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31)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33화(133/385)
명태의 저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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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 : 강건우
-민승기 : 잠깐 만나자
-나 : 오늘 제 생일인데요
-민승기 : 그게 왜
-나 : 유리 누나랑 파티해야 해서요
-민승기 : 여자친구가 네 인생에서 가장 우선순위였던가??
-나 : 죄송하지만 그렇습니다
-민승기 : 좋다
-민승기 : 내 인생의 넘버원은 오션스다
-민승기 : 그럼 내일
-나 : 수원 안 가세요?
-민승기 : 하루 휴가를 받으면 된다
-나 : 예 그럼 내일 시간 낼게요
-민승기 : 그래
-민승기 : 내가 그쪽으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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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누나는 너무 감동받았잖아…”
경기 자체만 놓고 봐도 보는 재미가 있는 경기였을 거라고 확신한다.
두 투수의 영혼을 갈아 넣는 듯한 투수전.
이 경기에서 단 하나 나온 안타가 결승 홈런.
야수들은 수비 실책을 단 한 번도 저지르지 않았다. 조금 긴장한 듯한 수비가 나온 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두 투수의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천만다행으로 요즘 크게 비판받고 있는 심판도 깔끔하게 판정을 해냈고.
“나도.”
홍보팀에게서 유리의 그 영상을 받아냈다. 만감이 교차하는 하루였다.
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화려한 파티 같은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종종 어쩔 수 없이 파티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날 위해서 구단이나 동료 선수가 파티를 열어주면 그래도 가긴 해야 하니까.
뉴욕에서 뛸 때 유리가 한 번 내 생일 파티에 참석 못 한 적이 있었다.
유리는 너무 미안해했었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신경 안 쓴다고 말했었다.
나는 정말 그런 파티를 딱히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유리도 그때 빠질 수 없는 일이 있었기에 못 온걸 이해해서 그렇게 말했지만, 유리는 내 그런 태도에 크게 실망했었다.
그때는 유리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알 수 있다. 유리는 내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겠지.
“고마워. 전광판에 누나 영상편지 나오니까 힘이 막 나더라.”
유리는 부끄러운지 살짝 혀를 깨물고 웃었다. 그 표정이 너무 예뻐서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유리가 갑자기 표정을 바꿨다.
“아, 분명 처음부터 다시 찍어준다고 했는데 구라에 당했어.”
투덜대는 것도 귀여워서 어쩌나. 내가 손을 잡자, 유리가 다시 밝게 웃었다.
“근데 아까 메시지 누구야?”
“어? 승기 형.”
“그 사람은 왜? 혹시 퍼펙트 망쳤다고…”
“아니. 그건 아닐 거야. 오늘 잠깐 보자던데.”
“만나러 가?”
“그럴 리가. 내 생일에 다른 사람이랑 보낼 수는 없지. 내일 만나기로 했어.”
유리가 익살맞은 표정을 지었다가 웃었다.
“왜?”
“기억하고 있었네.”
두뇌 풀 회전. 풀 가동. 잊혀있던 기억을 되살려라.
기억?
뭘?
무슨 말을?
야구 선수는 표정 관리도 중요하다. 타석이나 마운드에서 당황하거나 겁먹은 표정을 지으면 안 된다.
유리의 웃는 얼굴을 따라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유리를 안았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생일은 꼭 함께 있기로 했었거나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유리는 그 날 그렇게까지 미안해했고, 그렇게 섭섭했을까.
아마도 더 어릴 때의 약속이겠지.
오랜 약속을 기억하고 마음 아파했을 유리를 생각하면 가슴이 찌릿한 느낌이 들지만, 지금 우리는 그때와는 다른 행성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유리가 말했다.
“아. 맞다. 선물 줄 거 있어.”
“선물? 뭔데?”
유리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누나가 너무 보고 싶을 때, 언제 어디 있더라도 유리 누나 보고 싶어요 하고 말하면 누나를 만날 수 있는 마법의 시계야.”
나도 모르게 함박웃음을 짓고 말았다. 유리가 조금 민망해하며 날 보고 웃었다.
뭐지.
이 누나, 사실 마법사 그런 거 아냐?
진짜 이거 순간이동 시켜주고 그런 건 아니겠지.
“누나 마법사야?”
유리가 코웃음을 치며 당당하게 말했다.
“들켰네? 건우 마음을 지배하는 마법사지.”
“어쩐지 확 빠져 가지고 헤어나오질 못하겠더라. 나도 그 마법 좀 가르쳐주라. 누나한테 쓰게.”
내 말에 유리가 조금 부끄러웠는지 당당함은 어디 가고 시선을 살짝 피하며 대답했다.
“이미 걸려 있거든 바보야…”
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진짜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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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
메마른 느낌이다. 오늘은 월요일. 분명 어제 경기가 끝나고 유리를 만나고 있을 때만 하더라도 세상이 그렇게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가 없었는데, 이 형의 얼굴을 보자마자 어딘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분홍빛 세계에서 퍼석하고 뻑뻑하며 쓴맛 나는 침침한 세계로.
“오셨어요?”
“그래.”
“…”
“…”
내가 알던 민승기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동태 눈깔에, 항상 시니컬한 조크를 입에 달고 다는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내가 없던 오션스는 도대체…
“나는 어제 최고였다.”
“예. 최고였죠.”
“그런데 네가 더 최고더군.”
“예…고맙습니다…”
“오션스 우승은 내 오랜 꿈이다.”
“전에 말씀하셨었죠.”
“오직 나만이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아니다.
내가 알기로 오션스는 1992년 이후로 우승한 적이 없다.
그러니까, 내가 오션스에 오지 않은 오션스의 이야기다.
“그런데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아니라 너일지도.”
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립 서비스를 해주기로 했다.
“승기 형.”
“…”
“형이 오션스에 오셨으면 좋겠어요.”
“무슨 이유로?”
“오션스 왕조요.”
“…왕조!”
“저 혼자선 힘들어요. 무슨 뜻인지 아시죠?”
승기 형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이글이글 불타는 듯하더니, 살짝 촉촉해졌다.
“왜 그러세요?”
“나는…”
“…”
“네게 오션스 우승을 맡기고…”
“…”
“메이저리그에 도전할까 생각했는데…”
“메이저리그요?”
“마음을 바꿨다.”
“예?”
예?
“나는 내 계획대로 오션스로 간다. 네가 오션스 왕조 구축을 위해 나를 원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아.”
“그래. 이건 모두 오션스를 위해서…나를 희생하고…”
처음에는 자기 자신에게 최면이라도 거는 건가 생각했는데, 듣다 보니 기뻐 보인다.
진심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고 생각했던 건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은, 오션스에 와 달라는 말을 정말 듣고 싶어 한 것 같다는 거였다.
음…
승기 형 개인에게는 메이저리그로 가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 물론,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거기에서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내가 겪어본 바로는,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다.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둘지는 모르지만.
“제 바람은 그런데, 결국 결정은 형이 하고 싶은대로 하셔야…”
승기 형이 왼손 검지를 들어 내 말을 막고는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라. 나는 마음이 약하다.”
“예?”
“갓 데뷔한 신인의 간절한 소망을 매몰차게 걷어찰 정도로 냉정하지 못한 것이 나의 흠이지.”
“…”
“네 꿈, 내가 이뤄주지.”
“…”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주는데 산 사람 소원을 못 들어줄 이유가 없다.”
“…감사합니다.”
“좋다. 강건우.”
“예?”
“아무리 그래도 우승은 쉽지 않을 것이다.”
“…”
“포스트 시즌은 경험이 중요하지.”
“예…”
“오션스 우승에 필요한 마지막 한 조각이자 가장 큰 퍼즐인 내가 없는 올 시즌.”
“…”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하고, 나머지는 그냥 즐기도록 해라. 너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어차피 나 없이는 우승까지는 힘들 테니까.”
“아, 예…”
“무리하지 마라. 다치기라도 한다면 ‘나의’ 왕조에 큰 지장이 생길 테니. 그럼 난 간다.”
“어디 가세요?”
승기 형은 미련 없이 뒤돌아서며, 왼손 엄지를 치켜세우며 대답했다.
“오션스의 요람, 상동 2군 구장으로…”
거긴 왜 가?
정말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그나저나.
민승기와 박의현의 배터리라.
진짜…
오기만 한다면 제대로 골 때리겠네 내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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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시즌, 오션스는 21경기를 남겨두고 있었다.
잔여 경기 결과에 따라 1등도 노려볼만한 시즌 성적.
물론, 21경기에서 나쁜 성적을 기록한다면 현재 2위인 성적이 좀 더 낮아질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오션스 팬들은 지금 성적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만족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3년 연속 10위. 그 전에는 2년 연속 9위.
지난 5년을 생각하면 지금은 상전벽해나 마찬가지였다.
어쨌거나, 10개 구단 모두 상반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위권에 처졌던 팀 중 선더버즈는 부상자들의 복귀와 뒤늦게 올라오는 성적으로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아이언스도 막판 탄력을 받으며 아쉬운 시즌이지만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막바지에 호성적을 내고 있는 팀이 있다면, 당연히 반대인 팀도 있다.
아무래도 선수층이 얇은 팀은 이 시기에 힘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치열한 순위 싸움에 대한 중압감에 익숙하지 않다면 더더욱.
-정조준 : 강건우 캐치볼 하게 나와라
-민승기 : 건우 어깨 아껴야 하니까 부르지 마라
-정조준 : 제 어깨는요??
-민승기 : 내 알바냐
-조용한 : ㅋㅋㅋㅋㅋ승기 건우 너무 편애하는 거 아니냐?
-백준섭 : 조준이는 너무 편해하고
-정부원 : 우와 준섭이형 라임ㄷㄷㄷㄷㄷㄷ
-백준섭 : 은퇴하면 랩퍼 준비할라고
-정조준 : 이렇게 한 사람이 또 가는구나
-백준섭 : 가긴 어딜가???
-김권종 : 준섭이 형 메이저리그 진출해요?
-백준섭 : 얜 또 뭔 소리야???
-이대훈 : 권종이 요새 힘들다 이해좀
-정조준 : 저 형 맨날 힘든 거 아니었어요???
-김권종 : 그치?
-김권종 : 내 생각해주는 건 조준이 뿐이네
-김권종 : 항상 힘든 거 왜 아무도 몰라주지?
-조용한 : ㅎ ㅏ…
-손용기 : 용한이 형도 힘들겠다
-조용한 : 너라도 알아주니 다행이다
-손용기 : 나도 조준이 때문에…
-정조준 : 내가 뭘 했다고;;;
-송병재 : 빨리 누가 우주랑 지호 좀 불러줘
-정조준 : 왜요;;;
-송병재 : 아무튼 좀 불러줘
-강건우 : 저 좀 바빠서요
-강건우 : 캐치볼은 담에 하죠
-정조준 : 너 이 새끼 설마
-정조준 : 순위 싸움 때문에 내 멘탈 흔들려고 이러냐???
-박용재 : 캐치볼 안 해주는 게 멘탈 흔들기여?
-채지성 : 1년만 안 해주면 조준이 폐급되겠네
-정조준 :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 몰라요?
-예지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조준 : 아니 우주형도 없는데 왜 웃어??
-예지호 : 선조치 후보고
-예지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션스의 다음 경기는 파이러츠전이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었고, 첫 경기는 정조준이 시즌 첫 한 경기 3홈런을 기록하며 파이러츠가 가져갔다.
-정조준 : 강건우 캐치볼 하러 안 나와서 벌 받은 거다
다음 경기는 1회부터 6타자 연속 홈런이 터져버린 오션스의 승리.
-배영한 : 어제 깝치지 말라고 했던 조준이 찾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경기는 우천 취소.
-정조준 : 하늘이 오션스를 살리는구나
이날은 정유리의 생일이기도 했다. 이 커플의 생일은 겨우 4일밖에 차이 나지 않았고, 오션스 선수들 사이에는 강건우가 새벽부터 물 떠놓고 기우제를 지냈다는 소문이 돌았다.
우천 취소가 확정되자마자 강건우는 정유리에게 전화해서 말했다.
“유리 누나 보고 싶어요.”
-응?
“유리 누나 보고 싶어요.”
-아. 그거야? 지금 쓰는 거야?
정유리가 해맑게 웃었다. 어차피 경기 보러 와서 근처에 있었는데.
우천 취소가 되어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정유리는 가족들에게 건우 좀 보고 들어간다고 하고 혼자 나왔다.
약속 장소로 나가자, 강건우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누나!”
“집에 오면 볼 수 있을 건데, 그새를 못 참고.”
“생일 축하해.”
“아, 바쁠 텐데 또 그걸 안 잊었어?”
물론, 잊었더라면 큰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강건우는 정유리의 기분 좋은 얼굴을 보며 선물이라고 옆을 가리켰다. 검은 천으로 덮여 있는 무언가. 정유리는 당황했다.
“선물? 이거? 뭔데?”
그러자 뒤에 숨어 있던 자동차 딜러가 작은 폭죽을 터뜨리며 튀어나왔다!
“생일 축하합니다!”
“어…?”
“이거 벗길까요?”
“네.”
“짜라잔!”
어쩐지 자동차 샵으로 부르더라니.
검은 천을 벗겨내자, 웅장하고 거대한 자태를 뽐내는 허머가 보닛에 커다란 리본을 달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
“이거 갖고 싶다며.”
“어…농담이었는데…”
“바로 나오는 차가 별로 없더라. 그래도 어떻게 날짜에 맞게 구했어.”
정유리는 당황했다. 물론 저런 차를 좋아하긴 한다. 자기 취향을 어떻게 알았는지.
황당해서 조금 웃음이 나왔다.
“마음에 안 들어?”
“아니. 마음에는 드는데.”
“그런데? 색이 별로야? 좀 더 기다려볼까?”
딜러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급히 준비한 생일 케익을 꺼내 보닛에 올린 딜러가 말했다.
“자,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어떻게, 불붙일까요? 사진 한 번 찍을까요?”
정유리는 강건우의 표정을 봤다. 혹시 마음에 안 든 거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는 표정.
그 표정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 마음에 들지. 돈이 어디서 나서…”
“돈 있어. 괜찮아. 걱정 마. 선물 진짜 마음에 들어?”
“정현수 매달고 달려도 돼?”
“그럼. 당연히 누나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하긴 뭐.
계약금도 많이 받았고, CF도 찍었을 텐데. 기왕 산 거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정유리는 환하게 웃으며 보닛 위에 올려둔 케익의 촛불을 껐다.
“아빠가 보면 깜짝 놀라겠는데?”
“내 차라고 해.”
“이거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되나?”
“누나 주차 잘 하잖아. 어떻게 잘되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 그 긴장된 강건우의 표정이 너무 웃겼다.
야구 할 때는 긴장은커녕 거만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여러 가지 의미로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지만, 정유리는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강건우의 그런 모습을 생각하니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야. 타라. 누나랑 드라이브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