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48)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50화(150/385)
굳이 따지자면 무기징역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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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정조준은 오션스 선수단이 모여 있는 곳으로 놀러 왔다가 서창열에게 쫓겨났다.
“아, 창열이 형! 저 강건우 정신교육 하러 왔는데 왜요!”
“정신교육은 셀프로 해, 이 자식아. 너 이 새끼 스파이야? 우리 작전 회의 하는 거 염탐하러 온 거지?”
“연습경기에 무슨 작전 회의까지 해요!”
“그러니까 너네가 작년에 바이킹스한테 털렸지.”
“와. 형. 바이킹스도 오션스한테 썰렸잖아요.”
“난 이제 오션스야 임마. 절루 가.”
“야! 강건우! 너 경기 끝나고 남아라!”
“너 뭐야. 뭐 일진 그런 거야? 우리 주장한테 한 대 맞고 싶어?”
강건우는 그걸 보고 웃었다. 확실히 우리 팀일 땐 든든하고 상대 팀일 때는 짜증 나는 타입이다.
지난 포스트시즌에 상대 팀으로 만났을 때도 그랬다.
투구 수를 늘리려고 생난리를 쳐대고, 출루하면 투수 신경 긁어대고, 도루 성공하고 소리 질러서 노경우 기죽이고.
번트는 또 얼마나 기가 막히게 대는지. 거기에 외야 수비는 거의 메이저리거급이기도 하다.
뛰어도 못 잡을 거 같으니 플라이볼 잡는 척해서 주자를 묶어두는 플레이도 보여줬다.
아무튼,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은 확실했다.
강건우는 KBO FA 선수들의 몸값이 결정되는 구조에 대해 아주 잘 이해하고 있지는 못했지만, 4년 68억이면 꽤 저렴하게 잡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홈런 20개 이상을 쳐줄 타자가 꽤 있는 팀 구조를 생각해보면 더더욱.
팀에 부족한 부분을 시원하게 채워줄 영입이었다는 결론이었다.
노경우는 오늘 9번으로 출전하게 되어 어지간하면 1회에 타석에 나설 일이 없겠지만, 1회 초 오션스의 공격이 시작되는 동안 배트를 쥐고 투수의 투구 타이밍에 맞춰 연습 스윙을 시작했다.
서창열은 특유의 짧은 그립을 쥐고 타석에 들어섰다.
파이러츠의 첫 투수는 마셜 채드윅.
지난 시즌에 퇴출당한 리키 미겔을 대신해 중도에 영입된 마셜 채드윅은 만 35세로 꽤 많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재계약에 성공했다.
몇 대 맞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던지는 멘탈과 198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속구의 구위가 좋은 투수.
서창열은 첫 세 개의 공을 파울로 연결하고 씩 웃으며 심판에게 타임을 요청한 후 배팅 장갑을 벗고 코를 팠다.
“같은 팀인데도 존나 얄밉네 진짜.”
“연습경기고 뭐고 저기서 코를 파네.”
“와…”
투수들 사이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훈은 감탄까지 하고 있었다.
노경우는 그러거나 말거나, 이번 시즌을 위해 대폭 손질한 타격 폼을 연습 중이었다.
“야. 경우야. 이번엔 오리 궁뎅이냐?”
“그래도 방정맞은 것보단 좀 낫다야.”
“내가 투수면 쟤 엉덩이에 맞히고 싶을 거 같은데.”
엉덩이를 몇 번이나 흔들고 중심을 잡는 자세가 아닌,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있다가 투수가 투구 동작을 시작하면 앞으로 끌고 나오며 중심을 잡는 타격 자세.
리듬감을 통일하려는 시도였다.
서창열은 7구를 때려 1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씩 웃으며 투수를 위아래로 훑었다.
대기 타석에 있던 배영한이 픽 웃으며 생각했다.
‘하긴. 저런 놈도 하나쯤 있어야지. 오션스 애들이 강건우 말고는 다 순해 빠져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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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시선이 강건우를 향해 있었다.
좌익수 자리에서 강건우를 노려보는 정조준.
파이러츠 이적 후 두 번째 경기에서 강건우에게 홈런 두 방을 얻어맞았던 마셜 채드윅.
타격 자세에 바뀐 부분이 있지 않을까 약점을 찾고 싶은 파이러츠 코치진.
기대와 편안함, 그리고 아주 작은 불안감으로 바라보는 휴 브레드먼 감독.
그리고 관중석에서 중계를 켜고 볼 때처럼 강건우의 이름을 마구 외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담고 있는 정유리.
그 외 기타 등등.
연습경기는 승패와 전혀 무관하다.
시범 경기도 그렇지만, 연습경기는 말 그대로 연습이다.
감이 얼마나 올라왔는지를 확인하고 투수들은 새 구종을 연습해본다. 실전 감각을 되살리는데 주안점이 있다. 감독간 합의만 된다면 룰도 바꿀 수 있다.
어차피 야구는 144경기를 치르는 종목이다. 특정 선수가 한두 경기에서 못 한다고 해서 바로 판단을 내리는 감독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누구도 게임에서 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연습경기나 시범 경기에서 감독들은 선수들에게 무리하지 말라는 요구를 하곤 한다. 아직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면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다만, 마셜 채드윅은 지난 설욕을 조금 원하고 있었다.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 포심 구위에는 자신이 있었고, 힘차게 와인드업 후 존 안에 포심을 꽂아 넣었다.
따아아아아아악-!
물론, 언제나 뜻대로 되지는 않는 법이다.
강건우는 2029년 첫 시합에서 첫 스윙으로 첫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겨버렸고, 꽤 적응력이 좋은 편인 마셜 채드윅은 침을 뱉으며 자기 스스로에게 말했다.
“She pearl!”
강건우는 관중석이 아닌 벤치로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건우야아아!”
정유리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가, 헛기침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강건우 올해 슬럼프는 없겠네.”
“왜?”
“여자친구 벤치에 있잖아.”
“아.”
“감독님이 좀 안 풀린다 싶으면 여자친구 만나고 오게 하던데.”
“국대 감독님도 그랬다더만.”
정유리는 애써 굳은 표정을 지으며 노트북에 측정한 데이터를 입력했다.
발사각도 48.4도, 발사속도 180.2km/h…
“이야, 강건우! 유리 누나 있다고 시작부터 뭐냐?”
“건우는 좋겠네! 유리 누나 맨날 보고!”
“야! 벤치에다 하트 날리니까 좀 이상하다?”
어차피 연습경기다. 실전으로 들어가면 당연히 공과 사를 구분해야겠지만.
강건우는 선수들의 야유인지 축하인지 놀림인지 모를 외침을 뚫고 정유리 옆에 털썩 걸쳐 앉으며 말했다.
“어때? 나 좀 멋있지 않았어?”
주변에서 오오 하며 놀림이 계속되자, 정유리는 얼굴이 빨개져서 그 자리에 엎드려버렸다.
“아, 부끄럽다고오…”
정유리를 바라보는 강건우의 아빠 미소와 그들을 바라보는 다른 선수들의 다양한 표정.
그리고 초구를 때려 순식간에 아웃당하고 돌아오는 양대근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전혀 관심을 안 가졌다는 점에서 안도하며 배트를 집어넣고 1루수용 미트를 꺼내며 말했다.
“크으. 건우 홈런 죽이더라. 야, 건우야. 이제 수비하러 가자.”
“아, 행님. 뭔 나가자마자 아웃입니까? 타격감 겁나 좋았는데 행님 땜에 다 조지네.”
“야. 조용히 해. 너 오늘 공 흘리면 죽는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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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범 경기부터 존트론의 장비가 적용된다. 심판들이 아무리 반대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뭐 어차피 심판은 서 있기는 할 거다. 그냥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기계가 알려주면 그걸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물론, 볼 판정 외에도 심판이 해야 할 일은 많다.
어쨌거나, 연습경기에는 존트론 장비가 없다는 뜻이다.
국민성은 1회에 2점을 내줬다. 하지만 조준이 형에게는 삼진을 따냈다.
어차피 지금은 투심을 조정하고 실험하는 기간이다. 무브먼트가 확 좋아졌는데 제구는 조금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1이닝 만에 등판을 마쳤다. 가볍게 컨디션 점검만 끝낸 것이다.
승기 형이 등판할 차례다.
승기 형은 우리 2회 초 공격이 끝나자 덕아웃 앞에서 몸을 풀다가 하늘을 바라보고 가만히 서 있었다.
“…”
나는 주상욱이 손을 내밀어 승기 형의 어깨를 잡으려다가 손을 거두어들이는 것을 봤다. 주상욱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승기 형은 한참이나 그렇게 서 있다가 선수들이 수비를 위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때가 되어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건우.”
“…”
못 들은 척했지만, 승기 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내 등 뒤에서 잘 보아라. 에이스의 피칭…!”
나는 그냥 딱 하나만 바라고 있다. 제발 저 형이 커브를 던질 때 필살기 외치듯 소리만 안 질렀으면 좋겠다.
그래도 걱정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얌전하게 공을 던졌다. 커브를 던지지 않고 기존 공만 던졌고,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고 마운드에 무릎 꿇고 자기 이름을 외치지도 않았다.
정규시즌에 써먹기 위해 커브를 던지지 않은 것은 본인이 자신감이 넘쳐서다. 굳이 연습경기에서 던지지 않아도 준비될 거로 생각하고 있다. 시범 경기쯤 되면 또 던질지도 모르겠지만.
몸을 꽤 잘 만들어 놓은 상태라 그런지 그리 어렵지 않게 삼자범퇴로 마무리.
나는 애써 시선을 피했지만, 승기 형은 일방적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나의 퍼포먼스는…사직에서 시작된다.”
“아…”
“이건 그냥 훈련의 한 과정일 뿐.”
“예…”
“기대해라. 나도 너무나 기대된다.”
“…”
“사직 구장에서, 오션스 유니폼을 입고, 오션스 팬들의 환호를 받는 나, 민승기가.”
“예예…”
“얼마나 강력할지…큭큭. 나도 내가 무서워지는군.”
그만해.
벤치로 돌아와 주상욱을 퀭한 눈으로 바라보자, 주상욱이 내 어깨를 토닥여주며 말했다.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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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 1이닝 2실점.
민승기 1이닝 무실점.
앤디 가필드 1이닝 1실점.
그리고, 신입 외국인 투수 호세 킹은 1이닝 무실점.
“호미, 내 공 봤어? 아무래도 느낌이 좋아. 안 그래?”
자기도 꽤 만족스러워 보인다. 대충 봐도 딱 분위기 잘 탈 타입이다. 잘 던질 때는 거의 언터처블일테지만, 한번 땅 파고 들어가면 슬럼프에서 돌아오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훈의 차례.
“작년에…왔던…!”
무려 3타자 연속 탈삼진.
포심은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 투심과 포크볼, 체인지업 조합으로 조준이 형에게 삼구삼진을 잡아내기도 했다.
벤치로 돌아가는 길에, 박의현이 이훈에게 어깨동무하며 소리를 쳐댔다.
“나 박의현! 너는 이훈! 우리는 최강 무적의 각설이 배터리! 이훈! 올 시즌 너는 25승 평균자책점 0점대 투수가 될 준비가 끝난 것 같다! 자아! 가자! 메이저리그로! 네 성장에 나 박의현의 역할이 컸단 것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 네가 메이저리거가 된다면 박의현을 전담포수로! 물론 내가 묻힐 곳은 사직의 홈 플레이트지만!”
뭐…
그래.
그래…
아무튼.
이제는 불펜의 시간이다.
유리는 불펜 투수들에게 강력한 결정구를 장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짧은 이닝을 맡는 불펜 투수들은 구종이 다양한 것보다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구종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편이다.
선발 투수야 레퍼토리가 다양하면 좋다. 타순이 한 바퀴 돌면 패턴을 좀 바꿔서 이닝을 길게 끌고 가야 하니까. 포심에 브레이킹볼 하나만 던지면 간파당하기 쉽다. 물론, 구위가 미치도록 뛰어나면 투 피치 선발도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이휘은이 올라가서 새로 연마한 컷 패스트볼을 선보이자 유리가 굉장히 기뻐했다.
이휘은은 원래 꼴자라는 별명으로 불렸을 투수다.
꼴션스 학살자.
혹은, 꼴션스에서 보내준 효자.
원래라면 트레이드되어 엔진스의 셋업맨으로 맹활약했을 저 투수는 슬슬 오션스 불펜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나는 경기에서 빠졌다. 정예성이 내 자리에 들어갔다.
감독님은 내게 한 두 타자 정도 상대해보겠느냐고 물으셨다. 이건 연습경기니까. 이것에 대해서는 감독들 간의 합의가 있었던 모양이다.
“정조준 타석에 등판해보고 싶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야.”
그 뒤로도 몇 명의 투수가 더 등판했다. 불펜 투수들은 대부분 신 구종의 제구를 실험했고, 내게 기회가 왔다.
“마, 강건우! 교체된 놈이 올라오는 게 어딨어!”
타석에서 조준이 형이 소리 질렀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운드로 올라가며 유리에게 윙크했다.
오늘은 뭘 좀 던져볼까.
뭘 던져서 찢어야 유리가 더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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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욱은 홈 플레이트에 앉기 전에 박의현에게 조언을 들었다.
“강건우와 배터리를 이룰 때 중요한 것은 당황하지 않는 강인한 멘탈!”
둘은 동갑이었다.
사실 처음 보고 조금 당황한 선수이기는 했지만, 강건우의 한 마디 때문에 조금은 쉽게 익숙해질 수 있었다. ‘시끄러운 승기 형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나을 거에요. 물론 다르긴 한데…’
물론 아직 다 익숙해지진 못 했다.
“강건우는 가끔 이상한 공을 던진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어. 고맙다.”
이상한 공이라.
하긴. 거의 던지지 않는 구종을 뜬금없이 던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6km/h 빠른 공만 하더라도 제대로 치기 힘든데, 한 번도 안 던지던 공을 던져버리면 타자에게는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강건우는 이렇게 말했다.
“포심, 투심, 커터, 싱커, 스플리터,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체인지업…”
“…다 던진다고?”
“체인지업은 세 종류, 커브도 두세 종류, 슬라이더도 두 종류 던질 수 있어요.”
“어쩌다가 그랬어.”
강건우는 슬쩍 웃었다.
“특이한 공 던질 거면 미리 말할게요. 아. 조준이 형이니까 너클볼도 한 번 던져볼까 싶은데. 너클볼 잡아본 적 있어요?”
“있겠어?”
“초구로 던질게요. 오늘 한 번 잡아봐요.”
차라리 민승기가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경기 중이다. 주상욱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정신을 차렸다.
정조준이 심호흡했다. 지난 시즌, 강건우에게 유일하게 점수를 빼앗은 타자다.
작년 타율 0.338, 36홈런의 강타자.
물론 그 수치마저도 강건우에 비하면 빈약해 보이지만, KBO 최고의 선수 중 하나임은 확실했다.
강건우에게서는 눈을 떼선 안 된다. 종종 변칙적인 리듬으로 공을 던지곤 한다.
릴리스 포인트에도 집중해야 한다. 가끔 던지는 커브에서, 손 위치가 높으면 낙차 큰 커브가 나온다. 평소 위치라면 각이 조금 작지만 빠른 커브가 나오고.
물론, 그런 것들을 모두 간파해서 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정조준 또한 천재라면 천재다. 메이저리그에서 4년 연속으로 3할에 20-20을 할 선수다.
사소한 단서를 모으고 본능적으로 일을 처리할 줄 안다.
그리고 강건우의 손에서 공이 떠났을 때, 이건 때려야 한다고 직감했다.
조금 이상한 건 느꼈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해서 생각할 여유 따윈 없다. 166km/h를 던지는 놈이다. 본능적으로 휘둘러 때려내야 한다.
부웅-
날카로운 스윙.
목표물을 향해 날아드는 한 마리 매처럼.
“스트-라이크!”
정조준의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뭐지.
방금 뭐지?
구속이 생각보다 늦어서 배트 끝에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직감적으로 배트를 좀 더 뻗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움직인 공이 춤추듯 배트를 피해갔다.
뒤를 돌아보니 포수 미트에 공이 없었다. 포수도 공을 놓친 모양이었다.
정조준의 머릿속에 번뜩 스쳐 지나가는 이름이 있었다.
‘너클볼?’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너클볼이라니.
더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강건우는 혼란스러워하는 정조준의 표정을 보고 즉시 2구를 던졌고, 정조준은 바깥쪽 낮게 꽉 차서 들어오는 역회전성 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싱커? 투심?’
구종이 뭔지 파악한다고 해서 쳐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혼란스럽지만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정조준은 잡생각을 털어내고 배트를 강하게 쥐었다. 타임을 외쳐 조금 정비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뭔가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연습경기라서 대충 승부에 임하려는 생각이 아니라, 몰입한 것이다.
강건우가 세 번째 공을 던졌다.
정조준은 휘둘렀다.
공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무브먼트를 보였고, 정조준은 시원하게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정조준은 헛웃음을 지었다. 오션스 덕아웃에서 배영한과 서창열이 철판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우와! 조준이 좆밥이네!”
“조준아! 바람 겁나 시원하다!”
“저 노친네들이 진짜…”
헛스윙 삼진. 자존심은 조금 상하지만, 그래도 꽤 훌륭한 승부였다고 생각했다.
아마 강건우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저 시발 강건우가.”
강건우는 허리에 오른손을 얹고, 거만한 표정으로 한쪽 입꼬리만 웃으며 정조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다음.’
정조준은 분노로 정신을 놓을 뻔했다.
어쨌거나, 두 팀의 첫 연습경기는 오션스의 8대 5 승리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