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15)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17화(117/385)
만능 열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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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와 MLB의 벤치 클리어링은 너무나도 다르다.
뭐,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MLB에서는 양 팀 선수들이 달려 나오면 그냥 패싸움이다.
지금은 뭐.
“야야! 건우야! 야! 쟤 좀 말려!”
시즌 초, 바이킹스와는 사건이 있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화해했고, 어제는 카페에 주르륵 앉아서 담소도 나눴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싸우는 분위기라기보다는 나와 투수를 떼놓으려는 느낌이었다.
로메로 카스트로가 스페인어를 쏟아내고, 나도 만만치 않게 살벌한 욕설을 퍼부었다.
아마 양 팀 선수들이 우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를 못해서 분위기가 더 애매해졌을 것이다. 물론, 분위기만 봐도 대충은 파악할 수 있었을 테지만.
“아, 저 새끼 왜 저래?”
“아직 적응 못 해서 그래. 좀만 이해해라.”
“쟤들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격렬한 벤치 클리어링은 아니었다. 벤치에 앉아있던 울프팩이 오히려 흥분해 로메로 카스트로에게 삿대질하긴 했지만, 주먹다짐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
울프팩의 거대한 근육을 가까이서 본 로메로 카스트로가 입을 다문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대근이 형도 대근이 형이지만, 울프팩은…흠.
어쨌거나 홈을 밟았다.
바이킹스 김영준 감독이 심판에게 뭐라고 불만을 표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우리 감독님은 이번에는 날뛰지 않으셨다. 그냥 상대 팀 감독이랑 눈싸움을 계속하다가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모든 벤치 클리어링이 주먹다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본격적인 주먹질 없이 끝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상대가 몇 번이고 도발하려고 한다면,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그 모든 시도가 도발로 여겨진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대근이 형은 몸쪽 공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아마 조용한이 부탁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노루 형이 어깨에 공을 맞았다.
나는 즉시 달려나갔다.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저놈을 책임지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나와 시비가 붙었고, 팀 동료가 빈볼을 맞는다면 내가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해서 그런 일이 생기는 거다.
진작에 조져서 경기장에서 내쫓아야 했는데.
“Motherfucker!”
그런데, 나보다 더 거세게 뛰쳐나간 사람이 있었다.
울프팩은 절대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저 스피드라면 시즌 50도루는 가능해 보일 정도였다.
“우우우우우우우우!”
야유가 쏟아지고, 경기장 여기저기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울프팩은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알아듣더라도 ‘멈춰!’라는 외침에 멈출 기세가 아니었다.
울프팩이 로메로 카스트로에게 럭비 태클을 꽂았다. 로메로 카스트로의 눈알이 뽑혀 나갈 것 같은 표정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개자식! 넌 내 친구의 머리통을 터뜨리려고 했어! 분명히 말해주지! 난 네 머리통을 으깨진 토마토처럼 만들어줄 수 있어!”
울프팩은 투수를 넘어뜨린 채 멱살을 잡고 그렇게 외쳤다.
순식간에 선수들이 몰려들었고,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발! 존나 단단해! 안 떨어진다!”
“야! 그러다 죽어!”
“히 다이! 히 다이! 플리즈!”
“야야! 대근아!”
“와, 시발. 이게 뭐여!”
양 팀 선수들과 코치들까지 뒤섞여 난장판이 됐다. 나는 울프팩과 함께 쓰러져있는 투수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카메라에 안 보일 것 같아서, 그놈의 턱을 한 손으로 움켜쥔 채.
“다음번은 내 차례다, 쓰레기 자식아. 한 번 더 해봐. 몸쪽으로는 쳐다도 못 보게 만들어줄 테니까.”
울프팩은 바이킹스 선수 네다섯 명이 달라붙어서야 투수에게서 떨어졌다. 대근이 형이 내게 슬쩍 말했다.
“전차네, 전차야.”
우리 팀에는 전차가 두 대 있는 건가.
그나저나, 내가 두들겨 패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힘센 친구 옆에서 입만 터는 양아치 조연1이 되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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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프팩이 했던 말을 선수들에게 전달해줬다. 울프팩은 퇴장당해 이 자리에 없었지만, 노루 형은 꽤 감동받은 것 같았다.
“흑인 친구 너무 든든하고.”
“와. 이시욱.”
“행님. 딱 보세요. 다음에 울프팩 맞으면 제가 투수 뚝배기 터뜨립니다. 와, 울프팩. 진짜 와. 내를 그렇게 소중한 친구로 여기고 있었나. 우와. 겁나게 감동적이네.”
어쨌거나, 선수 보호 차원에서 노루 형도 교체되었다. 크게 다치진 않은 것 같지만 정밀검진을 위해 먼저 떠났다.
경기는 그대로 터져버렸다. 바이킹스의 교체된 투수는 몸 풀 시간도 그리 많지 않았고, 벤치 클리어링으로 불타버린 우리 타자들은 준비 덜 된 투수를 무자비하게 두들겼다.
경기가 끝난 후, 나는 잠깐 내 타석을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
1회에 다시 돌아온 내 타석이다.
-강건우 선수, 1회에 두 번이나 타석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예. 현재 상황은 2사 만루입니다. 마운드에 서 있는 허병재 선수, 벌써 바이킹스의 세 번째 투수입니다.
-바이킹스에게는 잊고 싶은 첫 이닝,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강건우 선수에게 쓰리런을 맞고 양대근 선수에게 안타를, 이시욱 선수에게 사구를 허용했죠. 황석규 선수가 적시타를 때려냈고 박의현 선수가 볼넷을 얻어 다시 만루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준 선수의 밀어내기 볼넷. 김세완 선수를 삼진으로 겨우 잡아냈지만 노경우도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고, 교체된 허병재 선수가 삼진을 하나 잡아냈지만 다시 강건우입니다!
-예, 현재 스코어 6대 0. 아직 타석에 서보지도 못한 바이킹스가 일말의 희망이라도 살리려면 여기서 꼭 무실점으로 막아내야 합니다!
투수의 성향을 미리 파악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허병재는 바이킹스의 마당쇠 같은 투수.
대체로 모든 능력이 평균 이상이고, 보통 불펜에서 롱릴리프로 던지지만 때로 선발로 나설 때도 있다.
나는 이 투수가 승부를 피할 거라고 생각했다.
투구도 타격도 심리전이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운이라고 생각할 여지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초구에 배트를 내지 않았고,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여기서 포수라는 변수를 추가해야 했다. 조용한이라는 포수를 무한정 신뢰하는 투수라는 가정.
그래서 2구에 휘둘렀다. 여기서 무실점으로 막아야 조금이라도 역전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을 안다면, 스트라이크를 일단 잡아놓고 시작해야 하니까.
나는 여기서 히팅 포인트를 조금 앞으로 잡았다.
느린 변화구를 존 안에 집어넣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유인구를 던질 거라고 예측하고 배트를 내지 않는다면 카운트로 압박할 수 있으니.
따아아아아악-!
정비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조금은 축축했던 마운드의 영향도 있었는지, 영상으로 보니 커브가 그렇게 날카롭지 못했다.
스윙이 약간 어설픈 느낌도 있었지만 넘어갔다. 1회 초에만 7타점.
-아! 또! 또 넘어갑니다! 강건우! 오늘 경기 홈런 두 개째! 만루 홈런, 강건우!
-커브가 밋밋했어요. 실투라기보다는 카운트를 잡으려고 스트라이크 존 안에 억지로 넣다 보니 저렇게 된 것 같거든요. 볼 배합이 안 좋았다기보다는, 아무래도 강건우 선수가 너무 잘 쳤다는 점이 문제겠죠.
-10대 0! 오션스! 첫 이닝부터 바이킹스를 무참히 짓밟고 있습니다! 강건우 선수의 시원한 홈런!
-아무래도 바이킹스가 분위기를 추스르기가 힘들어 보이는데요. 더블 헤더다 보니,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보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스윙 장면이 다시 나온다. 축발이 아주 약간 더 틀어지는 것을 확인했고, 그걸 다시 수정할 방법을 고민하는 순간.
지잉-지잉-지잉
스마트폰이 전화라도 온 것처럼 울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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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섭 : 오션스랑 붙을 땐 사구 절대 던지면 안 되겠네
-정조준 : 뭔 소리야 내가 이겨
-서우주 : 넌 한방에 떡갈비 되겠더라
-조용한 : ㅅㅂ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하냐
-조용한 : 하…
-조용한 : 야 시욱이는 괜찮냐?
-양대근 : 다음에 보면 죽이겠답니다
-조용한 : 아니 시바 그거 말고 몸은?
-양대근 : 하루 이틀 쉬면 괜찮아질 거라네요
-백준섭 : 근데 어디 가서 그런 놈을 데려왔대?
-백준석 : 김 감독님 그런 스타일 극혐 아냐?
-조용한 : 안 그래도 죽겠다 진짜
-조용한 : 야 근데 오션스 너무한 거 아니냐 아무리 그래도
-송병재 : 영상 봤는데 오션스 애들도 어쩔 수 없겠더만
-송병재 : 그걸 어떻게 막아 그냥 그대로 밀어버리는데 와
-이대훈 : 진심. 너댓명이 들러붙어도 꼼짝도 안 함.
-윤태호 : 형님 근데 투수가 좀 오버하던데요
-배영한 : 그나마 다행으로 알아
-배영한 : 대근이한테 걸렸으면 바로 시즌아웃이야
-배영한 : 건우한테 맞았다? 바로 성형외과행이지 ㅋㅋㅋㅋㅋㅋ
-조용한 : 아 ㅅㅂ
-조용한 : 야 권종아
-조용한 : 나와서 내 편 좀 들어봐
-나 : 권종이형 여기 없어요
-조용한 : 뭐?
-조용한 : 얜 왜 나갔어?
-민승기 : 이시욱 타격감 좋은데 그걸 그렇게 보내?
-민승기 : 바이킹스 내가 복수한다
-조용한 : 시바 넌 또 왜 갑자기 그래
-박용재님이 김권종님을 초대했습니다.
-박용재 : 권종형 용한형이 찾어
-김권종 : ㅎㅇ
-정수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ㅎ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현동 : 권종 형님 존경합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준섭 : 권종이 왔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권종 : ???
-김권종 : 왜요 무슨 일 있어???
-조용한 : 시바 됐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박정신 : 부채 엄청 큰 거로 부치네
-김권종 : 아 용한이 형 나 싱커 좀 손에 익은 것 같은데 한번 봐 줄 수 있어???
-이대훈 : 권종아 비밀무기는 비밀로 연습해야지
-손용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바이킹스 존나 잘 돌아가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용한 : 다 나가
-조용한 : 제발
-김권종 : 김권종님이 나가셨습니다.
-조용한 : ㅎ ㅏ…
-조용한 : 투수 새끼들 땜에 돌아버리겠네 진짜…
-김권종 : 형 내가 있잖아요 힘내요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용한 : 웃지마라………
-정조준 : 이걸 어떻게 안 웃고 버팀?
-정조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용한 : 파이러츠 니넨 진짜 뒤졌다
-정조준 : 아 또 왜 나만 가지고 그래???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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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울프팩이 타선에서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빠진 자리에 공백은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노루 형도 부상 부위를 조금 지켜보자고 빠졌으니.
더블 헤더 두 경기를 몽땅 탈탈 털어버리고 다음 날. 보통 그런 일이 벌어지면 팀 자체가 독기를 품거나 분위기가 흐트러져 와르르 무너지거나 둘 중 하난데, 바이킹스는 다음 날 역습을 가해왔다.
선발 투수 이훈이 잘 던졌지만 바이킹스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던졌다. 하위타선이 물먹은 스펀지처럼 힘이 죽었고, 우리는 한 경기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시욱과 울프팩 두 타자가 빠졌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매일 이길 수는 없는 일이니까.
유리가 날 걱정해서 당장 인천으로 올라오겠다고 하는 걸 말렸다. 사실, 괜히 말렸나 싶기도 하다. 얼굴 보면 더 힘 날 것 같기도 한데.
“걱정하지 마. 이제 어지간하면 우리한테 빈볼 못 던질걸? 국대 단톡방에서도 그러더라.”
유리는 종종 털털해 보이지만 걱정이 많고 마음이 여린 사람이다. 내가 공에 맞을까 봐 얼마나 노심초사하는지 모른다.
울프팩은 출장 정지 4경기 징계를 당했다. 바이킹스의 그 신입 외국인 투수도 검토 결과 징계가 나왔지만, 선발 투수들에게 출장 정지는 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울프팩은 감독님이 부산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라고 했지만, 자진해서 엔젤스 원정에 동행하기로 했다.
“헤이. 니거. 내가 그리워?”
징계를 당했지만 언제나처럼 밝은 표정으로 나타난 울프팩은 당연하다는 듯 노경우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시욱이 형은 내게 통역을 부탁했다.
“어, 그러니까, 고맙다고 해주라.”
아무리 영어를 못해도 땡큐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그래도 전달해줬다.
“별말씀을, 브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어.”
어떤 사람들은 야구에서 폭력이 사라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게 어쩔 수 없이 야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팀의 누군가가 다른 팀원을 위해 대신해서 주먹을 휘두를 때 긍정적인 효과가 생기는 것도 그렇다.
“감동 그 자체였데이…”
조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평소보다 좀 더 심하게 사투리를 쓰면서 장난처럼 말하려는 걸 보니.
울프팩은 다른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갔지만 몇몇 선수들은 쉽게 그러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틀 전의 그 일 때문인지, 울프팩이 훈련장에서 조금 더 인기가 많아진 것 같기도 했다.
“울프팩이랑 친해지면 대신 때려줄 것 같아서 저러나?”
나는 노경우의 그 말에 대답해줬다.
“네가 맞으면 진짜 뚝배기 으깨버릴걸.”
“나? 왜? 니거라고 불러서?”
“호미라고도 부르잖아.”
“그게 큰 건가?”
“고향 친구처럼 친숙하다, 뭐 그런 뜻인데 흑인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단어거든.”
“…나 아직도 까맣냐?”
조금 가라앉긴 했지만, 여전히.
다음 상대인 엔젤스의 송병재와 정수호는 국대 단톡방에서 호들갑을 떨었다.
-송병재 : 엔젤스 일동은 빈볼에 반대합니다
-정수호 : 오션스랑 우리랑 전통 깊은 동맹인 거 알지?
대근이 형이 맞장구를 쳤다.
-양대근 : 평화로운 야구 시합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용한 : 대한민국 야구판 개판이네
-정조준 : 개판인 거 이제 알았어요?
-조용한 : 조준이 넌 진짜 뒤졌다
좋은 생각입니다 라고 채팅을 치고 있는데, 울프팩이 내게 다가왔다.
“헤이. 흠. 손을 아껴줘. 그 손을 다치면 우리 팀에게 얼마나 손해가 클지 짐작도 안 가.”
내가 함께 달려나간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어깨를 으쓱하자, 울프팩이 씩 웃으며 말했다.
“대신 때려줘서 고맙다고 할 거면 내게도 배트를 선물해줘. 나도 타격왕에 도전하고 싶거든.”
“좋아. 네 손에 맞는 걸 하나 줄게.”
“굿. 굿 보이.”
어디에 있든, 야구는 꽤 매력적인 스포츠다.
KBO라고 조금 만만하게 여겼던 것도 사실이지만, 여기서 하는 야구도 꽤 즐겁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메이저리그보다 훨씬 재밌다.
그런데 울프팩과 대화하다 실수로 전송 버튼을 눌렀다.
단톡방을 들여다보니, 타이밍이 영 안 좋았던 것 같았다.
-정조준 : 아 해봐 해봐 파이러츠가 우습게 보여요?
-손용기 : 너 혼자 해 해보긴 뭘 해
-조용한 : 야 건우야 나 대신 조준이 때려주면 한 대당 만 원 준다
-나 : 좋은 생각입니다
국가대표 단톡방이 난리가 났다.
-백준섭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봉재석 : 야 저 형 돈 많다 존나 때려서 연봉 벌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조준 : ??????????
-정조준 : 강건우 처돌았????????
-정조준 : 야 시바 나와라 함 뜨자
-이대훈 : 건우 요새 금전적으로 힘드냐?ㅋㅋㅋㅋㅋ
-윤태호 : 하긴 최저연봉이니까
-민승기 : 손 다친다 배트로 쳐라
음.
그냥 단톡방을 닫았다.
며칠 지나면 까먹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