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60)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62화(162/385)
떡상입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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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빠TV- 크보 주간 분석! 특별 게스트 ‘이용길 기자’ 초빙!]-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이용길 기자님.
-아이쿠. 반갑습니다. 그 유명한…분을 이렇게 뵙게 되네요.
└좀 유명해지긴 했지!
└존나 안 좋은 의미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암튼 유명해진게 중요한게 아닐까?
└이분 그사람 맞음?? 이용길의 꼴빠회로 쓰는 사람
└꼴빠회로 아니고 야구회로임
└그거나 그거나
-잊어주십쇼. 제발.
-잊기에는 너무…
-예! 이용길 기자님! 벌써 KBO가 다섯 경기를 치렀는데요!
-예, 그렇죠. 오션스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개막 직후 5연승을 거뒀습니다. 게다가 선발 로테이션의 다섯 투수가 모두 승리 투수가 됐고요.
└아니 크보 다섯 경기 치렀다고 했는데 자연스럽게 오션스 이야기만 하는 거 실화임?
└선발 투수 5연승은 개지리긴 했음
└허세킹은 중도 퇴출당할 거 같지 않냐? 제구 진짜 구데기던데
-호세 킹 선수 같은 경우는, 예. 다들 아시죠? 정유리…누나, 예.
└기자님 말실수할뻔
└누나 빼먹지마셈
└근데 솔직히 딸뻘인데 누나라고 부르는 건 개에바아님?
└이용길 기자 아직 40도 안됐는데 무슨 딸뻘임;
└ㄹㅇ???
└저얼굴에???
-예, 다들 아시는 그분과 함께 투구 메커니즘 교정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더 지켜봐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자님 지금 채팅창에서 이 악물고 고개 돌리시는데…
-예? 제가요?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올해 37살입니다.
-아.
-표정이 좀 이상하신 것 같은데요.
-제가요? 언제요?
└야빠아재 동공지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보)야빠아재가 꼴용길보다 나이 많음
└????
-예, 아무튼, 예. 정유리 코치님이 정말 그렇게 능력이 좋은 분인가요?
└어허 ‘누나’
└야 ㅅㅂ 비쥬얼 보면 삼촌 혹은 아빠뻘인데 누나 붙이긴 좀 그렇지
-이게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인데요. 현장 경험도 없는 신임 코치가 투수들한테 정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강건우 선수가 그랬죠? 투타 전부 여자친구분이 만들어줬다고.
-예. 그랬죠. 근데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없었죠.
-그런데 그게 사실이었던 모양입니다. 말 그대로 야구 천재인 강건우 선수를 코치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그것도 그건데 최신 야구 장비를 활용하는 능력이나 데이터 해석 능력에서 오션스 기존 코치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하더라고요.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예?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뭐가요?
-아니, 다 가졌잖아요. 강건우 선수요.
└야빠아재 열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가지긴 했지 ㅋㅋㅋㅋㅋㅋㅋ
└어리지 잘생겼지 키크고 몸좋고 야구개천재에 천재여친까지 ㄷㄷㄷㄷㄷㄷㄷㄷ
-기자님은 안 억울하세요?
-저요? 아닌데요?
-여친도 없으시잖아요.
-없는 게 아니라 바빠서…
-우리 솔직하게 이야기합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극딜ㅋㅋㅋㅋㅋㅋ
└크보 주간 분석이래매 시발 ㅋㅋㅋㅋㅋㅋ
-daeyang9959님이 100만원 후원하셨습니다!
-대양구구오구님! 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후원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절 한번 받아주십쇼! 존경합니다!
└그랜절 무쳣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랜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나 연습한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꼴용길 당황한 표정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새끼가 대체 왜 이러나 싶을거임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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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직후 5연승을 기록한 후, 우리는 파이러츠 원정 경기를 준비했다.
파이러츠 원정은 원정 경기라기보다는 또 다른 홈 경기 느낌도 있다.
물론, 오션스 팬들로 가득 차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지만, 거리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우리 집에서 따지고 보면 오히려 파이러츠 홈구장이 더 가깝다.
아무튼, 가까워서 좋다는 뜻이다. 우리는 종합적으로 가장 긴 이동 거리를 소화하는 팀이다.
-조용한 : 아 오션스 진짜 이럴거야?
-조용한 : 살살 좀 하자 살살 초장부터 왜이렇게 빡세?
-정조준 : 첫끗발이 개끗발인거 제가 보여드립니다
-윤태호 : 조준아 입털때가 아니다 지금
-윤태호 : 오션스 장난아니야
-정조준 : 입턴거 아니고 자신감 표출입니다만
-민승기 : 자신감 좋지
-민승기 : 하지만
-민승기 : 날 상대로는 백년은 멀었다.
-정조준 : ㅎㅎ승기형
-민승기 : 그것도 오션스 유니폼을 입은 나한테는.
-정조준 : 딱 보세요
-손용기 : 제발
-정조준 : ?형 왜요?
-손용기 : 넌 욕먹는게 취미냐???
-정조준 : 아뇨 MVP먹는게 취민데요
-백준섭 : 한 번 가지고 취미라고 하긴 좀 그렇지 않냐?
-정조준 : 올시즌 먹으면 취미 가능?
-백준섭 : 요새 말이 자꾸 짧다?
-정조준 : 합니까?
-정조준 : 아 강건우 말투 옮았나;
-강건우 : 안녕하십니까 선배님들 좋은 아침입니다
-강건우 : 오늘도 무탈하고 건강하게 하루 보내시라고 인사 올립니다
-강건우님이 조용한님 외 22명에게 기프티콘 선물을 보내셨습니다!
-서우주 : 오 이거 뭐냐 비타민이네?
-조용한 : 조준이 너 뭐랬냐 우리 건우 말투가 뭐 어땠다고?
-백준섭 : 크 건우야 고맙다 잘 먹을게
-정조준 : ;;;아니
-정조준 : 강건우 이 미친새끼야
-정조준 : 니가 이럼 내가 뭐가되냐;;;;
-정조준 : 와 저 가식보소;;;;
-박정신 : 건우는 사람이 됐어 건우야 고맙다
-정조준 : 아니 형들
-정조준 : 저거 잘못 먹었다가 도핑테스트 걸릴수도 있으니 조심들 하시라고요
-이대훈 : 니가 주면 걱정 좀 하겠는데 건우가 준거라 그냥 먹을거임
-정조준 : 날 몰로보고;;;
-채지성 : 널 뭘로보긴 정조준으로 보지 잘먹을게 건우야
인생의 소소한 재미라고 해야 할까.
조준이 형 괴롭히기.
뭐, 예전에 어지간히 입을 털었어야 누가 편을 들어주지.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입을 많이 털었다고 들었다.
바이킹스나 불도저스와 많이 만났는데, 그래서 조용한과 서우주가 특히 많이 갈구는 편이기도 하다.
뭐라고 했다더라. 바이킹스 만났을 땐 바이킹 배 침몰시키고 다 털어버리겠다고 하고, 불도저스 타자들한테 똑딱이라고 놀렸다고 했던가.
그렇게 입 털 때마다 포스트시즌에서 털렸다고 한다. 2026년에는 바이킹스에게, 2025년에는 불도저스에게.
2027년에 파이러츠가 불도저스를 한국 시리즈에서 꺾고 우승했을 때 불도저스 팬들이 저 형한테 한 말이 이거였다.
└좆준이 아가리 털었으면 전투력 상승해서 우리가 우승했을건데 ㅅㅂ
아무튼, 모든 것이 업보다. 오션스한테도 입을 엄청 털어대서 우리 팬들이 싫어한다.
그냥 좀 자제가 안 되는 성격이다. 사람은 착한데. 흥분해서 나오는 대로 말한다. 천성은 바뀌지 않을 거다.
한때 파이러츠 팬으로 넘어가셨었던 아버지는 그렇게까지 싫어하진 않는다. 사실, 예비 장인어른이랑 조준이 형 때문에 술 먹고 싸운 적도 있었다.
저 어린놈 말뽄새 보소. 조준이가 뭐 틀린 말 했냐.
뭐, 그냥 그렇다는 뜻이다. 아무튼, 유리네 가족들은 조준이 형을 엄청 싫어한다.
어쨌거나 꽤 괜찮은 매치업이 될 것 같다.
민승기-앤디-호세가 파이러츠 3연전에서 출격하게 된다. 승기 형과 앤디는 별로 걱정할 것 없는 투수고, 호세는 아직 완벽하게 교정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나름 매력적인 구위를 가졌다.
2029시즌 6번째 경기가 열리는 날.
파이러츠 홈구장에 경기 전부터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경기하는 데 지장이 있을 만큼 많이 오지는 않는다. 비가 좀 오더라도 그냥 경기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좋은 흐름이 끊기지 않게.
그리고 승기 형은, 내리는 비를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다가 혼자 웃으며 말했다.
“뜨거운 내 열정은 이런 비 따위로 식힐 수 없지…”
이적 후 처음으로 선발로 출장하게 된 주상욱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승기 형 옆에 서 있었다.
“보여주마. 오션스 유니폼을 입은 나의 두 번째 등판.”
“…”
“나는 그 어디에서도 강하다는 것을…!”
“…”
“주상욱.”
“예.”
“네게 줄 롤렉스 시계도 준비되어 있다.”
“형 롤렉스 몇 개 있어요?”
“30개 정도.”
“그거 사재기에요.”
“아니다.”
“갖고 싶은 사람들이 형 때문에 못 사는 거잖아요.”
“다 쓰려고 산 거니까. 주상욱.”
“예.”
“날 못 믿는 거냐?”
“아뇨.”
“색깔이나 골라놔라. 오늘 나는 세계야구 역사상 최초로 2경기 연속 퍼펙트게임을 달성할 예정이니까.”
“제일 비싼 거로 하겠습니다.”
“제보다 젯밥에 관심이 있어서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마음가짐, 절대 잊지 않도록…!”
“예.”
잘들 논다.
난 여기서 조용히 빠져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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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도 주목하는 KBO 볼 판정 시스템. 현재까지 정확도 100%! MLB 커미셔너, MLB 도입 긍정적 검토중.]└존트론 떡상ㄷㄷㄷㄷ
└얼마까지 가려고 ㄷㄷㄷㄷㄷ
└3천원짜리 잡주가 14만 원 찍을 때만 해도 정수리인줄 알았는데 더 가네 미쳤냐;;;
└테슬라 애플 인수설 돌아서 미쳐 날뛰더니 여력이 더 남았음?
└아니 저거 존나 웃기더라 자율주행 핵심부품 단가를 혁신적으로 낮출 기술력인데 볼판정하는데 쓰고 있었다고 ㅋㅋㅋㅋ
└과거로 돌아가면 존트론 풀매수 간다 진심
└껄무새 ㅎ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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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이 진행되다 보면 로테이션이 꼬여 1선발과 5선발이 만나기도 하지만, 시즌 초반에는 그렇지 않다.
초반에도 꼬일 수도 있긴 한데 이번엔 아니다.
지난 경기 퍼펙트게임을 완성했던 승기 형과 파이러츠의 새 1선발인 멕시코 출신 에드손 타바레즈의 맞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에드손 타바레즈의 지난 경기 성적은 7.1이닝 무실점에 10탈삼진.
포심 패스트볼, 컷패스트볼, 싱킹 패스트볼을 모두 수준급으로 구사하는 좌투수라고 한다. 구속은 140km/h 중후반. 커브도 던지는데 세 종류의 패스트볼보다는 못하다고. 구속은 메이저리그 시절보다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한다.
지난 시즌을 부상으로 날려 먹었고, 그 전 시즌에 메이저리그에서 주로 불펜에서 등판해 2승 4패 6홀드 평균자책점 4.65.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다면 하위 리그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먹힌다.
“야! 강건우!”
“캐치볼?”
“하. 내가 물로 보이냐?”
조준이 형이 경기 전 나를 찾아왔다. 정말 특이한 사람이긴 하다. 저렇게 말해놓고도 히죽히죽 웃으며 캐치볼을 시작했다. 근데 진짜 자기 팀에선 아무도 안 해주나?
캐치볼 하면서 계속 떠들긴 하는데, 그냥 떠들 뿐이지 승기 형이나 박의현에 비하면 그냥 말만 하는 수준이라서.
“올해 MVP는 내 거다.”
“뺏어봐.”
“우승도 우리 거다.”
“그건 안 될 거 같은데.”
“타바레즈 존나 잘 던진다. 잘 봐라. 오늘 너네 개발릴거다.”
“아무리 잘 던져봤자 초구 홈런.”
“타바레즈를 우습게 보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했다.”
“승기 형한테 연타석 삼진이나 먹어.”
“내기할까?”
“무슨 내기?”
“캐치볼 내기.”
“별론데.”
“마. 나랑 캐치볼 하는 걸 영광으로 알아야지.”
“포시에서 만나면 한 게임 져주기 어때?”
“파이러츠가 그렇게 무섭나?”
“파이러츠가?”
“내가 있으니까 무섭긴 하겠지.”
“아니.”
“강건우 이 새끼 또 센 척하는 거 보소.”
“나 간다.”
“야! 어디 가냐! 하던 거 마저 하고 가야지!”
“경기 준비해야지.”
“아, 재미없는 놈. 오늘 경기 끝나고 밥이나 먹을까?”
“오늘은 좀 곤란한데.”
“그럼 언제?”
“월요일 아침?”
“아침? 몇 시?”
“여덟 시 반.”
“뭐? 그 시간에 어디서?”
“우리 집.”
“이 양심 없는 놈이.”
“아침 먹고 캐치볼 콜?”
“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착한 사람이다. 요새 승기 형한테 시달려서 그런지 정말 정상으로 보이는 것도 포함해서.
어쨌거나, 에드손 타바레즈는 조준이 형 말대로 상당히 좋은 투수였다.
구속이 줄어든 투수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성공 여부와는 관계없이 기교파로 변신하거나, 구속에만 집착하다가 다시는 볼 수 없게 되거나.
에드손 타바레즈는 그런 것들보다는 회전수를 끌어 올리는데 주력한 듯했다.
구속이 그리 빠르지는 않지만 포심, 싱커, 투심의 구위가 상당하다.
서창열의 타구가 내야 높게 떴고, 배영한은 싱커에 헛스윙해 삼진을 당했다.
“건우야. 보여줘.”
대기 타석으로 나가기 전, 덕아웃 뒤 통로에서 유리가 두 손을 동그랗게 입 앞에 모아 말했다.
보여달라면 보여줘야지. 어쩔 수 있나.
나는 타석으로 나갔다.
“오. 건우. 오랜만.”
“오랜만입니다.”
파이러츠 포수 강태오가 웃으며 인사했다. 조준이 형이 이 사람 같은 성격이었으면 KBO에서 인기가 열 배 이상 올라갔을 텐데.
사람이 좋고 나쁘고는 타석에 서서 타격 자세를 취하는 순간 의미가 없어진다.
“건우야!!!”
“유리 누나가!!!”
“홈런 한 방 쳐달란다!!!”
“초구로!!!”
오션스 팬이 꽤 있긴 하지만, 당연히 사직 야구장만큼은 아니다.
국대급 테이블세터진이 출루하지 못하고 물러난 후, 파이러츠 새 외국인 투수의 구위에 불안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저 좌투수는 우타자의 몸쪽으로 과감한 컷패스트볼을 찔러넣는 걸 즐긴다는 유리의 분석이 있었다.
그리고 바깥쪽 낮게 들어오는 싱커도.
좌투수임에도 우타자를 상대하기 좋은 구종을 가지고 있다.
초구는 몸쪽 커터로 상정하고, 그냥 휘둘러보자.
포심과 커터는 거의 비슷한 폼이고 싱커를 던질 때는 축발이 조금 흔들린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있었지만, 실전에서 축발 조금 흔들리는 걸 지켜보고 있기는 쉽지 않다.
싱커를 노리고 있다가 싱커만 때리려 할 때는 조금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거기에만 집중하면 코스를 빼앗긴다.
부웅-
“스트라이크!”
몸쪽 커터가 아니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커브가 들어왔다.
“에드손! 에드손! 에드손!”
파이러츠 팬들이 내 시원한 헛스윙에 환호한다. 외야에서 조준이 형이 두 팔을 높게 들고 좋아하고 있다.
남들 기뻐할 때 초 치는 게 얼마나 재밌는 일인지 모른다.
2구는 지켜봤다.
“볼!”
연속 커브.
강태오가 좀 허를 찌르는데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좋은 포수긴 하지만.
“볼!”
3구는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싱커. 존트론 도입으로 프레이밍의 의미가 없어졌지만, 아직도 포수들은 습관적으로 프레이밍을 하곤 한다.
그리고 4구째.
투수와 포수가 꽤 길게 의견을 교환했고, 나는 배트 그립을 약간 짧게 쥐고 단단하게 뒷발을 고정했다.
투수는 복잡하다지만 꽤 단순한 놈들이다.
초구에 헛스윙할 때처럼.
딱 그것만 노린다.
예상치도 못한 공에 홈런을 때리기는 그리 쉽지 않다.
예상한 코스에 예상한 구종이 그대로 들어오면 홈런 확률은 높아진다.
모든 타석에서 홈런을 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작년 경험도 있고.
투수들이 겁먹고 날 피해가기 전까지는 홈런을 노리는 것이 맞다.
최소한 작년보다는 홈런을 많이 치는 게-
따아아아아아아아악-!
…맞지 않을까?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우와아아아아아아아!”
“건우야! 직이네! 건우야! 강건우! 강건우우우우우!”
거의 예측한 코스로 들어온 컷패스트볼.
그립을 평소보다 약간 짧게 쥐었지만, 몸쪽 코스에 대비하고 있었기에 더 강하고 빠르게 스윙을 가져갔고, 타구는 평소처럼 높게 날지는 않았지만, 미사일처럼 날아가 파이러츠 홈구장 외야 스탠드에 꽂혔다.
조준이 형이 수비하고 있는 방향이다. 나는 씩 웃으며, 이 외국인 투수의 KBO 데뷔 후 첫 피홈런을 축하하는 의미로 배트를 뒤로 거만하게 집어 던진 후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양손으로 하트를 날렸다. 파이러츠 팬들이 야유한다.
상관없는 일이다. 내 팀 팬들의 환호와 상대 팀 팬들의 야유는 동급이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그치려는지,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