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16)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18화(118/385)
만능 열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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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스와의 잠실 원정 3연전 첫 번째 경기.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앤크라이로 불리며 승운이 영 따르지 않았던 앤디가 시즌 10승째를 수확했다. 나도 9회 말에 등판해 세이브를 따냈다.
-유리 누나 : 만루홈런 치고 타격 밸런스 미세하게 흐트러진 것 같았는데
-유리 누나 : 바로 돌아왔더라???
-나 : 누나가 말해줘서 바로 고쳤지
-나 : 그거 말곤???
-유리 누나 : 그거 말고???
-유리 누나 : 우리 건우
-유리 누나 : 더 잘생겨진 거 같더라???
-나 : 콩깍지야???
-유리 누나 : 너 누나 콩 안 좋아하는 거 모르는구나???
-나 : 맞아
-나 : 맨날 누나 생각만 하는데 아직 모르는 게 많네
-나 : 더 열심히 생각해야지
그리고 조준이 형은 아직 단톡방에서의 그 일을 까먹지 않았다.
-정조준 : 야 강건우
-정조준 : 아무리 생각해도 열 받아서 안 되겠다
-정조준 : 현피 함 뜨자
-박정신 : 내가 건우 주먹질 하는 거 코앞에서 봤거든
-박정신 : 준아 후배한테 맞기 전에 그냥 포기해
-정조준 : 아 날 뭘로보고
-정조준 : 강건우 정도는 한 방거리지
-서우주 : 조준이 시즌 아웃 각이냐?
-정조준 : 야 강건우 너 지금 어디냐
-송병재 : 잠실 와서 건우 처리 좀 해줄래? 부탁 좀 하자
엔젤스 3연전 2번째 경기. 아직 복귀하지 못한 김정용 선배의 대체 선발로 2군에서 올라온 성시훈이 등판했다.
부상도 있는 데다가 우천 취소와 더블 헤더가 겹쳐 로테이션이 조금 꼬여버렸고, 이 경기와 다음 경기까지 대체 선발이 나선다.
-조용한 : 야 오션스 너네 진짜 엔젤스랑 동맹이냐???
-조용한 : 우리랑 할 때는 죽어라 달려들더만???
-정수호 : 그러게 평소에 잘 했어야지
-조용한 : 우리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김권종 : 솔직히 그건 아니죠 형
-조용한 : 김권종 닫아
-김권종 : 옙
-서우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돌아버리겠네 진짜 바이킹스 ㅋㅋㅋㅋㅋㅋㅋ
뭐, 살다 보면 그렇게 꼬일 수도 있는 법이다.
우천 취소가 안 됐고 더블 헤더가 아니었더라면 내일 경기는 그래도 커크가 나올 수도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 선수들이 개인적인 감정을 가졌는지는 둘째 치고, 우리 감독님이 바이킹스에 조금 더 힘을 싣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개막 시리즈부터 벤치 클리어링이 나오고 난리가 났었으니 당연할 일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성시훈은 3이닝까지는 볼넷 하나만을 허용하며 호투했지만, 4회를 넘기지 못했다.
갑작스레 기회를 받아서 잘 던지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무 생각 없이 얼떨떨하게 던졌는데 꽤 통한다는 생각이 들면 더 잘하려는 욕심이 생기고, 그 순간 밸런스가 흐트러질 수 있다.
더 빠른 공을 던져서 강한 인상을 보여주고 싶어 하다가 제구가 안 돼서 볼넷을 준다거나.
주자를 너무 신경 쓴 나머지 견제구를 1루수가 없는 곳으로 던져 베이스 하나를 공짜로 내주고.
무실점 욕심에 변화구만 고집하다가 볼넷을 내준 다음.
외국인 타자에게 또 볼 세 개를 던진 뒤에야 차라리 맞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사실을 깨닫고, 존 중앙에 공이 몰려 홈런을 맞아버리는.
그런 것 또한 야구다.
그리고, 9대 5로 뒤처져 있는 9회 초 2사 만루에 대타로 나온 시욱이 형이 동점 그랜드 슬램을 때려버리는 것 또한 그렇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노루 형은 끝내기 만루 홈런을 친 것처럼 난동을 부렸다. 그래서 내가 뒤에서 붙잡고 이렇게 말해줬다.
“형. 아직 동점이에요.”
“어? 진짜가? 역전 아니고?”
…
진짜 몰라서 그랬던 거라고? 그리고 여기 원정 경기인데?
광분하던 노루 형은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두들겨 맞으며 덕아웃으로 들어와 초코파이를 찾았다.
“여기 있어, 루.”
무려 감독님이 직접 초코파이를 까서 건네주기도 했다.
노루 형은 그걸 받아먹으며 어색한 리액션을 취했다.
“크으으으으으. 감독님이 초코파이 까줘서 그런가. 직이네!”
그리고 곧 대근이 형에게 구박을 들었다.
“죽인다고 하니까 진짜 죽었잖아.”
“아, 행님. 그게 또 그렇게…”
연장전에 돌입했다.
양 팀은 10회에 서로 1점씩 냈고, 11회에도 그랬다.
심지어 12회에도 1점씩만 내며 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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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스 대 오션스, 11대 11로 무승부!]└역시 엔꼴라시코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우 왜 등판 안 시킴? 퍽동 처돌았?
└건우 어제도 등판하고 사흘 전에도 등판함
└빵동님이 강건우 관리 하나는 기맥히게 하지
└올렸으면 승 딸 수 있잖아 ㅅㅂ
└올림픽도 다녀왔는데 관리해줘야지 미친놈아
└이것이…꼴션스의 팀 컬러? 신인왕 갈아 마시기?
[이시욱, 복귀전 대타 만루 홈런! 끝난 줄 알았던 경기의 희망을 되살리다!] [이시욱, ‘(강)건우가 준 배트가 손에 너무 잘 맞다. 부러질까봐 애지중지하고 있다.’]└그래서 홈런 치고 존나 얌전하게 배트 내려놓고 뛰었구나
└우리 노루가 달라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노루새끼가 사람 되는 것도 다 보고 시발ㅠㅠㅠ
└새끼?
└시발?
└이시욱 선생님이 니 친구냐?
[오션스 대체 선발 성시훈, 3회까지 고작 볼넷 하나. 하지만 4회에 와르르.]└앞으로 이름에 훈 자 들어가는 놈은 영입 좀 하지마라 ㅅㅂ
└훈이 2호기냐 ㅅㅂ
└뜬금없이 볼질하다 처맞는 거 이훈 판박이네
└훈이단 음해를 멈춰주세요
└왜 가만있는 훈이한테 지랄이야 십새끼들아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진 엔오라시코. 경기 종반의 짜릿한 승부.]└왜 엔꼴이라고 말을 못하니…
└짜릿은 개뿔 양 팀 불펜 터지는 거 보니 이게 엔꼴이다 싶더만
└국가가 허락한 저혈압 치료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들은 만나기만 하면 왜 이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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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은 자기가 등판하지도 않았는데도 괴로워하고 있다. 박의현은 그런 이훈을 달래주고 있고, 노루 형은 울프팩이랑 팔씨름 내기에서 져서 피자를 쐈다.
“초코파이 피자 같은 거 없나? 출시만 하면 대박 칠 건데. 안 그렇나 경우야.”
“망하고 싶으면 출시하겠죠.”
“와. 노경우. 일로 온나.”
조준이 형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
-정조준 : 야 강건우
-정조준 : 갠톡 읽씹하고 전화 안 받으면 다냐???
-채지성 : 지금 파이러츠 선더버즈랑 경기하고 있지 않냐?
-채지성 : 같은 서울에 있으면서 걍 잡으러 가
-정조준 : 아 내가 서울 길만 잘 알았어도 갔는데
-윤태호 : 너 서울 출신이잖아
-정조준 : 마산에서 하도 오래 지냈더니
-손용기 : 저 새끼 마산 올 때만 해도 촌 동네라고 그래놓고
-손용기 : 마산에서 5년도 안 채워놓고 마산사람 드립치네
-정조준 : 강건우 니 딱 기다리라
-정조준 : 지금 간다
생각보다 집요하다.
-나 : 어차피 우리 다음 경기 파이러츠전인데
-나 : 9회에 등판해서 빈볼 던질게
-나 : 경기 중에 하면 폭행죄 성립 안 되잖아
-정조준 : ㅇㅋ
-정조준 : 넌 뒤졌다
-조용한 : 건우야 한 대에 만원이다
-백준섭 : 조준이 좆됐네…
-백준섭 : 맞고 고소도 못 하고 공중파에 후배한테 처맞는 거 방송 나가고…
캐치볼 좀 해주면 풀린다. 원래 저런 형이다.
“몸이 아주 근질근질해. 네가 준 배트로 4연타석 홈런을 치고 싶은데 말이야.”
울프팩의 징계는 오늘까지다.
선수들은 자기가 빠졌을 때 팀이 잘 나가면 압박감을 느낀다.
부산으로 돌아가지 않고 훈련장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한 울프팩에서는 그런 압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파이러츠 전에서 부탁해.”
“파이러츠에겐 갚아줄 것이 있지.”
울프팩이 씩 웃었다. 하긴. 메이저리그의 피츠버그 파이러츠 출신이라고 했었지.
울프팩은 삐뚤빼뚤한 한국어 솜씨로 내 헬멧에 ‘유리 누나’라고 써주기도 했다. 자기가 한국어를 마스터 했다고 주장하는데, 다른 선수들의 헬멧에도 솜씨를 발휘했다.
노루 형에게는 갓노루.
박의현에게는 수다쟁이.
노경우는 내 동생.
대근이 형의 헬멧에는 양대장.
“머꼬. 울프팩도 행님 양대창 좋아하는 거 아네.”
“양대창 아니고 양 대장이다. 잘 봐라.”
“아무리 봐도 양대창인데.”
내가 내 헬멧을 찍어 유리에게 보내자, 유리는 이렇게 답장했다.
-유리 누나 : 왜 하트 없어?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그게 빠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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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가 엔젤스와 3연전의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사이, 오션스 단장 박준기는 신인 드래프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강건우를 데려오며 대박 시즌을 보내고 있는 만큼,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강건우 하나 더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부하 직원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지만, 강건우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상식에서 벗어난 선수다. 본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주변을 함께 이끌어나가는 선수.
패배에 절어 있던 팀을 우승 도전자로 만든 것이 신인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웃을 테지만, 내부에서 지켜본 결과 그걸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었다.
“강건우 하나 더 있으면 지금이 딱 적기인데.”
작년에도 최하위를 기록했으니 이번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순위로 지명할 수 있다. 올해 드래프트 대상자 중에도 메이저리그를 가니 마니 하는 선수가 있긴 하지만, 강건우와는 달랐다.
어쨌거나, 1라운드 지명자는 정해졌고.
후순위 지명을 최종 결정할 시간이었다.
고등학생이었던 강건우를 데려왔던 시점에서 어느새 1년이 지난 셈이다.
강건우를 영입하려고 얼마나 뻔질나게 강건우의 집을 드나들었던가.
약간 감상에 잠긴 박준기는 마른 손으로 얼굴을 닦아냈다.
“단장님.”
“예. 말씀하세요.”
“강건우 선수 여자친구, 정말 코치로 데려오실 건가요?”
구단의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의문이었다.
강건우가 항상 말하는 것들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닌가 하는.
하지만 박준기 단장에게 강건우는 다른 그 누구보다도 특별한 존재였다.
“데려올 겁니다.”
강건우가 팀에 오면서 자신의 운명이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건우가 오션스로 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정유리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강건우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다.
그러나 박준기는 달랐다. 처음에는 그냥 야구 좀 잘 하지만 이상한 꼬마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강건우가 팀을 바꿔놓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유리의 지분도 꽤 있다고 믿고 있었다.
자기 라인의 퀄리티 컨트롤 코치들의 증언에 의하면, 몇몇 선수들이 영향을 받았다.
커크 심슨, 국민성, 노경우 같은.
정유리는 아직 아마추어지만 모든 프로는 아마추어 시절을 거친다. 그리고 만약 자기 생각이 틀렸더라도, 정유리 영입은 마케팅 측면에서 꽤 영향력이 있는 결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 아무튼. 이번 드래프트는 포수와 내야수 위주로 픽합니다. 최종 결정 이전에 각자 의견 있으면 말씀하세요.”
포수 트레이드에 실패했다. 사실, 박의현 트레이드가 아니었으면 지금 이런 성적이 나지 않았을 거란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풀타임으로 출장하고 있는 박의현의 타격 성적이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은 박의현의 경험 부족 탓도 있겠지만, 박의현에게 휴식을 제공해줄 백업 포수의 실력이 지나칠 정도로 부족한 것이 더 컸다.
포스트 시즌에서 박의현이 부상당하기라도 하면?
정말 오랜만에 잡은 기회를 날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해고 포수 태영주는 어떨까요? 강건우랑 고교 시절에 호흡도 맞춰봤고…”
“태영주 몇 라운드 예상해?”
“빠르면 4라운드, 늦으면 6라운드 정도요.”
“복권 긁자는 얘기네. 어차피 즉전감은 아닐 거고.”
“대졸 포수들 뽑아서 제대로 성과 낸 적이 없어서…”
“아니면 바이킹스에 원하는 선수 뽑아서 트레이드해준다고 약속하고 정현덕이나 우동석 받아오는 건 어떻습니까?”
“그러다 뒤통수 맞으면 말아 먹는 거야.”
야구장에서도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고, 야구장 뒷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각 팀은 제2의 강건우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었지만, 10개 구단이 드물게도 공통된 의견에 도달했다.
한국 야구에 강건우는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어떤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유망주 랭킹 1위에 미국에 있지도 않은 강건우의 이름을 올려놓기도 했다.
오션스는 오늘 경기에서 엔젤스에 패배했다.
대체 선발로 내세운 선수가 영 좋지 못했다.
작년만 하더라도 게임에서 지는 날이면 지구 내핵까지 뚫고 들어갈 정도로 처졌던 분위기였겠지만, 지금의 오션스 스카우트 팀은 한 경기 정도 패배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걱정하지 맙시다. 민승기 꼭 잡을 것이고, 그러면 투수진 레벨이 확 달라질 겁니다.”
스카우트 팀 전원의 표정에 활기가 넘쳤다.
투수에 민승기.
타자에 강건우.
하는 게 뭐냐고 밥보다 욕을 더 많이 먹던 과거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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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강건우. 원정 전승하고 온다고 했던 강건우 어디 갔어?”
정유리는 반가운 마음을 숨기며 강건우를 보자마자 장난으로 호통을 쳤다.
이번 원정 오션스 성적은 3승 1무 2패.
평소처럼 강건우가 웃으며 받아줄 거라 생각했지만, 오랜만에 본 남자친구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 넓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
“그치…? 이번에 너무 못했지…?”
물론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6경기에서 출루율만 5할에 육박했고, 세이브도 두 개나 올렸다.
정유리는 강건우의 기죽은 모습을 보며 깜짝 놀라서 두 손을 흔들어댔다.
“아냐, 아냐, 아냐. 건우야. 아니야. 누나가 농담한 거야. 우리 건우 잘했어.”
강건우의 입꼬리가 완만하게 처졌다. 정유리는 어쩔 줄 몰랐다가 강건우를 안아줬다.
“농담인데…진짜…”
강건우의 한쪽 입꼬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올라갔다. 정유리는 앉아있던 강건우를 안아주느라 그 표정을 보지 못 했다.
“안 그래도 너무 못해서 누나가 나 안 보고 싶어 할까 봐…”
“아니아니아니! 누나가 얼마나 건우 보고 싶었는…”
그리고 그제야 강건우의 표정을 발견했다.
“…하. 강건우…”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강건우의 표정을 보고, 덜컥 내려앉았던 심장이 확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강건우 너 이 새끼. 나쁜 새끼.
이런 말이 입가를 맴돌았지만, 아까 시무룩해 하던 얼굴이 떠올라 내뱉지는 못했다.
“보고 싶었어.”
“…”
“화났어?”
화를 좀 내볼까 하기도 했지만, 웃는 얼굴을 보니 차마.
마음이 순식간에 풀려버리는 자기 자신을 보고 황당하기도 했지만, 정유리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했다.
“야. 너 나 놀라게 했으니 나랑 데이트 해야 해.”
“좋지. 데이트. 내일 종일 어때?”
“훈련은?”
“감독님이 쉬래.”
“또 땡땡이 치는 거 아니고?”
“아냐.”
물론, 자율 훈련이니까.
안 가도 땡땡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누나 내일 강의 있나?”
“하나 있어.”
“그럼 같이 갈까?”
“뭐? 우리 학교를?”
“응. 누나 강의 듣는 동안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진짜 훈련 안 해도 돼?”
“걱정되면 야구 연습장에서 공이나 치고 있을까?”
정유리는 야구 연습장을 초토화하는 강건우를 상상했다. 뭐 어때.
야구 연습장 경품 털리는 게 뭐가 대수라고.
“그래. 그러자.”
둘은 마주 보며 웃었다. 강건우는 스마트폰의 전원을 껐다. 보나 마나 정조준일테니.
“누구야?”
“조준이 형.”
“좆준이는 왜?”
“캐치볼 하고 싶은가 봐.”
“아, 걘 자기 팀에 친구 없대?”
“없을걸.”
“내가 걔 친구 없을 줄 진작에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