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66)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68화(168/385)
떡상입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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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어?”
유리는 호세 킹에게 주려고 만든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요새 꽤 바쁘다.
호세는 한국 나이로 28살이고, 비교적 늦은 나이인 15살에 야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부모님이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 미국인으로, 원래는 복싱을 배웠다고 했다. 야구를 시작한 계기가 좀 웃겼는데, 자기가 패배한 것에 열 받아서 글러브를 집어 던졌는데 관중석에서 그걸 보고 있던 야구 관계자에게 스카우트됐다나.
아무튼, 늦게 야구를 시작해서 그런지 기본기가 조금 부족한 편이다. 아마추어 수준에서 시속 100마일(160.93km/h)의 강속구는 대단한 무기가 될 수 있다.
100마일짜리 패스트볼을 던지는 선수는 마이너리그에 꽤 있다. 제구가 안 되거나, 세컨드 혹은 서드 피치가 못 미더워서 그 구속을 가지고도 메이저리그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선수들이 20대 중후반을 넘어서면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 하더라도 트리플A에 적응해서 성적이 잘 나온다고 평가 절하된다. 그래서 아시아 무대를 노리는 것이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활약하고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가 메이저리거가 되는 경우가 꽤 있었다 보니 그렇다.
마이너리그의 코치 시스템은 먼저 다가가서 선수를 교정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알아서 해야 한다. 마이너리그 코치들은 선수를 발전시키기보다는 어떤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할지 지켜보고 보고하는 역할에 가깝다. 경쟁을 이겨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경쟁 체제를 만들고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사실,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어 하는 유망주들은 넘치고 또 넘친 후에도 넘쳐난다. 살아남은 놈만 쓰면 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기본기가 부족한 편인 호세 킹이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계약금을 많이 받은 상위 드래프티는 그 돈으로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할 수 있지만, 아닌 경우는 거의 혼자 힘으로 해내야 한다. 누군가에게 배운다는 것이 어색할 수 있다.
“호세는 어때? 잘 배워?”
“음. 훈련 자체보다는,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훈련한 선수 중에 특출나고 독보적인 스타일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건 극소수다. 올바르지 못한 방식으로 훈련하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바꾸는 과정이 어렵다.
나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지금이야 내 신체 조건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알고 있으니 실패가 없지만, 이게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누나가 고생이 많네.”
유리가 한숨을 내쉬곤 웃었다. 그리고 중얼댔다.
“그치? 이게 무슨…친구들이 뭐라는 줄 알아?”
“뭐래?”
“매년 꼴션스 우승 외치다가 안 되니까 결국 남친 입단시키고 코치로 들어가서 투수 개조 들어갔냐고…”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다. 아니, 맞는 말이네?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고개를 위로 꺾은 채 다리를 흔들고 있는 유리의 손을 잡고 말했다.
“누나.”
“응.”
“누나도 나랑 결혼하고 싶어서 우승하려고 애쓰는 거 맞지?”
유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바람 빠진 소리가 난다.
“아파트보다 주택이 좋지?”
“좋지.”
나른한 목소리의 대답이 들려왔다. 유리는 주택을 좋아했다. 물론 청소와 관리가 힘들어서 나중에는 아파트가 좋겠다고 하긴 했지만, 지금의 유리는 자신이 주택에 살다가 아파트를 좋아하게 될지 모르는 유리다.
“부모님 댁 가까운 곳?”
“좋지이.”
“차고 크고 정원에 그네 의자 있고?”
발 흔드는 속도가 빨라진다. 얼굴에 헤벌쭉한 웃음이 피어난다.
“어떻게 알았지?”
“정유리학 박사. 세계 최고 권위자.”
“미쳤네 미쳤어.”
어떻게 알았냐면, 누가 나한테 마법의 반지를 줘서.
“이거 봐.”
“뭔데?”
“여기 땅 사서 신혼집 지으려고.”
“사는 김에 장독대 묻을 땅도 마련해라. 김칫국 장사나 해보자.”
“밖에서 안쪽 안 보이게 담벼락 높게 세울까? 중앙에 정원 만들고.”
“중앙정원 코올.”
“위치는 어때?”
“뭐, 괜찮네.”
주식 좀 팔아서 땅 사야겠다. 살다가 아파트 가고 싶다고 하면 부모님 드리고 아파트 이사 가면 되겠지.
그런데 갑자기, 오션스TV 유튜브 채널 진행자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강건우 선수! 정유리 코치님! 여기서…”
“으어억!”
등받이에 몸을 잔뜩 기대고 있던 유리가 놀랐는지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나는 재빨리 일어나 유리를 안아 들었다.
“야, 야, 카메라, 카메라. 일으켜, 일으켜, 응?”
유리는 자기가 넘어질 뻔한 것보다 카메라에 이런 모습이 찍히는 게 더 부끄러웠나 보다. 진행자는 놀라게 해서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했고, 유리는 론버거 킨 투수코치와 호세 킹과의 미팅이 있다며 도망가버렸다.
그리고 진행자가 내게 말했다.
“그, 배영한 선수가 강건우 선수를 두고 주식의 신이라고 하셔서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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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팬들에게 시즌 중 월요일은 평화로운 날일 수도 있고 흐름이 끊긴 아쉬운 날일 수도 있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구단 자체 방송이 진행되곤 한다.
-배영한 선배님이 존트론 사라고 말했을 때 이미 전 사둔 상태였거든요.
-오. 그러시군요.
-얼마에 얼마나 샀는지는 말씀 안 드려도 되는 거죠?
-그런 거 나가면 방송 못 나갑니다. 많이 버셨나요?
-주식 좀 팔아서 그 돈으로 땅 사서 신혼집 지으려고요.
└얼마나 샀길래 땅 사서 신혼집을 지음 ㅋㅋㅋㅋㅋ
└땅도 땅 나름이긴 함
└저렇게 말하는 거 보니 많이 벌긴 했나봄
└얼마에 얼마나 샀을까 ㄷㄷㄷㄷㄷㄷ
└이거 방송에 내보내도 되냐? 버러지들 돈 달라고 달라붙으면 어케함?
└지금도 많이 붙을듯
-그, 혹시, 주식 비결 같은게…?
-저 주식 잘 몰라요.
-그런데 그걸 사셨어요?
-이름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야구 관련 기업이라 그냥 좀 샀어요.
-좀이라면 얼마나…?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배영한이 미친새끼라고 한거 저거 때문???
└귓속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행자 동공지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얼마나 샀길래 입을 저렇게 벌림?
└말을 못 하는데???
-비밀입니다. 아시죠?
-…
└존나 많이 샀나본데?
└와 진심 다 가졌네 없는게 없네
-예…
└혼 빠짐ㅋㅋㅋㅋ
-그, 그렇다고 야구 그만두실 건 아니죠?
└야구 그만둘 정도로 범?
└???
└시원하게 공개 가자
-유리 누나가 오션스 왕조 만들어 달래서요. 그만둘 생각은 없습니다.
└오션스 왕조 ㅅㅅㅅㅅㅅㅅㅅㅅ
└하긴 얜 야구만 하면 떼돈 벌텐데 뭔상관임
└유리누나 갓마워요…
-예, 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강건우 선수. 예. 오션스에서 야구해주셔서 감사해요…
└진심이 느껴지는데?
└뭐임 왜 혼자만 아는거임 같이 좀 알자 씨발
└야 강건우!!!!!!!얼마벌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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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류의 훈련 세션을 진행하는 것은 종종 정신 사납게 느껴지긴 하지만 훈련에 익숙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티 배팅이다. 티 볼을 연달아 두 개 세워놓고 하나를 쳐서 다른 공을 맞히는 훈련이다.
이것도 처음에는 어렵지만, 완전히 숙달되면 능숙해진다. 다른 훈련도 마찬가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훈련은 이런 부분이 맹점이 될 수도 있다. 훈련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정확도가 나오지만, 실전에서는 공이 멈춰져 있지 않으니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효과가 떨어진다.
그래서 유리는 약간 다른 훈련을 돌아가며 소화해내는 과정을 만들었고, 나는 그 과정들을 소화하며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단순한 훈련부터 복잡한 것까지. 사실, 덜 지루해져서 시간 보내기에는 꽤 좋다. 시간을 때운다고 해서 집중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냥 웃어. 주자 쌓이면 이런 생각도 해봐. 관중들 싹 돌아보면서, 저 사람들 뭐 먹고 있지? 뭐가 맛있을까?”
김정용 선배가 신인 전태재를 옆에 앉혀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저런 건 꽤 좋은 모습이다.
“생각이 많아지면 안 좋은 것만 떠오르거든. 그런 말도 있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근데 2사 만루에 지난 등판에서 만루 홈런 맞은 거 떠오르면 곤란해.”
“네.”
“내가 그런 적이 있다. 통산 홈런이 10개도 안 되는, 거의 대주자로만 뛰는 선수가 타석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지난주에 맞은 만루 홈런이 떠오르는 거야. 왜 그게 떠올랐는지는 모르겠는데 공 던지고 보니까 그때 맞은 코스더라고.”
“그래서 진짜 맞으셨어요?”
“맞았지. 그 선수 커리어에서 유일한 만루 홈런이었어. 그 시즌 타율이 0.150인가 그랬을 거야. 그리고 그 시즌 끝나고 은퇴했을걸.”
“아.”
야구에서 경험은 꽤 중요하다. 경험 없이도 해낼 수 있는 일들이 있지만, 경험이 있다면 더 나아질 수 있다.
일부 천재를 제외하면 유망주 한 명이 1군급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은 성적이 안 좋더라도 재능 있는 유망주에게 1군 기회를 계속 주는 것을 두고 야구 팬들은 ‘세금을 낸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 표현에 따르면 세금을 같이 내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사실,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당장 내가 어찌 될지 모르는 마당에 다른 친구를, 그것도 자신을 밀어낼지도 모르는 선수를 돕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훈이 있지?”
“예.”
“걔도 의현이 만나서 많이 바뀌었어. 좋은 포수가 있으면 공 던지기 정말 좋거든. 상욱이도 몇 번 맞춰보진 않았는데 괜찮고. 던지다 보면 뇌가 멈출 때 있지?”
“예. 저번 등판 때도 잠깐…”
“그럴 땐 그냥 포수들 하자는 대로 따라봐. 괜히 머리 굴리다가 손가락 굳어서 잘못 잡아채면 땅바닥에 패대기치니까.”
“선배님도 그럴 때가 있으셨습니까?”
“난 패대기 안 쳤지.”
“와.”
“감탄할 게 아니라, 패대기치면 잡아줄 포수가 없어서 그랬다.”
“아.”
“이제 위기에서 블로킹 안 될까 봐 걱정할 필요 없어. 그냥 포수 믿고 던져.”
“감사합니다.”
노하우를 전수하고 대화로만 멘탈을 단련해주는 걸 보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나는 아직 2년 차에 불과하지만, 나도 할 수 있는 걸 찾아야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음…
지나가는 노경우가 보인다.
“노경우!”
“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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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 평소보다 약간 일찍 퇴근했고, 우리는 그 길로 한적한 곳에 들러 저녁을 먹었다.
월요일에 휴가를 얻으려 했는데 호세 킹 때문에 실패. 뭐, 기회는 또 있을 테니까.
그리고 다음 날, 우리는 메테오스와의 홈 경기를 치르게 됐다.
[꼴션스 새끼들아 내려올 준비나 해라 무적메테오스 나가신다]└ㄹㅇㅋㅋ
└느그가 1위인건 아직 메테오스를 안 만나서다 ㅋㅋㅋㅋㅋ
└7승 1패? 메테오스랑 안 붙고 그런 기록이 의미가 있나?
└좆밥들아 스윕당할 준비나 해라
현수가 메테오스 팬들의 경기 전 반응을 캡쳐해서 보내줬다. 메테오스는 투수진의 힘에, 이번 FA 시장에서 불도저스 타자 둘을 영입해 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잠실 20홈런 타자들인 이성혁과 최종국이 3, 4번을 쳐주고 기존 메테오스 간판인 복현성이 2번에서 출루 머신이 되었다나.
FA 미아가 될 뻔했던 채정준도 계약을 완료해서 짜임새 있는 타선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난 시즌 도루왕을 차지한 이해석과 선구안에 눈을 제대로 뜬 복현성, FA 영입생의 3, 4번, 지난 시즌 중반에 합류해 재계약에 성공한 빅터 발타사르가 5번.
하위타선도 지난 시즌보다는 끈끈해졌다는 평가다.
-박용재 : 살살혀
-나 : 얼마나 살살할까요?
-박용재 : 개미 한 마리도 안 죽을 만큼 살살 좀 혀
자기도 등판하면 살살 안 할 거면서.
약한 척은 누구보다 잘 하는 사람이다.
오늘 선발 맞대결은 국민성과 국가대표 언더스로우 홍정수.
-박용재 : 정수 만만치 않을겨
-나 : 민성이 형도요
-박용재 : 공 귀신같이 떨어진다 잘 봐
-나 : ㅎㅎ
홍정수도 좋은 투수다. 지난 등판에서 5.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고 한다. 리포트에 따르면 새로 장착한 체인지업의 각도가 상당히 좋다고 하는데, 그건 실전에서 맞부딪혀봐야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듯하다.
이제 겨우 두 번째 등판이니까.
그건 국민성도 마찬가지긴 하다.
경기 시작 직전에 국민성과 대화를 나눴다.
“투심 좋던데요?”
“너희 덕분이야.”
“저랑 유리 누나요?”
“맞아.”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어쨌거나, 국민성은 경기 전에 상대 타자의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하는 투수다.
수비하는 입장에서 꽤 편해진다.
메테오스 1번 타자 이해석은 베이스에 있을 때가 타석에서보다 훨씬 귀찮은 타자다. 존트론이 없었다면 존 체크를 하느라 볼넷 가능성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국민성은 좌타자를 요리하기에 딱 좋은 투심을 던져댔다.
“스트라이크!”
절묘하게 바깥쪽 낮은 곳에 걸치는 투심.
딱!
“파울!”
비슷하게 날아가서 파울을 유도하는 투심.
“파울!”
또.
“파울!”
또.
이해석 같은 타자는 바깥쪽 낮은 공을 칠 때 중심이 무너진다. 빠른 발을 믿고 어떻게든 맞힌 뒤 달려나가려는 습성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성은 체인지업을 비슷한 코스로 던져 완전히 무너뜨렸다.
“스트라이크! 아웃!”
보는 입장에서는 구속이 느려서 조금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건 일종의 빌드업이다. 한 번 무너뜨려 놓으면 오늘 저 타자를 상대할 때 쉬워진다.
그리고 공을 많이 보려는 복현성에게는 존 중앙으로 131km/h 포심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보는 사람 간담 서늘하게 만드는 공이다. 복현성이 홈런 30개를 때릴 수 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다.
저건 보통 배짱으로 안 된다. 공이 느리다는 것 때문에 정면승부를 피해서 존 구석을 노리는 게 아니라, 가장 승산 높은 코스를 찌르는 투수라는 뜻이다.
타자가 열 받으면 게임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씩씩대며 배트를 돌린 복현성은 2구 커터를 때려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엄청나게 묵직하지도, 빠르지도, 각이 날카롭지도 않은 컷 패스트볼을 저렇게 활용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새삼 국민성이 더 무서워 보인다.
나는 빠른 공을 치는 일에는 자신이 있다. 자화자찬 같지만 나만큼 빠른 공을 잘 치는 타자는 메이저리그에도 거의 없다.
기술적인 면을 넘어가서 심리전의 영역으로 간다면 국민성을 완벽하게 이길 수 있을까.
둘 중 하나가 다른 팀으로 가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국민성은 현재까지 타율 3할 8푼에 홈런 3개를 때려낸 최종국을 상대로 투심만 다섯 개를 던진 후 체인지업으로 유격수 앞 땅볼을 유도해냈다.
이런 걸 놓치면 잘 던지고 있는 투수를 볼 면목이 없어진다. 옆으로 두 발 움직여 안정적으로 잡아낸 후, 안정적으로 송구.
“아웃!”
국민성은 누구보다 안정적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긴장감을 유도해내는 투수다.
그리고 이건 나만 느낀 게 아닌 것 같았다.
“우와아아아아아!”
“월드민성!”
“민성아! 존나 잘했다!”
“간 쫄려 뒤지겠다 민성아! 그래도 최고다!”
겨우 한 이닝을 막아낸 것 치고는 큰 환호가 쏟아져 내렸다. 어쩐지 던지는 도중에 조금 조용하더라니.
국민성은 팬들의 함성에 모자를 살짝 벗어들며 답했고, 분석실에서 유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뭔가 올해 사고 칠 것 같은 분위기다. 공짜로 풀어주고 일본에서 대박 내는 걸 보며 배 아파할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