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2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29화(129/385)
FAN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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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판이 시끄러웠다. 따지고 보면 야구판이 안 시끄러운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싶기도 했지만, 이번 시즌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면서 더 그랬다.
사실, 이런 식으로 시끄러운 것은 KBO 사무국에서 바라고 있는 일이었다.
올림픽 금메달로 야구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상승해 관중 수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프로야구단의 인기는 꼭 성적에 비례하진 않는다. 하지만 인기 있는 팀들도 오랜 기간 암흑기를 거치다 보면 팬들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었다.
처참한 성적을 기록해오던 전통의 인기팀 두 곳이 예년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게다가 그 팀 선수들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냈다.
특히 강건우.
결승전 선발로 나선 박용재나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중용된 양대근, 클래스를 증명한 배영한, 요지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친 홍정수 같은 선수들의 활약도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치 만화 같은 활약의 강건우 덕분에 연고지를 불문하고 오션스 팬들이 많이 생긴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근데 왜 오션스한테 꼴션스라 부름? 개잘하는 팀 아님? 강건우도 있는데?]└올림픽 뉴비임?
└ㅇㅇ
└ㅎ ㅏ 요새 뉴비들 왜케 많냐
└뉴비가 있어야 야구판도 커지지 ㅡㅡ 자 잘들으셈 내가 설명해줌
└ㄱㅅ
└오션스는 유일무이한 4연속 최하위와 3시즌 연속 10위를 차지한 어마어마한 팀이라서 -꼴-임
└강건우 있는데 그렇게 못함?
└강건우 올해 데뷔한 고졸 신인임
└그럼 다른 선수들은 이제까지 뭐했음?
└그건 그 누구도 설명 못 해…
└ㅇㅈ…
└뭐하기는 시펄 술만 처먹고 대충 공놀이한 거지
└왜 화내;;;
└왜 화내긴 싯팔 내가 이 팀 20년째 응원 중이니까 그렇지
└20년?
└이새끼 베이징 뉴비였네 어디서 올비인척하고 있어?
└2028년에 2008베이징 뉴비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때부터 봤으면 화날 만도 함 20년 응원하면서 우승 한 번 못 봤을 거 아님
└말 가려서 해라 안 그래도 좆같은거만 보다가 이제야 볼만하니까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거나, 새로 유입된 팬들과 오래된 팬들의 시야 차이는 상당했다.
엔젤스와의 홈 경기. 앤디 가필드가 던진 싱커를 엔젤스 국가대표 외야수 송병재가 당겨쳤다.
관중석에서 보이는 것과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실질적으로 보는 것은 꽤 차이가 있는 편이다.
1, 2루 간으로 튕겨져 오는 타구.
1루수 양대근이 큰 몸집으로 기우뚱거리며 팔을 뻗었지만 바운드된 타구가 미트 아래로 스쳐 지나갔고, 2루수 노경우가 몸을 던졌지만 글러브 위로 빠져나갔다.
관중석에서 보고 있으면 저걸 왜 잡지 못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어쩌면 안 좋은 쪽으로 폭발적이었던 오션스 내야 수비의 역사가 팬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린 걸지도 모른다.
“아! 씨바! 저걸 놓치나!”
“가필드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수비 연습 좀 해라, 이 새끼들아!”
혹은, 강건우의 메이저리그 레벨 수비 때문에 눈이 높아진 걸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오션스 팬들이 양대근과 노경우의 가치를 진심으로 평가 절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양대근은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데다가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고 있고, 노경우는 고졸 신인으로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리드오프로 가능성도 충분히 내비치고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소위 말하는 뉴비 팬들은 오션스 팬들의 일희일비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양주장님 괜찮아요!”
“경우야! 다음번엔 잘 하자! 잘 했어!”
올드비들을 이해하지 못 하는 뉴비들과 달리, 올드비들은 뉴비들이 왜 저렇게 반응하는지 알고는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잘 하거나 못 하거나 응원을 보내주는 저 초보 팬들의 반응을 흐뭇하게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요새 뉴비 겁나게 많네. 아니, 괜찮다고 해주면 안타가 없는 게 되나?”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투덜대는 한 팬에게 말했다.
“흐흐. 어차피 여기 몇 년만 들락거리면 쌍욕 박게 될텐까 내비 둬. 나도 첨에는 그랬어. 한…35년 쯤 됐나, 36년인가…”
36년 전이면 오션스의 역사상 두 번째 우승이자 마지막 우승 시즌이었던 1992년도다.
느긋한 말투로 관망하던 그 아저씨는, 다음 타자 미다 발데스의 당겨친 타구를 울프팩이 잡아내지 못하자 오래된 팬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마!!! 울퍼팩!!! 이 개자석아! 정신 똑띠 몬 챙기나! 니 그라다 집에 간다! 어? 양키 고 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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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렇게 말했다. 사직 야구장은 세상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고.
때로 용광로처럼 어마어마하게 타올랐다가 오늘 경기처럼 경기 시작 직후에 2점을 내주고 나면 순식간에 식어버릴 때도 있지만, 최근 이곳은 어떤 선수가 모습을 드러내기만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즉시 타오르곤 한다.
“강-건-우우우우! 강! 건! 우! 강건우! 오션스 강건우-!”
공기가 바뀐다.
“건우야!”
오래된 팬들은 진심을 담아 외치고.
“유리 누나가!”
새로운 팬들은 그냥 이런 상황이 재밌다.
“홈런 안 치면 뽀뽀 안 해준단다!”
콘서트장에라도 온 것 같은 느낌.
2만 명이 넘는 사람이 입을 모아 소리 지르고, 아무리 목청을 높여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으며, 오히려 경쟁하듯 소리 지를 수 있다.
처음에는 이런 걸 부끄러워했던, 저 응원구호의 당사자 정유리는 이제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즐기고 있었다.
“그래! 강건우! 홈런 못 치면 뽀뽀 없다!”
바로 옆에 앉아있던 정유리의 모친이 그런 정유리를 비웃었다.
“거짓말 치고 있네, 이 가시내가.”
엔젤스 외국인 투수가 1루의 노경우를 향해 견제구를 던지자, 관중석이 단번에 거대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마!!!!!!!”
저 외침에 움찔하는 것은 상대 팀 투수뿐만이 아니다. 벤치에 앉아있던 이훈도 화들짝 놀랐다.
마 다음에 이훈이 나올 것 같은 불안감.
물론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훈은 심신을 다스리기 위해 자기 머리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조형오가 다가와서 이훈의 머리를 대신 꾹꾹 눌러줬고, 강건우가 때려버렸다.
따아아아아악-!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어어어어!”
“윽!”
강건우의 타구가 날아가고, 놀란 이훈이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고, 조형오의 손가락이 살짝 꺾였다.
공이 한참을 날아 외야 스탠드에 꽂혔다. 노경우가 쓸데없이 슬라이딩으로 홈을 밟았고, 강건우는 홈을 밟은 후 마치 오늘은 뽀뽀할 자격이 있다는 듯 관중석에서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두 손 키스를 날려 보냈다.
응원단장이 펄쩍펄쩍 뛰면서 환호를 유도하다가 마이크를 잡고 멘트를 쳤지만, 환호성과 노래, 비명이 섞인 이곳에서 팬들의 목소리에 묻혀 아무도 듣지 못했다.
덕아웃에서는 황당하게 부상을 입을 뻔했지만 천만다행으로 다치지는 않은 조형오 옆에서 이훈이 거의 울다시피 하며 죄송하다고 하고 있었고, 박의현은 걱정스럽게 조형오의 손을 살피면서도 홈런을 치고 돌아온 강건우를 칭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앗! 선배님! 손가락이! 오! 강건우! 역시 부산의 야구 대통령! 정말 필요할 때 해주는 믿음직한 야구 황제!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이야! 실점 후 즉시 득점! 그것이 바로 야구의 정석! 잘 움직여지십니까? 크으, 강건우! 통증은 없으십니까!”
조형오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야야, 괜찮다. 안 아파. 조금 놀란 거뿐이다. 근데 하나만 해라, 하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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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조금 루즈해지면 관중들 사이에서 야구 토론이 일어나곤 한다.
야구에 대한 지식수준이 어떻더라도 상관없다.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이 팀과 좋아하는 선수에 관해 이야기할 뿐이다.
물론, 표현이 종종 거칠어지거나 다른 팀 혹은 다른 팀 선수를 비방할 때도 있기도 하고, 조금 좁은 식견으로 이야기할 때도 있지만.
“울프팩 점마는 안 돼. 저거 봐라, 저거. 스윙 꼬라지 봐라. 저래 대놓고 풀스윙하는데 누가 좋은 공 주냐고. 내 같아도 피하겠다.”
연속으로 던진 변화구에 시원한 헛스윙으로 스트라이크만 두 개.
선두 타자로 나온 울프팩이 못마땅한 모습을 보이자, 오션스 팬들은 단체로 팔짱을 끼고 엄격한 훈련소 교관 같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도 랜들러나 빅터같은 선수 좀 데려오면 안 되나?”
“있어야 데리고 오지.”
“아니면 차라리 수비 주루 되는 외야수나.”
“수비 잘 하는 2루수도 괜찮았을 텐데. 건우 마무리 올라가면 유격수도 좀 봐주고.”
오션스가 아니라 어느 팀 팬들이더라도, 리그를 씹어먹는 수준이 아니라면 자기 팀의 외국인 선수에게 어느 정도 불만은 있을 수밖에 없다.
타율이 낮다고, 홈런이 적다고, 발이 느리다고, 수비가 안 된다고.
“치아라. 떨공삼이다. 무조건이다.”
떨어지는 공에 삼진.
이제까지 울프팩이 많이 보여준 모습이기도 했고, 이 상황이라면 투수가 마음 편하게 뚝 떨어지는 공을 던질 수 있기에 대부분의 관중이 이걸 예상했다.
하지만, 프로야구단에서 이런 유형의 타자를 데려오는 것은 어느 정도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건 바로.
따아아아아아악-!
실투가 나오면 그대로 넘겨버린다는 것.
타구가 아득하게 날아갔다. 투수는 맞자마자 홈런을 직감했는지 타구 방향을 보지도 않고 크게 한숨을 내쉬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조금 전만 하더라도 울프팩을 욕하던 관중들이 180도 달라졌다.
“울프팩! 울프팩! 울프팩!”
“아오오오오오오오오오!”
1회 초에 울프팩이 수비에 실패 했을 때 양키 고 홈이라고 외쳤던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두 팔을 번쩍 들고 울프팩의 알통 포즈를 따라 하며 스텝까지 밟으면서 소리쳤다.
“마! 아까 우리 울퍼팩 누가 욕했노! 저래 잘 하는데! 울퍼팩 여권 뺏아라! 울퍼팩이 최고다! 울퍼팩아! 우리랑 팽생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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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야구장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 중에는 야구장에서 들려오는 함성만으로도 경기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능력자들이 종종 있다.
“홈런 쳤는갑네. 소리가…강건우는 아니고, 1점이나 2점이겠다. 3점 이상은 절대 아니다.”
그만큼 오션스 야구가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는 뜻이다.
야구 선수들에 대한 소문은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가장 빨리 퍼진다. 오션스 선수 누가 새벽 3시에 술 먹고 반 인사불성 상태로 어디 술집을 갔다느니, 지금은 임의 탈퇴 당한 유부남 유격수가 아주 못된 짓을 하고 다닌다느니.
안 좋은 소문이 더 빨리 더 넓게 퍼진다. 그런데 요즘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는 강건우 인성이 그렇게 좋다는 이야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사람이 참 착해.”
“맞다. 성공할 수밖에 없다.”
“고마 빨리 결혼해서 안정되면 더 잘할 거다.”
“유리 누나인가 뭔가랑 결혼하지 않겠나?”
“지금 뭐라 했노? 뭔가? 유리 누나가 니 친구가?”
오션스가 요새 어떤지는 택시를 타서 야구 이야기를 꺼내보면 알 수 있다.
조금 한가한 시간에 모여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택시 기사들도 스마트폰으로 야구 중계를 틀어놓고 있었다.
-강건우! 강건우가 157km/h 직구로 엔젤스의 마지막 타자 윤세환에게 병살을 유도해내 경기를 끝냅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강건우! 1회 말 투런 포에 이어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으로 시즌 19호 세이브! 사직 구장을 찾아주신 팬분들께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스스로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예. 포심이 정말 묵직했어요. 윤세환 선수도 끝까지 쫓아가 때려냈지만 내야를 벗어나질 못하네요. 엔젤스로서는 아쉽게 됐습니다. 선취점도 따내며 한껏 분위기가 좋았는데요. 앤디 가필드는 시즌 12승을 수확했습니다.
-활짝 웃는 앤디 가필드! 오늘 6.2이닝 2실점 9탈삼진으로 1회를 제외하면 탄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꽤 수준 높은 경기였습니다. 엔젤스도 어린 선수들을 잘 키워내며 점점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는 있는데, 결국 강건우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경기가 끝나자, 몇몇 기사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2만여 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오션스가 이겼으니 밤늦게까지 여기저기서 승객들이 꽤 많을 것이다.
그리고, 강건우가 택시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 또한 부산 지역 택시 기사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딱 봐라. 오늘은 내가 강건우 태울 거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오늘은 내다.”
“자네는 빠지라. 전에 태웠다 아이가!”
강건우가 최소 싸인볼 정도는 챙겨준다는 것도 이런 경쟁의 이유가 될 수는 있었지만, 오션스 팬 중에 강건우를 직접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이미 강건우를 태웠던 몇몇 기사들의 대시보드에는 강건우 싸인볼이 올려져 있었다. 그 사람들은 사직 야구장에 가달라고 하는 손님에게 항상 자랑하곤 했다.
어, 손님. 야구 보러 가는교. 크. 어젯밤에 강건우가 딱 그 자리에 탔었다. 자. 보소. 요 강건우 싸인볼 보입니까. 아니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주고 가드라니까. 강건우 갸가 야구도 잘 하고 사람이 참 착하다. 뭐라고? 엔젤스 팬이라고?
어쨌거나, 오늘도 부산의 평화는 지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