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53)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55화(155/385)
역사상 처음으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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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 KBO 프리뷰.]2029 개막전이 다가왔다.
지난 챔피언 불도저스는 다이아몬즈, 준우승 팀 오션스는 선더버즈, 파이러츠는 아이언스, 바이킹스는 메테오스, 엔진스는 엔젤스와 2연전을 가지게 된다.
이번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시즌이 예상된다. 올림픽 금메달로 인한 전반적인 야구 인기 상승과 성적이 나빴던 인기팀 오션스 및 메테오스의 성장, 그리고 스토브 리그에서 불붙은 FA 영입 전쟁 등이 야구 열기를 대변했다.
2029시즌 각 팀 관전 포인트를 뽑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전력 유출이 컸던 불도저스는 이번 시즌에도? (최근 4년간 우승 2회 준우승 2회)
2. FA에 거액을 투자한 오션스의 우승 도전기.
3. 테이블 세터를 잃어버린 바이킹스, 길을 찾을 것인가.
4. 파이러츠의 6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은?
5. 리빌딩의 성과를 보고 있는 엔진스, 이제는 결과를 내야 할 때.
6. 집토끼 지키기 성공한 엔젤스. 상위권 도약 가능한가.
7. 거포 FA 두 명을 영입한 메테오스. 선발진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8. 아이언스의 명예회복 선언. 팀 레전드 출신 오대서 감독의 2년 차는 과연.
9. 내실(신인 육성)과 실속(FA 영입)을 동시에 시도하는 선더버즈.
10. 에이스의 빈자리를 메꿔야 하는 다이아몬즈의 활발한 트레이드 시도.
전문가들은 이번 시즌 오션스의 약진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민승기(4년 100억)를 영입해 지난 시즌에도 괜찮았던 선발진에 퀄리티를 더했고, 서창열(4년 68억)으로 팀에 부족한 면을 채웠다는 평가다.
두 영입생이 몸값을 해준다는 가정하에 중요한 포인트는 강건우와 불펜진.
부상이나 부진 없는 강건우와 한층 업그레이드된 불펜진만 있다면 부산 오션스 팬들의 오래된 열망을…
…
…
…
└크보 프리뷰라더니 씨발 무슨 꼴션스 찬양 기사를 싸질러놨음?
└좆같으면 인기명문구단 오션스 팬 하시던가 ㅋㅋㅋㅋㅋ
└명문은 좀 아니지 않나 싶은데요
└울 명자에 무리 문자 써서 야구 개못하는거보고 울부짖는 놈들이란 뜻이면 ㅇㅈ함
└개씨발놈이네 이거
└느그 딱 봐놧다 시즌 끝나고 보자
└1션스
└씹션스
└10션스
└1
└10
└1이다 이새끼야
└10이라고 ㅎ
└꼴션스 순위는 뭔 이진법이냐? 0이랑 1밖에 없음?
└옛날엔 8이 많았지
└돈션스 꺼져
└내돈이냐 시팔 우승만 하면 장땡이지
└오션스특)장땡 잡아본 적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ㄹㅇㅋㅋㅋㅋ전통과 역사의 통합우승 ‘0’회 구단 ㅋㅋㅋㅋㅋㅋㅋ
└이쯤 되면 다른 9개 구단이 저 새끼들 팀 해체할까 봐 불쌍해서 1등 만들어줄 때도 되긴 했음
└1992년에 일어난 일들) 서태지와 아이들 난 알아요 가요대상, 황영조 마라톤 올림픽 금메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화 개봉, 방탄 진 출생, 네이마르 출생, 오션스 마지막 우승(통합우승 X)
└통합우승이 그렇게 중요하냐???
└ㅇㅇ존나중요함 ㅎ
└와 존나 오래되긴 했네
└걍 니네 한 번 해라; 불쌍하다;
└족같은 새끼들아 다 처발라뿐다 진짜 딱 봐라 느그 시즌 개막되면 처짜는거 내가 똑똑히 볼거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얼빡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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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이 코 앞이다.
우리는 선더버즈와 맞붙게 됐고, 선더버즈는 FA시장에서 선발 투수 황보경태를 불도저스에 빼앗겼지만 2루수 조훈기를 데려왔다.
용병 타자와는 재계약했지만(팀 카터/타율 0.298, 출루율 0.394, 31홈런) 용병 투수 둘을 모두 갈아치웠다.
2.05미터의 좌완 요엘 크룰과 멕시코 우완 에릭 살시도를 데려왔는데, 어렴풋이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투수였던 것이 기억난다. 원래 저 두 선수가 KBO에서 뛰었나? 아닌 것 같은데.
야구 팬들은 선더버즈가 외국인 연봉 상한제를 어기고 이면 계약을 맺었다고 아우성이지만, 다들 그렇게 한다고 한다.
“황보경태 뺏기고 선더버즈가 빡쳐서 돈 왕창 풀어버렸다던데?”
유리도 코치진에 합류했다 보니, 이제 야구판 소문을 나보다 더 잘 안다.
나야 그런데 별 관심이 없지만 유리는 특히 현수를 경계하고 있다. 괜히 아무거나 말해줬다가 곤란해질까 봐.
“선더버즈 개막전 선발로는 좌완 요엘 크룰이 나올 것 같아. 최고 구속이 159km/h까지 나온다는데, 워낙 장신이라서 구위가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싶어. 슬라이더도 140km/h대 중반 나온다고 하고.”
“내가 이겨.”
내 대답에 유리는 그냥 웃었다. 이것만 들으면 왜 선더버즈가 웃돈까지 줘가며 데려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대충 알 것 같기도 하지만, 또 역으로 생각해보면 MLB에서 자리 잡지 못 한 이유도 나올 것이다.
“미국에서 우타자들한테 피홈런이 좀 많았어. 좌타자들한텐 강하지만.”
좌타자들에게만 강한 좌투수 중 꽤 많은 투수가 자신이 우타자에게 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뭐, 우타자들에게 조금 약하더라도 저 정도 신체 조건에 구속이면 메이저리그에서도 괜찮았을 텐데.
KBO에 온 거라면 뭔가 또 약점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어차피 곧 상대해봐야 한다. 어쩌면 우리 새 외국인 투수 호세 킹과도 비슷한 유형일지도 모르겠다.
삼진도 많고 볼넷도 많은데 피홈런도 많은 스타일.
던지는 구종도 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이고 포심과 슬라이더는 좋지만 체인지업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
비슷한 타입이라 하더라도 팀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많이 갈리는 편이니, 이 비슷한 두 투수가 어떤 차이를 보여줄지도 재밌을 것 같다.
어쨌거나, 오션스 선수단에는 준비된 선수와 조금은 긴장한 선수가 혼재하고 있다.
-노경우 : ㄷㄷㄷㄷㄷㄷㄷㄷㄷ
-노경우 : 형님들 ㄷㄷㄷㄷㄷㄷㄷㄷ
-양대근 : 경우 또 왜 그러냐
-노경우 : 저 개막전에 사이클링 히트하면 어케하져 ㄷㄷㄷㄷㄷㄷㄷ
-양대근 : 어케하긴 ㅎㅎㅎ 좋은거지 ㅎㅎㅎ
-서창열 : 노경우 또 꼴값떨고 있냐?
-노경우 : 형님 꼴값이라뇨ㅎ
-양대근 : 창열이 형 경우 응원 좀 해주세요
-서창열 : 아 응원 존나 하고 있지
-서창열 : 그렇지 노갱우?
-노경우 : 예 창열이 형 저한테 잘해줘요 ㅎ..
뭐, 긴장한 선수는 단톡방에 거의 나타나지도 않고 있지만. 어쨌든 노경우는 뒤에서는 서창열 잡는다 서창열 밀어낸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앞에서는 꽤 잘 지내는 것 같다.
승기 형이 조용하다. 그 사람이 조용할 때마다 불안해진다.
제발 미치려면 혼자 미쳤으면 좋겠다.
나 좀 그만 끌어들이고.
아무튼.
개막일 아침이 밝았다.
-민승기 : 강건우
-민승기 : 준비는 됐겠지
유리 메시지로 눈을 떠도 모자를 판에…
-민승기 : 오늘, 이 역사적인 날
-민승기 : (사진)
-민승기 : 보이는가
-민승기 : 사직 야구장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저 사진 찍으려고 그 집 산 건가…
-나 : 혹시 그 사진 찍으려고 거기 사신 거예요?
-민승기 : 그것 또한 나의 기쁨
-민승기 : 은퇴 후에 사진전을 열 것이다
-민승기 : 10년 3650일간의 사직 야구장 사진
-민승기 : 상상만 해도 척추가 짜릿해지지 않나?
척추 짜릿해질 때까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잠깐 들었다. 그렇게 때리면 그만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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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3월 31일 토요일.
총 다섯 개 구장에서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리는 날.
길고 길었던 겨울을 지나 야구를 볼 수 있게 되어 기뻐하는 야구 팬들이 야구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직 쌀쌀한 날씨다. 개방된 야외에서 스포츠 관람을 즐기기에 적합한 날씨는 절대 아니지만, 사직 야구장은 티켓 완판을 기록하며 후끈 달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선발 민승기라던데.”
“돈값 충분히 해주겠지.”
“와. 작년에 민승기만 아니었어도 우승 가능했는데.”
“셀프로 무기징역 때렸잖아.”
오션스 구단 측에서는 개막전 입장 관중들에게 담요와 핫팩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담요에 뭐라고 써 있는거지?”
“무…기…징…역…”
“민승기 담요네.”
“맞네.”
출정식에서의 민승기 무기징역 드립은 오션스 팬들 사이에서 꽤 큰 화제였다.
그 어느 때 보다 볼 것 많은 출정식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민승기의 진지한 개드립, 박의현의 파워 토크쇼, 노경우 콘서트.
그에 그치지 않고 황석규는 팀 선수들 성대모사를 보여줬으며, 서창열이 나왔을 때 팬 중 하나가 두부를 선물하기도 했다.
선더버즈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꽉꽉 들어차는 사직 야구장을 보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여긴 진짜 빡세네.”
“이 날씨에 만원이야?”
“어우. 끔찍하다, 끔찍해.”
경기 전 준비를 조금씩 끝마쳤다. 시구자로 오션스 팬임을 자처한 영화배우가 나와 공을 던졌고, 대기하던 민승기는 차가운 날씨와는 상반되는 뜨겁기 그지없는 거친 열정으로 가득한 숨을 토해내며 개막전을 기대하는 관중들을 돌아보고 있었다.
‘드디어.’
오랜 꿈이 이루어질 시간이다.
‘내가. 민승기가. 여기에서.’
물론, 사직 야구장에서 던진 경험은 꽤 많다.
그때마다 죽을 각오를 하고 던졌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모든 종류의 함성.
야유.
분노.
좌절.
‘이제 내가 이곳에서 느낄 것은 단 하나.’
환호.
찬사.
희열.
‘여기까지 오는 길은 멀고 험했으나.’
결국, 도착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곳이 종착지는 아니다.
‘앞으로는…’
가야 할 곳이 있었다.
영광의 계단을 지나,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그곳.
‘오션스 왕조.’
그리고.
‘내가 바로 그 왕국의 왕.’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 시선을 온전히 만끽하며 출전 준비가 된 같은 팀 선수들을 둘러봤다.
‘강건우…너는 영의정.’
아마 강건우는 절대 동의하지 않겠지만.
‘양대근. 배영한. 흠. 좌의정과 우의정으로 삼아주지.’
국가대표 두 선수에게 작위를 마음대로 내린 민승기가 한쪽 입꼬리만 올리며 씩 웃었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활약 정도에 따라 작위를 부여할 생각이었다.
당연히, 다른 선수들은 민승기가 또 혼자만의 미친 생각을 하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쩌면 불안한 눈빛의 강건우와 체념한 듯한 표정의 주상욱은 조금 알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경기가 시작됐고.
마운드에 선 민승기는 벅차오르는 이 감정을, 그렇게 염원하던 사직 마운드 위에서, 오션스의 12번 유니폼을 입고 손끝으로 뿜어냈다.
“스트-라이크!”
선더버즈의 FA 신입생 조훈기가, 민승기의 156km/h 포심에 배트도 내지 못 하고 볼카운트를 하나 내주고 말았다.
이번 시즌부터 새로 도입된 볼 판정 A.I.는 판정을 내리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었다.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뜻하는 노란 불이 마스크 안에서 빛나는 것을 보고 조금 어색하게 스트라이크 콜을 외쳤다.
민승기는 입가를 비집고 나오는 광소를 억눌렀다. 자신의 최고 구속보다 2km/h나 상승한 기록이다.
포수 박의현이 오른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션스의 만원 관중들이 외쳤다.
“민승기! 민승기! 민승기!”
닭살이 오소소 돋아난다. 이건 추워서가 아니다. 물론 춥지만, 절대 그것 때문은 아니다.
두 번째 공을 던졌다. 파울. 투심을 조훈기가 걷어냈다.
그리고 세 번째 공을 준비하면서.
송진 가루를 털어낸 후, 신발 끈과 양말, 안경, 모자챙을 차례로 만지고.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 내 외치며 공을 던졌다.
“폭포수…!”
공이 손을 떠났다. 높은 코스로 날아가는 듯한 공이, 어느 시점에서 훅 떨어져 들어왔다.
선더버즈의 새 리드오프 조훈기가 깜짝 놀라며 배트를 냈지만.
부웅-
타이밍이 늦었고, 스윙 자세도 무너졌으며, 배트는 공 끝에 스치지도 못했다.
“스트라이크-아웃!”
심판이 삼구삼진을 알렸다.
민승기는 억눌렀던 한 마디를 마저 내뱉었다.
“…커브!”
사직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민승기의 이름을 연호했다. 민승기는 울먹이며 관중석을 둘러본 후, 이번 경기를 최소 완봉승으로 끝낸 후에야 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로 결심하며 다시 로진백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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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 형은 1회 초를 삼진 두 개를 곁들인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그리고 선수들의 박수를 받으며 덕아웃으로 들어오면서, 뭔가 불만족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개막전에서 27탈삼진으로 역사를 쓰고 싶었는데…아직 부족하다.”
저게 무슨 개소리인가.
27삼진이면 9이닝 내내 삼진만 잡고 끝낸다는 뜻이다.
메이저리그 퍼펙트게임 최다 탈삼진 기록이 14개던가?
심지어 KBO 리그에서는 퍼펙트게임이 나온 적조차 없다.
주상욱이 내게 눈빛을 보냈다.
이건 부끄러움이 뭔지 아는 사람들만의 비밀 신호다.
어쨌거나.
우리 라인업은 서창열-배영한-나-양대근-이시욱-울프팩-황석규-박의현-노경우로 짜여져 있다.
타순대로 보자면 좌-좌-우-좌-우-우-우-우-좌.
휴 브레드먼 감독님은 좌우 놀이가 쓸모없다고 여기는 사람 중 하나다.
2m5cm의 좌완 요엘 크룰은 서창열과 배영한을 연속 탈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둘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벤치로 돌아왔는데, 둘 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존 판정 기계 고장 난 거 아니냐?”
워낙 타점이 높다 보니 위에서 내리꽂는데, 높게 들어와서 볼인 줄 알고 내버려 뒀더니 스트라이크가 선언됐다고 한다.
높은 코스로 150km/h 중 후반대의 포심이 쭉쭉 들어온다. 그리고 좌타자들의 헛스윙을 끌어내는 빠른 슬라이더까지.
유리는 자리를 옮겼다. 덕아웃에서 경기장이 보이는 분석실로.
가까이서 못 보는 것은 조금 아쉽긴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약간은 불편해할 수도 있고 덕아웃에 있으면 카메라에 지나치게 노출될 수도 있으니까.
“건우야아아아아아!”
“강건우우우우우우우!”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꽤 마음에 든다.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는 것도 조금 웃기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시설이나 수준 차이는 비교하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물론 MLB의 팬들도 열정적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뭔가 더 가깝게 느껴지고, 더 와닿는 부분이 있다.
국적 때문인지 아니면 유리 때문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 환호가 조금 더 정겹게 느껴지고, 친근한 점이 있어서 그런지.
선더버즈 포수 이수조가 헛기침을 했고, 나는 심판에게 살짝 머리 숙여 인사한 후 타석에 섰다.
안 그래도 높은 마운드에 저 큰 투수가 서 있으니 정말 커 보인다.
오른손 타자에게도 높은 패스트볼을 던지는지 보자.
우타자 상대로 던지는 체인지업은 그리 위력적이지 못한다는 것이 전력분석팀의 보고였다.
결정구가 취약하면 가장 자신 있는 무기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들어오려 할 것이다.
특히나, 메이저리그보다 레벨 낮은 곳으로 와서 첫 공식 등판에서 두 타자 연속으로 삼진을 따냈다면.
내가 이 리그의 MVP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쓸 거다.
내가 그랬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 일본 리그 MVP를 차지했던 타자를 상대한다고 해서 굳이 겁을 낼 필요가 없었으니까.
숨을 깊게 들이쉬고, 단번에 동작을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멈칫할 이유가 없다. 허리가 돌고, 배트를 쥔 양손이 강하게 뻗어져 나가면서 자연스레 들이마신 공기를 내뱉으며.
1, 2번 타자가 말했던, 그 코스를 향해서.
십수 개로 나눌 수 있는 여러 개의 동작은 마치 하나처럼 보일 것이다. 오직 한 곳을 노리고 나가는.
따아아아아아악-!
손맛이 썩 괜찮았다.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살짝 말려 들어오는 듯한 빠른 공을 잡아당기며 끌어 올렸다.
공이 아득하게 날아간다.
“강-건-우우우우! 강-건-우! 강건우! 오션스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투수의 얼굴이 시뻘게진다. 1루수 윤태호가 날 못 본 체했고, 나는 분석실을 향해 두 손으로 하트를 날린 후 미친 듯이 환호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뛰었다.
투수는 얼굴이 달아오른 채 껌을 좍좍 씹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있다.
그래 뭐.
한 방은 그럴 수도 있는 일이고, 두 방을 맞으면 조금 경계하게 될 거다.
그리고 세 방 네 방 차례가 되면 이제야 알게 되는 거다.
이곳이 어딘지.
“우와! 강건우! 일로 온나!”
“강건우 작년에도 초구 쳐서 홈런 때리지 않았나?”
베이스를 한 바퀴 돌아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선수들이 내 헬멧을 두들기며 기뻐했다.
그리고 한참이나 귀찮은 세레머니 이후 자리에 앉자, 승기 형이 이상하게 웃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큭큭큭…강건우. 점수는 이걸로 충분하다. ‘우리’가 승리를 거두기엔 말이지. 큭큭큭큭…”
“아, 예…”
“좋은 날이로군…좋은 공기야…승리의 냄새…”
미친 사람.
사직 덕아웃 냄새 좋다는 사람은 또 처음 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