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39)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41화(141/385)
쌍깃발 휘날리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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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강력한 오션스! 시즌 막바지 세 경기에서 어마어마한 모습을 보여주며 원년 이후 최초로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하더니, 한국 시리즈에서도 4연승으로 압도적인 최종 우승!
-정말 엄청난 시즌이었습니다! 1선발부터 4선발까지, 강력한 오션스 선발 로테이션이 전원 승리투수가 되며 오션스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션스는 다음 FA 시장에서 선발 투수가 아닌 다른 곳에 투자할 거라는 예측도 충분히 가능하겠는데요!
-그렇습니다! 굳이 선발 투수에게 큰돈을 주기보다는, 알짜배기 선수들로 선수층을 보강하는 게 훨씬 낫겠죠! 4차전에서 홈런과 세이브를 기록한 강건우 선수가 크게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아아아아아아아앗!”
민승기는 온몸이 땀으로 축축해진 상태로 비명을 지르며 악몽에서 깨어났다.
그간 민승기는 상반된 두 감정에 시달려 왔다.
오션스의 오랜 팬으로서, 자신이 사랑하는 그 팀이 통합 우승을 달성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자신이 오션스의 승리를 이끌고 싶은 강렬한 욕망으로 올해는 우승하지 못하기를 원하는 마음.
자신도 혼란스러웠다. 과연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지만 최근 이어지는 저 꿈 덕분에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알 수 있었다.
“후우…후우…”
오션스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부정할 수 없었다. 그걸 표현하지 않고 FA를 얻을 때까지 억누르며 지낸 것은 다이아몬즈의 팬들을 배려한 행동이었다.
FA가 다가오자 그 마음이 작은 틈새를 비집고 나오곤 했지만.
어쨌거나, 이런 악몽을 꾸고 난 후에는 항상 현실을 확인해야 했다.
2028년.
종이 신문을 보는 개인적으로 구독해 보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민승기는 그 드문 사람 중 하나다.
머리맡에 놓아둔 최신 신문 스크랩 파일을 집어 들었다.
10월 10일의 스크랩.
[오션스, 불도저스 상대로 승리! 2028 KBO 리그 왕좌의 향방은 어디로?]이날은, 앤디 가필드가 시즌 15승을 기록하며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을 화려하게 마감한 날이다.
강건우는 시즌 25호 세이브.
다음. 10월 11일.
[오션스 연승! 1경기 덜 치른 불도저스 맹추격!]엄청난 경기였다. 오션스는 한 경기를 남겼고, 불도저스는 두 경기가 남은 상황.
단 이틀이면 이 치열한 시즌의 결과가 나오게 될 터였다.
민승기의 손이 떨렸다.
그래.
그랬다.
“내 손으로…”
10월 12일.
[다이아몬즈 에이스 민승기, 오션스의 사상 첫 정규시즌 우승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완투승!]사직 야구장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
여기서 오션스가 승리를 거뒀다면, 남은 불도저스의 결과에 따라 우승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민승기 본인이 끊어냈다.
사직 야구장에 모여든 오션스 팬들을, 오션스 팬 민승기가 울려버렸다.
그날 사직 야구장은 가관이었다.
원년 팀임에도 아직 정규시즌 우승 기록이 없었던 오션스의 우승을 기원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었다.
어떤 팬들은 야구장 근처에서 고사를 지내기도 했고, 쌍 깃발로 유명한 한 여성 팬은 한동안 가지고 다니던 작은 깃발 말고 소싯적 휘둘렀던 그 전설의 깃발을 꺼내 들고 경기 내내 휘두르기도 했다.
수치로 재단할 수 없는 열망이 가득 모인다 하더라도 그 염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법이다.
민승기는 몰상식한 일부 팬들의 광기 어린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에 흔들리지 않았다.
본인도 자기 자신을 욕했으니까.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내가 내 손으로 오션스의 역사를 망치다니.
더 강해져야 했다. 더 강해져서, 내 손으로 직접.
그 역사를.
쓰고 말겠다고.
어쨌거나, 한동안 각종 커뮤니티에 많은 사진이 떠돌았다.
오열하는 오션스 팬.
전쟁 터지면 우승 실패한 오션스 팬들 투입하면 무조건 승전.
하늘을 바라보는 오션스 팬들.
등등등.
그래도 정규시즌 2위를 달성했다. 지난 3시즌 연속 10위를 했던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시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쯤에서 민승기는 흐르던 눈물을 닦고 어느 정도의 타협을 할 수 있었다.
[오션스의 특별한 시즌. 그래도 도전은 현재 진행형.] [2028 KBO 시즌 마무리!] [KBO 가을 야구 참가 팀 확정!]1. 불도저스.
2. 오션스.
3. 파이러츠.
4. 바이킹스.
5. 엔진스.
치열했던 1~3위 싸움의 승패와 동시에,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격렬했던 5위 싸움의 결과도 가려졌다.
성공적인 리빌딩을 거친 엔진스가 5위에 안착했다. 엔젤스는 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아쉽게 탈락, 메테오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7위.
어쨌거나 남은 것은 포스트시즌뿐이었고, 민승기는 백번 양보해 오션스의 한국 시리즈 우승을 응원하기로 큰 결심을 내렸다.
‘그래. 통합 우승을 이끄는 레전드는 내가 될지라도, 오션스의 우승 정도는 괜찮겠지…’
민승기의 손이 스크랩을 넘겼다.
[바이킹스, 엔진스의 꿈을 짓밟으며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리.] [파이러츠와 바이킹스의 준 플레이오프 개시!] [양 팀의 피튀기는 혈전. 4위 바이킹스의 반란! 3승 1패로 플레이오프행!] [2028 플레이오프. 오션스와 바이킹스의 맞대결 성사!]스크랩 파일을 넘기던 민승기의 손이 멈췄다.
오션스 팬들은 여기서 웃었고, 다음 단계에서 다시 한번 울었다.
바이킹스의 강건우 거르기는 실패했다. 양대근이 플레이오프 타율 0.571에 5홈런 16타점을 뽑아내며 말 그대로 주장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오션스 팬들은 오열했다.
4년 연속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며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불도저스가 오션스를 꺾었다. 어제가 바로 마지막 경기가
오션스 팬들은 이번 시즌에는 준우승에 그쳤지만, 필사적으로 싸운 오션스 선수들에게 박수를 쏟아냈다.
민승기 또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TV 속의 오션스 선수들에게 박수를 쳤다.
남몰래 월세 투룸에서 그들을 응원했다.
준우승.
그것마저도,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한 기록이다.
민승기는 눈물을 애써 감추며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오션스 마지막 열쇠는 민승기 영입이다] [민승기 데려오면 진짜 우승 가능] [(필독) 통합 우승 하려면 이 선수 데려와야 한다] [2029 오션스 선발 로테 ㄷㄷㄷ]‘이건 야구의 신이 내게 준 기회다.’
우승 실패가 마음 아프기는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했다. 역시 오션스에는 자신이 있어야 한다고.
‘이제 재료는 거의 다 모였다.’
나만 있으면 된다.
└민승기 넘 비싸지 않음?
오션스에 필요한 것은 바로 민승기다.
└민승기 본인인데 어지간하면 갈 생각
돈?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쫓고 있다.
└민승기 본인 ㅇㅈㄹㅋㅋㅋㅋㅋㅋ
└민승기 말고 기승민 아니냐?
└처발려서 개빡치는데 별의별 새끼가 다 지랄이네
└지금 어그로 끌 타이밍 아니다 개새끼야
└눈치껏 좀 해라 ㅆ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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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입조심 하려고.”
“입조심?”
한국 시리즈에서 4대 3으로 패배했다.
패배한 이유를 찾자면 끝도 없겠지만, 내 생각에 가장 큰 것 두 가지를 꼽자면 경험 부족과 박의현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바이킹스와 처절하게 맞붙었다. 바이킹스는 불펜과 작전을 미친 듯이 쏟아내며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고, 우리 선수들도 오직 이기고자 하는 열망으로 맞받아쳤다.
하지만 일 년의 마지막 경기는 조금 다르다.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한 일이며 남은 경기에서 내 모든 것을 후회 없이 쏟아내고자 하는 열정이 아니라 여기서 지면 지금까지 해온 것이 모두 사라진다는 두려움이 선수단을 지배했다.
거기에 박의현의 불안했던 햄스트링이 결국.
승리에 대한 열망이 부족했다고 말하기는 싫다.
내 개인의 경험은 그 거대한 분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발휘됐지만, 팀 전체의 경험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괜히 내가 내년에 우승한다고 해서 그런 것 같아서…”
유리와 대화 하다가 어쩌다 보니 농담으로 나온 말이었지만,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한국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오션스 팬들은 우리에게 갈채를 보냈다.
눈물이 터져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도 ‘잘했다!’라고 외치는 팬 앞에서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어쩌면 자만한 게 아니었을까.
당연히 내가 경기를 지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과거로 돌아온 후, 메이저리그에서의 우승 경험이나 올림픽에서의 승승장구 같은 것들이.
팬들이 속에 품었던 갈망과 비교해 너무 작은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아니야. 우리 건우 얼마나 잘 했는데. 괜찮아. 네 덕분에 거기까지라도 간 거야.”
우승에 실패한 후, 유리는 꽤 차분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그게 진심이 아니란 건 알고 있다. 나를 배려해주려고 그런 척하는 것이 확실하다.
[유리 누나 운다 ㅠㅠㅠㅠㅠㅠ] [깃발누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어쨌거나, 우리는 박의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처절하게 싸웠다. 4대 3이라는 최종 스코어가 그걸 증명한다.
예비 장모님은 전성기 시절의 깃발을 꺼내 들었고, 사람들은 내 이름을 외쳤다.
다시 한번 느낀다. 유리는 내게 과분한 사람이다.
미국에서 오션스가 탈탈 털릴 때마다 그렇게 피폐하게 변했던 사람이, 나 때문에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다니.
“내년엔 꼭 우승할게. 진짜.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말에 유리가 나긋하게 웃어줬다.
그래. 맞다. 이렇게 웃게 만들어줬어야 했는데.
물론, 내가 포스트시즌에 죽을 쑨 것은 아니다.
홈런을 때려 타점을 올리고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제대로 막아냈다.
실책이나 나 외의 다른 불펜이 터지는 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기다리고 있을게.”
“잘 봐. 진짜…이번 시즌보다 더 잘할 거니까.”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어?”
유리가 장난치듯 말했고, 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누나한텐 절대 거짓말 안 할 거야.”
“올.”
“누나 실망하게 하는 일은 없어.”
“건우야.”
“응.”
“누나 실망 안 했어. 건우 얼마나 자랑스러운데. 진짜야. 누나 말 믿지?”
당연히 믿지.
내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을 사람을 고르라면 당연히 유리다.
고개를 끄덕이자, 유리는 환하게 웃으며 날 안아줬다.
“진짜 잘 했어. 너무 고생 많았어. 그리고, 음. 고마워.”
“뭐가?”
유리의 눈이 부드럽게 변했다.
“몇 년 동안 이렇게 재밌게 야구 본 게 처음이라서 말이야. 너 없었으면 절대 이렇게 못 했을 거야. 오션스 팬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걸? 아. 솔직히, 너무 잘 해서 그냥 메이저리그 보낼 걸 생각도 했는데.”
“진짜?”
유리가 배시시 웃었다.
“아냐. 안 돼. 안 보내길 잘 했어. 너 미국 갔으면 보고 싶어서 어떡해?”
조금 허전했던 마음이 따뜻하게 채워졌다.
“나 진짜 누나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안 간 거야.”
“알아.”
“솔직히 메이저리그도 다 때려잡을 자신 있었는데.”
“맞아 맞아.”
“메이저가 중요하나? 나한텐 정유리가 제일 중요한데.”
유리가 몸을 배배 꼬았다.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유리를 안았다.
그래.
홈런 100개 때리면 정규시즌 우승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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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즌이 끝나면, 한동안은 그해 우승팀과 한국 시리즈 내용으로 야구 애호가들이 시끌시끌하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그 열기도 사그라든다.
이제 다음 단계로 갈 시간이다.
각 팀의 마무리 훈련, 각종 수상자를 포함한 시즌 총평, 그리고 다음 시즌에 대한 예측 같은 것들.
어쨌거나, 한가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했다.
[킹건우 MVP 신인왕 동시 수상 ㄷㄷㄷㄷㄷㄷㄷ반박시 광안대교에서 나랑 현피뜸]└꼴션스 싫긴 한데 이건 ㅇㅈ 아 현피 무서워서 그러는건 아님
└진심 인간 스탯이 아님 ㄷㄷㄷㄷㄷㄷ
└이건 만장일치 안 나오면 야구계 퇴출시켜야됨
└기준이 좀 다를 수도 있지 않나? 퇴출드립은 좀;
└시발 ㅋㅋㅋㅋㅋ 기준이 다르면 어케 다를수가 있길래 ㅋㅋㅋㅋㅋ
└쉰내나는 지표로 보나 세이버메트릭스로 보나 이건 무조건이지
어쨌거나, 오션스도 마무리 훈련을 진행했다.
시즌을 치르면서 체력 소모가 컸기에 회복 훈련 위주였다.
거기에 자율훈련.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다르게, 그 자율훈련에 가장 열정적으로 참여한 것은 강건우였다.
“어, 야구 천재. 무슨 바람이 불어서?”
한국 시리즈에서 불도저스 팬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으며 울컥했던 배영한도 절치부심하고 있었다.
베테랑들은 마무리 훈련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배영한은 예전의 배영한과 달랐다.
“내년엔 홈런 백 개 치려고요.”
“야.”
“예.”
배영한은 웃으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이놈은 대체 뭐 하는 놈일까.
“너무 무리하진 마라. 휴식도 중요하다.”
“은퇴하면 평생 쉴 수 있습니다.”
“벌써 노후 이야기하냐?”
“시간은 생각보다 빠릅니다.”
여러 소문도 있었다.
특히 FA에 관한 것들.
지난 시즌보다 이번 시즌 FA가 더 알차다는 시장의 평가다.
작년에도 배영한이나 박정신 같은 선수들이 있었지만, 이번 시즌은 나이도 젊은 편인 에이스급 투수나 한 팀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내야수를 포함해 꽤 굵직한 이름들이 있었다.
-조용한 : 이번 시즌 몇몇 팀들이 칼 갈고 총알 준비했다던데
-정조준 : 와 진짜
-정조준 : 승기형 파이러츠 어때요???
-조용한 : 승기는…
-조용한 : 그냥 다이아몬즈에 남아주면 좋겠네…
-김권종 : 승기형 바이킹스 오면 안 되나??
-김권종 : 그럼 우리 우승할 수 있을 텐데 형 어때요??
-민승기 : 노 코멘트
-박용재 : 권종형 눈치 좀 챙겨
-김권종 : 나??? 눈치??? 왜???
-박용재 : 모름 말어
여러 루머가 마구 생산되고 있었다.
이미 오션스와 민승기는 개인 합의를 끝냈다거나.
다이아몬즈가 민승기를 놓치면 분노의 영입을 할 거고, 그 대상이 불도저스의 두 기둥(소우주, 서현우)일 거라는 이야기나.
이번 시즌 아쉬웠던 메테오스와 아이언스가 거액의 예산을 확보했다는 소문 등등.
FA 관련 일정이 시작되는 11월 29일.
한 스포츠 뉴스는 오소희가 격렬하게 쌍 깃발을 휘두르는 모습을 띄우며 FA 시장에 대한 뉴스를 시작했다.
-오늘부터 프로야구 FA 시장이 시작됩니다. 꽤 많은 선수 이동이 예상되는데요. 쩐의 전쟁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어? 엄마다.”
“엄마 뉴스 탔어!”
“와. 마누라. 출세했네?”
오소희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출세는 개뿔…저 깃발 버려야겠어. 저거 휘두르면 맨날 지는 거 같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