루.
지금까지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으면서 던진 공만 19개.
불도저스 팬들에게는 울화통이 터지는 경기 내용이었다.
물론, 오션스의 2~4번이 매우 강력한 것은 불도저스 팬들도 모르지 않는다.
그리고 5~6번이 병살과 삼진 머신이라는 것도 안다.
어쩌면 전략적 선택이라도 볼 수 있겠지만, 또 마냥 그렇게 생각할 수만은 없다.
1회 초에 주자를 내보내고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1사 만루다.
게다가 아무리 그렇다 해도, 오션스 5번과 6번은 일발 장타력을 가진 타자들.
그리고 이시욱은 지난 경기에서도 달라진 타격감을 뽐냈었다.
[(Live) 서울 불도저스 0 : 0 부산 오션스]-1사 만루.
-5번 타자 이시욱(DH)
└빠중)떨공삼
└진빠중)643병살 이닝종료
└사직빠중)폭삼
└저 뉴비라 잘 모르는데 떨공삼이 뭐에여?
└떨어지는 공에 삼진ㅇㅇ
└폭삼은요?
└폭풍삼진
└병살이면 병살이지 643병살은 뭐에여?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
└삼진 먹고도 병살 될 수 있어여?
└올림픽 뉴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형 개친절하네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빠중쟁이 왜케 많음?
└시발 빠중 꼭 봐야 아냐?? 노루 새끼면 당연 떨공삼 아니면 병살이지
-초구 볼(150km/h)
└노루가 이걸 참는다고???
└킹노루;;
└김선혁 존나 탐나네
└볼질해서 만루 됐는데 저게 탐남?
└훈이랑 바꾸지 않을래?
-2구 볼(144km/h)
└와 투볼
└초구븅신 노루가 이걸 골라내내;;
└노루 배트 나오다가 들어가는 거 처음 보는 듯
-3구 볼(135km/h)
└황노루 ㅅㅅㅅㅅㅅㅅㅅㅅ
└노루야!!!!!!!!!
└이쯤되면 사슴이라고 불러줘도 될듯
└와;;;;노루가 노스트 3볼 가는 거 얼마만임??
└그런 일이 있기나 했나;;;
└노루 밀어내기 볼넷 하는 거 아니냐
└김선혁 처돌앗나 진짜;;;
-4구 타격(148km/h)
└노루!!!!!!!!!!!
└노루야!!!!!!!!!!!!!!
-좌중간 홈런(비거리 116m)
└떨공삼 대가리 접어
└병살은 척추 접어
└킹노루 ㅅㅅㅅㅅㅅㅅㅅㅅ
└훈이의 특급 도우미 갓노루 지지합니다
└훈이쉑 ㅋㅋㅋ 우리노루덕에 운 좋은 줄 알아라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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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 형의 만루 홈런, 울프팩의 백투백 홈런, 노경우의 2루타.
우리 타자들은 시작부터 미친 듯이 날뛰었고, 이훈은 공을 던질 때마다 각설이를 찾아댔다.
사실, 각설이가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도움은 된 것 같다. 최소한 각설이가 안 죽고 또 왔다고 중얼대는 동안은 잡생각을 안 할 테니까.
지금까지의 결과만 보면 효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5이닝 1실점.
5회가 되었을 때 스코어는 9대 1.
5회 초를 마무리하고 내려갈 때 관중들은 이훈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감독님은 한 이닝을 더 맡기겠다고 했다.
내가 마무리로 뛰면서 아직까지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오션스 불펜이 상위권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어쩌면 승기 형이 선발진에 합류하고 김정용 선배가 불펜에서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꽤 업그레이드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국민성은 아무리 봐도 선발 체질이다. 그리고 이훈을 불펜으로 돌린다?
그건 그것 나름대로 영 좋지 못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공만 빠르다고 불펜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는 없는 데다가, 주자 있는 상황에서 올라오면 저 사람이 감당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이훈은 6회에도 올라와 안타 두 개를 내줬지만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마무리 지었다.
노경우의 수비력 향상이 꽤 힘이 됐다. 평소라면 실책은 아니더라도 안타를 허용했을 법한 타구를 잘 잡아내 병살로 유도해냈다.
“오늘 2루타 두 개.”
“잘했다.”
“호수비도 했지.”
“잘했어.”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 나는 멍하게 전광판을 바라보며 노경우의 자랑에 잘 했다고만 대답해주고 있었다.
“말 듣고 있냐? 뭐 보는 건데? 아…”
공수교대 시간.
응원단이 관중석 댄스 타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고, 카메라가 유리를 비춰주고 있었다.
전광판에 나온 사람이 누군지 알아본 오션스 팬들이환호성을 쏟아냈다. 유리는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에서도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격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춤을 추고 있었다.
“진짜 귀엽지 않냐?”
입가에 절로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내 말에 노경우가 대답했다.
“하이고오…”
응원단장이 마이크에 대고 소리 질렀다.
-자아! 유리 누나! 그렇게 부끄러워하면 우리 강건우 선수! 홈런 칠 힘이 안 나요! 예?!
팬들이 응원단장 편을 들었다.
“안 나요!”
“유리 누나!”
“유리 누나가 힘내야 건우도 힘낸다!”
유리가 그 말을 듣고 도끼눈을 뜨고 카메라를 노려보더니, 격렬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 못 추는데 귀여워.
진짜.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있을까.
그리고 카메라가 날 잠깐 비췄다. 덕아웃 밖에 나와서 유리 춤추는 거 구경하고 있었더니.
“빙구같이 웃고 있는 거 들켰구먼.”
솔직히, 내가 봐도 나는 빙구처럼 웃고 있었다. 전광판에 내 모습이 비치는 걸 보고 급히 정색했지만, 카메라가 다시 유리를 비추자 나는 그 표정으로 돌아가 버렸다.
익사이팅 존(덕아웃 가까이로 돌출되어 경기장에 가까운 관중석)에서 일제히 플래시가 터졌다.
뭐 어때.
귀여운 걸 어떡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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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불도저스에 13대 4로 완승 거두며 2연승!] [이훈 6이닝 1실점, 이시욱 만루홈런 포함 멀티히트, 울프팩 홈런, 노경우 2루타 3개. 오션스 연승의 주역들.] [이시욱, 이틀 연속 맹타 휘두르며 존재감 과시.] [이시욱, ‘(강)건우가 올림픽 결승전에 쓴 배트를 선물해줬는데 기운을 받아서 잘 맞는 것 같다.’] [2루타 머신 노경우! ‘(강)건우가 일본전에 썼던 배트를 받았는데…’]└뭐임 노노 둘 다 건우 배트로 잘 친거임?
└사진 보니까 결승이랑 일본전에 쓴 배트 아닌 거 같던데?
└ㄹㅇ?
└건우 올림픽 때 쓴 배트들 검은색인데 오늘 노노가 쓴 배트는 둘 다 갈색임
└님 색맹 아님?
[이훈, 경기 중에 중얼거린 말은? ‘(박)의현이 형이 가르쳐준 마법의 주문.’]└크으으으으으으 후니짱
└오늘 뭐임 마법의 배트랑 마법의 주문으로 조진것?
└마법의 주문 같은 거 외우지 말고 그냥 2군으로 꺼지라고
└후니는…냅두라고…!!!
└잘해도 지랄이여 시벌
[불붙는 순위 싸움. 살아나는 오션스의 하위타선.] [(이용길의 야구회로) 강건우와 승부를 피하는 것은 한국야구의 미래를 죽이는 일.]└씹ㅋㅋㅋㅋㅋㅋㅋㅋ볼넷좀 내준다고 한국야구의 미래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럼 걍 처맞으란거임??
└프로란 새끼들이 쫄아가지고
└기사 선 넘은 거 아님? 피해 가면 알아서 극복해야지 미래는 시발 무슨
└기자 악성 꼴빠임
└근데 존나 치졸하긴 하더라
[(PHOTO) 강건우의 이런 모습은 처음.] [(PHOTO) 여자친구를 바라보는 강건우.] [(PHOTO) 눈에서 꿀 떨어지는 강건우.]#
“누나 오늘 춤 잘 추더라.”
내 말에 유리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뭐! 뭐! 내가 뭐!”
“난 우리 누나가 춤 그렇게 잘 추는지 몰랐네.”
“아! 내가 언제 춤췄다고!”
“그래? 그럼 내가 본 건 누구지?”
“몰라! 다른 여자겠지!”
“아닌데. 그렇게 예쁜 여자가 누나 말고 또 있을 리가 없는데.”
결정타를 날리자, 유리가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얼굴을 가렸다.
“응원단장 한 대만 때려줘…”
유리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응원단장한테 맨날 부탁하고 싶다. 유리 좀 비춰달라고.
“키스타임 할 때 관중석 올라갈까?”
“야이 강건우…”
가만히 쳐다보면서 웃자, 유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 사진 되게 많이 찍혔더라…”
“사진?”
“나 춤추는 거 보는 사진.”
“뭐 어때.”
“진짜 바보같이 보고 있던데…”
“그랬어?”
“응.”
“누나 너무 귀여워서.”
“됐다.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하겠어.”
“근데 진짜 귀여웠어.”
“…”
“눈을 못 떼겠더라.”
유리도 포기했는지, 푸스스 웃으며 말했다.
“귀엽긴 무슨.”
“국민 누나 할래? 국민 귀요미할래?”
“둘 다 하기 싫어.”
“왜?”
“아무튼, 하기 싫어. 야. 그리고.”
“응?”
“키스 타임 때 올라오기는 무슨. 너네 부모님이랑 우리 부모님 다 옆에 있는데.”
“뭐 어때. 놀이터에서 하는 거 다 보셨다던데.”
이쯤 되면 포기할 법도 하지 않나?
“어차피 결혼할 건데. 뭐 그리 걱정이 많아?”
“야아…”
유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넌 진짜 마음 변하면 뒤진다…”
“내가 왜 변해? 난 안 변해.”
“암튼 넌 진짜 죽어.”
“안 죽을 거니까 걱정 마.”
“죽으면 죽는다.”
“죽으란 거야 살라는 거야?”
유리가 씨익 웃었다. 나는 유리를 일으켜 세웠고, 이렇게 말했다가 등짝을 한 방 맞았다.
“누나 춤추는 거 한 번 더 보여…윽!”
“죽을래?”
“죽으면 죽는다며?”
“아, 하여튼 강건우!”
스마트폰에 계속 진동이 오고 있었다.
-경우 없는 놈 : 야 나한테 준 배트 진짜 일본전에 쓴 거 맞음???
-경우 없는 놈 : 일본전에 쓴 배트랑 나한테 준 배트랑 색깔이 다르다는 제보가 있는데???
-노루 형 : 건우야
-노루 형 : 이 배트 결승전 배트 맞제???
-노루 형 : 햄은 니만 믿는다
-노루 형 : 자꾸 대근햄이 아니라고 한다 아이가!!!
-노루 형 : 대근햄은 조또 모르면서!!!
나는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버렸다. 그리고 유리 어깨를 감싸고 앞으로 걸었다.
밤인데도 날씨가 덥다. 그래도 떨어지고 싶지가 않다.
“날씨도 더운데 빙수 먹으러 갈래?”
“무슨 빙수?”
“빙수 하면 또 망고 빙수지.”
“우리 건우 빙수 좀 먹을 줄 아네?”
그건 틀린 말이다.
나는 망고 빙수를 별로 안 좋아한다.
대신, 누나가 망고 빙수를 정말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어.
“당연하지. 망고 빙수 진짜 잘 하는데 알아.”
“올. 가자. 가자가자.”
유리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댄스 타임의 부끄러움은 그새 사라졌고, 신나서 춤추듯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