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52)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54화(154/385)
굳이 따지자면 무기징역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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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연습 경기 때 유리가 해설로 나와서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시범경기 구단 자체 중계에서 해설을 맡게 됐다.
“부끄러우니까 보지 마.”
“경기 끝나고 모니터링해야지.”
“하지 마.”
나는 유리의 말이라면 뭐든지 들어줄 수 있지만, 이건 안 된다.
“볼 거야.”
고집을 부리니 유리도 포기했다. 아무튼, 시범경기가 시작됐다.
아직 쌀쌀한 날씨임에도 팬들이 경기장을 상당히 많이 찾았다.
어떤 팬은 ‘야구 1년 내내 쫌 하자!’라는 현수막을 들고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알고 보니 그 현수막을 가지고 온 게 바로 현수였다.
안된다 이놈아.
그럼 데이트는 언제 하냐.
-조용한 : 올해도 무사히
-조용한 : 다치지 말고 끝냅시다
-서우주 : 그럽시다!
-정조준 : 우주 형 FA 대박 냈으니 좀 쉬엄쉬엄해도 괜찮지 않아요?
-서우주 : 뭐 이놈아?
-정조준 : 지호야
-예지호 : 왜요
-정조준 : 이름 부르면 자동으로 웃는 거 아니었냐?
-예지호 : 재밌어야 웃죠
-정조준 : 재밌지 않았냐?
-예지호 : 휴…
-정조준 : ???
-김권종 : 조준이 넌 야구 안 했으면 어쩔 뻔 했어?
-정조준 : 예???
-김권종 : 눈치가 그리 없어서
-정조준 : ;;;;
-강건우 : 인정합니다
-정조준 : 하…………..
-정조준 : 돌겠네 진짜…….
이번 시범경기는 팀당 12경기가 열린다.
선발 투수들은 최대 3이닝 정도로 시작해 컨디션 점검을 마무리할 예정이고, 타자들도 주전 백업이 섞여 출전하게 될 것이다.
사실상 백업 경쟁의 장이라고 봐도 된다. 주전 선수가 어디 다치거나 심각하게 부진하지 않은 이상 휴 브레드먼 감독의 성향상, 주전에 극적인 변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층이 보강되긴 했지만 지금 주전 중에 후보 선수보다 기량이 떨어진 선수는 없다.
백업 선수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들이 열심히 한 만큼 기존 주전들도 꽤 노력해서.
어쨌거나, 시범경기 첫 경기인 엔진스 전 선발 투수로 올라간 승기 형은 꽤 무덤덤하게 마운드에 올라섰다.
경기 시작 전에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모른 척했다.
“아직…아직은 아니다. 정규시즌이 시작할 때, 그때야말로…”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감도 안 온다.
나 같은 정상인은 저 정도로 미친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없다.
시범경기 기간 내 일과는 이랬다.
아침에 훈련하고, 아직 날씨가 추운 편이라 낮에 경기하고, 마무리 훈련 후 유리를 기다리며 오션스 자체 중계에서 유리가 나온 걸 본다.
-건우는요, 아니, 강건우 선수는요.
└누나 그냥 건우라고 해요
└남친인데 뭐 어떰
└그래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강건우 선수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새끼야 넌 유튭이 공식석상으로 보이냐?
└지금 유리누나 갈군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여러분! 싸우지들 마세요!
└네
└넌 유리누나덕에 산 줄 알아라
└눈치없냐? 싸우지 말라고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 댓글을 달았다.
└유리 누나 넘 귀여워
댓글이 우르르 달린다. 유리 누나 귀엽다는 말은 금기라느니, 강건우 아니면 귀여워하지 말라느니.
귀여운 걸 귀엽다고 하는 게 죄가 되는 세상인가.
게다가 내가 강건우인데. 이 정도면 자격 있지.
이러고 놀다가 유리 일이 끝나면 유리와 함께 집으로 가거나, 간단하게 데이트를 하고 돌아간다.
“기다렸지?”
“아, 아직 다 못 봤는데.”
“그걸 또 왜 봐!”
“왜 보긴. 귀여우니까 보지.”
“경기 한 거 모니터링하느라 본다며?”
“겸사겸사긴 한데 누나 보는 게 메인이야.”
우리는 여전히 허머를 타고 다닌다. 가끔 둘이 데이트할 때는 아버지가 타고 다니시던 차(올스타전 상으로 탔던)를 타고 나가기도 하는데, 아버지는 여전히 내가 사드린 페라리를 회사에 타고 다니지 못하신다.
주말에만 어머니랑 둘이 나가서 드라이브하고 오시는 듯했다.
팀 이야기를 하자면, 민승기-앤디 가필드-호세 킹-국민성-이훈 순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짜여질 것 같았다.
“민승기가 개막 가까워지면서 컨디션이 정말 좋아지고 있어. 구속도 올랐고.”
“그 양반 미친 꼴빠야. 사직 야구장에서 던질 거라고 아주 그냥.”
“국민성을 3선발로 쓰는 건 어떤가 고민도 했었는데.”
“그래? 그것도 괜찮지.”
“근데 또 킹 말고는 다 우완이니까. 중간에 섞기도 할 겸.”
그런 것들이야 뭐. 코치진의 역할이지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다. 어차피 시즌을 진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로테이션이 꼬여서 순번 따위는 아무 상관 없게 된다. 휴식이 길어지면 컨디션 좋은 투수의 순번이 앞당겨질 수도 있고.
주전 포수는 박의현.
3루수는 일단 노루 형이다. 수비는 뭐. 내가 열심히 커버해주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노경우는 앞에서는 서창열에게 굽신거리지만 뒤돌아서는 순간 돌변한다.
“내가 저자리 뺏는다 진짜.”
“두고보자…서창열…”
“얼마나 가나 보자…”
“복수하고 말겠다…나쁜 새끼…”
노경우의 ‘나쁜 새끼’가 바뀌었다. 원래 나였는데.
꼴션스 학살자 이휘은은 훈련을 너무 열심히 해서 문제다. 조형오가 나간 셋업맨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고 있다.
뭐, 그런 자세는 나쁘지 않다.
그리고 실제로 성과도 내고 있다. 너무 무리해서 시즌 중반에 퍼지지만 않으면 좋을 텐데.
팬들의 기대를 받는 신인 3인방도 차근차근 올라오고 있긴 한데, 개막전 로스터에 당장 포함이 될 수 있을진 모르겠다.
투수 둘은 유리에게 거의 붙어있다시피 하고, 내야수 박대경은 날 졸졸 쫓아다닌다.
“형. 저 스윙 좀 봐주실 수 있어요?”
사실, 봐줘도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내 스윙을 따라 하려 하고 있는데, 체형이 탄탄한 편이긴 해도 신장이 179cm로 그리 크지 않은 데다가 이 스윙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내게 딱 맞게 만든 거라서.
그냥 스윙을 전부 따라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 또 그렇게 이야기를 해봤자 들은 척도 안 한다. 이 선수가 1군에 자리 잡고 싶으면 타격도 타격이지만 수비가 우선이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내야 멀티 백업 정예성을 밀어내거나, 수비력으로 타격을 상쇄시켜 노경우나 노루 형 자리를 뺏거나.
노노형제 자리를 뺏는 데 성공하면?
내 회귀 전의 노경우가 그랬던 것처럼 노경우가 외야로 밀려나거나, 울프팩이 다시 외야로 돌아가고 노루 형이 지명타자로 들어가거나…어떻게든 되겠지.
원래 후보가 주전을 밀어내고 자기 자리를 만들어내면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 변동이 많이 일어날수록 좋은 팀이 된다. 선수층은 두꺼울수록 좋다.
내 자리?
내 자리를 뺏을 정도가 된다면 당연히 환영이다. 난 유격수 포지션에 딱히 미련도 없고 어디에 있더라도 잘 할 수 있으니까.
시범경기 초반, 6경기에서 5승 1패를 거두며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이용길의 야구회로) 봄션스가 아닌 가을션스를 바라며.]└봄션스 V15가나요
└V15는 뭐임
└시범경기 15번째 우승각
└한 13년 연속 우승하면 V15 되네 틀린 말은 아니다
└행복회로 존나게 돌아가네 또
└오션스가 우습냐?
└그럼 안 우습냐? 작년 어우오 드립 치면서 개지랄발광하던 꼴빠새끼들 진짜 진절머리가 나가지고
└진절머리 날 정도면 어디 팬이냐?
└아이언스 아님?
└바이킹스일수도 잇음
└내가보기엔 파이러츠임
└다이아몬즈도 킹능성있다
└돌땡이나 엔젤스?
└아니 시발 너넨 원한 산 팀이 왜케 많음?
└하는 꼴을 봐라 원한 안 사게 생겻나 ㅋㅋㅋㅋㅋ
└이새끼들은 공공의 적 확실함
└ㅂㅅ들 질투하는 거 보소
└질투ㅅㅂㅋㅋㅋㅋㅋㅋ질투할데가 없어서 꼴션스를 질투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강건우도 없는 새끼들이
└니네 민승기는 있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건우 민승기 둘다 퍼지면 꼴션스 볼만하겠네 ㅋㅋㅋㅋㅋㅋ
└그럴일 없으니까 느그집 단속이나 잘해라 십새기들아
쓸데없이 물어뜯고 싸우는 걸 보니, 시즌 개막이 다가오긴 했나 싶다.
밖에서 싸우는 것과 선수단의 분위기는 별개다.
KBO 로스터는 28명으로 구성된다. 명단 28명에 26명 출전.
신인 선수들은 개막전 로스터에 들기 위해 피 터지게 싸운다. 상대 선수나 경쟁자와 싸우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도 그렇다.
신인 3인방 중 한 명 정도는 개막전 로스터에 들어갈 여유가 있었고, 박대경은 2군에서 수비력을 가다듬고 포지션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하에 2군행이 결정됐다.
어쩌면 오션스 구단의 눈이 너무 높아진 걸지도 모른다. 고졸 신인으로 내가 있었고, 심지어 노경우도 어지간히 잘해줬으니.
또 일주일이 흘렀다.
전태재와 이병준 중 전태재가 살아남았다. 아마 좌완인 데다가 제구가 좀 더 낫다는 이유인 것 같았다. 어차피 아직 갈 길이 먼 친구들이다.
시범경기 결과는 9승 3패. 마지막 경기에서 이겨서 시범경기 우승.
예비 장모님은 새로 만든 깃발을 장착하고 모습을 드러내셨고, 인터뷰도 하셨다.
[사직구장 레전드 ‘사직동 쌍깃발’,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새로 깃발을 제작해봤어요.’]여러모로 활발한 봄이다. 경기를 끝내고 출정식을 위해 이동하려는데 올 시즌 오션스의 우승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내는 팬들도 꽤 보였다.
어쨌거나.
시범경기 동안 사직에서 던졌는데도 불구하고 조용하다 했던 승기 형은, 출정식에서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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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팬 여러분! 이번 시즌에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불타는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응원단장이 출정식 공연을 끝내고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내려갔다. 그리고 휴 브레드먼 감독이 나서서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MC가 한 선수의 이름을 부르며 단상으로 부르자,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자! 부산 오션스의 주장! 오션스의 거인! 오션스의…양! 대! 근! 선수!”
한때 덩치만 산만한 놈이라며 욕을 먹기도 했지만, 무려 115타점을 쓸어 담으며 준우승에 큰 힘을 보탰던 양대근이다.
“예, 이번에는 꼭…우승. 예. 해야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팬 하나가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쳤다.
“마! 야구 명문 대 오션스 주장답게 패기 있게 몬 하나!”
양대근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고.
“그…좋습니다. 패기. 예. 잠깐만요.”
심호흡한 양대근이 크게 소리쳤다.
“고마 우승하고 오께! 단디 준비하소!”
어색한 사투리였지만 박수가 쏟아졌다. 각자 한 마디씩 시즌 각오를 말하는 가운데, 강건우의 차례가 오자 팬들이 강건우 응원가를 부르며 기뻐했다.
“예. 안녕하세요. 강건우입니다.”
환호 때문에 MC가 몇 번이나 팬들의 분위기를 가라앉혀야 했고, 강건우는 웃으며 말했다.
“다시는 야구를 못 해도 좋습니다. 오션스가 우승만 할 수 있다면요.”
“유리 누나 때문에요?”
강건우는 팬 중 누군가가 던진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했다.
“예. 유리 누나가 해달라는 건 다 해주려고요.”
“우와아아아아!”
“유리 누나 부끄러워 한다아아!”
코칭 스태프의 일원으로 함께 참여한 정유리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몸을 숙였고, 다시 축제 분위기가 됐다.
“유리 누나 너무 놀리지 마세요.”
“네!”
“근데 놀리면 또 귀엽죠? 이해합니다.”
“유리 누나 귀엽다아아아!”
이제 오션스 팬들 사이에서 강건우의 주접 이후 정유리 놀리기는 일종의 컨텐츠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MC가 다음 선수의 이름을 불렀다.
“민승기 선수! 나와주세요!”
오션스 팬들은 민승기에게도 격한 환대를 내비쳤다. 얼마 만에 가져보는 토종 에이스던가.
김정용이 그 역할을 해오긴 했지만, 압도적인 모습은 없었다. 물론, 김정용은 오션스 팬들의 지지를 받는 몇몇 선수 중 하나였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민승기가 90도로 인사하고는 다시 말했다.
“오션스 선발 투수. 민.승.기.입니다.”
다시 90도 인사.
데뷔 시즌, 야구 실력도 그렇지만 야구계 꽃미남 계보를 잇는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리고 꿀 성대니 뭐니 하면서 여성 팬들을 대거 끌고 다녔던 민승기다.
물론.
강건우는 민승기의 이상한 말투 때문에 절대 동의하지 않겠지만.
“저에게는 죄가 있습니다.”
“예? 민승기 선수, 무슨 죄요?”
“절대 용서받지 못할…”
민승기는 MC의 질문에 허공을 바라보며 회한 서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는 자신의 죄를 고백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다.
“제가, 제 손으로…오션스의 정규시즌 우승을 망쳤죠.”
“아! 지난 시즌 말씀이신가요?”
“예. 그렇습니다. 저는 팬 여러분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 말씀해주시죠!”
“제 씻을 수 없는 그 크나큰 원죄…”
“예…”
“굳이 따지자면…무기징역 외에는 갚을 길이 없겠죠…”
“예?”
“저는 오션스라는 구단에 무기징역으로 죗값을 치르겠습니다…”
“예? 무기징역이요? 오션스에서 은퇴하겠다. 이런 뜻일까요?”
“물론입니다.”
단호한 대답에 오션스 팬들이 환호했다.
“승기야! 그래! 잘 생각했다!”
“민승기! 민승기! 민승기!”
“종신 계약 민승기!”
그리고 민승기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예. 저란 죄인은, 무기징역으로, 이 팀에서 최소 5회의 우승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절대 그만두지 않겠습니다! 자! 강건우!”
뜬금없이 호출된 강건우가 당황했지만, 민승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기 마음대로 소리쳤다.
“나와 함께 오션스 왕조를 건설하자! 강건우! 너는 그럴 각오가 되어 있나!”
강건우가 눈을 껌뻑이며 민승기를 바라봤다. 하지만 민승기는 대답을 들을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으려고 결심했는지, 강건우에게 다가가 마이크를 내밀었다.
결국, 강건우가 대답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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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흠흠. 민승기 선수의 어마어마한 각오 잘 들었고…예, 박의현 선수. 앞으로 나와주시겠어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박의현! 돌잡이 때 오션스 유니폼을 집은 남자! 장래희망은 오션스의 영구결번! 그리고 사후 양지바른 사직 야구장 홈 플레이트 아래에 묻히고 싶은 남자! 박의현! 박의현입니다! 저는 박의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의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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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아주 활기찬…예. 감사합니다, 박의현 선수. 이제 자리로 돌아가 주세요. 박의현 선수? 예. 감사합니다. 다음은, 오션스의 귀염둥이! 노! 경! 우!”
노경우는 막막해짐을 느꼈다.
왜 하필이면.
민승기와 박의현 다음이란 말인가.
왜.
대체 왜.
저 미치광이 둘 다음으로 자신을 부른단 말인가.
묻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두 눈을 질끔 감았다가 뜬 다음.
‘에라. 모르겠다.’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춤을 추면서, 마이크를 잡고.
“지이-금은, 그 어디서-”
부산 갈매기를 부르며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팬들이 혼이 빠진 듯한 얼굴로 말했다.
“이야…”
“점마도 돌았네…”
“오늘 골 때린다 진짜.”
“머꼬. 오늘 노갱우가 주인공이가?”
“엔딩 무대 초대가수 노경우? 오늘 가수 안 오나?”
“한 놈은 무기징역에 한 놈은 사직에 묫자리 봐놨고…또 한 놈은…”
그러다가도, 노경우의 열창에 동참해 다 같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갱우야! 한 곡 더 뽑아봐라!”
그리고 앵콜 요청에도 주저없이 응했다.
“꽃 피이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