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38)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40화(140/385)
쌍깃발 휘날리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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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아웃에 있으면, 선수들의 스타일이 각자 다른 것을 알게 된다.
박의현은 덕아웃 난간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좀 앉으라고 핍박을 해도 굴하지 않고 선수 응원가를 불러댄다.
“오오오션스 이시욱! 오오오션스 이시욱! 보고 때려라 이! 시! 욱!”
보고 때리라는 말 때문에 노루 형이 저 응원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응원 단장이 박의현을 보면 군침을 흘린다. 저런 텐션이 흔한 건 아닐 테니까.
노경우는 울프팩이 여기 있으면 자기가 안타 어떻게 때렸는지 짧디짧은 영어로 자랑을 하고 있었을 텐데.
황석규는 덕아웃 한쪽에서 스윙 타이밍을 체크하고 있다.
최근 본업인 3루수 외에도 코너 외야수로도 종종 출전하고 있는데, 그래도 집중력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는 선수라는 뜻이다.
그리고 가끔 이상한 농담을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해댄다.
따악!
노루 형이 공을 때렸다. 하지만 좌익수가 움직이지도 않고 잡아내는 타구.
관중석에서 아우성이 들려온다.
“아무거나 좀 치지 마라 이 새끼야!”
“아! 노루 새끼 또!”
대기 타석에 있던 울프팩이 타석으로 나가고, 황석규가 대기 타석으로.
그리고 나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안타란 무엇인가…”
노루 형은 들어오자마자 코를 긁으며 초코파이를 찾았다.
“아. 당 떨어진다, 당. 초코파이 먹어야겠당.”
가만히 보면, 죄다 개성이 강한 것인지 뭔지 참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데.
따아악-!
울프팩이 초구 커브를 걷어 올렸다. 관중석에 지진이라도 난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울퍼패애애애애액!”
하지만 높게 난 공이 펜스 바로 앞에서 중견수 글러브로 쏙 들어가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어버렸다.
“좀만 더 세게 쌔맀어야지!”
황석규는 대기 타석에서 덕아웃으로 돌아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 투수. 운이 좋네. 안타가 뭔지 보여주려 했는데.”
“…”
울프팩은 들어오면서 괜히 가만히 앉아있는 노경우를 엉덩이로 때려버렸고, 대근이 형은 인상을 팍 쓰면서 돌아왔다.
“…”
“표정이 왜 그러세요?”
“…어? 표정이 왜?”
“사람 때릴 것 같은 표정…”
“아.”
황급하게 두 손으로 얼굴을 주물럭거리더니, 억지로 입 양쪽 끝을 잡아당겨 웃는 얼굴을 만들었다.
“…”
“좀 낫냐?”
“형.”
“어?”
무섭다고 말하려는데, 자리에서 일어서서 글러브를 챙겨 돌아서다가 대근이 형 얼굴을 본 노경우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엄마야 시팔!”
…
“뭐? 엄마가 뭐?”
“아뇨, 아니, 아니요. 형님. 얼굴이. 와.”
“내 얼굴이 뭐?”
“그게…”
하긴. 아무리 놀라도 엄마는 선 넘었지.
한국어를 약간 배운 울프팩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마더? 누구?”
진짜 엉망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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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러츠 타선에는 정조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시즌 MVP를 타내기도 했고 안티 팬도 많지만 명실상부한 최고 스타이기는 하지만, 유시훈이나 최지용 같은 선수들도 꽤 인기 있는 선수들이었다.
특히 최지용은 덩치에 안 맞게 날렵한 수비 실력과 장타 포텐셜로 기대를 많이 받고 있는 선수.
배트를 굳게 쥐고 타석에 들어선 최지용은 남은 경기에서 홈런 6개를 추가해 30홈런 타자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그를 상대하는 국민성은 영리한 사람이다.
150km/h를 던질 수 있었다면 이렇게 영리한 투수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경기에 임할 때 국민성은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힌트를 찾기 위해 골몰한다.
바람은 어디로 얼마나 부는가. 습도는 어떤가. 오늘의 기압은?
기상 데이터와 타자의 데이터를 조합하고 최근 몇 경기의 타격 폼이 가장 좋을 때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면 일하기 편해진다.
‘좋을 때 보다 훨씬 큰 스윙. 상체가 앞으로 쏠리고 하체 밸런스가 안 맞는다.’
약점을 알았으면 그걸 활용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저 타자는 최근 10경기 동안 바깥쪽 낮은 코스 타율이 4할이 넘는다.
원래는 몸쪽 공을 장타로 연결하는 타자였는데, 투수들이 그걸 피하려고 바깥쪽 낮게만 던지다 보니 저렇게 밸런스가 이상해진 것이다.
‘몸쪽 낮게.’
국민성에게 ‘낮게’는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높게 던질 때도 있다. 자신이 판단해서 낮게 던지면 절대 안 되는 경우에 그렇다.
국민성은 몸쪽 낮은 코스로 던졌다. 생각한 것 보다 약간 높았다.
최지용은 스윙이 밖으로 퍼져나가다가, 괴력을 발휘해 억지로 안으로 돌려 냈다.
빠각!
배트가 부러졌고 타구는 묘하게 스핀을 먹고 날았다. 3루수 황석규는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약간 휘는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타구.
울프팩이 거대한 몸집으로 헐레벌떡 달려 나왔지만 어림도 없어 보였고, 모든 사람이 안타라고 생각한 순간 강건우가 말 그대로 날아와서 다이빙 캐치를 해냈다.
-아! 강건우! 화면 밖에서 날아와 안타를 아웃으로 바꿔버립니다!
-대단한 수비네요! 행운의 안타가 나올 뻔했는데요!
카메라가 1루수 양대근의 표정을 클로즈업했다.
[Live) 창원 파이러츠 1 : 2 부산 오션스.]-5번 타자 3루수 최지용(0.284, 24홈런)
-1구 타격(128km/h)
-유격수 플라이볼 아웃.
└ㅅㅅㅅㅅㅅㅅㅅㅅㅅ
└양대근 표정 뭐임ㅋㅋㅋㅋㅋㅋㅋ
└(ㅇ)0(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십라
└(ㅇ)0(ㅇ)
└(ㅇ)0(ㅇ)
└(ㅇ)∞(ㅇ)
└(ㅇ)0(ㅇ)
└중간에 돼지코 뭐냨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새끼가 우리 양캡 돼지라고 놀렸냐
└용서 못 해
국민성이 강건우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물론, 글러브 낀 왼손으로 했기에 아무도 몰랐다.
울프팩이 강건우를 일으켜주며 말했다.
“조금만 더 멀리 나오면 내 자리까지 오겠는데?”
강건우가 씩 웃었다.
“힘들면 불러. 거기까지 공 잡으러 갈게.”
“좋아. 끝내주는군. 널 믿고 난 펜스 위에 올라가 있을게. 좌익수까지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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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러츠의 에이스이자 그 팀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손용기에 대한 우리 팀 팬들의 태도는 꽤 볼만하다.
뭐, 오션스 불펜 투수로 조금 활약하다 파이러츠로 가서 에이스가 됐다고 하니까 그런 거겠지.
“용기가 파이러츠 갈 때 뭐라고 했는지 알아?”
“뭐라고 했는데요?”
“딴 팀은 몰라도 오션스한테는 절대 안 질 거라고.”
김정용 선배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안 좋게 헤어진 전형적인 예시인 듯하다.
“그때 단장이 좀 심각하긴 했거든.”
“그래요?”
“감독도 그랬고.”
“아하.”
“투수코치도.”
“음.”
하긴. 어지간히 개판이 아니었으면 성적이 그 모양일 리가 있나.
김정용 선배는 더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고. 용기 오늘 소주 백 잔 하겠네.”
그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나도 에슬레틱스에서 양키스로 옮길 때 약간의 마찰이 있었고 에슬레틱스전에 특별히 더 집중했었다.
뭐. 팬들에게 악감정은 없었지만.
어쨌든, 방금 울프팩이 홈런을 때려냈다. 2점짜리다.
타율은 방금 그 홈런으로 0.271. 후반기 들어 꽤 좋아졌다.
그리고, 시즌 30호 홈런.
“아오오오오오오오!”
“울퍼팩! 싸랑한다!”
공수 양면에서 약점이 뚜렷한 타자임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기간 동안 교체되지 않은 것은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울프팩의 홈런은 뜬금없이 나온다.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상대가 제구도 제대로 못 하는 신인이든 각 팀의 에이스든 상관없다. 사실, 쫓겨날 때쯤 되면 쿨타임 돌아서 만루 홈런을 뽑아 생명을 연장한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농담은 아니다.
야구에서 저런 선수도 필요하다. 변수를 만들어내고 압박감을 줄 수 있으니.
“Awwwwoooooo!”
울프팩이 포효하며 본인 특유의 근육 자랑 세레머니를 하며 덕아웃에 들어와 환호했다.
“오우! 아우! 어우! 예아! 시발! Stop! Please!”
선수들이 다 달려들어 울프팩의 헬멧을 때리며 축하하자, 중간에 한국어 욕이 튀어나왔다.
다들 이 공갈포를 좋아한다.
“Oh. she bell?”
헬멧을 때리던 감독님이 민망한 듯 두 손을 들고 말씀하셨다.
분위기 개판이긴 한데.
뭐.
나름 재미있는 곳인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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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손용기를 내고도 파이러츠는 오션스에 패배했다. 오션스 팬들은 기세등등했다.
[부산 Review : 승리 요정 국민성, 국대 투수를 상대로 15승 수확!]└우승 냄새 나만 나냐?
└오션스는 우승 냄새가 뭔지도 모를 텐데 그걸 어케 구분함?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션스 2회 우승 경력 있다 시발놈아
└한국시리즈 말고 리그 1위
└올해 보여준다 딱 봐라
└난 좀 다르게 본다…4D로 본다
└?
└나 베이징 뉴빈데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꼴레발 작렬이었음 지금이랑 분위기 비슷함 그땐 좀 괜찮았거든
└그때 왜 우승 실패함?
└불펜 터지거나 수비 대폭발하거나 ㅎㅎ
└지금이랑 똑같네?
└건우 수비 보고도 그 말이 나오냐???
└건우 빼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은 날, 불도저스도 이겨서 순위표는 그대로였다.
가을 야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메테오스에게 스윕승을 거두고, 시즌을 일찍이 마감한 아이언스에게 연패를 당한 후 우승 경쟁자인 파이러츠에게 승리를 따낸 오션스를 두고 도깨비 같은 팀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원래 야구가 그런 스포츠다.
결국, 시즌 내내 얼마나 꾸준했는지가 중요하다. 최하위 팀을 상대로 연패에 빠질 수도 있지만, 144경기 동안 가장 많은 승리를 따낸 팀이 승자가 되니까.
물론, 정규 리그 일정이 끝나고 포스트시즌으로 최후의 승자를 가리긴 하지만.
그리고 다음 날 경기. 오션스는 귀신같이 패배를 기록했다.
[수수께끼 같은 패배. 어제의 오션스와 오늘의 오션스는 같은 팀인가?]거의 같은 팀이었다. 선발 투수가 달랐고 2회에 포수 박의현이 베이스러닝 도중 햄스트링에 작은 이상을 느껴 교체 아웃 되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이훈은 박의현이 사라지자 모두가 원래 알고 있던 이훈으로 변신했다.
타자들이 경기 중반 점수를 내며 추격을 시도했지만, 불펜도 터져버렸다.
휴 브레드먼은 주전 선수 몇몇을 빼주며 남은 세 경기에 모든 것을 걸기로 했다.
[아니 퍽동 씨발 몇 경기나 남았다고 경기를 중간에 포기함? 말이 되나?]└14대 5면 휴식 주는게 맞지 야알못새끼야
└9점차면 홈런 너댓방 치면 따라잡지
└홈런 너댓방이 쉬워보이냐 시발ㅋㅋㅋㅋㅋㅋㅋ
└요새 우리 타자들 하는 거 보면 불가능도 아닌데?
└파이러츠가 좃으로 보이냐???
└불도저스랑 두 경기 남았으니 그거 다 잡으면 됨 싸우지 말자 얘들아
└얘들아는 싯팔 다 뭉개삘라 아가리 닥치라
└이새끼 왜케 급발진함?
└올해 직관 15번 가서 2승 13팬데 급발진 안 하게 생김? 시발 왜 나 야구 보러 갈 때만 지랄이냐고
└이 새끼가 범인이네
└점마 묶어라 야구보러 못 가게
몇몇 팬들은 분노를 토해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기회가 남아 있기는 했다.
막판 연승 분위기를 타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불도저스와의 2연전.
81승 3무 57패의 오션스가 83승 2무 55패의 불도저스를 끌어내리고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경기를 모두 잡아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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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힘이 없어? 괜찮아?”
유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게…
안 그럴수가…
“나 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이 있다. 다른 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개인적으로 야구를 설명할 때 그만큼 적절한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내가 힘이 조금 빠져 보였는지, 유리가 날 안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진짜지? 괜찮지?”
괜한 걱정을 끼친 것 같다.
“우리 건우, 혹시…”
“혹시?”
유리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우승 못 해서 누나랑 결혼 못 할까 봐 그렇게 힘 빠진 거야?”
“맞아.”
“올. 진짜?”
“응. 100% 진짜.”
내 대답에 유리가 씨익 웃으며 날 다시 안았다.
덩치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나니까 안았다기보다는 매달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는 모르지만.
물리적인 사이즈 차이가 아닌, 마음의 차이라면 유리가 나와는 비교도 하기 힘들 정도로 큰 사람이니까.
유리가 날 안고 이상한 소리를 내길래 슬쩍 말했다.
“우승 못 해도 결혼해주나?”
유리가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웃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뭐?”
“응?”
“나 누나랑 결혼하려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설마 뭐 농담이었다 이러려는 건 아니지?”
살짝 정색하자 유리가 신나게 웃었다.
“뭐라는 거야, 진짜. 나 아직 대학생인데…”
“그럼 졸업하면 결혼해주나?”
“야. 그래도 졸업은 하고…”
유리가 잠깐 뭔가를 고민하더니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 완전 말렸잖아. 프로포즈도 안 해놓고 계속 뭔 소리야.”
“그럼 이번에 우승 실패해도 되겠네.”
“뭐?”
“어차피 우승해도 지금 결혼 안 해줄 거면 뭐하러 열심히 해…”
전에도 이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어려진 내 몸은, 내 뜻과는 다르게 감정 변화에 충실할 때가 있다.
다를 때는 안 그런데 유리랑 대화할 때면 좀…
유리가 날 꼭 안으며 말했다.
“아이구, 그랬어? 우리 건우 누나가 결혼 안 해줄까 봐 서러웠어?”
“애 취급 하지마…”
“이렇게 큰 애가 어딨어? 이리 와. 누나가 안아줄게.”
“…”
감정을 다스리는 법은 자신 있다. 그런데 이 사람 앞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종종 잊어버리곤 한다.
유리가 귀엽다는 듯 막 웃어댄다.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 하고, 기분 좋기도 하고, 나도 잘 모르겠다.
“건우야.”
“…”
“누나가.”
“…”
“너 많이 좋아해.”
그 어떤 트래시 토크나 도발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꼬마 시절 알게 됐고, 중학생 때부터 연애를 시작했으며, 결혼하고 은퇴 후까지 함께 하다가 이혼하고 회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말을 들으니까 내 입꼬리가 자동으로 올라가 버린다.
“기분 풀렸네?”
“…”
“풀렸네? 풀렸네? 풀렸지? 지금 웃는데?”
얄밉게 웃으면서 날 쿡쿡 찌르는 유리를 보니까, 기분이 영 그랬다가도 풀릴 수밖에.
“됐어.”
“뭐가 됐어?”
“망고 빙수나 먹으러 가자.”
“피곤할 텐데 쉬어야 하는 거 아냐?”
“필요 없어. 그냥 내년에 우승하고 우승 반지로 프로포즈하고 결혼할래.”
“응?”
“올해 우승해서 프로포즈 해봤자 대학 졸업 때까지 기다려야 되잖아. 나 기다리기 싫어.”
“따지고 보면 어차피 똑같은 거 아냐?”
“아냐.”
“아니야?”
“아무튼 아니야.”
“하여튼 고집하고는.”
“누나 고집은.”
“내가 언제?”
언제는 뭐가 언제야.
후.
그래.
내가 누나 원하는 거 다 맞춰준다.
딱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