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30)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32화(132/385)
FANS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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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복합적인 스포츠다. 사실, 스포츠 중에 안 그런 종목이 얼마나 있겠느냐마는.
운동 능력, 기술적 능력, 정신적인 능력 어디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민승기로 따지자면 원래 육체와 기술은 빼어나나 멘탈 부분에서 조금 부족한 투수였다. 최고 154km/h의 포심은 회전수도 탈 KBO 급이었고, KBO 탑 수준의 투심과 좋은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다. 게다가 타고나게 건강한 어깨까지.
기복이 심하고 주자가 득점권에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FA로이드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했으나, 민승기는 평생의 꿈이었던 오션스 입단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낸 상태였다.
그건 바로 강건우의 존재 덕분이다.
민승기 본인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자기 혼자서 저 팀을 우승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무리 오션스를 사랑하더라도 확실히 맞는다고 대답하기 힘들다는 것을.
강건우가 있다. 다른 선수들도 향상되고 있고. 가능할 거라 믿었다.
굳이 또 다른 선수를 예로 들자면, 이시욱의 경우는 빼어난 육체와 흔들리지 않는 멘탈에 부족한 기술을 가진 선수다.
양대근은 멘탈이 부족했고, 국민성은 운동 능력이 그랬다.
따지고 보면 그 선수들 모두 강건우의 도움으로 약점을 메꾸고 있었다. 물론 각자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가의 차이는 있지만.
강건우는 기술적으로 완벽에 가깝다. 메이저리그에서 총 15시즌을 뛰며 투타 양면에서 정상에 군림한 선수다.
정신적으로는 더 안정되었다.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쫓기며 살아가며 발전을 추구했을 때만큼 치열하지는 않지만, 여유와 안정감을 갖춘 강건우는 설령 무안타 경기를 치르더라도 다음 날 자세를 유지하는 법을 알게 됐다.
육체적으로는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야구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내놓았다.
현재 체격으로도 홈런 40개를 넘게 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데 벌크업을 하게 되면 기록이란 기록은 다 깰 수 있지 않겠느냐부터 시작해서.
무리한 근육량 증가는 밸런스를 무너뜨릴 거라는 예측까지.
물론 강건우는 그런 외부 의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일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경험과 유리를 믿으면 된다.
6회 초, 앤디 가필드의 퍼펙트가 깨졌다. 1사 후 몸에 맞는 볼.
과감한 몸쪽 승부를 펼치려 했는데 살짝 제구가 안 되어 몸에 맞았고, 그래도 남은 아웃 카운트를 무사히 따내 노히트 노런은 유지했다.
6회 말, 민승기는 황석규에게 큼지막한 타구를 맞았지만, 집중력을 발휘한 홍석헌이 다이빙 캐치로 퍼펙트를 지켜냈고, 박의현은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중견수 유준까지 삼진으로 잡아내며 6이닝 8K 퍼펙트.
-아, 민승기 선수. 오늘 자신이 누구인지 똑똑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속 153km 속구로 8번째 탈삼진! 구속이 떨어지지 않아요!
-엄청난 집중력이네요. 아까 홍석헌 선수 수비에서도 보셨겠지만, 에이스가 이렇게 던지면 야수진 전체가 예민해지거든요. 어후. 중계석에서 보고 있는데도 양 팀 야수들에게 가해지는 압박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에요.
-민승기 선수, 6회 말까지 단 한 번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마운드에서 내려오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예. 안경테를 만지작거리고 있네요. 하하. 이제야 내려갑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오른팔을 높게 들어 엄지를 치켜세우며 덕아웃으로 돌아가는데요.
주상욱은 저 엄지를 포수 미트로 가려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퍼펙트를 유지하고 있는 민승기의 곁에 다가가 조용히 말할 수밖에 없었다.
“최곱니다.”
민승기는 엄지손가락을 든 오른팔을 여전히 든 채, 모자를 완전히 눌러쓰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했다.
“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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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는 평온한 표정이었다. 퍼펙트가 경기 중후반으로 들어가면서 깨졌을 때 난 어땠더라?
상황마다 달랐던 것 같다. 어떨 때는 분노로 가득했고, 또 어떤 때는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었던 기억이 있다.
이게 뭐,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가와는 또 다르게 운도 많이 따라줘야 하는 기록이라서.
“헤이.”
“앤디.”
앤디는 등판일에 조금 예민한 타입이다. 시즌 초반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그런 성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 마음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기에 등판 중에는 따로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는 편인데 앤디가 내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하나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어.”
“들을 준비 됐어.”
“난 저 친구한테 지고 싶지 않아.”
지금까지 앤디가 승기 형이랑 세 번 맞붙었던가.
기록은 1승 1패.
남은 한 번은 조형오가 패전 투수가 됐고 승기 형이 승리 투수가 됐으니 따지고 보면 승기 형의 약 우세다.
팀으로 따지면 0대 1로 지고, 2대 0으로 이기고, 1대 2로 졌다.
벌써 네 번째 맞대결이다. 이렇게 자주 만나는 것도 쉬운 것이 아닌데.
아무튼, 앤디는 승기 형에게 일종의 경쟁심이 있는 것 같았다.
“이해했어.”
투수 간의 승패는 단순히 비교할 수가 없다. 각자 팀의 타자들이 절대 같을 수 없으니까.
어쩌면 투승타타 같은 느낌일지도 모른다. 투수는 승리, 타자는 타점.
오래되어 쉬어빠진 스탯이지만 영원히 남는 기록이다. 아무 의미도 없다지만 임팩트는 크고, 무엇보다 직관적이다.
앤디가 씩 웃고는 내 어깨를 두드려주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호흡이 조금 거친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플레이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라서 억지로 가라앉히진 않았다.
“유리 누나 보니까 막 설레고, 가슴이 뛰고 그래? 연애한 지 5~6년 됐다고 하지 않았나?”
배영한의 농담에 나는 그냥 싱겁게 반응했다.
“한 70년 정도는 더 그럴 것 같은데요.”
물론 뭐, 전광판에 비친 유리가 너무 귀여워서 그런 것도 있기는 했지만.
뭔가 감회가 남다른 부분이 있었다.
야구장에 유리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렇고, 이렇게 한 팀에서 같이 사랑받는다는 것도.
미국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무슨 소리를 하고 어떻게 대응하더라도, 그리고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선수가 되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는 이방인이기에 공격을 받게 된다.
물론 한국에서도 그런 일이 있지만, 다르다.
내 이름을 외치는 만큼 유리에게 환호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지만, 여기가 조금 더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승기 형의 오늘 투구 인터벌은 이전에 본 적 없을 정도로 빨랐다. 노경우의 엉덩이가 멈추기도 전에 공이 날아온다. 노경우는 궁여지책으로 엉덩이로 리듬 타기를 타석에서 하는 대신 타석으로 걸어가면서 해보려 했지만, 여전히 구위에 짓눌려있다.
“아웃!”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타구. 우리 팬들이 탄식을 내뱉는다.
“민승기 머꼬!”
“돌아삐겠네!”
“승기야 함만 봐도! 내년엔 같은 편 해야지!”
그런 외침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승기 형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하다. 꽤 거리가 있기에 알 수는 없지만 느낌이 그렇다.
배영한은 구시렁대며 타석으로 나갔다. ‘번트나 대버릴라보다.’
말은 그래놓고, 4구째 투심에 크게 헛스윙하며 경기 9번째 탈삼진을 헌납했다.
이제 내가 타석에 설 차례다.
“가아아아앙! 거어어어어언! 우우우우우우!”
관중석에서 처절한 외침이 들려온다. 유리의 목소리도 섞여 있을까.
아마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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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수원 다이아몬즈 0 : 0 부산 오션스.]-7회 말 2아웃.
-3번 타자 강건우(2타수 0안타)
└씨발 이제 좀 쳐라 쫌
└션기야 우리가 남이가
└투수전 존나 지리네
└한놈은 노힛노런 한놈은 퍼펙트 ㅋㅋㅋㅋㅋㅋㅋ
└뒤진 아몬드 새끼들 시즌 말아먹어놓고 왜 우리한테만 맨날 지랄이냐고
└꼴션스특)몇년 내내 처맞다가 올시즌 좀 반짝했다고 존나 처맞던 기억 잃어버림
└퍼펙트 당하고 비참하게 울부짖어라 꼴션스 십새들아
└족까라 시밸럼아 건우지금 유리누나 버프 받았다
└븅ㅋㅋㅋㅋㅋ유리인가 뭐시기인가 응원하면 맨날 홈런치고 이기냐?
└유리?
└누나 안 붙이냐?
└족같은 새끼들 뭐만하면 누나 안 붙이냐고 협박이나 하고 드러워서 진짜
└ㄹㅇㅋㅋㅋ 여친 응원한다고 맨날 홈런치면 시발 그게 사람이냐 ㅋㅋㅋㅋㅋ
-초구 타격(153km/h)
└?????????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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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의 차가운 얼굴. 일부에서는 눈물의 왕자라 불리며,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FA가 되는 민승기의 거취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꽤 인기가 있었다.
그리고 타석에는 싹수없게 생긴 강건우.
이 선수 역시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다. 일본의 여성 팬들이 붙인 별명은 일편단심의 이도류.
민승기는 공을 쥔 손에 힘을 줬다. 무작정 세게 잡은 것은 아니다. 이놈에게는 최고의 공을 던져야 한다. 질 수 없다. 이겨내야 한다. 투수와 타자의 승부는 몇 번 싸워 이기더라도 타자가 결정적인 한 방을 쳐내기만 하면 타자의 승리로 끝날 수 있다.
강건우는 타격 접근법을 바꾸는 것을 선호하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약간의 변화를 줄 생각이었다.
메이저리거 시절의 치열함이 온몸에서 스멀스멀 새어 나왔다.
강건우와 가까이 있는 주상욱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꼈다. 차라리 볼넷을 주고 넘어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 퍼펙트게임이 현재 진행형이다.
9이닝 내내 던지기 위해서는 투구 수를 관리해야 한다. 쓸모없는 볼을 던지면 안 된다. 투구 수 절약의 핵심은 초구 스트라이크다. 카운트가 시작부터 불리하게 흘러가면 투구 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 가장 잘 먹히고 있는 바깥쪽 높은 코스 포심 패스트볼을 선택했다.
위험한 코스가 될 수도 있지만, 오늘 민승기의 구위는 상상 이상이다. 아무리 강건우라 하더라도 쉽게 때려내진 못 할 거라 생각했다.
민승기와 강건우는 둘 다 마치 진공 상태에 놓여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직의 팬들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대고 강건우의 홈런을 열망하고 있지만, 둘의 귀에는 그런 것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둘만의 승부였다.
사수(射手)처럼 숨을 멈추고 있던 민승기는, 본능적으로 강건우의 타이밍을 뺏을 수 있는 시점을 찾아 피칭을 시작했다.
강건우의 호흡이 흐트러지는 그 순간.
민승기는 최선의 공을 던졌다. 그리고 그건 강건우의 함정이었다.
강건우로서도 KBO에서 이런 플레이를 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물론 이것 또한 의도한 바가 아닌 본능이었다.
살짝 배트를 쥔 손에 힘을 빼는 척하면서 허점을 보여주고 그대로 그립을 잡는다. 그립을 다시 잡는 아주 작은 무게감을 추 삼아 자연스럽게 회전을 시작한다.
손목에서부터 시작된 회전이 온몸을 가동하며, 평소보다 왼발을 더 안쪽으로 옮긴 인스텝을 밟아 파괴력을 높인다.
당연히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는 듯한 스윙.
그리고 응당 그래야 한다는 듯 스트라이크 존을 공격해오는 154km/h의 패스트볼.
건곤일척의 승부. 맹렬하게 회전해 들어오는 공과 거칠게 쏘아져 나오는 배트가, 하나의 점에서 만났다.
따아아아아아아악-!
거대한 타격음.
맞는 순간, 자신의 패배를 직감하고 털썩 무릎 꿇은 민승기.
그리고 속에 가득 찬 과거의 기운이 아직 다 빠지지 않아 평소보다 차분하게 배트를 던지고 베이스를 뛰기 시작하는 강건우.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건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강건우우우우우우우!”
퍼펙트게임이 무산되었고, 스코어는 1대 0.
관중석은 뒤집힐 듯 난리가 났다. 벤치에 앉은 앤디 가필드의 얼굴에 작지만 날카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사직 야구장 인근 주민들은 생각했다. ‘오션스가 이기고 있나.’
정유리는 비명을 지르다가 뒤로 넘어갔다. 소수의 다이아몬즈 팬들은 입을 벌리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오션스 감독 휴 브레드먼은 철제 난간을 주먹으로 때렸고, 대기 타석의 양대근은 두 손을 망원경 모양으로 모아 눈앞에 대고 강건우의 홈런을 구경했다.
전쟁이라도 터진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해설자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의 타구가! 아직도! 아직도! 아직도오오오오!
└아직도
└아직도
└킹직도
└아도직
└아이스 아메리직도
-넘어갑니다! 넘어갑니다! 강건우가 넘겼습니다! 강건우! 시즌 45호 홈런! 시즌! 45번째! 아치를! 그립니다! 민승기의 퍼펙트게임이 깨집니다! 홈런! 홈런! 홈런입니다! 강건우의 솔로 홈런! 앞서나가는 오션스!
오션스 구단이 준비했던 축포가 외야 펜스에서 드디어 터지는 순간이었다.
축포가 터지거나 말거나, 민승기는 마운드에 엎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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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다이아몬즈 상대로 1대 0 승리. 시즌 71승 수확!] [오션스,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시즌 71승 고지 밟아.] [명품을 넘어선 수준의 투수전이 펼쳐진 사직 야구장.] [앤디 가필드, 노히트 노런! 오션스 역사상 두 번째! KBO 15번째!] [패전 투수 민승기(8이닝 1피안타 0사사구 1실점 12K)와 승리 투수 앤디 가필드(9이닝 0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 11K).] [강건우의 솔로 홈런이 잠자던 사직 야구장을 깨웠다.] [(PHOTO) 피홈런 이후 바닥에 쓰러져 오열하는 민승기.] [(PHOTO) 묵묵히 베이스를 도는 강건우.] [생일 자축포 터진 강건우! 시즌 45호!] [손에 붕대를 감고 인터뷰장에 나타난 휴 브레드먼, ‘엄청난 홈런에 엄청난 투수전이었다. 오늘 그 선수들은 모두 메이저리그 레벨이었다.’] [건우야 생일 축하해! 들썩이는 사직 야구장.] [민승기, ‘아직 부족하다.’ 한 마디 남기고 사라져.] [‘유리 누나’ 영상편지 보고 힘낸 강건우, 경기의 향방을 결정짓는 홈런 작렬!] [오션스 여신 ‘유리 누나’, 내년에는 오션스 코치로 합류하나?] [앤디 가필드, ‘민승기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노 히터도 기쁘고, 그 투수에게 이긴 것도 기쁘고, 팀 승리도 기쁘다. 오늘은 완벽한 날이다.’] [강건우, ‘유리 누나는 내 인생의 유일한 등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