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4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49화(149/385)
`굳이 따지자면 무기징역 -4-
#
“저 이훈! 죽으면 사직 야구장 마운드 아래 묻히고 싶은 각설이…아니! 남자! 투심 패스트볼로 KBO를 정복하고 싶은…남자…예…”
“좋다! 이훈! 사직 야구장 양지바른 홈플레이트에 묻힐 남자, 나! 박의현이 네 공을 모조리 다 받아주마! 자아! 던져라, 던져! 투우시이이임패스트으으으보오오오올!”
캠프 분위기는 좋다…그래. 차라리 작년보단 올해가 낫다.
“…”
팝 타임 단축 훈련을 하던 주상욱이, 불펜 투구에 나선 각설이 배터리를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아…”
우리는 조금 어색한 사이다.
서로 다른 팀에 있을 때, 우리가 한 대화라고는 그런 것들이 전부였다.
내가 승기 형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주상욱이 미안하다고 하거나 제발 그냥 못 본 체해달라거나 그런 종류의 대화들.
“음. 오션스 재밌는 팀이네.”
기본적으로 오해가 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오션스는 꽤 재밌는 사람들이 많은 팀이다.
하지만 저 사람은 박의현이라고.
“승기 형도 재밌는 사람이잖아요.”
“아.”
주상욱이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재미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저도 돌려서 말한 거예요.”
“나도 아까 돌려서 말한 거야.”
오랜만에 보는 정상인일지도 모른다.
“힘드시죠?”
“어? 괜찮아.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
“아니요.”
“그럼?”
“승기 형 맞춰주는 거요.”
주상욱은 쓰게 웃었다. 그리고 묘하게 고개를 흔들더니 대답했다.
“아니 뭐…좀 특이한 사람이긴 한데. 그래도 음. 배울 것도 많고…”
승기 형은 론버거 킨 투수 코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주상욱은 그쪽을 힐끗 바라보더니 웃으며 대답했다.
“어떻게 들릴진 모르겠는데, 나름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뭐라 할 말이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주상욱은 머리를 조금 긁적이더니 굳이 첨언했다.
“좀, 아니, 자주 부끄럽긴 하지만.”
#
정유리는 자신의 첫 직업이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현실과의 괴리가 엄청나게 컸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강건우였다.
‘물론 다 건우 같진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요즘, 강건우가 진짜 천재구나 하고 느끼고 있었다.
선수들 간의 격차가 꽤 컸다.
민승기가 커브를 익히는 과정은 그래도 꽤 괜찮은 편이었고, 양대근이 스윙 궤적을 수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저런 몇몇 뛰어난 선수들도 강건우가 메커니즘을 수정하는 과정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데, 다른 선수들이야 어떻겠는가.
더 혼란스러운 이유는,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차이가 생기고 걸리는 시간이 긴데도 불구하고 선수 당사자나 코치는 그 과정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부분이었다.
‘진짜 잘 하고 있는 건가?’
다들 잘 하고 있다고만 말해준다. 분명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을 텐데도.
감독도 정유리가 만든 자료를 보고는 놀란 건지 놀란 척을 하는 건지 칭찬밖에 하지 않았고, 자신과 비슷한 일을 하는 퀄리티 컨트롤 코치들도 마찬가지였다.
“아! 몰라!”
고민해봤자 답이 안 나오는 문제다.
남자 친구 때문에 취직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팀 간판격인 강건우 때문에 다른 팀 구성원들이 자기 눈치를 보는 것도 싫다.
그러려면 본인이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들은 강건우가 어느 정도 금칠을 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정유리가 SMC를 다루는 모습이나 자료를 만들어내는 능력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 적합한 훈련 프로그램을 짜는 것을 보고 놀라워하고 있었다.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장비를 능숙하게 사용하고, 그간 오션스 선수들을 진지하게 지켜보며 데이터를 기록해온 데다가, 강건우와 1대 1로 꾸준히 훈련을 진행해왔으니.
어쨌거나.
‘그래도 대학원보단 낫지.’
부산 오션스 구단에서 산학 협력을 제안했을 때, 담당 교수는 크게 기뻐하며 또 다른 방식을 제시했었다. 조기 취업과 유사한 형태다 보니, 대학원과 직장을 병행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자신을 시작으로 프로 스포츠 구단과 어떻게든 연결해보려 한 것 같았는데, 정유리는 그런 것보다는 당장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이훈 팔 각도를 조금 낮추면…’
그것뿐만 아니라, 오션스 선수들의 업그레이드까지도.
‘제구 잡히고 공 낮게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은데. 가능할지는 투수 코치님이랑 상의해봐야겠네.’
지잉-
고민하는 와중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우리 건우♡ : (사진)
-우리 건우♡ : 오늘도 고생 많았어
-우리 건우♡ : 누나 일하는 모습 되게 예쁜 거 알아?
정유리는 강건우가 보낸 사진을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다른 선수와 이야기 하는 자신의 뒷모습을 배경으로 한 강건우의 셀카였다.
“내가 네 덕에 산다…”
#
└올해 스캠 몬가 다르다
└우리훈이 투심 장착중이라고?????? 와 곧 메이저가겠네 ㄷㄷㄷㄷㄷㄷㄷㄷㄷ
└박의현 백업 생긴거 존나 대환영 진짜
└ㄹㅇ지난 코시 박의현 없어서 너무 힘들었음
└미리 데리고 왔으면 우승인데 ㅅㅂ
└스캠 훈련량 1위가 강건우고 2위가 민승기ㄷㄷㄷㄷㄷ 야구 잘하는 데는 이유가 있음 ㄷㄷㄷㄷㄷㄷ
└너무 빨리 준비해서 나중에 퍼지는 거 아님?
└퍼지긴 뭘 퍼짐 건우 작년 풀타임 유격수에 마무리까지 소화하면서 올림픽 다녀왔는데 힘 1도 안 빠진 거 못 봄?
└ㄹㅇ체력대왕
└호세킹 직구 구위 개쩐다는데 존나 기대됨 ㅎㅎ
└직구라 하지 마세요 패스트볼이나 속구가 맞는 명칭입니다
└지랄하지 마세요 뻑큐나 좆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발
└급발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준비 잘 되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
└준비 잘되긴 개뿔 봄션스 봄 지나면 꼴아박을 준비 끝^^
└눈웃음 치지 마라 눈꼬리 잡아땡기가 광안대교 꼭대기에 걸어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뱔 오늘 급발진 왜케 많음
└근데 전태재 기대되는 거 나뿐임? 우리도 2년 연속 신인왕 가능한 거 아님??
└공 좋다고 소문났던데 전태재 말고도 이병준이랑 박대경도 같이 신인왕 경쟁하면 좋겠음
#
“생각한 것 이상입니다. 타자들도 그렇지만, 투수들의 만족도가 정말 높아요. 특히 새 구종을 장착시키는 능력이 엄청나게 뛰어납니다. 빈말이 아니라요.”
론버거 킨의 말이었다. 휴 브레드먼 감독은 씩 웃었다.
“잘 한다니 정말 다행이군. 좋아. 투수들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나?”
작년의 이 두 사람은 KBO가 처음이었다. 물론 투수 코치는 온전히 한 시즌을 한국에서 보내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KBO에 대해 감을 잡은 상태였다.
“민은 훌륭합니다.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나도 그래.”
민승기는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다. 가끔 좀 과해 보일 정도다.
“앤디도 준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야.”
“개막전 선발로 나가고 싶어 합니다.”
“그래? 민과 앤디 중 컨디션 좋은 친구로 내보내도록 해.”
“국에 대해서 말하자면…”
“말하자면?”
“구속이 다는 아니죠.”
“말을 돌리는 건가?”
“가끔 그런 유혹을 느껴요.”
“사내연애는 안 돼.”
“빌어먹을. 그런 농담 하지 말고요.”
“좋아. 듣고 있어.”
휴 브레드먼이 귀에 손을 가져다 댔다.
“국을 개막전 선발로 내면 어떨까, 하는 유혹이란 뜻입니다.”
“흥미롭네. 그 정도야?”
“어쩌면요.”
“좋아. 더 주시해. 난 그래도 개막전에는 민 혹은 앤디가 좋다고 생각해.”
“사실 그게 맞을 가능성이 높죠. 그냥 그만큼 국이 준비를 잘 하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소심한 친구는 투심을 잘 배우고 있습니다.”
“후-니가 마음에 드나?”
“새 코치의 능력이죠.”
“호세는 어때?”
“결과를 봐야 알 것 같네요.”
“자세히.”
“공 빠르고, 에너지 넘치고.”
“변화구 제구는?”
“여전히.”
“젠장.”
“그래도 여긴 메이저리그가 아니니까요.”
“패스트볼 하나로도 먹힐 거다?”
“어느 정도는요. 물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제구가 잡힌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저 친구가 1년 만에 떠나겠군.”
“불펜은?”
“킴, 정용은 각오가 대단합니다. 불펜에서 뛰겠지만 선발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패턴을 바꿀 수 있게 준비하고 있더군요.”
“좋은 친구야.”
“휘-은에게 컷 패스트볼을 던지게 한 건 우리 새 코치의 작품입니다.”
“얼마나 좋은가?”
“떠난 조 보다 훨씬 좋을 겁니다. 부상 문제만 없다면.”
“우리 루키들은?”
“힘은 있는데 브레이킹 볼이 약해서, 새 코치가 적합한 구종을 찾아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죠.”
“준비가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군.”
“야구는 예측이 쓸모없는 종목이지만, 지난 시즌보다 훨씬 좋아질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즌 전 예측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대했던 선수가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무너지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선수가 두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모두 계산에 넣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면.
“갱은…”
강건우가 계산에서 벗어나면 시즌 구상이 크게 무너진다는 것.
“문제없습니다.”
“그래야 할 거야.”
타자로서의 강건우도 그렇고, 투수로서도 마찬가지다.
김정혁도 불펜에서 꽤 좋지만 마무리 역할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25이닝 1실점, 25경기 25세이브의 마무리 투수, 강건우.
마무리 투수는 단지 1이닝을 삭제시켜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팀에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계획을 완벽하게 수행해준다.
물론,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무너질 때도 있겠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면 구상을 크게 무너뜨리지 않을 것이다.
“건드릴 게 없습니다.”
“그건 타자로서도 마찬가지야.”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
“항상 그렇게 하고 있어.”
“사실 작년만큼이 아니라 작년보다 조금 못해도 상관없죠.”
“그냥 다치지만 않으면 난 만족이야.”
“작년보다 많이 못 해도 3할에 30홈런, 평균자책점 2점대 마무리가 될 테니까요.”
“정말 많이 못 한다면 그렇게 되겠지.”
잠깐 침묵이 흘렀다.
어쩌면 강건우가 다치거나, 큰 부진에 빠진 모습을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감독이 침묵을 깼다.
“연습 경기 첫 투수는 누구로 정했나?”
약간은 어려운 이야기다. 지난 시즌 에이스 투수와 올해 영입된 거액의 FA 선수가 투수 로테이션의 가장 첫 순번에 이름을 올리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
자존심 문제.
론버거 킨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국으로 하죠.”
“국?”
“민과 앤디에게 자극도 될 테고요.”
어차피 이번 연습 경기는 1~2이닝씩 끊어서 차례대로 등판해 실전 감각을 익히는데 주력할 테니 큰 의미는 없겠지만.
감독은 투수 코치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좋아. 투수진 운영은 자네 권한이야.”
“지금 책임 회피 하시는 건가요?”
“아냐.”
“의심이 갑니다만.”
“아니야.”
“왜 시선을 피하십니까?”
“오해야.”
#
[2029 첫 시범경기! 오션스 대 파이러츠 중계는 오션스tv에서!] [-오션스tv- 파이러츠전 시범경기 선발 명단.]1번 타자 서창열(중견수)
2번 타자 배영한(우익수)
3번 타자 강건우(유격수)
4번 타자 양대근(1루수)
5번 타자 울프팩(지명타자)
6번 타자 이시욱(3루수)
7번 타자 황석규(좌익수)
8번 타자 박의현(포수)
9번 타자 노경우(2루수)
선발 투수 국민성.
└??????????????
└3루랑 선발 투수 상태 무엇?????
└노루수에 3루????
└노루 예전부터 3루 준비하긴 했음
└준비한거랑 실전은 다르잖음;;
└아니 100억따리랑 에이스 용병 어따 팔아먹고 똥볼킹 면민성이 선발임?
└연습경긴데 뭐 문제 있나? 어차피 전부 몸풀기용으로 끊어서 올라올 텐데
└월드민성특)작년 크보 승률왕
└민성맘 어서 오고
└민성맘들은 아직도 투승타타 찾나???
└파)느그팀 라인업 보니 올해도 글렀다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븅신들 또 싸우냐?
└안 싸울거면 야구 뭐하러 보냐?
└아 그건 ㅇㅈ;;
#
파이러츠와의 연습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은 여러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루 형은 나한테 딜을 걸었다.
“내가 흘린 거 잡아주면 공 한 개당 초코파이 한 박스 주께.”
“예…”
“아끼는거다…소중하게 먹어도…”
노경우는 9번으로 밀렸다고 생각해서 풀이 죽었었지만, 워낙 단순한 놈이다 보니.
“감독님이 9번 타자는 제2의 1번 타자라고 말하더라.”
“그래?”
“어차피 1회 아니고는 타순 의미 없지. 암. 그렇지.”
영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그런데 뭐,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리드오프 중 하나인 서창열에게 68억을 쥐여주며 데려와 놓고 1번으로 안 쓸 수도 없는 일이고.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국민성은 별 반응이 없다. 어차피 연습 경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앤디는 세 번째로 등판하기로 했다. 묵묵히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구종을 추가하지는 않았고, 하체 운동에 힘을 쏟았다.
국민성의 뒤를 이어 등판하기로 한 승기 형은…
“강건우.”
“예…”
훈련장 의자에 앉아서 눈을 있는 대로 내리깔고 나를 불렀다.
내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나는 말이다.”
“말 출신이셨어요? 어쩐지 요새 잘 뛰어다니시더라니.”
“언제 어느 순번에 마운드에 올라가더라도 상관없다.”
“마무리 투수해도 잘 하실 것 같긴 한데요.”
“다만, 꿈은 있다.”
“예…”
“한국 시리즈. 오션스의 마지막 경기. 거기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투수가 되고 싶다.”
“그렇군요…”
“잘 봐라.”
“시력은 괜찮은 편입니다.”
“내가 오션스에 진 빚은 내 스스로 갚을 테니까.”
“FA로 받은 100억이 대출은 아니죠?”
“큭큭큭.”
“…”
나도 모르게 계속 태클을 걸게 된다.
그 이유라고 하면, 음.
아무리 태클을 걸어도 타격감이 조금도 없어서?
계속 자기 할 말만 하니까!
“나는 민승기…”
“알고 있어요…”
“오션스의 우승을 이끌 남자…”
“…”
“준비는 끝났나?”
“예…”
차라리 조준이 형 개드립 들어주면서 캐치볼 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