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5)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6화(16/385)
마법의 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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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는 한 시즌에 162경기를 하고, KBO리그는 한 시즌에 144경기를 치른다.
굳이 일본 NPB를 끼워 넣자면 143경기. 심지어 5개 팀으로 운영되는 CPBL(대만 프로야구 리그)도 120경기를 소화한다.
대략 반년 가량이나 진행되는 종목이다 보니, 애호가들의 일상과 굉장히 밀접되어 있는 특징이 있다.
기상 악화를 포함한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한국에서는 1주일에 여섯 경기가 진행되고, 하루에 다섯 경기가 열린다.
한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안목 또한 필요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일희일비하는 감정은 대부분 야구팬들의 뇌를 지배하곤 한다.
[시범경기 개막! 전국 다섯 개 구장에서 다섯 경기 열려.] [강건우, 서울 엔젤스 상대로 첫 시범경기에서 5안타 경기!]ㄴ강건우>>>>>>>>>>엔젤스
ㄴ고졸 신인 하나보다 못한 팀이 있다?
ㄴ시범경기 안타 랭킹 1. 강건우(5) 2. 김엔젤스(4) 3. 김호근(3)
ㄴ봄션스 새끼덜 신났죠?
ㄴ니들같으면 안 신나겠냐 강건우 ㄷㄷㄷㄷㄷㄷ
[(이용길의 야구회로) 봄션스라고 놀려도 좋다.] [나란히 승리를 거둔 오션스와 메테오스.] [오션스 휴 브레드먼 감독, ‘우리는 매일 조금씩 강해지려 한다.]ㄴ여기서 더 강해진다고?ㄷㄷㄷㄷㄷ
ㄴ퍽동님…이 팀으로 대체 어디까지 갈 생각인겁니까????? 예???
ㄴ이대로라면 2035년 MLB 우승은 오션스임
ㄴ지랄들 하고 자빠졌네 ㅋㅋㅋㅋㅋㅋ
정규 시즌도 아니고 고작 시범경기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며, 오션스가 거의 주전 라인업을 가동하는 동안 엔젤스는 백업 멤버들을 많이 투입했지만, 오션스 팬들은 11대 1 쾌승에 올 시즌 우승은 오션스의 것이라 주장하기 시작했다.
[킹션스가 꼴찌였던 건 건우를 얻기 위한 책략이었을뿐ㅎㅎ]ㄴ이 팀…심상치 않다…
ㄴ진짜 느낌좋다 올해는 다르다
ㄴ용병도 개잘뽑았고 진짜 다를듯
ㄴ네다꼴
ㄴ꼴빠놈들한텐 행복회로라 말해주면 안됨 이건 뭐 거의 행복반도체 수준임
ㄴ마 느그 사직동 주문진막국수 무봣나??
ㄴ쌍깃누님도 사직 컴백했고 올시즌 되는 시즌일듯
10점 차 대승, 마피아같이 생긴 외국인 감독, 새로 뽑은 외국인 투수, 화제의 신인, 그리고 네임드 팬의 복귀 등등.
그리고 재밌는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오션스 슈퍼 신인 강건우, ‘가족들과 여자친구의 가족들이 이 경기를 보러 왔다.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
강건우는 여자친구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리고 여자친구의 오션스 광 팬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도 했는데, 강건우의 말에 따르면 ‘사직동 쌍깃발’로 유명한 한 오션스 팬이 여자친구의 어머니라고…
…
…
ㄴ이거 ㄹㅇ임?????
ㄴ근ㅡ본
ㄴ소름;;;;;;
ㄴ사쌍누님이 오션스를 구원하러 돌아오셨다!!!!!
ㄴ와 ㄷㄷㄷㄷㄷㄷㄷ
한동안 오션스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만한 이야깃거리임은 틀림없었다.
다음 날 커크 심슨을 앞세운 오션스가 또 승리했을 때, 오션스 팬들은 진지하게 외국인 투수 둘의 동반 20승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다음 경기에서 5홈런을 기록한 타선의 힘으로 3연승을 이어가자, 종전 한 시즌 팀 홈런 기록인 234개를 훌쩍 넘어서 팀 홈런 300개를 예측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4연승을 거둔 날, 불펜의 김정혁-박은수-조형오가 각각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자 오션스 갤러리가 대폭발했다. 그들은 주로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다. ‘조판대장님 50세이브’, ‘불펜왕국 오션스’, ‘박용재에 송태웅 얹어줘도 김박조 못 내줘’ 등등.
한편, 국가대표 1선발 박용재를 앞세운 선발 투수들의 힘으로 연승을 거두고 있는 메테오스 갤러리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적당히 좀 던져라ㅠㅠ 선발진 너네 그러다 5명 전부 메이저가면 우린 공 누가 던지냐 ㅠㅠ] [타팀애들 존나 귀엽지 않냐? 시즌 시작하면 메테오 처맞고 다 뒤질새끼들 ㅋㅋ] [오늘 경기에서 99년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박용재 : 어떻게 된 일이지? 난 분명 메이저리그에서 500승을 거둔 레전드인데 내가 왜 크보에서 뛰고 있는거지?]#
유리는 분명 ‘어차피 시범경기에만 잘 하고 시즌 들어가면 삽질할 게 뻔하다’라고 말했었는데, 우리가 시범경기에서 연승을 기록하자 좋아 죽으려고 한다.
“우리 건우, 원정 가서 누나 없다고 울고 그러면 안 된다?”
유리는 가끔 아저씨 같은 말투를 썼었다.
이제 정확하게 알 것 같다. 그건 오션스가 야구를 못 할 때라는걸.
오션스가 잘하니까 점점 더 예뻐지는 것 같다. 야구가 사람 피부에 이렇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였나?
“누나는 나 안 보고 싶겠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유리가 묘하게 웃더니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 건우…”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나.
“외로울까 봐 누나가 대구 원정 따라간다…?”
“응?”
“왜? 싫어?”
“아니, 싫을 이유가 있나. 학교는?”
“내 알반가.”
이럴 때 보면 장모님을 닮았다. 개강한 지 얼마나 됐다고 땡땡이를.
“응 내일 휴강. 엄마랑 같이 가기로 했어.”
“아저씨랑 현수는?”
“직장인이랑 고딩이 어딜 감히.”
어차피 가서 따로 만나진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요새 유리가 행복해하는 것 같아서 나도 기분 좋다.
좀 아이러니한 일이라는 생각은 든다.
우리 사이가 멀어지는데 일조했던 것이 야구인데, 정작 야구로 유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니.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야구를 하는 것은 내가 잘 하는 게 이거 뿐이라서다.
메이저리그 시절만큼 지독하게 야구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유리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 따면…”
“응?”
“그걸로 프로포즈 할게.”
유리가 살짝 입을 벌렸다.
음.
이거 아닌가?
프로포즈는 역시 다이아몬드인가?
“하…”
유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요새 어디서 김칫국 마시기 무료 강좌 같은거라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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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엔진스는 과거 왕조 시절의 모습을 아직 되찾지는 못했지만, 몇 시즌 간 젊은 선수들에게 대폭 기회를 주며 성공적인 리빌딩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팀이다.
특히 정부원-이현동-김산으로 이루어진 클린업, 소위 ‘부동산’ 트리오라 불리는 젊은 타선이 꽤 위력적이라고 한다. 거기에 국대 포수인 백준섭이 이끄는 투수진도…
“천재 타자야.”
“…예.”
…엔진스 분석 자료를 보고 있는데, 배영한이 나를 불렀다.
왜 하필 이놈이랑 같은 방을 쓰게 된 걸까. 바꿔달라고 해볼까.
“너 그거 아냐?”
“그게 뭔지 말씀해주셔야 아는지 모르는지 알 것 같습니다.”
배영한은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든 채 낄낄대며 말했다.
“산이가 너한테 라이벌 의식 느끼는 것 같더라.”
엔진스 유격수 김산. 나보다 네 살 많은 2005년생이고, 지난 시즌 홈런 19개를 때렸다. 국가대표팀에서 만난 적 있다. 지금이 딱 적당할 텐데 홈런 갯수 늘리려고 벌크업 하다가 신체 밸런스 무너져서 슬럼프 이후 30홈런 3루수로 변신하는 걸로 안다.
“저한테요? 왜요?”
나중 일은 접어두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제 시범경기 네 경기를 소화한게 다인 나한테 그런걸 느낄 이유가 없다. 그나저나, 불도저스 출신이면서 엔진스 선수들이랑 친한 건가.
“우리 천재 막내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안 그래? 산이가 좀 질투하는 것 같던데?”
내가 알기로 김산은 그런 캐릭터는 아니었는데.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배영한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계속 떠들어댔다.
“아, 준섭이형 성질 더러우니까 조심해라. 그 형이 사실은 착한데, 경기할 때는 좀 살벌하거든. 말 나온 김에 그 형이랑 술이나 한 잔 같이 하러 갈까? 부르면 바로 나올 텐데 어때? 아, 알콜 알러지 있다고 했나? 나때는 말이야, 선배가 술 한 잔 하자고 하면 알콜 알러지 할아버지가 와도 재깍 달려나갔는데 말이야.”
…뭔가 약간은 도움이 될 것 같으면서도 도움 안 되는 것 같은 정신없는 양반일세.
그나마 숙소에서 술은 안 마셔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다른 FA 선수인 김정혁이 방문을 두드렸고, 배영한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형 갔다 올게. 이상한 놈이 와서 문 두드려도 문 열어주면 안 된다?”
성적 내려면 저놈이 필요하긴 한데, 또 한편으로는 술 먹다 사고 쳐서 사라져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고…
-유리누나 : (사진)
-유리누나 : ㅎㅎ엄마랑 쇼핑하고 들어왔지롱
-나 : 셀카 하나 찍어서 보내주라
-유리누나 : 셀카는 왜?
-나 : 나 프사 바꾸게
-유리누나 : 운 좋은줄 알아라 강건우
-유리누나 : 화장 지웠으면 택도 없었다
-유리누나 : (사진)
말은 그렇게 해놓고, 보낸 사진은 낮에 찍어둔 거였다.
나는 프로필 사진을 방금 받은 유리 사진으로 바꾸고 상태 메시지를 하트로 가득 채웠다.
-유리누나 : 하트 숫자만큼 홈런 치는 거다?
음.
올 시즌 목표는 60홈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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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의 시범경기 성적은 4경기 15타수 10안타에 볼넷 2개.
홈런은 아직 하나도 때리지 못했지만 안타 10개 중 2루타가 5개였다.
연습 경기에서 홈런 실력을 보여줬기에 거포 유격수가 될 거라는 기대를 받은 신인이 조금은 조급할 법도 한데, 강건우는 딱히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건우. 컨디션은 어때?”
“코치님. 괜찮습니다.”
“그래. 오늘 엔진스 선발 포심이랑 커터 비중이 엄청 높다. 잘 준비해서 오늘도 잘하자.”
“감사합니다.”
강건우는 고작 몇 경기에서 홈런이 나오지 않는다고 타격 접근법을 바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지금은 한국 투수들에게 조금 적응해가는 단계였다.
140km 중후반만 나와도 강속구 소리를 듣는 한국 리그이기에 타이밍이 묘하게 어긋나는 경우가 있었다. 구속 편차가 크다. 어떤 투수는 130km대, 또 어떤 외국인 투수는 160km에 가까운 구속까지.
지금은 오히려 130km대의 느린 속구를 치기가 쉽지 않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곧 적응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냥 적응의 문제일 뿐, 타격 폼과 스윙에는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것은 일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요소다.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조금씩 자세를 수정하다 보면 어느 순간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미세하게 바꿨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자신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가서 먼저 홈런 칠 테니까 백투백 치고 들어와라. 알겠냐?”
강건우는 오늘 1번 타자로 나서게 된 노경우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으랴아아아!”
노경우는 크게 기합을 내질렀다. 그리고 벤치를 향해 소리쳤다.
“선배님들! 노! 경! 우! 가서 실력을 보여주고 오겠습니다!”
벤치의 선수들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저 또라이 같은 새끼.”
“징그럽다 징그러워.”
“어디서 저런 놈이 튀어나왔지?”
그에 반해 강건우는 조용히 대기 타석으로 이동했다. 경기 시작 전에 유리와 유리 어머니가 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유리 어머니는 오늘도 쌍깃발을 챙겨왔다. 검은 선글라스도 빼놓지 않았다.
타석에 나선 노경우가 엔진스 포수에게 꾸벅 인사하는 것이 보였다. 확실히, 선배들한테 사랑받을 타입이다. 호불호가 좀 갈릴 수는 있겠지만.
“베-리! 베-리!”
엔진스 팬들이 선발 투수의 이름을 외치며 힘을 넣어주려 했다. 강건우는 제임스 베리의 데이터를 떠올렸다.
‘최고 구속은 150km/h이 안되지만 공 끝 지저분한 쓰리쿼터.’
엉덩이를 뒤로 쭉 뺀 타격 폼의 노경우가 초구를 기다리며 엉덩이와 배트를 흔들고 있었다.
‘제구 잘 안 되면서도 몸쪽으로 죽어라 붙이는 타입.’
“끄악!”
제임스 베리의 초구는 몸쪽으로 바짝 붙는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노경우는 이상한 비명을 지르며 철퍼덕 엎어졌다.
“오버하지마라!”
“어린놈이 못된 것만 배웠네!”
관중석에서 몇몇 팬들이 노경우를 놀리려 했다. 강건우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몸쪽 공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었다.
‘컷패스트볼도 괜찮고. 체인지업은 카운트 유리할 때만 가끔.’
노경우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유니폼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곤 심호흡하고 타석으로 돌아갔다.
몸쪽 공을 보고도 홈 플레이트에 가까이 붙어 섰다. 강건우는 말은 많지만 그래도 쓸만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딱!
그리고 다음 공, 다시 몸쪽으로 오는 공을 툭 때려 유격수의 키를 살짝 넘기는데 성공한 노경우는 신인답게 전력 질주해 1루에 도착했다.
“노경우 잘한다!”
이제 강건우의 차례다. 강건우는 관중석에서 펄럭이는 두 개의 깃발을 보고 웃음을 애써 감추며 타석으로 들어섰다.
“야. 쟤 엉덩이 땀띠라도 났냐? 왜 저렇게 흔들어대냐?”
포수 백준섭이 국제경기에서 영어도 못 하면서 상대 타자에게 시비를 걸어대는 타입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래도 그나마 시범경기라서 나은 걸지도 몰랐다.
강건우가 말했다.
“엉덩이 흔들지 말라고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강건우는, 1루에서 도루하고 싶어 미치겠다는 듯이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노경우를 무시하고 크게 스윙했다.
몸쪽으로 바짝 붙어 들어오는 148km/h 포심 패스트볼. 대기 타석에서 시뮬레이션한 공과 거의 흡사한 코스였다.
따아아악-!
그 공이 존 안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극단적인 어퍼스윙으로 퍼 올렸고, 타구는 엄청난 기세로 하늘을 날았다.
뒤에서 백준섭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씨바. 존나게 크네. 야! 제임스! 정신 차려! 릴랙스! 디스 이즈 시범경기! 저스트 시범!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