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58)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60화(160/385)
독수리 오형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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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시즌 0.278의 타율에 25홈런으로 신인왕을 차지했던 홍석헌은, 2번째 시즌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타율 0.245, 15홈런)
팀이 최하위를 기록했고, 에이스가 떠났다. 다이아몬즈 팬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스프링 캠프에서도 그렇고 캠프가 열리기 전에도 훈련에 몰두했다.
이번 시즌에는 첫 시즌 플루크니 데뷔 시즌 원툴이니 하는 그런 비난을 잠재우고 싶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그런 것들은 부당했다. 다이아몬즈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지다 보니 투수들이 굳이 홍석헌에게 좋은 공을 주지 않으려 했고, 타격감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그런 분석에도 불구하고 다이아몬즈 팬들은 냉정했다. 강건우는 데뷔 시즌에 그런 견제를 당하고 있는데도 성적이 무너지기는커녕 출루율을 더 상승시켰기 때문이었다.
물론, 홍석헌에게는 자신을 이끌어줄 선배도, 메이저리그의 경험도, 뒤 타순에서 타점을 올려줄 양대근도 없었다.
어쨌거나.
절치부심해서 준비했고, 개막전 결승 홈런도 때려냈다.
그리고 오션스와의 첫 3연전 1차전에서도 팀이 패배하긴 했지만 홈런을 기록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5할 타율을 기록 중이었다. 3경기에 불과해 의미 있는 기록이라고 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만큼 타격감이 좋다는 증거였다.
오늘도 제일 일찍 나와서 타격 훈련을 시작했다. 수비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요구되는 것은 공격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국민성은 지난 시즌에도 꽤 경험했던 투수다. 공이 느려 허를 찌르기 위해 애쓰는 선수. 허를 찔리지만 않으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아무리 제구가 좋다 하더라도 바깥쪽 낮은 코스를 의식하고 있으면 이겨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투심의 무브먼트가 날카로웠다. 초구를 제대로 맞힐 거라 생각했는데 빗맞았고, 두 번째 공은 그 투심 무브먼트를 의식하다가 체인지업을 잘못 때렸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공 하나를 지켜보고자 했다. 바깥쪽 낮은 코스를 의식하고 그쪽으로 칠 만한 공이 오면 치려고.
그리고 중앙에서 약간 낮은 코스로 공이 들어왔을 때, 이걸 왜 배트도 내지 못 하고 루킹 삼진으로 끝냈는지 자신도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느린데 움직이지조차 못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코스이기는 했지만, 저 느린 공을.
전광판에 찍힌 131km/h라는 숫자가 거슬렸다.
“복수 한 번 해야죠.”
오늘 선발인 종속진이 말했다. 홍석헌은 무슨 말인가 싶어서 그쪽을 바라봤고, 185cm에 120kg대의 거구인 종속진이 인상을 쓰면서 투덜댔다.
“사람을 만만하게 보는 것도 아니고. 참교육 한 번 갑니다.”
참교육?
무슨 참교육?
되묻기도 전에 종속진이 목을 뚜둑 소리 나게 꺾으며 마운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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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싸움 잘 한다고 잘 하는 종목이 아니다. MLB에서는 뭐 사람 때리려고 야구하나 싶은 선수도 있긴 했지만, 그건 또 본말이 전도된 이야기니까.
KBO식 벤치클리어링은 비교적 얌전하다. 직접적인 주먹질이 오가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다. 작년 우리가 두 번 그런 사건에 휘말리긴 했는데, 그럴 때마다 크게 이슈가 됐었다.
물론 그런 싸움이 벌어지면 MLB에서도 큰 이슈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분명 다르다.
그리고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어쩌면 종속진은 대근이 형의 사람 좋은 모습만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다.
서창열이야 키 178cm로 체구가 엄청 큰 편은 아니고.
종속진은 초구를 오션스 1번 타자 서창열의 머리 근처로 던졌다.
오션스 선수들이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좌타자인 서창열의 입 모양은 사직 홈 덕아웃에서 보이지 않았지만, 평소 성격을 생각해보면 분명 식빵을 굽고 있었을 것이다.
우려했던 것만큼 깡패 같은 성격은 아니다. 가끔 눈빛이 좀 사람 말고 다른 것 같을 때는 있지만.
다이아몬즈 포수 박성주가 일어나서 서창열에게 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웃는 서창열의 입 모양에서 유추해 볼 때…음. 쌍욕이다. 분명 쌍욕이다.
“저거 일부러 저렇게 던진 거 아니냐?”
노경우는 뒷말을 아꼈다. 종속진과 노경우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다. 둘만 있을 때는 서창열 욕을 좀 하긴 해도 또 붙어 있으면 그럭저럭 잘 지내니까. 서창열이 나름 고등학교 후배라고 갈구는 듯하면서도 챙겨준다.
어쨌거나, 벤치클리어링까지는 가지 않았다.
서창열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다. 그런데 종속진은 다음 타자인 배영한에게 몸쪽 공을 던졌다가 살짝 스쳐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마!!!!!!”
“종속진이 너 이 새끼 돌았나!”
“야이 개자슥아!”
관중석에서 난리가 났다. 원래 이 팀의 성골 라인으로 꼽히며 꽤 팬층이 탄탄했던 투수였다.
그리고 아까 일어나지 않았던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했다. 서창열이 1루에서 마운드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배영한이 타석에서 마운드를 향해 걸어갔고, 다이아몬즈 포수가 배영한을 막아서려 했지만 배영한이 이렇게 말했다.
“이건 또 뭐 하는 새끼야?”
양 팀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주먹질이 오가는 상황까지 가진 않았다. 대근이 형이 달려 나오자 다이아몬즈 선수들이 움찔했고, 우리 주장이 빽 소리쳤다.
“야! 종속진!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손에서 빠진 건데 왜 이러는데요?”
“뭐?”
“아니, 손에서 빠졌다고요. 그쪽 팀 어제 선발도 어제 했잖아요. 왜요?”
그러니까 이게 어제 호세 킹의 힛 바이 피치드 볼 때문에 지금 복수하는 거라고?
야구를 하다 보면 여러 종류의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 몸에 맞는 볼이 나올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보복성을 띠는 순간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때부터는 완전히 감정싸움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아, 씨바. 놔봐요.”
대근이 형이 할 말을 잃은 사이 종속진이 흥분했고, 그때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나타났다.
“마! 종속진이 니 이 새끼 뭐라 했노! 일로 와바라!”
아.
노루 형이 아마 종속진 고등학교 선배였지?
“이 시발 놈이 대근이 햄이 니 입단할 때 글러브도 사주고 밥도 몇 번을 사주고 얼마나 잘해줬는데 뭐? 그쪽? 씨바? 니랑 내랑 오늘부터 야구 때리치우자 이 개새끼야! 다 비키라! 안 비키나! 대가리 다 터뜨리뿐다 비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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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시즌 첫 벤치클리어링. 오션스 내야수 이시욱 과도한 욕설로 퇴장.]└이시욱 저 새끼는 야구도 못 하면서 성질 보소
└노루 존나 착하다 근데 노루가 저렇게 빡칠 정도면 좆솢좆이 잘못한 거 백퍼임
└느그 투수가 빈볼 처 던지고 역으로 지랄했는데 왜 노루만 퇴장임?
└머리 안 맞으면 퇴장 아님
└그렇게 치면 어제 니네 용병도 맞췄잖음
└그건 손에서 빠진거고 ㅡㅡ
└종속진도 손에서 빠진건데?ㅎ
└존나 노리고 던졌는데 뭔 개소리임 씨발
└종속진 존나 실망이네 틀드로 나갈 때만 해도 잘되길 빌었는데 ㅆㅂ
└실망은 개뿔 ㅋㅋㅋㅋㅋㅋ종속진은 우리 팀 와서 행복해 꼴션스 꺼져~
└내로남불 개쩌네 시발롬들
└서창열한테 빈볼 처 던질라다가 쫄아서 배영한한테 던지고 ㅉㅉㅉ양대근한테 개기다가 노루한테 쌍욕 처먹고ㅉㅉㅉ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강건우 참교육 쓰리런
└십ㅋㅋㅋㅋㅋㅋㅋㅋ몸쪽 또 던지다가 그대로 처맞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갓건우 ㅅㅅㅅㅅㅅㅅㅅ
└아 감독 개갑갑하네;; 벤클났는데 투수 교체 안 해줘서 개털리네;;;
└공 여섯개 던졌는데 그럼 걍 교체하냐?
└시ㅏ팔 좆션스한테 사기당했네 종속진 제구 개쓰레기네
└응 반품안돼 족까고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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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사태까지 번지진 않았다. 노발대발하던 이시욱은 다른 선수들이 뜯어말렸고, 양대근이나 서창열도 마찬가지였다.
싸늘한 분위기.
오션스 감독은 강건우에게 말했다.
“놈을 용서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리고 다이아몬즈 감독은 종속진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남자가 그 정도 포부는 있어도 된다. 기죽지 말고 던져라.”
그 뒤는 그리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종속진은 또 몸쪽으로 패스트볼을 던졌고, 강건우는 짧지만 강렬한 스윙으로 담장을 넘겨 3점 리드를 가져왔다.
종속진은 속으로 엄청나게 욕설을 내뱉었다. 상황이 그렇게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양대근은 종속진에게 그냥 속 좋은 등신이었고, 이시욱은 덩치만 큰 바보였다. 서창열이나 배영한 처럼 비교적 체구 작은 선수들에게 겁낸 적은 없었다.
강건우?
그놈이 덤비면 야구판 선배가 누군지 보여줄 생각이었고.
순간 이시욱이 난리를 칠 때 살짝 겁먹은 것이 짜증 났다.
제대로 된 배짱도 없는 놈이 이러는 건 배짱이 아니라 오히려 겁쟁이라는 뜻이다. 괜히 입 밖으로 ‘씨발’이라는 단어를 꺼낸 후 공을 던졌다.
따아아아아아악-!
양대근이 작정하고 당겨 때렸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때린 그 자리에서 짝다리를 짚고 선 채 타구를 감상했다. 배트 끝을 어깨에 올린 채로.
“양대근! 양대근! 양대근!”
“오오-오션스 거인 양대근! 오오-오션스 거포 양대근!”
타구가 펜스를 넘어가 외야 관중석에 들어가고 나서야 양대근은 배트를 뒤로 휙 던지고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천천히.
“오오-오션스 거인 양대근!”
터벅터벅.
“오오-오션스 거포 양대근!”
종속진을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
“오오-오션스 홈런 양대근!”
종속진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그 시선을 피했다.
만만하게 봤던 놈이 사실은 만만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겁쟁이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시욱의 자리에 대신 들어온 정예성이 내야 안타로 출루하고, 다음 타자 울프팩이 투런 홈런을 때리는 동안 잡아낸 아웃 카운트는 0.
0이닝 4피안타(3홈런) 2사사구 6실점.
오늘 종속진의 최종 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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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다이아몬즈 단장 정해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공 빠르고, 체구 좋고, 승부욕도 있는 투수다. 스프링 캠프에서 체중도 120kg까지 감량했다. 나성림 감독 말로는 기대할 만하다고 했는데.
오션스 박준기 단장에게 사기라도 당한 기분이었다.
-아! 급하게 올라온 다이아몬즈 롱릴리프 최주엽이 박의현에게 볼넷, 그리고 노경우에게 2루타를 맞아 무사 2, 3루 위기에 다시 몰립니다! 아웃카운트 하나 없이 타자일순! 다시 타석에 나오는 1번 타자 서창열!
-서창열 선수 표정이, 어우. 누구 하나 잡아먹을 거 같은 표정인데요.
TV를 꺼버렸다. 아웃 하나 잡지 못 하고 6대 0이다. 게다가 무사 2, 3루. 야구장에서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겠지만, 이건 보는 것조차 괴로운 경기다.
스마트폰을 들어 박준기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하지만 차마 전화는 걸지 못하고 화풀이만 했다.
“이 사기꾼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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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다이아몬즈 1 : 20 부산 오션스.] [오션스, 20득점 올리며 다이아몬즈 대파!] [친정팀 상대로 최악 피칭 종속진, 트레이드 승자는 오션스?] [퇴장당한 오션스 내야수 이시욱, ‘프로답지 않은 모습 보여드려 팬 여러분께 죄송합니다.’]└오늘 결승포 노루 지분 반은 된다고 본다 ㅋㅋㅋ 난리 치고 난 뒤에 투수 개처맞음 ㅋㅋㅋ
└선후배 갑질문화 사라져야 한다 ㅆㅂ
└후배가 눈깔 뒤집고 선배한테 바락바락 대드는 건 괜찮고?
[트레이드로 유니폼 바꿔 입은 선수들 희비가 교차된 사직 야구장.]└0이닝 6실점 종속진+무안타 정귀현vs2출루 정예성+대타 2타점 적시타 주상욱
└꼴션스랑 트레이드 그런 거 안 하면 안 되냐 시발 진짜
[벤치클리어링 발생 후 양 팀의 다른 대처. 흔들린 투수와 집중력 발휘한 타자들.] [소포모어 징크스를 걷어차는 강건우. 개막 후 4경기 타율 0.615/출루율 0.705/5홈런/12타점.] [컨트롤 아티스트 국민성,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완벽투! 7이닝 무실점!]└기자님 제목에 오타있음 국민성 아니고 월드민성임ㅎ
└선발 4연승 ㅅㅅㅅㅅㅅㅅㅅ 내일 훈이도 승리 따서 선발 5연승 ㄱㄱㄱㄱㄱㄱㄱ
└훈이가? 풉ㅋ
└후니는 혁명가다. 후니까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고 팬심을 약탈할 것이다.
└후니단만 없었어도 이훈 욕먹는거 절반도 안 됐을듯
[4경기 40득점 오션스. 개점휴업 상태인 마무리 투수 강건우, ‘세이브 욕심은 없다. 우승 욕심만 있을 뿐.’] [경기 후 양 팀 감독의 설전. 나성림, ‘페어플레이를 원한다.’ 휴 브레드먼, ‘그 단어가 나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오션스 전 수석코치 배유홍, ‘오션스가 이상해지는 것이 안타깝다.’] [오션스 감독, 전 수석코치 저격? ‘아마추어가 자기 마음대로 떠드는 것을 신경쓰지 않는 것이 프로의 자세.’] [휴 브레드먼, ‘야구는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빵동님 개사이다 ㄷㄷㄷㄷㄷ
└존나 멕이네 ㅋㅋㅋㅋㅋㅋ
└솔직히 배유홍 하는 것도 없었음
└꼴무원 잘려서 존나 통쾌
[다이아몬즈 대 오션스, 5선발 맞대결의 향방은?]└ㅎㄴㅎㄴ
└ㅎㄴㅎㄴ
└ㅎㄴㅎㄴ
└ㅎㄴㅎ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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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 선수. 그냥 포심 던진다고 생각하고 투심 던지면 될 거에요.”
“포심처럼요…?”
“조금 신중하게 던지면 좋긴 한데, 뭐. 안 맞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맞혀서 잡는다고 생각하면 되죠. 공이 좋아요. 그리고 파울 유도해서 카운트 잡은 뒤에 포크볼로 마무리. 좋지 않아요?”
“네. 감사합니다.”
“아. 체인지업 비중 좀 늘려도 좋을 것 같다고 투수 코치님이 말씀하셨나요?”
“네 뭐…”
“상대 팀도 이훈 선수 포크볼 의식하고 있을 거거든요. 공이 워낙 좋으니까.”
“진짜 그럴까요?”
“무조건이죠. 그러니까 경기 초반에 포크볼 말고 결정구로 체인지업 쓰면 허를 좀 찌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이건 박의현 선수랑 좀 더 상의해보시고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이훈은 정유리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
투심이 좋다. 맞혀서 잡으면 된다.
파울을 유도해서 카운트를 잡는다.
포크볼을 상대 타자들이 의식하고 있을 거다.
역으로 체인지업을 던져 허를 찌르자.
분석실에서 나온 이훈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전 투수 코치는 그랬다.
공 빠르니까 그냥 던져라.
무조건 포크볼이다.
체인지업으로 손장난하지 마라.
론버거 킨이 시즌 중간에 부임한 후 약간 패턴의 변화를 주긴 했지만,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피칭 디자인을 새로 했다. 투심도 배웠고, 박의현이 든든하게 받쳐줄 것이다.
어제 사건은 이훈에게도 꽤 화나는 일이었다. 비록 이훈은 엔젤스 팬이지만 오션스 선수들은 좋은 사람들이 많다. 후배라고 챙겨주던 선배들한테 그렇게 버릇없이 굴다니.
“오! 후니후니! 나 박의현, 오늘 너와의 호흡이 기대된다! 전광석화 같은 포심! 무적의 투심! 최강의 포크볼! 그리고 마구 체인지업!”
처음에는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저 포수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을 정도다. 온갖 잡념을 떨치게 해준다. 이훈은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 이훈! 오늘 다이아몬즈를 짓밟을 준비가 된 남자! 예! 제 투심은 무적이고 체인지업은 마구입니다!”
박의현이 눈을 무서울 정도로 크게 뜨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오오오오오! 그거다! 이훈! 바로 그거다! 그래! 드디어 준비됐구나! 가자! 2020년대의 마지막 해를 우리의 것으로 장식하러! 자! 오늘 퍼펙트게임을 한다면! 나는 이미 롤렉스 하나를 선물 받았으니 한 번 정도는 면제해주마!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어림없다!”
“좋습니다! 오늘 목표는 퍼펙…트…민…승기 선배님처럼…예…퍼펙트…예…”
“안된다! 기죽지 말고 따라 해라! 작년에 왔던!”
“각설이이이이이잇!”
“죽지도 않고!”
“또 왔네으어으으어어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