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41)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43화(143/385)
응. 다 해먹으려고. -2-
#
[이게…오션스? 원소속팀 120억 제안 걷어차고 100억에라도 오고 싶은 팀…?]└에이스 투수 안 뺏기고 데려오는 팀 오.션.스.
└와 그럼 우리 선발로테 어케됨?
└김퀄 슬슬 퍼지던데 불펜으로 돌리면 괜찮지 않나
└훈이 팔자
└훈이는…냅두라고…
└훈이 팔자는 놈은 잘 생각해라
└존나 잘생각한거임 두 번 말한다 존나 깊게 생각한거다
└이훈-민승기 원투펀치 생각만 해도 마음 설레지 않냐???
└심장 터질 것 같다 이훈 줘터지는 상상했더니
└지금 10승 투수 무시하냐?
└ERA 5.23이라도 승리만 쌓으면 빨아주니까 이훈 그 새끼가 그따구로 던지는거임
└언제적 투승타타 씹ㅋㅋㅋㅋ
└근데 외국인 선수들 재계약은 어케됨?
└가필드랑 심슨 남아줘ㅠ
└울프팩은?
└다른 좋은 친구가 있지 않을까?
└근데 30홈런 가능한 거포 외인 구하기 쉬운건 아니지 않나
└30홈런만 되고 수비 주루 안 되는 선풍기잖음
└올림픽 끝난 뒤에는 괜찮았잖아 버리면 누가 줏어가서 쓸 거 같음
└탈꼴하면 40~50개는 칠듯
└울프 원래 1루수인데 수비 부담 없으면 그 정도도 가능할지도 모름
└애당초 잘못 데려왔음 1루수가 셋임 ㅅㅂ
└마무리 훈련에서 노루 3루 연습하던데 괜찮지 않을까?
└노루 3루?ㄷㄷㄷㄷ
└3유간 헬게이트 열리는 꼴 눈에 선하네
└건우가 커버해주니까 어쩌면??
└건우 죽는다 이놈들아
└더 급한건 포수랑 내야 백업임
└최유현/조훈기/권규영 데려오면 괜찮지 않음? 최유현 어차피 C등급이라 선수 유출도 없고 조훈기 멀티 되니까 돌려쓰고 권규영으로 불펜 보강하고
└타팀 파는 두 명밖에 영입안됨
└시발 왜
└;;;규정이 그러니까
└족같네 크보 씨팔
└아니 돈 쓴다는데 왜 못쓰게함???
└대체 그새끼들 존재 이유가 뭐임???
#
-민승기 : 내가 왔다
-민승기 : (사진)
마무리 훈련은 끝났고, 승기 형은 기자들 앞에서 꽤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내가 필라테스로 유연성과 코어 단련에 힘쓰는 사이,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사직 야구장 마운드에 평상복 차림으로 선 본인의 사진이었다.
-나 : 예…
-나 : 잘 오셨어요…
-민승기 : 날 더 환영해라 강건우
-민승기 : 네 야망에는 내가 필요하다
-민승기 : 내 야망에도 마찬가지지
-나 : 제가 그 야망에 걸맞는 인물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강건우님이 박의현님을 초대하셨습니다.
-나 : 두 분 인사 나누세요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회귀 후 만난 양대 도라이들이니 잘 어울리지 않을까.
배터리로 활약하게 될 테니 친해질 필요도 있고.
저 배터리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타석에서 보는 민승기라는 투수는 어이없을 정도로 당당하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외부 요인에 많이 흔들렸다고 들었는데, 이번 시즌에 직접 상대해본 결과 그런 모습이 크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어쩌면 FA 로이드와 오션스를 상대할 때 이상하게 불태웠던 것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투수로 마운드에 섰을 때, 박의현은 밖에서 보기보다 훨씬 좋은 포수다.
투수가 어떤 성향이든 맞출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감이 넘치는 투수에게는 자기 공을 던지도록 하고, 반대인 투수, 예를 들어 이훈에게는 혼을 쏙 빼놔서 공 던지는 데만 집중하게 한다.
둘은 잘 맞을 것 같다. 일단, 둘 다 헛소리 하는 데는 장인이다. 헛소리와 헛소리가 지향하는 방향이 다르다면 몰라도, 같은 곳을 향할 때 그 헛소리‘들’은 몇 곱절이 될지도 모른다.
“건우야! 누나 왔다!”
운동을 끝내고 샤워를 마친 후 옷을 갈아입고 잠시 앉아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는데, 유리가 도착했다.
오늘은 데이트하는 날이다.
유리는 프릴 스커트와 루즈핏 니트를 입었고, 신나게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장난 아니라니까.
저렇게 입고 허머 운전하면서 창문 내리고 옆 차 운전자 멸시하듯 내려보며 싸우기라도 하면…
“운동 잘 했어?”
지금 날 보며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랑 그럴 때 표정이랑 갭이 진짜.
“응. 잘 했지. 근데 누나 오늘 되게 예쁘다.”
유리가 살짝 부끄러운 듯 웃었다.
“진짜?”
“완전 진짜.”
우승하고 확 은퇴해버릴까.
유리랑 맨날 이렇게 지내게.
아니. 아니지.
유리가 만족할 때까지 우승시켜줘야 하나?
#
FA 시장의 개시를 민승기가 알린 후, 며칠 정도 잠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오션스 누구 또 영입 안 하나? 여보. 건우는 아무 말 없었어?”
“자기도 잘 모른다더라.”
아들의 오션스 입단 이후 오션스 팬이 된 강현재, 이미래 부부도 몸이 근질근질한 모양이었다.
분명 오션스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영입 후보들이 꽤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세차게 돌아가는 행복회로기는 했다.
조용한이나 서우주 같은 팀의 상징적인 선수들이 팀을 옮기는 것은 자주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작년에 오션스에서 아이언스로 적을 옮긴 박정신의 사례가 있긴 했지만.
필요한 선수는 많았다.
포수만 해도 조용한은 언감생심이라지만, 엔젤스의 차종윤도 꽤 탐나는 매물이다. 잠실에서 15홈런을 때린 장타력에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갖춘 포수.
하지만 애매하다. 박의현이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그렇다.
아이언스 최유현은 기대받았던 것에 비해 발전하지 못했던 선수였다. 아이언스 팬들 입장에서는 복장 터지는 일이다. 3~4번째 옵션이었던 박의현이 기회도 못 받다가 오션스로 가서 FA를 선언한 최유현보다 좋은 성적을 냈으니.
불펜 투수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시장에 나온 불펜 투수들은 다들 한가락씩 하는 선수들이다.
그 외에도 팀의 약점 하나를 그대로 가릴 수 있는 중견수 서창열.
팀에 없는 요소를 가진 조훈기.
어쨌거나, 야구 팬들이 왜 이렇게 조용한지 궁금해하는 사이, 물밑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서현우 선수.”
“예.”
“역대 최고 투수 FA 총액, 무조건 드리겠습니다.”
오션스로 이적한 민승기의 이탈 충격으로 눈이 벌게진 다이아몬즈 단장이 FA 시장을 불쏘시개로 헤집어대고 있었다.
서우주와 서현우는 무조건 잡고 간다는 계획을 세운 불도저스의 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연스레 불도저스 소속 다른 세 명의 FA 선수들은 다른 팀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바이킹스 조용한, 잔류 계약 확정!] [4년 120억에 바이킹스와 계약한 조용한.]그 와중 조용한의 FA 계약이 확정되었다는 기사가 떴다.
4년 120억. 팀의 상징적인 선수이자 KBO에서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가진 조용한은 숨은 옵션 20억을 포함한 계약을 따냈다.
다음 차례는 아이언스의 신해민.
2년 10억으로, 앞의 두 선수와 비교하면 초라한 계약.
그래도 이 계약에는 오대서 감독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팀 성적은 안 좋았지만, 선수단 내에서 감독의 오른팔 역할을 해냈고 크게 신임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
어쨌거나, 아이언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비교적 탄탄한 내야에 비해 부실한 외야를 채우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상에 이은 고은태 사건과 용병 타자의 심판 폭행 등으로 성적이 영 별로였지만 다음 시즌을 노린다는 계산이었다.
세 건의 계약 이후 한동안 잠잠했다가,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다.
[2028 KBO 골든글러브.]투수 : 민승기
포수 : 조용한
1루수 : 윤태호
2루수 : 이현동
3루수 : 서우주
유격수 : 강건우
외야수 : 정조준, 예지호, 배영한
지명타자 : 양대근
사랑의 골든글러브 : 박용재
몇몇 포지션에서는 항상 그렇듯 조금의 논쟁이 있기는 했다.
중견수에 서창열이나 정부원이 들어가야 했다거나, 혹은 배영한과 양대근보다 좋은 선수가 있다거나. 특히 예를 들자면 송병재나 몇몇 팀의 용병 타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물론, 골든글러브는 기자나 PD, 아나운서 및 해설위원 등의 투표로 결정되기에 정확한 기준이 없는 편이다.
아무래도 올림픽 금메달 멤버들로만 채워졌다 보니 인기투표라는 말도 많았지만, 그래도 수상한 선수들의 성적이 다른 후보들과 크게 차이 나는 편은 아니었기에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수준이기는 했다.
난생처음으로 이런 수상대에 오른 양대근은 덩치에 안 맞게 트로피를 받은 후 훌쩍대며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정말, 정말로 거짓말 같은 한 해였습니다. 국가대표에도 뽑히고, 포스트시즌도 경험해보고…이런 상도 받게 되네요. 여보. 고마워. 사랑해. 그리고 동네 주민 여러분. 저희 마누라한테 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양대근의 수상 소감을 들은 야구 팬들이 술렁였다.
└오션스엔 사랑꾼뿐임? 진짜?
└양대근 마누라가 강건우 하는 거 보고 좀 배우라고 갈군 거 아님?
└덩산 원래 저런 캐릭터였나?
부산 사랑꾼즈라고 팀명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긴 했지만.
아무튼, 올림픽 금메달의 영향인지 외국인 선수 하나 없는 시상식을 끝으로 2028시즌의 총결산이 마무리되었다.
#
민승기는 사직 야구장 근처의 아파트를 현금 일시불로 구매했다.
집을 구매할 때, 강건우는 영문도 모르고 따라와 함께했다.
그리고 이 사람이 집을 사는 방식을 보고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로 주세요.”
어디 과일가게에라도 온 것만 같은 느낌.
근처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들어가더니, 사직 야구장이 보이는 아파트 고층 매물이 있느냐고 물어보고는, ‘사직 야구장에서 길 건너 바로 있는 아파트인데 거실에서 사직 야구장이 보이는 집이 매물로 나왔다.’라는 대답을 듣자마자 그렇게 대답한 것이다.
“형…?”
“왜.”
“그, 보통 사람들은 집을 이렇게 안 살 텐데요…”
민승기가 코웃음을 쳤다.
“나는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
이 사람들이 지금 장난치나 하고 민승기와 강건우를 바라보던 공인중개사의 눈이 커졌다.
“거, 혹시, 예? 강건우랑 민승기, 아니, 강건우 선수랑 민승기 선숩니까? 부산 오션스?”
처음에는 키 크고 덩치 좋은 젊은 남자 둘이 나타나서 장난이라도 치나 싶었다. 이걸로 주세요? 집도 안 보고?
“맞습니다.”
“예. 강건우입니다.”
민승기가 고른 집의 호가는 18억.
집값을 깎기는커녕.
“현찰로 드릴게요. 오늘 바로.”
일반적으로는 하지 않는 이상한 말까지.
그런데 매수자가 민승기라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올해 100억짜리 계약을 터뜨렸고 다이아몬즈에서 받던 연봉도 어마어마했으니.
“와! 진짜네! 잠깐만 기다려보소!”
벌떡 일어선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다다다다 쏟아냈다.
“16억, 현찰로. 예? 뭐라고? 좋다. 그럼 16억 5천에 하자! 매수자가 누군지 압니까? 민승기다, 민승기. 그래. 야구선수 민승기! 진짜라니까요!”
셀프로 집값을 깎더니, 호들갑을 떨어댔다. 여기 사인 좀 해달라, 사진 한번 찍어도 되겠느냐.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슬리퍼 차림으로 달려 내려온 집주인과 금세 도장도 찍었다. 집주인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뭐라고요? 부산에서 지낼 데가 없다고! 아! 돌아삐겠네! 우리 에이스가 그라믄 안 되지! 사흘 내로 집 비워 드리께요!”
집을 팔고 다른 신축 아파트 잔금을 치른 후 이사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어쨌거나, 이렇게 얼렁뚱땅 집을 사게 됐다.
민승기는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강건우는 부동산 거래에 대해서 잘 알진 못하지만 이렇게 일 처리가 된다는 것을 어이없어하는 표정이었다.
“내 꿈이었다.”
“…”
“사직 야구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집…”
“…”
“강건우.”
“…예.”
“너도 이 아파트로 이사 와라.”
“전 아직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데요.”
“이제 독립할 때가 됐지.”
“유리 누나랑 결혼하고 독립하려고요.”
“오션스 우승 후에 결혼한다고 했나?”
“예, 뭐. 그렇죠.”
“신혼집을 미리 마련하는 것도 괜찮지.”
“…”
“인생 선배로서 하는 충고다.”
강건우는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결혼도 안 해보셨잖아요.”
“나는 야구와 결혼했으니까.”
“…”
박의현이 시끄럽게 사람 혼을 쏙 빼놓는다면, 이 사람은 조용하게 사람 혼을 빼놓는다.
인생 선배라니.
아직 서른도 안 된 애송이 주제에.
부산으로 내려온 민승기는 그 많은 돈으로 할 거라곤 사직 야구장 바로 옆의 아파트 구매 말곤 없었는지, 임시 숙소를 강건우 집 근처의 모텔로 정했다.
“형 돈 많잖아요.”
“돈 많지.”
“근데 왜 이런 데서 자요?”
“잠만 자면 된다.”
“그럼 집은 왜 또 비싼 걸 샀어요?”
민승기가 강건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사직 야구장이 훤히 보이는 아파트.”
“아, 예.”
“은퇴 후, 거동이 불편하게 되면…”
“…”
“거실에서 경기 중인 사직 야구장을 내려다보면서 이렇게 생각하는 거지.”
“예…?”
“내 생에 가장 빛났던 때는 바로 저곳의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였지, 하고. 그리고 몇 세대가 지난 후의 오션스 선수들이 야구하는 걸 지켜보는 것이 내가 꿈꾸는 노후다.”
강건우는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그러다가 야구장 이전이라도 하면?
하지만 굳이 입에 그 말을 올리진 않았다.
괜히 말이 길어지면 본인만 피곤해질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민승기는 강건우의 집 앞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아니, 오면 온다고 말씀을 하시지. 여기서 기다리고 계셨어요?”
민승기는 몹시도 건조한, 자신의 감정을 완전히 숨긴 표정으로 강건우를 뚫어지라 바라보며 대답했다.
“커브.”
“예?”
“오션스 오면 커브 가르쳐 준다며.”
강건우는 KBO에서 커브를 처음 던진 날을 떠올렸다.
그날 갑자기 민승기에게서 전화가 왔고, 커브를 가르쳐달라고 해서 오션스 오면 가르쳐 준다고 했던 기억.
사실 그냥 가르쳐 달라고 해도 가르쳐주긴 했을 텐데.
농담으로 한 말을 가지고 아직 기다리고 있었다니.
민승기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 폭포수처럼 뚝 떨어지는 커브…! 그 공만 있다면 나는 무적이다…!”
그리고 잠시 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나오던 정유리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건우야, 어? 민승기! 민승기? 민승기?”
그래도 팬들에게는 깍듯한 민승기가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오션스 투수 민승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