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54)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56화(156/385)
역사상 처음으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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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 5개 구장.
불도저스 팬들은 다이아몬즈의 개막전 선발로 나온 서현우를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파이러츠는 홈에서 아이언스를 맞이했고, 서로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내세워 투수전이 펼쳐지는 중.
인천에서는 개막전부터 국가대표 에이스, 김권종과 박용재의 맞대결이 열리고 있었다.
대구에서는 불타올랐던 FA 시장에서 전력 유출도 보충도 없었던 엔진스와 엔젤스의 2연전.
그리고, 부산 사직야구장.
두 선수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아, 선더버즈 타자들! 민승기 선수의 신무기에 아주 속수무책입니다! 3이닝 동안 벌써 탈삼진 7개째!
-커브가 기가 막히게 떨어지는데요. 던지는 거 본 적도 없는데 저렇게 제구되는 변화구를 던지면 타자 입장에서는 아주 미칠 지경일 겁니다.
-그렇죠. 대비도 전혀 안 되어 있을 테니까요. 원래 새 구종을 저렇게 쉽게 장착하는 건가요?
-사실 투수들 대부분은 구종은 다 던질 줄은 압니다. 그게 실전에서 통하느냐 안 통하느냐가 문제고요.
-예. 그렇겠죠.
-민승기 선수가 대단한 점은, 저 공을 연습 경기와 시범 경기에서 한 번도 던지지 않고 꼭꼭 숨긴 자신감이죠. 저거 쉽지 않거든요. 얼마나 실전에 통할지 알아보고도 싶고, 자랑도 하고 싶고. 그런데 개막전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저걸 보여줬다? 자신 있었던 거죠. 이건 100% 통한다.
-아. 역시 대단한.
-경기 전에 만나봤는데, 강건우 선수와 정유리 코치가 저 커브 배우는 걸 많이 도와줬다고 합니다.
-아. 강건우 선수와 정유리 코치가요?
-예. 하하. 코치가 되기도 전부터 유명했죠.
-KBO 역사상 최초의 여성 코치이기도 하죠.
-그렇죠. 그런데 정유리 코치의 코칭 만족도가 정말 높다고 합니다. 특히 투수들이요.
-그 말은.
-능력이 있어서 코치로 채용된 거다. 이 말이죠. 뭐, 이래저래 말이 많았는데 이번 시즌 오션스 투수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보면 알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현재 스코어 1대 0! 오션스가 사직야구장에서 선더버즈를 상대로 앞서고 있습니다! 잠시 후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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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생명!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민승기처럼 인생의 새 전환점을 맞는 당신에게!
-대양생명!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강건우처럼 모든 걸 다 가지고 싶은 당신에게!
-대양생명!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다이렉트 원스톱 종합보험!
-대양생명!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대양생명보험이 함께합니다.
-대양생명!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시발 이 광고 제발 그만 좀 아 제발
└민승기 강건우 보기 좋은데 왜
└노래 듣자마자 감이 왔다 중독성 오진다
└2029 수능금지송 등극 쌉가능ㅋㅋㅋㅋㅋㅋ
└귀에 존나 쏙쏙 박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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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엘 크룰은 오션스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강건우에게 맞은 홈런을 제외하면 무실점.
박의현에게 볼넷 하나를 허용하긴 했지만 추가 타 불발로 점수를 내주지 않았고, 민승기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선더버즈 타자들의 타격이 터지지 않아 1대 0.
타순이 한 바퀴 돌았음에도 타자들은 민승기를 공략하지 못했다.
첫 3회 동안 커브에 호되게 당한 타자들이 커브를 노리고 들어갔는데 투심과 슬라이더가 날아왔다.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었다.
4회 말, 요엘 크룰이 마운드에 다시 올라가며 생각했다.
상대 팀의 유격수에게 맞은 홈런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꽤 힘있게 들어갔음에도 어마어마한 비거리가 나왔고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않은가.
‘저 유격수가 가장 인기 있는 선수인가 보군.’
아까 자신에게 홈런을 때려낸 타자다. 저 선수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관중들이 난리를 친다.
물론 알고 있었다.
올림픽에서 맹활약했고, 지난 시즌 이곳에서 거짓말 같은 성적을 냈던 선수.
투수로도 타자로도.
어쨌거나.
이닝이 바뀌면 초반은 조금 어수선하다. 요엘 크룰은 집중했다. 한 방 맞았다고 해서 겁낼 필요는 없다.
더 잘하고 싶고, 이 바닥에 충격을 주고 싶었다. 절대 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KBO MVP를 힘 대 힘으로 눌러 잡아내면 더 좋은 인상을 심어줄 것이다.
물론 첫 승부에서 한 방 맞았지만, 그건 야구를 하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힘을 증명할 생각이었다.
타자가 타석에서 준비를 마쳤고, 투수도 준비를 마쳤다.
오른발을 강하게 뻗었다. 단단하게 고정하고, 긴 왼팔을 휘둘러 아주 높은 곳에서 공을 놓았다.
굉장히 높은 지점에서 존 높은 곳으로 쏘아진 공.
그리고, 높은 곳으로 휘둘러져 나오는 배트.
따아아아아악-!
아찔하게 느껴지는 타격음.
“강-건-우우우우! 강! 건! 우! 강건우! 오션스 강건우!”
“건우야! 직이네!”
“강건우! 강건우!”
거기에 시끄러운 관중들의 외침.
날아가는 타구, 타자가 집어던진 배트,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드는 타자, 타구를 쫓아갈 생각도 하지 않는 외야수.
분명 아까보다 코스가 더 괜찮았던 것 같은데.
“Fuck.”
더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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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서울 선더버즈 0 : 2 부산 오션스.]-강건우, 시즌 2호 홈런.(비거리 117m)
-스코어 2대 0.
└스윙 두 번에 홈런 두 개 실화냐???
└강건우 2년차 징크스 드립 치던새끼들 다 아닥션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시즌 타출장홈런 1위 등극(축
└아 뭘 그런걸 세고 그럼 어차피 킹건우가 다 1위 할건데 ㅋㅋㅋㅋ
└나 선더버즈 팬인데 진지하게 묻자 저새끼 약빤거 아니냐???
└아님
└약빨았단 소리 하도 많이 들어서 별 감흥도 없네
└유리누나 버프 범위 안에 있어서 더 쎈듯
└강건우는 전설이다…
└시즌 433홈런 페이스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ㅋㅋㅋㅋㅋ
└인간적으로 저새끼 걍 메이저 보내면 안됨?
└가라고 해도 유리 누나 때문에 안 가는 앤데 뭔 소리임
└제발…
└제발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가라고 해도 안 간다고 ㅋㅋㅋㅋ 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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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박의현! 전설적인 투수 민승기 선배님의 공을 받고자 태어난 남자! 감개무량합니다! 감탄만 나오는 피칭이었습니다!”
“큭큭큭…”
5회가 끝나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다가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모르긴 몰라도, 메이저리그였다면 타자가 배트를 들어 공 대신 박의현의 뒤통수를 후려갈겼을지도 모른다. 경기 도중에도 빽빽 소리를 질러댔다.
분명 윤태호가 2루에 들어오면 뭐라고 한마디라도 했을 것 같은데, 오늘 선더버즈 타자들은 2루는커녕 1루도 못 밟아봤다.
나는 퍼펙트게임을 한 번 해본 적 있다.
퍼펙트게임에 거의 도달해놓고도 놓치기도 했었다.
사실, 이건 꽤 운이 따라야 하는 일이다.
그냥 잘 던진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투수 중에도 퍼펙트게임을 못 해본 투수가 수두룩하다.
몇십 년 만에 한 번 나오기도 하고 1년에 세 번 나오기도 하는데, 어떤 투수는 퍼펙트게임을 하고 난 뒤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 하고 은퇴하기도 했다.
그래도 대단한 기록인 것은 틀림없다. 아직 4이닝을 더 막아야 하기는 하지만.
그리고 퍼펙트게임이 진행 중일 때는 불문율 같은 것이 있다. 그 누구도 ‘퍼펙트게임’이라는 단어나 그것이 연상되는 말을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초반 몇 이닝 동안이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데…
“큭큭큭…퍼펙트게임…”
퍼펙트게임을 진행 중인 당사자가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은 어디서 듣도 보도 못했다.
야구 선수들은 어느 정도 미친 사람들이다.
별 것 아닌 징크스에도 예민하게 군다.
퍼펙트게임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는 것은, 그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 퍼펙트게임이 깨진다는 미신 때문이다. 해설자가 자기도 모르게 그 단어를 입 밖으로 뱉었다가 퍼펙트가 깨지기라도 하면 야구 팬들에게 몰매를 맞는다.
근데 본인이?
“내 꿈이었지.”
담담한 목소리다.
“사직에서 퍼펙트게임.”
그러다 다음 이닝에 안타라도 한 방 맞으면 어쩌려고.
“그런데 그게 개막전이라면?”
“…”
“나는…”
“…”
“전설이 되는 거다…”
아니 뭐 그건 맞는 말이긴 한데…
악질 꼴빠가 오션스에 입단해 개막전 선발 투수가 되어 새 구종으로 상대 타자들을 농락하며 퍼펙트게임을 성공시킨다?
리그 수준을 떠나서 전설적인 이야기가 될 거란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선더버즈가 타격이 그렇게 약한 팀도 아니다. 물론, 시즌 첫 경기라서 타격감이 안 올라왔을 수도 있고 내가 몇 번 호수비로 막아내 주기도 했지만.
“강건우.”
“…”
“강건우.”
“…”
“강건우.”
“예? 불렀어요?”
못 들은 척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어떤 투수들은 굉장히 비대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 뭐…나도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지만.
“네 도움이 필요하다.”
“도움이요?”
“그래.”
“무슨?”
“수비에 조금 더 집중했으면 한다.”
“수비요?”
“그래.”
“뭐, 제가 4홈런이라도 치면 묻힐까 봐 그래요?”
승기 형이 움찔했다.
아니 뭐 이런…
미친 사람이 다 있어?
“큭큭큭.”
그리고 갑자기 웃어?
“역시 너는.”
“예?”
“내 마음을 아주 잘 아는군.”
“뭐요?”
그리고는 어깨를 풀어야겠다며 가버렸다.
“오! 강건우! 오늘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 보인다! 그래! 비록 노경우는 아직 안타를 하나도 못 쳤지만! 사직 결의 삼인방 중 하나인 네가 홈런을 두 개 쳤으니 괜찮다고 본다! 안 그러냐, 노경우!”
“예?”
“예?”
지난밤에 돼지꿈을 꿨다며 힛 포 더 싸이클을 할 것 같다고 설레발을 치다가 무안타로 빌빌대고 있는 노경우는 안 괜찮은 것 같고, 나는 괜히 마음이 편해졌다.
승기 형이랑 대화하다 보니 박의현이 편하게 느껴지는 건 확실히 비정상이라고 본다.
이 사람도 진짜 제대로 맛탱이가 가버린…
“나는 황석규. 이 게임을 끝내러 온 남자…!”
뜬금없이 뒤에서 황석규가 박의현의 성대모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우리가 당황한 것은 그 성대모사가 꽤 그럴싸해서가 아니라, 내용 때문이었다.
“형, 잠깐만요. 그, 그, 말이 좀.”
퍼펙트게임을 끝내러 온 남자?
화려한 실책으로?
황석규는 그제야 자기가 무슨 말을 한 것인지 깨달았는지 눈알을 양옆으로 굴렸다가 말을 돌렸다.
“후. 역시 게임은 원딜 티모지.”
“예?”
“시합 끝나고 게임 한 판 조지러 갈까?”
“예?”
저 사람도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민승기나 박의현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그냥 정말 평범해 보일 뿐.
“음…”
대근이 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살짝 한숨을 쉬었다.
그래.
여기에도 정상인은 있다.
너무 좌절하지 말고 나라도 오션스의 중심을 지키자.
그리고 나는, 오션스의 중심을 잡기 위해 세 번째 타석에서도 홈런을 때렸다.
3타석 연속 홈런.
관중들은 이미 내가 나올 때부터 기대감이 폭발 직전이었고, 오늘 경기 세 번째 홈런을 때리고 돌아오자 덕아웃에서 다른 타자들이 내 눈치를 봤다.
“어. 건우. 직이네.”
“야. 뭐 혼자만 해 먹을 거냐?”
“오늘 같은 날은 경기 끝나면 조용히 집에 들어가야지…”
벌크업의 효과도 있긴 한데, 투수가 포기를 모르고 달려들어서 그렇기도 하다. 아니면 너무 강하게 던지려다가 그쪽으로밖에 제구가 안 되거나.
“아니 뭐, 홈런 세 방 가지고 무슨.”
“하…”
“제가 말했죠? 저 새끼 나쁜 새끼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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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수 수비를 할 때, 포수의 싸인을 읽는 것은 중요하다.
투수가 뭘 던질지 알면 미리 대비할 수 있다. 타자가 어떻게 칠지 예상까지 가능하다면 더 편해진다.
배터리는 커브를 선택했다.
타자는 국가대표 1루수 윤태호.
선구안은 KBO 평균에 비해 약간 좋고, 컨택 능력은 그보다 약간 더 좋다.
다만, 스윙 자체가 홈런만을 위한 스윙이다. 그저 홈런만 때리려는 타자다.
리그를 막론하고 40개가 넘는 홈런을 때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내 생각으로는 홈런을 포기하고 컨택에 집중하면 충분히 3할 이상의 타율에 홈런 30개 이상을 칠 수 있을 것 같지만, 0.270 정도의 타율에 40개 이상의 홈런이라면 컨택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이다.
아무튼, 극단적인 어퍼스윙이 된다는 뜻이다.
커브는 위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는 공이고 저런 스윙에 잘못 걸리면 그대로 넘어간다.
아마 내가 저런 스윙을 하는 타자를 퍼펙트게임이 진행 중인 도중에 만났더라면 바깥쪽 낮은 승부를 선택했을 테지만, 승기 형은 자기 커브가 맞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우타자의 극단적인 스윙에 뚝 떨어지는 공이 만난다면, 그리고 정타로 맞지 않는다면.
3유간으로 강하게 올 가능성이 크다. 뭐, 외야로 날아간다면 그건 유격수가 어찌 해볼 방법이 없다.
그나저나, 저 커브 꽤 쓸만하다.
특히 빠른 포심과 투심, 그리고 슬라이더로 윽박지르는 투구를 하던 승기 형에게는 더더욱.
체인지업이 있긴 했지만 그건 별로였으니, 커브가 오프 스피드 피치의 역할도 좀 해주는 듯하다.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났다. 높은 코스로 들어가다가 뚝 떨어진다.
타자의 강력한 스윙이 돌아 나온다. 그리고 공 아랫부분을 강하게 때렸다.
딱!
강한 타구를 날리는 파워 히터들이 빗맞은 타구를 날려도 안타가 되는 경우가 있다. 내야수들 사이로 빠르게 빠져나가는 타구.
이게 바로 그런 타구였다. 하지만 또, 투수를 해본 입장에서 이런 타구를 그냥 보내줄 수는 없다.
처음부터 이 방향으로 올 거라고 예측하고 있었기에 재빨리 움직였다. 타구가 빠르다. 두 발을 박차고 몸을 날렸고 글러브를 낀 왼손을 쭉 뻗었다.
탓!
글러브 거의 끄트머리에 걸렸다. 빠르게 처리하려다가 공을 흘리기 쉽다. 글러브를 땅을 향해 꺾어 누른 후 중심을 잡고 재빠르게 일어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타자 주자의 발이 빠른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긁어내듯 글러브를 들어 올려 오른손으로 공을 한 번에 꺼낸 후, 강하게.
파앗!
윤태호도 팀 간판타자로서 상대 투수의 퍼펙트는 어떻게든 저지하고 싶을 것이다. 전력 질주.
하지만 내 송구가 더 빨랐다.
“아웃!”
심판이 주먹을 내지르자 관중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다 함께 뛰어오르며 비명을 질러댔다.
“후…”
나로서도 쉽지 않은 수비였다. 약간 무너진 자세로 송구해 무릎을 꿇은 채 한숨을 내쉬었는데, 내 덕분에 퍼펙트를 지켜낸 승기 형이 날 보고는 얄밉게 웃으며 별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돌아서서 다시 마운드에 섰다.
하.
저 양반이.
나 말고 다른 유격수였으면 이거 분명 안타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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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타자들은 요엘 크룰이 내려간 후, 선더버즈 불펜을 상대로 2점을 뽑아냈다.
스코어 5대 0.
그리고 민승기의 투구 수 105개.
한계 투구 수에 가까워졌고 아직 시즌 초반이니 내릴 법도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투수를 내릴 수 있는 배짱을 가진 감독은 절대 없다.
휴 브레드먼은 자신의 새 에이스에게 ‘굿 럭’이라고 말하며 마운드로 올려보냈다. 연습 경기와 시범 경기에서 선발 투수들의 경쟁을 유도한 것이 좋은 효과를 냈다.
민승기는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민승기를 선택한 것이 옳은 결정이었다.
민승기가 대타로 올라온 좌타자에게 106번째 공을 던졌다.
딱!
-아! 2루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 민승기가 아웃 카운트를 단 세 개 남겨놓은 상황에서 공 하나로 아웃 카운트를 두 개로 줄입니다!
-정병헌 선수가 초구를 노렸는데요. 나쁘진 않았습니다. 힘이 좀 떨어졌을 거라 생각하고 쳤을 겁니다.
그리고 다음 타자에게는.
“스트라이크-아웃!”
경기 14번째 탈삼진.
커브만 연거푸 세 개를 던졌고, 타자는 현혹당했다.
-이제 한 타자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선더버즈, 마지막 대타를 내세웁니다.
-남은 타자가 없죠.
-대기록을 세우려는 자와 그걸 멈춰 세우려는 선더버즈! 민승기! 초구!
사직야구장의 만원 관중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아!”
“아아아아!”
“야!”
“마!”
내야를 벗어날 법한 타구였다.
110구를 넘긴 민승기가 살짝 힘 풀린 투심을 던졌고, 좌타자가 그걸 툭 밀어 때렸다.
그런데 항상 그렇듯, 어디선가 강건우가 튀어나왔다.
-아!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가! 자신의 키를 넘겨 떨어지는 타구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잡아냅니다!
공에서 시선을 떼고 몸을 날려 잡아낸 타구.
그리고 이건, KBO 최초의 퍼펙트게임을 완성하는 수비였다.
-아! 강건우! 오늘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 강건우가 민승기를 돕습니다! 사직야구장에 축제가 펼쳐집니다!
관중들은 지금까지 소리 지른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처럼 아우성을 쳤다.
휴 브레드먼 감독은 어퍼컷을 내지르며 기뻐했고, 강건우는 마지막 그 도전에서 자신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기에 공을 잡고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리고, 민승기는.
“크흐흑…크흑흑…크흡흡…”
9이닝 내내 던져온 긴장이 풀리기라도 했는지.
마운드에 털썩 주저앉아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평소처럼 뭐라고 떠들어대지 못하는 박의현이 민승기를 안아 일으켰다. 눈물을 줄줄 흘린 민승기는 오션스 홈 팬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것을 듣고는 눈물을 쏟아내며 미소지었다.
‘그래…’
퍼펙트 게임.
‘이거다…’
KBO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나는 이걸 위해…’
그리고, 그다지도 원했던.
‘오션스…’
한국 시리즈 7차전에서 퍼펙트게임을 하고자 하는 꿈도 있었지만.
‘나의…’
이적 후 첫 등판, 개막전에서 이런 기록이라면.
‘꿈.’
충분히 가치가 있다.
“민승기! 민승기! 민승기!”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오롯이 자신의 이름만 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정도는 양보해주기로 했다.
강건우는, 자신과 함께 투톱 주인공이니까.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아니. 그 이름 말고 내 이름을.’
“민승기! 민승기! 민승기!”
민승기는 헤벌레 웃으며 박의현에게 몸을 맡겼다. 옆에서 노경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승기 형 기절했어요?”
“…”
“다리에 힘 좀 줘봐요.”
“…”
“아 진짜 기절했나?”
“…”
“야.”
“…기절 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