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6)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7화(17/385)
마법의 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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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팬들은 보통, 응원팀의 수비하는 시간을 닭 다리 뜯기나 화장실 가는 데 쓰곤 한다.
물론 투수가 상대 타자를 얼마나 잘 요리하는지 보는걸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누구도 우리 투수가 상대 타자에게 안타 맞고 홈런 맞고 볼넷 내주는 걸 즐기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오션스 팬들은 수비 이닝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보통 오션스 투수들은 상대를 요리하기보다는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았으니까.
“철! 벽! 수! 비! 강! 건! 우!”
“이게 바로 내야 수비다! 알겠나!”
“건우야! 수비 죽이네!”
대구까지 시범경기를 보러 온 오션스 팬들은 강건우의 수비력을 보고 환호하고 있었다.
기뻐하는 오션스 팬들의 외침을 들은 엔진스 팬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저쪽 신인 잘 하긴 하는데…”
“다른 놈들은 다 엉망 아냐?”
“내버려 둬. 날씨 풀리니까 또 병 도졌나 보지.”
사실, 강건우를 제외한 오션스의 수비력은 농담으로라도 좋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2루에 노경우가 서 있는 것은, 휴 브레드먼 감독이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한 고민의 결과였다. 2루 수비에서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그간 지켜본 결과 김세완이 타격에서 말아먹는 것보다는 노경우가 수비에서 말아먹는 것이 그나마 나을 거라는 결론이었다.
3루의 황석규는 그냥 평균 수준. 하지만 어떻게 팀을 구성한 것인지, 빼기 힘든 타자 중 1루수가 셋이나 됐다.
어쩔 수 없이 용병 타자인 울프팩이 좌익수로 빠졌다. 좌익수 수비가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다른 1루수들은 외야 수비조차도 불가능했다.
양대근과 이시욱이 1루수와 지명 타자를 번갈아 가며 출전할 계획이었다.
그나마 FA로 영입된 배영한은 평균 정도는 해주는 수비력을 가진 우익수.
중견수들은 다 고만고만했다. 타격은 기대하기 힘들고, 수비는 그럭저럭인데 발 빠른 선수가 몇 있으니.
포수는 입에 담기도 싫은 수준이었다.
강건우는 수비적으로도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
수비 범위가 비교적 좁다는 것을 제외하면 썩 괜찮은 수준의 수비력을 보여줬던 정귀현이라는 이름을 오션스 팬들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릴 정도로.
정귀현은 2할 중반 정도를 칠 수 있는 유격수로, 잘 할 땐 정귀족이고 못 할 땐 정천민이나 정불가촉천민으로 불리는 선수였다.
꽤 잘생긴 외모로 인기를 끌었고, 음주 운전에 적발됐을 때는 오션스 내야가 망했다며 통곡하는 팬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었다.
어쨌거나, 강건우가 보여주는 훌륭하고 안정감 있는 수비력 때문에 오션스 팬들은 수비 이닝 때도 경기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오션스 팬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은 공수 교대하는 짧은 시간뿐.
오소희와 정유리 모녀도 그때만큼은 깃발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엄마. 건우가 한국시리즈 우승하면 우승 반지로 프로포즈 하겠대.”
정유리는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사실, 정말 이걸 진지하게 결혼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귀여운 연하 남자친구의 애정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몇 개월 새 건방지고 무뚝뚝했던 남자친구가 이상하게 다정해지긴 했지만, 정유리는 이제 22살이고 강건우는 겨우 20살이다.
하지만 진한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눈이 보이지 않는 엄마는 꽤 진지하게 대답했다.
“건우가 올가을에 프로포즈 한다고?”
“응? 가을?”
정유리는 잠시 후 엄마의 말뜻을 이해하고 마구 웃었다.
올 시즌 우승팀이 오션스가 될 거라는 뜻이구나 하고.
“왜 웃어, 이 지지배야.”
“아니 그냥, 웃기잖아. 내 나이가 몇인데 벌써 결혼이야?”
오소희는 씩 웃으며 팔꿈치로 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자지러지는 유리를 보며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함께 웃었다.
잠시 후, 오션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건우다! 엄마! 건우 나왔어!”
선두타자 강건우의 등장에 유리가 신나서 방방 뛰었다.
현재 상황은 6회 초 4대 3. 오션스가 1점 차로 앞서고 있었다.
엔진스의 제임스 베리는 5이닝 4실점(3자책점)으로,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루키 둘에게 얻어맞은 뒤로는 꽤 안정적인 피칭을 했으나 6회에 올라온 투수는 엔진스 불펜 투수 백준호였다.
“건우야! 홈런 한 방 더 때리면 결혼해줄게!”
모녀는 그 농담이 재밌었는지 신나게 웃었다.
그런데 그 웃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따아아악-!
강건우가 오늘 경기 두 번째 홈런을 때려내 버렸다.
“우와아아아아!”
“강건우! 강건우!”
“머꼬! 직이네!”
원정 응원을 온 오션스 팬들이 강건우의 이름을 외치며 기뻐했고, 모녀도 얼싸안고 즐거워했다.
“야! 강건우! 누나 여깄다!”
일어서서 주먹을 휘두르며 건우를 찾는 유리를 보고 엄마가 말했다.
“아휴, 우리 강서방 홈런 잘 치네.”
“응? 뭐라고?”
“한 놈은 프로포즈 한다고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결혼 해주겠다고 하는데. 그럼 강서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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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누나 : (사진)
-유리누나 : 오늘 좀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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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엔진스에게도 연승을 거두었고, 서울로 떠나 선더버즈와의 경기에서 1승 1패를 기록하며 시범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2028 KBO 시범경기 순위.]1. 대전 메테오스
1. 부산 오션스
3. 광주 아이언스
4. 서울 엔젤스
5. 서울 선더버즈
6. 수원 다이아몬즈
7. 서울 불도저스
8. 인천 바이킹스
9. 대구 엔진스
10. 창원 파이러츠
어차피 시범경기는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팬들이 느끼기는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오션스의 자랑 강건우!
-깃발 누님 킹건우 잘 부탁합니다
-킹건우 갓건우 킹갓건우
사직 구장 근처에 저런 현수막이 걸려있었다고 한다. 그리 오래 걸려있지 않고 철거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인터넷에서는 야구 팬들끼리 치고받고 난리가 난 듯했다.
“조심해라, 건우야. 넌 잘할 거라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우리 팬들이 좀…가끔 과격하거든.”
나는 당연히 개막 로스터에 들었다. 개막전 선발 멤버로도 나갈 거다.
양대근 선배는 내게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아직도 가끔 어깨가 쑤신다…”
“부상 입으셨어요?”
“아니. 병살 두 개 치고 다음 날 출근하다가 닭 다리로 맞았거든…”
겉보기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이 형은 누가 때리면 맨손으로 사람을 반으로 갈라버릴 것처럼 생겨놓고, 아니, 그보다 아무도 시비 안 걸 것처럼 생겼는데.
“양념치킨으로 때려서 피 묻은 것처럼 막…”
진심으로 우울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나보다.
“행님! 또 막내 귀찮게 하고 있습니까!”
지금 활달하게 소리치며 달려오는 사람은 이시욱.
팬들 사이에서는 노룩스윙이라 불린다. 뭐가 들어오든 보지도 않고 무조건 풀스윙한다고. 현수가 말해주기를 보통 노루새끼라 부른다고 하는데 본인이 아는지는 모르겠다.
“귀찮게 하기는. 야. 어드바이스 중이다.”
“건우가 행님보다 야구 잘 하는데 뭔 어드바이습니까?”
“야. 넌 부동지교라는 말도 모르냐?”
“부동액이 뭐 어쨌다고요? 차 점검받을 때 됐습니까?”
“됐다. 무식한 놈아. 말을 말자.”
“아 이 형님 사이버대학 졸업했다고 고졸 무시하시네.”
약간 만담 콤비 같은 면이 있다. 듣고 있으면 꽤 재밌는데, 양대근 선배는 편하게 느끼는 사람 옆에서가 아니면 말을 길게 안 해서 이 사람이 재밌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개인적으로는 양대근 선배가 조금 더 활달해지고 이시욱 선배가 조금 인내심을 기르면 훨씬 좋을 것 같은데.
내가 뭘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
“건우야, 아무튼. 너무 긴장하지 말고 준비 잘 해서 대박 치자. 알겠지?”
“강건우는 잘 할 거라니까요! 행님만 잘 하면 됩니다!”
“너 같은 놈들보고 뭐라고 하는지 아냐?”
“꽃미남 홈런타자?”
“네가 꽃미남이면 난 뭐냐? 객관적으로 내가 훨씬 잘생겼잖아.”
“그건 아니지. 행님보단 내가 훨씬 낫지.”
“말을 말자, 말을 말아.”
뭐, 선후배 위계를 따지자면 메이저리그에도 그런 건 있다.
어쨌든 막내니까 선배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주거나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개막전 경기 전에 제일 만만한 놈을 찾았다.
“다리 좀 더 벌리고, 무릎 굽히고. 공보고 움직여. 너한텐 좀 힘든 일이긴 하겠지만 가능하면 생각이란 것도 좀 하고.”
“…뭐라고?”
노경우가 황당하다는 듯 날 바라본다.
뭐, 그래도 장래에 국가대표팀 선수가 될 놈이긴 하니까.
재능이 절대 없지는 않다는 이야기겠지.
그 재능이 내야 수비에는 별로 없는 것 같기는 해도, 우리 외국인 감독은 개막전 키스톤 콤비로 이 녀석과 나를 점찍었다.
“공 온다고 무조건 다이빙할 생각만 하니까 바운드 되기도 전에 몸 날려서 못 잡잖아.”
“아니, 코치님이세요?”
나는 노경우가 투덜대건 말건 계속 잔소리를 해댔다. 그간 지켜본 결과, 노경우는 단기 기억상실증이 의심될 정도로 빨리 잊어버리기에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줘야 한다.
내가 옆에 들러붙어서 계속 잔소리하는 걸 본 3루수 황석규 선배가 우리를 보며 피식 웃었다.
“경우야.”
“예! 선배님!”
“쟤 말 잘 들어라.”
“예?”
“그래야 실수해도 강건우 때문에 그랬다고 변명이라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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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으로 맞는 두 번째 개막전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개막전 때는 우익수로 출장했었는데.
나는 메이저리그 첫 시즌에 10승에 15홈런, 21도루를 기록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나는 더 좋은 선수일까.
뭐, 옛날이야기 해봤자 얻을 건 없다. 그나마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건, 그때보다 지금이 더 좋은 남자친구일 거라는 거다. 아마 그럴 거다. 아마도.
“최강 오션스-승리하라-!”
“오오오션! 스! 오오오션! 스!”
개막전 경기를 앞두고 마무리 훈련 중인데, 벌써 팬들의 노래가 들려온다.
나는 오늘 6번 유격수로 출장한다. 수석 코치님의 말에 따르면 정식 데뷔전이니 살짝 뒤쪽 타순에서 출전할 수 있게 배려했다고 한다.
굳이 그런 배려는 필요 없지만, 타순은 크게 상관없으니까.
“후, 건우야, 후, 건우야, 후, 후욱, 건우야.”
노경우는 꽤 긴장한 것 같았다. 내가 감독님에게 교체시켜달라고 부탁해주겠다고 하자, 날 죽이려고 했다.
“아빠랑 엄마 와 있다고! 개막전 보러!”
“나도.”
“할머니도!”
“난 여자친구.”
“개열받게 하네 진짜.”
“여친 없냐?”
“없다고 몇 번 말하냐!”
“없을 것처럼 생기긴 했어.”
“와…없는게 아니라 안 만든 거거든?”
“왜?”
“운동에 집중하려고.”
내가 이상한 표정을 짓자, 자기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자랑하기 시작했다.
뭐, 긴장은 아까보다 풀린 것 같다.
오늘 선발 투수인 앤디 가필드는 등판 당일에 굉장히 예민해지는 타입이다. 아까는 벗어둔 모자챙의 각도가 어긋났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Fuck! Fuck! Fuck!”
그렇게 화를 내면서 미세하게 모자챙 각도를 맞추는 걸 보니 조금 웃기기도 하면서, 회귀 전의 내가 떠올랐다.
나도 상당히 예민한 타입이었었지.
유리 누나 미안해.
음.
두 번째 데뷔전의 준비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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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야구 팬 여러분! 기다리고 기다리던 KBO 리그의 개막일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캐스터 정명인, 제 옆에는 김재의 해설위원이 나와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여기는 사직 야구장입니다. 인천 바이킹스와 부산 오션스의 경기를 중계해드릴 김재의 해설위원입니다.
오션스 팬들이 시범경기 공동 1위의 단꿈에서 깨어나 지독한 현실을 맞이하게 될지, 아니면 그 기세를 이어나가는 팀에게 환호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개막전이 준비되었다.
상대는 인천 바이킹스. 재작년 우승팀이자 지난 시즌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강팀.
-홈팀 부산 오션스의 라인업은 좀 특별한 부분이 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임의탈퇴 처리된 정귀현 선수와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했지만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고은태 선수를 대신해, 지난 드래프트에서 뽑은 신인들이 키스톤 콤비를 이루고 있죠.
-맞습니다. 강건우, 노경우 선수가 그 주인공인데요.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좋은 모습을 이어나갈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오션스 선발은 앤디 가필드, 바이킹스의 선발은 김권종 선수입니다! 김재의 해설위원님, 두 선수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예, 앤디 가필드는 지난 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했습니다. 통산 메이저리그 기록은 10경기 1승 4패 평균자책점 7.21이고요. 빠른 공이 위력적이고 여러 변화구를 잘 던지는 투수입니다.
-하하. 김권종 선수에 대해서는 팬 분들이 잘 알겠지만,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국 최고의 투수 중 하나라고 봐야겠죠. 사이드암에 가까운 좌완 쓰리쿼터 폼에서 나오는 최고 151km/h 포심에, 구속을 달리해서 던지는 두 가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작년 평균자책점 2.78에 17승 3패를 거뒀습니다. 굳이 말이 필요 없는 선수 아니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이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사직 구장을 3루까지 가득 메운 오션스 팬들이 선수들에게 환호하며 박수를 쏟아내고 있었다.
기대감으로 가득한 저 팬들이, 개막전에서 패배하면 악마로 바뀔 거라는 걸 아는 양대근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상대가 김권종.
김권종은 지난 시즌 오션스를 상대로 5경기에 등판해 38이닝을 던졌고, 5승 무패에 탈삼진 41개를 기록한 천적이었다.
“얘들아.”
양대근은 주장으로서 팀을 북돋아야 한다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서 찢어버리자! 복수한다! 타도 바이킹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하나 둘 셋 하면 오션스하면 다 같이 화이팅.”
이렇게밖에 할 말이 없었다.
“하나, 둘, 셋. 오션스!”
“화이팅!”
오션스 팬들이 기다리던 개막전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