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26)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28화(128/385)
FAN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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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스의 김영준 감독이야 원래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라도 쓰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감독들의 성향도 다 다르다. 메이저리그식 운영이니 올드스쿨이니 말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야구는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굴러가지는 않는다.
어쨌거나, 오션스의 다음 상대 팀인 불도저스 감독 문호철은 겉보기와는 꽤 다른 사람이다.
곰같이 둥글둥글한 인상에 친근감 있는 화법을 구사하며 선수들에게 격의 없이 다가가는 듯하지만, 속에 칼을 품은 승부사.
물론, 그 승부가 언제나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치지는 않았을 테니까.
3시즌 전 챔피언이 되었던 이 감독은 이번 시즌에 1위를 달리며 다시 왕좌를 노리고 있었다.
“강건우 화수목 세 경기 동안 볼넷 열 한 개? 허. 김 감독 그 양반, 어지간히 불 붙었나 보네.”
김영준과 문호철은 서로 꽤 잘 아는 사이다. 2년 전에는 한국시리즈에서 맞붙기도 했다.
그때 당했던 수법과 비슷하다. 지금은 팀을 떠나 오션스 유니폼을 입고 있던 배영한도 호되게 당했었다.
“예. 감독님. 저희는 어떻게…”
“어떻게 생각해? 강건우 타격감 죽었을 거 같아?”
“글쎄요. 어쩌면…”
“무조건 볼넷만 주는 게 능사는 아니야. 결정적인 상황, 그럴 때만 해야지. 바이킹스 첫 경기 내 주고 뒤에 두 경기 잡았지? 근데 뒤에 두 경기에서 또 쉽게 이겼느냐. 그건 아니거든. 양대근이 타격감 살아난 거 봐.”
“그건 그렇습니다.”
“불펜 완전히 갈아 넣어서 이겼잖아. 우린 아직 여유 있어. 자. 아직 정규 시즌이야. 우리 1등이고. 선수들 준비나 잘 시켜. 특히 타자들. 오늘 선발 누군지 알지?”
“알겠습니다.”
강건우도 강건우지만, 문호철 감독은 국민성을 굉장히 신경 쓰고 있었다.
현재 성적 11승 3패.
훌륭한 성적이다. 어찌 보면 승운이 굉장히 많이 따랐다고도 볼 수 있다.
기존 3선발 김정용이 6승 6패를 기록한 이후 빠져 있는 동안 선발진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된 것은 국민성의 비중이 매우 컸다.
감명 깊은 투수였다. 구속이 느리다는 이유로 가치를 조금 후려쳐서 트레이드로 데려올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번 시즌 오션스 단장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단장에게 저 선수 데려올 수 없겠냐고 넌지시 말했더니 오션스 측에서 포수 박지훈에 불펜 투수 정지언에다 지명권까지 달라고 했다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박지훈은 이번 시즌 타율 0.254에 홈런 11개를 기록하고 있는 포수고, 정지언은 최고 153km/h를 뿌릴 수 있는 젊은 투수다. 서드 피치를 장착시키면 선발로도 활용할 수 있는 자원.
너무 마음에 드는 투수였기에 확 트레이드해버리자고 하고 싶기도 하지만, 후폭풍이 예상되기에 할 수 없는 트레이드였다.
어쨌거나, 주중 3연전을 마치자마자 서울로 원정 경기를 온 오션스 선수들의 피로도를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인 플레이를 준비했다.
경기 시작 전.
“오션스 승리하리라-!”
“내일도!”
“오늘도!”
“어제도!”
“불도저스! 다 밀어버려!”
“불도저스! 다 부숴버려!”
“불도저스! 불도저스! 불도저스!”
“오오오션스! 오오오션스!”
불도저스의 홈 경기지만 오션스 팬들이 꽤 많이 자리를 잡아 마치 중립 구장 같은 분위기 속에서, 문호철은 씁쓸하게 웃었다.
‘피똥 싸면서 리빌딩 해놨는데 저놈들은 강건우 한 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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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강건우의 볼넷 기록은 103개.
출루율은 0.532.
볼넷 127개와 출루율 0.503이 역대 KBO 최고 기록이고, 강건우는 데뷔 첫 시즌에 이 기록을 깰 거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 외에도 0.875의 장타율로 역대 1위인 0.790을 크게 앞서 있기도 했다.
데뷔 시즌에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는 꽤 있었다. 하지만 강건우의 데뷔 시즌은 차원이 달랐다.
데뷔 시즌 3할 타자, 데뷔 시즌 10승 투수.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대단한 신인 선수로 대접받는다. 부족함이 없다.
신인으로서 KBO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다른 선수들도 있었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었다.
강건우는 메이저리그를 정복하고 과거로 돌아와 야구를 하고 있으니.
강건우 본인은 자신이 쓰고 있는 기록을 두고 대단하다고 금칠하고 싶지 않았다. 한 번 더, 그것도 건강하고 어린 육체로 한국에서 뛰고 있으니.
그래서 인터뷰에서 잘난 척을 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이런 모습이 몇몇 야구 팬들에게는 건방지게 보이기도 했다.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는 별개로, 오션스 팬들에게 강건우는 자부심 그 자체였다.
1회 초, 불도저스 투수 제이스 설리반이 강건우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다. 시즌 42호.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깬 지 오래다.
[우리도 그냥 바이킹스처럼 피하면 안 되냐???]└타격감 조진줄 알고 덤비다 처맞은듯
└포시에서 만나면 쫄아서 제대로 던지지도 못하겠네 ㅅㅂ
└오션스한테 이렇게 쫄 일인가 싶은데 좆건우 넘 쎄네
└오)건우도 없는 새끼들이 ㅋㅋㅋ
└내년에 2년차 징크스 처맞고 우는 꼴빠들 모습 선하고요
└오)2년차 징크스 정면으로 처맞아도 3할 30홈런은 쌉가능할듯
└꼴션스한테 이런 말도 듣고…시바 야구 너무 오래봤나
강건우 부심으로 어깨가 하늘까지 올라간 오션스 팬들.
그리고 무사 만루에서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불도저스 팬들의 속을 터지게 만든 국민성.
물론, 불도저스 팬들은 국민성이 아닌 자기 팀 타자들을 욕하고 있었지만.
[경기 시작하자마자 시민성->동민성->면민성]└무실점으로 막았으니 다시 국민성
└도민성 정도까진 허용함
└국민성 얘는 대체 뭐임? 맨날 1회에 볼넷 무더기로 주고 꾸역꾸역 막음
└3회 정도까지 무탈하게 가면 존나 잘 던짐ㅋㅋㅋ
└진심 이상한 새낀데 11승 3패…운이냐 아님 실력이냐
└‘실력’
└보다 보면 나도 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인데 이상하게 잘 막음
└건우 없었으면 민성이도 신인왕 노려볼 만하지 않음?
└건우 아니면 노경우랑 국민성 집안싸움 했을지도 모름
└건우 아니었음 우리 후니도 MVP 싸움 중일 텐데
└선 넘지 마라. 후니단..죽고싶지 않으면…
└후니단 밴좀
국민성의 피칭은 단순명료하고도 효율적이다. 존 끄트머리에만 던진다. 포심, 투심, 체인지업.
타자는 가위바위보를 해야 한다. 국민성이 존을 파악하고 나면 이게 스트라이크가 될지 볼이 될지 눈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감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부분의 공을 낮게만 던지다 보니 내야 땅볼이 양산된다. 지난 시즌까지 좆같을 내 자에 쓰레기 야 자를 쓴다는 평가를 받던 오션스가 아니었다.
물론, 그런 한자는 없다. 오션스 팬들의 자조 섞인 말일 뿐이었다.
따아아악!
-조나단 다이크! 투심을 걷어 올립니다! 아! 잠실만 아니었으면 넘어갔을 텐데요! 펜스 맞고 튕겨 나오는 타구! 2루에 들어가는 다이크!
낮게 던지더라도 장타가 나올 수 있다. 때로 실투도 나오고, 낮은 공만 노리고 휘두르다가 뜬금없이 날아오는 느리고 높은 공에 타이밍을 놓치기라도 하면 타격이 배가 된다.
딱!
-박지훈의 타구가 포수 머리 위로 뜹니다! 손쉽게 잡아내는 박의현!
오션스 팬들에게는 국민성의 무표정이 이제 꽤 예뻐 보이기 시작한다. 반면, 불도저스 팬들에게는 저 표정이 아니꼽게 보인다.
└시발 죽탱이 치고 싶네
└표정 존나 띠꺼움 진심
└심판 매수 아님?
└똥볼 못 치는 등신들 다 2군으로 내려라
어쨌거나, 오션스 팬들에게는 신나는 일이다. 130km/h 초중반대의 공으로 상대 팀을 유린하는 투수. 기쁨이 배가 된다.
“제구 하나는 끝판 대장이다, 끝판 대장.”
“솔직히 국대 안 뽑힌 게 오바지.”
“맞다. 추성태 금마가 투수 보는 눈이 없다.”
국민성이 처음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똥볼 투수라며 욕하던 오션스 팬들의 태도는 이미 변해 있었다.
성적만 나오면 그 투수가 어떤 약점을 가지고 있더라도 상관없다. 그건 오션스가 아니라 어떤 팀 팬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승! 리! 요! 정! 국! 민! 성!”
오션스 원정 관중들이 박수를 치며 리듬에 맞게 소리치고 있었다. 국민성의 눈썹이 꿈틀했고, 노경우는 생각했다.
‘어디 경우단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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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4대 2로 승리했다. 내 홈런과 노경우의 투런포, 노루 형의 적시타.
그리고 6이닝 1실점의 국민성.
감독님은 노경우와 국민성을 인터뷰장에 데리고 나갔다. 요즘 승리 요정이라는 별명이 붙은 국민성은 인터뷰에서 평소처럼 대답했다.
“승리 요정이라는 별명을 알고 계신가요?”
“예.”
“그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습니다.”
특별한 일도 아니다. 국민성이 좋다고 하면 정말 좋은 거다.
노경우는 조금 달랐다.
“신인으로 정말 좋은 활약을 펼치고 계신데요, 팬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시겠어요?”
“조금 섭섭합니다.”
“네?”
“노루단도 있고 후니단도 있고 승리요정단도 있는데 왜 경우단은 없죠?”
어지간히도 부러웠나보다 싶다.
어쩌면 그 인터뷰로 인해 노경우단이 만들어질 거라고 기대했는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은 다른 거로 시끄러워졌다.
[솔직히 국민성 인성 별로인 듯 전에 노경우 뺨 때린 거 나만 봄?]└근데 그건 노경우가 맞을 만 했음
└나도 그 상황에선 뺨 쳤을 듯
└아무리 그래도 싸대기는 너무하지 않냐?
└싸대기가 너무함? 그럼 양대근은 뭐임?
└양주장 건들지 마라
[투표 한번 가자 국민성이 너무했다vs노경우가 맞을 만했다]-국민성이 너무했다 : 119표
-노경우가 맞을 만했다 : 384표
괜히 이 상황이 웃겨서 유리에게 이야기했더니, 유리도 웃으며 대답했다.
-노경우단 있어.
“있었어?”
-화면에 노경우만 나오면 노경우 귀여운 척 하는 움짤 올리는 사람 있거든.
“혐짤아냐?”
유리가 동의한다는 듯 크게 웃었다.
-야구 팬들 중에는 이상한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
어쨌거나, 연패 탈출 승리로 유리의 기분이 좋아 보인다. 기분 좋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행복하다.
다음 날 우리가 졌을 때, 유리의 목소리는 어제와는 또 달라져 있었다.
-날씨도 흐린데 왜 야구를 하고 그래? 하루쯤 쉬면 어디 뭐 무너지나?
오션스 팬 특징 하나.
물론 요새는 성적이 좋으니 좀 다르지만, 안 좋을 때의 이야기다.
월요일만 되면 야구 경기를 안 한다고 좋아하지만, 야구 경기 시간만 되면 TV를 틀거나 인터넷 야구 중계를 찾아본다.
비 오면 우천 취소되라고 기도하지만 정작 우천 취소가 확정되면 할 일이 없어 괴로워한다.
나는 소리 없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내일 일요일이라서 좋다.”
-일요일 왜?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누나 만날 날이 하루 더 가까워졌잖아.”
유리의 바람 빠진 듯한 웃음소리가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왔다.
“누나 웃으니까 좋다.”
-하, 강건우…
유리의 목소리가 살짝 말랑해졌다.
-내가 너 때문에 웃는다…
“화낼 때도 귀엽기는 한데. 그래도 웃는 게 더 좋다.”
유리가 뭐라고 했는데,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노루형이 초코파이를 박스에 도로 집어넣고 있었다.
“어. 건우. 통화 중이었네. 마저 해라. 난 괜찮다. 초코파이 먹을랬는데 단내가 폴폴 풍겨서 안 먹을라고. 아,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양치가 하고 싶네.”
언제 들어왔대.
-야, 근데, 뭐 갖고 싶은 거 없냐?
“갖고 싶은 거? 유리 누나.”
-미쳤네 진짜…
양치질 필요 없다고, 임플란트하면 된다던 노루 형이 진짜로 양치질을 시작했다.
“갸아아아아악! 퉤!”
아무래도 들으라고 내는 소리 같은데.
“우욱! 우우우우욱! 구에에에에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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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경기를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총 117경기를 소화했고 남은 일정은 27경기.
최근 예능 방송에서 자신이 오션스 팬임을 강조하며 오션스 썰을 푸는 연예인들이 꽤 늘어났다.
내가 찍은 대양 생명 CF가 방송에 나오는 횟수가 늘었다. 시즌 끝나고 다른 CF도 찍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CF로 번 돈도 다 존트론 주식 살 걸 그랬나.
존트론 주식은 여전히 상승세다.
-특별 게스트로 김지한 배우님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안녕하십니까. 배우 김지한입니다. 하하. 요샌 야구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야구요? 어디 팬이신가요?
-저는 최강무적, 명문구단! 구도 부산 오션스 팬입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꽤 흔한 레퍼토리였다.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야구장에 갔었으며, 농담조로 한때는 그걸 원망하기도 했다고. 아버지, 왜 저를 부산에서 낳으셨나요. 이건 오션스 팬임을 밝히는 사람들의 단골 멘트다.
“아이고, 어쩐지 잘 생기고 연기도 잘 하드라.”
택시 기사님의 얼굴에도 미소가 걸린다. 그리고 내게 폭풍처럼 오션스 이야기를 쏟아낸다.
1992년도에 국민학생이었는데 그때 아버지 손 잡고 야구장을 갔었고,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밥보다 오션스를 좋아했다고.
어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부산에서 택시비나 밥값이 공짜가 아니냐고.
조금 당혹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이제 팬들이 오션스라는 팀을 너무 사랑해서 하는 행동이란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선불 결제로 택시를 탄다.
“그냥 다음부턴 전화해서 불러요. 선불로 하지 말고. 나도 그게 좋다니까. 선불 이거 영 시스템이 별로다.”
공짜로 태워주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극성 오션스 팬으로 보이는 택시 기사님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 되자 이런 말도 꺼냈다.
“파이러츠로 갈아탈까 했는데 도저히 그건 안 되겠더라고. 그럴 바에 야구를 안 보지 싶어서…야구 재밌게 볼 수 있게 해줘서 참말로 고맙소.”
팬들은 아마 그런 것들을 바라는 것 같다.
취미 생활인 야구 관람을 하는 동안 행복해질 수 있는.
야구 재밌게 보고, 팀을 응원한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게.
나는 가방을 뒤적여 내 유니폼 하나를 꺼냈다. 경기용 유니폼이 아니라, 인상 깊은 팬들에게 선물해주려고 챙겨둔 유니폼이다.
목적지에 도착해 내가 그 유니폼을 건네자, 기사님은 몹시 감격하며 말했다.
“아이고오, 뭐 이런걸, 아니, 하이고. 고맙네. 고마워요. 이래 되면 너무 남는 장산데. 잠깐만. 택시비 내가 돌려줄 테니까. 어? 어디 갑니까! 거 서라! 강건우! 어딜 도망가노! 보소! 거 잠만 서보라니까! 어어? 뛰지 마라! 자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