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8화(18/385)
사직 빵 맛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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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바이킹스 김권종.
한국인 투수 중에는 메테오스의 박용재, 다이아몬즈의 민승기와 함께 최고로 꼽히는 2003년생의 젊은 좌완 투수.
제구력 하나 만큼은 역대 국내 선발 중 최고로 꼽히는 투수이기도 하다.
부산 오션스의 천적으로 불릴 만큼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준 지 벌써 몇 시즌째였다.
[갓직히 김권종 등판일에 직관 가는 놈들이 이상한 거 아니냐?]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막전을 준비하는 사직 구장은 시범 경기의 좋은 기억 때문인지 거의 만원에 가깝게 들어차 있었다.
[오션스 30년 팬임. 오션스 빳따놈들이 약한 타입 투수 분석해준다.]-외국인 투수, 첨 보는 투수, 좌완, 언더, 150이상 던지는 투수, 변화구 잘 던지는 투수, 군필 투수, 제구력 좋은 투수, 신인 투수, 그리고 그 중 최고봉은 김권종임 반박시 야알못
ㄴ꼴잘알 ㅇㅈ함
ㄴㅅㅂ그럼 잘 치는 투수가 있긴 하냐?
ㄴ꼴빠따놈들이 잘치는날 : 불펜 대폭발해서 상대팀이 더 잘치는날
ㄴ씨발 반박을 못하겠네
[김관종 메이저로 빨리 좀 꺼져줫으면;;] [김영준 개새끼 왜 맨날 우리랑 할때만 김종궈 등판시킴?]ㄴ내가 김감독이라도 그럴듯
ㄴㄹㅇㅋㅋ내면 이기는데 외않네?
ㄴ김권종은 오션스한테 고마워해야함 우리 없었으면 평자 3점대임 ㅋㅋ
ㄴ고마우면 FA때 오션스 와줘야지
ㄴ인간이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함
ㄴ갓갓종이 꼴션스를 왜가냐 미친새끼들아
ㄴ우리 권종이 마음 여려서 꼴 못감
ㄴ우리 대근이도 마음 여린데 여기서 잘만 뜀
ㄴ그새끼는 얼굴만 봐도 야구 안 했으면 전국구 조폭인데 몬 개소리냐 전에 눈 마주쳤다가 오줌 지렸는데;;
사실, 김권종은 오션스를 상대로 등판하는 것이 싫었다.
특히 사직에서라면 더더욱.
“권종아! 오션스 함만 와도!”
“오션스 1선발 김권종!”
“돼지 불고기 사주께! 제발!”
마운드에서의 무시무시한 모습과는 다르게, 김권종은 조용하고 소심한 사람이었다.
저런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한 경기 못 했다고 양대근을 닭 다리로 때리는 팀 아니던가. 2미터에 가까운 거구도 그런데, 180이 조금 넘는 자신은 닭 다리가 아니라 몽둥이로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못 던질 자신은 없었다. 그냥 싫을 뿐이었다.
오늘이 한국에서의 첫 정식 경기인 오션스 선발투수 앤디 가필드의 피칭은 훌륭했다.
“와. 마지막 공 싱커야? 싱커 맞지?”
김권종은 바이킹스의 리드오프인 서창열이 삼진을 당하고 돌아오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바이킹스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계 전체에서도 성격 더럽기로 유명한 서창열이지만, 김권종에게만큼은 삼진 먹고 왔는데 사람 놀리느냐고 화를 내지 않았다.
“몰라. 투심 같기도 하고.”
“투심 치곤 낙폭 엄청 크진 않아?”
“싱커치곤 빠른데.”
“그건 그런데, 와. 공 죽인다.”
“…죽이고 싶다.”
“다음 타석엔 죽일 수 있을 거야.”
“쟤 말고 너.”
“아, 형. 농담도.”
2번 타자 조훈기의 타구는 유격수 땅볼.
기존 유격수였더라면 안타로 연결될 수도 있었을 법한 타구였지만, 오션스의 신인 유격수는 다른 유격수였다면 다이빙해도 잡을까 말까 한 공을 가볍게 잡아낸 후 점프해서 정확하게 송구했다.
“우와. 수비 죽인다. 쟤 뭐지? 우리 팀 왔으면 좋겠다.”
“…”
이번엔 같은 팀 유격수인 김만재가 김권종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쟤 데려오고 나보고 나가란 소린가.’
3번 타자 리암 맥코넬도 삼진.
김권종은 조용히 중얼거리며 등판을 준비했다.
“와. 저 싱커 진짜 배우고 싶다. 어떻게 방법 없을까.”
바이킹스 불펜투수 이효원이 김권종을 보며 주먹질하는 시늉을 했다.
‘내 싱커는 가르쳐 준대도 안 배우던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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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말. 김권종이 오션스 리드오프 황석규를 삼구삼진으로 잡아냈다.
2번 타자 배영한은 그나마 5구까지 갔으나, 3루 땅볼 아웃.
다음 타자로 나온 이시욱은 초구를 때려 외야 플라이.
ㄴ노루새끼 왜 3번?
ㄴ쫌 보고 휘둘러라 시발이 이 시욱새끼야
ㄴ봄인데 선풍기 트는 집이 있다?
ㄴ선풍기를 모욕하지마라 저 정도면 선풍기가 아니라 풍력발전기임
-싱커의 가필드와 슬라이더의 김권종! 오늘 아무래도 명품 투수전이 예상됩니다!
-이 정도면 메이저리그급 경기가 아닌가 싶을 정돈데요.
-하하, 2회 초에 돌아오겠습니다!
시범 경기에서 실전 투구를 했다지만, 실제로 처음 보는 투수를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
투수와 타자가 처음 상대해보면 투수가 유리하기 마련.
게다가 시범 경기에서 포심과 커브 위주의 피칭을 보여줬던 가필드는 자신의 주 무기인 싱커로 바이킹스 타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4번 타자 김호근! 삼진 아웃! 사직을 찾아주신 오션스 팬분들이 새로운 에이스의 등장에 환호하고 있습니다!
싱커는 원래 그라운드 볼을 유도하기 좋은 공이다. 하지만 포심을 던질 때와 거의 비슷한 폼으로 던지는 데다가,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최고 158km/h까지 나오다 보니 아직 분석이 덜 된 바이킹스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150 중후반의 포심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타석에 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쳤습니다! 아, 강건우! 강건우가 높이 점프해서 외야로 날아가는 공을 잡아챘습니다!
-와, 이건 타자 입장에서 안타를 도둑맞은 기분이겠는데요?
-조용한 선수도 당연히 안타라 생각하고 1루로 뛰다가 그 자리에 멈췄습니다! 황당한지 웃으며 덕아웃으로 돌아가네요!
-대단합니다. 강건우 선수 점프력이 정말 대단하네요. 그보다는, 정식 데뷔 경기임에도 전혀 긴장감이 없어 보입니다. 저러기 쉽지 않거든요.
가필드는 유격수 강건우를 보고 소리 질렀다.
“Good boy! Good! Fucking good!”
바이킹스 6번 타자도 범타.
그리고 2회 말.
오션스 팬들은 2이닝 퍼펙트에 취했다. 상대 투수가 김권종인것을 잊어버릴 만큼이나.
“스투롸이이이익! 아웃!”
양대근이 7구 승부끝에 체인지업에 완전히 타이밍을 빼앗기며 삼진 아웃당했다.
김권종은 슬쩍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냈다. 그리고 팬들은 상대 투수가 누군지 그제야 기억해냈다.
“마! 양대갈! 니가 그러고도 4번 타자가!”
덕아웃에서 가까운 곳에 앉은 팬이 소리치자, 양대근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고개를 숙였다.
대기 타석에서 타석으로 나가려던 울프팩이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더니 소리쳤다.
“What? 니가? 저 자식이 지금 나한테 니가라고 한 거야?”
“한국에서 ‘니가’는 ‘You’라는 뜻의 대명사야.”
“오, 젠장. 정말이야? 날 속이려는 건 아니겠지?”
“맞아. 그러니까 관중석으로 가지 말고 타석으로 가.”
잠깐의 해프닝이었다. 마침 대기 타석으로 나오던 강건우가 영어를 할 줄 알기에 망정이지, 울프팩이 데뷔전에서 공 대신 사람을 칠 뻔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따아악!
초구부터 시원하게 돌린 배트.
그리고 워닝트랙 앞에서 잡힌 타구.
김권종은 휘파람을 불었다. 살짝 손에서 빠지긴 했지만, 조금만 타이밍이 늦었다면 실점을 허용할 뻔했다.
그리고 아까 본 그 재밌는 유격수가 타석에 들어왔다.
국가대표 포수 조용한이 바깥쪽 포심 패스트볼 싸인을 냈고, 김권종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격 실력도 상당하다고 들었다. 시범 경기에서 타율 1위를 차지했다고.
물론, 시범 경기의 기록을 다 믿을 수는 없다. 시범 경기는 새 구종을 실험해보기 딱 좋은 곳이니까.
최고의 제구력을 가진 김권종이 존 바깥으로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포심으로 유망한 신인의 타격 실력을 점검해보고자 하고 있었다.
오션스 팬들이 크게 기대하는 신인이다. 그래서 그런지, 팬들은 데뷔 타석임에도 개인 응원가를 목놓아 부르고 있었다.
“강-건-우우우우! 강! 건! 우! 오션스 강건우-!”
팬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강건우는 차분하게 타석에 들어섰다.
팔꿈치 보호대 끈을 조이고, 스파이크로 배트 끝을 살짝 차올리고, 왼손으로 배트를 슬쩍 돌리고, 타격 자세.
그리고 감독의 발음을 흉내 낸 응원가의 마무리.
“갱-! 건-! 우-!”
짜기라도 한 것처럼, 김권종이 투구를 시작했다.
글러브에서 공을 뺀 후 낮은 팔 각도에서 공을 등 뒤로 숨긴다. 오른발을 앞으로 뻗으면서도 공을 쥔 손은 타자에게 보이지 않는다. 몸통이 회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타자는 투수에게 가린 공을 볼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급속도로 속도를 높이면서 왼팔을 앞으로 뻗어 공을 던진다.
최고 수준의 디셉션을 포함한 독특한 투구 폼에 외국인 타자들이 특히 맥을 못 추는 편이었다. 이 폼에 익숙해지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150km/h의 바깥쪽으로 제구된 공이 날아들었고, 김권종은 이게 스트라이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따아아악-!
하지만, 강건우의 배트가 존 앞에서 공과 정확하게 만났다.
김권종은 소름이 돋아서 던진 자세 그대로 멈춰 버렸다. 포수는 자기도 모르게 마스크를 툭 내던지고 타구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마 김권종 니는 이제 끝났다!”
“넘어간다!”
“건우야아아아아!”
“갱-! 건-! 우-!”
강건우는 배트 끝을 손가락 끝에 올려놓고 있다가, 외야수가 타구를 쫓는 걸 포기하자 두 손가락으로 배트를 뒤로 던져버린 후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1대 0.
이 홈런은, 7개월 하고도 25일 만에 오션스가 김권종에게 뽑아낸 점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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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인천 바이킹스 0 : 1 부산 오션스.]ㄴ돌았네 비거리 ㄷㄷㄷㄷㄷㄷㄷ
ㄴ데뷔타석 장외홈런 ㄷㄷㄷㄷㄷㄷ
ㄴ거포 유격수 ㄷㄷㄷㄷㄷㄷ
ㄴ김권종 이번시즌 전체 1호 피홈런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이제 우리도 김권종 공 칠 수 있는 타자 생김 씨바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ㄴ개좋아;;;;;;;;;;;
ㄴ아 ㅋㅋㅋ 김권종 별거 아니죠???
ㄴ김권좆도 사람입니다 여러분
-7번 타자 노경우(2루수)
ㄴ경우야!!!!!!! 백투백 가자!!!!!
ㄴ나만 얘 이름 건우랑 헷갈림?
ㄴ짭건우도 한방 치자
ㄴ얘도 치면 ㅅㅂ ㅋㅋㅋㅋ 오션스 올해 신인 개대박인데
-초구 스트라이크.
ㄴ스윙 좋다
ㄴ아직 한개다 경우야 할수있다
-2구 파울.
ㄴ아 좀만 더 잘 맞았으면 홈런인데
ㄴ스윙 괜찮네 그래도
ㄴㅇㅇ스윙 시원함 거포 2루수 가능성 있음
ㄴ고은태는 요새 뭐함?
ㄴ아직 컨디션 안 올라온듯
ㄴ시범 경기때 안타도 치고 하던데
-3구 헛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ㄴ야
ㄴ미쳣냐 저걸 휘두르냐
ㄴ이새끼도 뇌스윙하네
ㄴ보고 휘두르라고 ㅆㅂ
ㄴ스윙 좋다고 한 새끼 누구냐 이놈 아무리봐도 이시욱 주니언데
ㄴㅆㅂ작은노루새끼
ㄴ작은노루는 좀 너무하지 않냐?
ㄴ그럼 고라니새끼라고 부르던가
ㄴㅇㅋㅇㅋ콜
ㄴ야이 고라니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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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필드는 계속 잘 던졌다. 4회까지 퍼펙트를 유지했고, 5회에 안타를 하나 맞았지만, 패턴을 싱커에서 포심-커브로 바꾸면서 7회까지 1피안타 1사사구로 버텼다.
스코어는 여전히 1대 0이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물빠따라고 욕을 하고 있지만, 이건 사실 욕을 할 게 아니다.
오늘 바이킹스 선발투수는 정말 잘 던지고 있다. 가필드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나는 마음이 홀가분하다.
김권종 한 대만 때려달라는 유리 부탁을 들어줬으니.
-유리누나 : 진짜 한대만 때려줘 김권종
-유리누나 : 걔 너무 잘 던져서 얄미워
-나 : 벤클해???
-유리누나 : 아니 뭐래 벤클은 무슨 야ㅡㅡ
-유리누나 : 홈런이든 뭐든 타점 하나만 올리라고 제발
벤클 하라고 하면 했을 텐데. 아, KBO 벤클은 MLB 벤클이랑 좀 다른가?
어쨌든.
8회가 끝났을 때 가필드의 투구 수는 107개였다.
하지만 가필드는 자기가 꼭 던져야겠다고 우겼다.
뭐…
우리 팀 불펜이 어떤지 대충 알 테니까, 데뷔전 첫 승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았을 거다.
하지만 9회 초, 가필드는 연속 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1사 주자 1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아쉬울 테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공 던지는 걸 보아하니 승리는 다음에 곧 따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상황?
박은수가 올라와 도루를 허용하더니 볼넷을 내줬고, 감독은 바로 김정혁을 올렸다.
바이킹스 출신의 김정혁은 자신의 친정 팀과 마주하게 됐다.
솔직히 말하자면, 노경우가 유격수였다면 우리는 졌을 거다.
3유간 깊은 곳으로 향하는 타구.
나는 오늘 처음으로 몸을 완전히 날렸다. 꽤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공을 잡아낸 후 몸을 일으키며 상황을 확인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상체만 일으켜 즉시 2루로 송구.
“정확하게 던져!”
타자가 그리 빠른 편이 아니다. 급하게 송구하느라 잘못 던지는 것보다는 정확한 송구가 필요했다.
“아웃!”
노경우는 공을 받아 내 말을 들었는지 침착하게 송구했다.
“아웃!”
노경우가 병살이 완성되자 소리 질렀다.
“으랴아아!”
가필드의 완봉승은 아쉽게 날아갔지만, 우리는 바로 반격을 준비했다.
이시욱 선배가 오늘 경기 두 번째 삼진을 당했다.
양대근 선배는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울프팩의 타구는 이번에도 워닝트랙 앞에서 잡히는 큼지막한 플라이.
“Fuck. 구장이 너무 넓어.”
그가 중얼대는 사이, 난 타석으로 향했다.
넓긴 뭐가 넓어. 펜스가 좀 높아서 그렇지 거리는 짧은 구장인데.
그런 말을 해줄 타이밍은 아니었다.
나는 타석에 들어서서 심호흡했다.
승리?
물론, 좋다.
데뷔전의 맹활약도 좋다.
하지만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은, 내가 여기서 경기를 끝냈을 때 유리의 좋아하는 얼굴이었다.
“볼!”
초구는 볼. 체인지업인듯하다.
끝내기 홈런 치면 유리가 좋아서 기절하면 어쩌지?
“볼!”
2구도 볼. 슬라이더가 조금 존에서 빗나갔다.
그런데 느낌이, 날 거르려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고 보니, 1루 주자가 양대근 선배다.
아무리 큰 타구를 날려도 저 거인이 홈까지 뛰어들어오는 건 무리겠지.
투수와 포수가 한참이나 싸인을 주고받았다. 계속 고개를 가로젓던 투수가 조금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경우에는, 아무래도 경험상 속구가 올 가능성이 크다.
볼 카운트를 더 낭비하고 싶지도 않을 테고, 첫 타석에서 에이스에게 홈런을 치긴 했지만 난 고작 신인에 불과하니까.
아닐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다.
원래 야구는 모 아니면 도다.
어차피 패스트볼 아니면 브레이킹볼이다.
2볼 노 스트라이크니 카운트에도 여유가 있다.
이거 넘기면 유리가 좋아하겠지?
1루 주자가 양대근 선배다 보니, 투수가 마음 놓고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그 순간, 잡념을 버리고 스윙 동작을 시작했다.
조금 높다.
몸통에 붙인 오른쪽 팔꿈치를 살짝 비틀어 배트 궤적을 수정했다.
패스트볼이 아니라면?
카운트 하나 날리는 것뿐.
공이 날아온다. 배트가 나간다. 끝까지 공을 보면서, 지금 이 시점에는 스윙 수정이 의미가 없다.
그러니까, 내 스윙을 믿고-
따아아악-!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나도 꽤 흥분했는지 바닥에 배트를 내동댕이치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 부모님과 유리의 가족들이 앉은 곳을 향해 팔을 뻗으며 베이스를 돌았다.
팬들의 함성이 귀가 따갑도록 들려온다.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들 좋아하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나는, 3루를 지나 홈을 밟았을 때.
“강건우 미쳤네!”
“점마 잡아라!”
“야! 야야야야야!”
“이겼다아아아!”
오션스 선수들에게 둘러싸여 마구 두들겨 맞았다.
아니, 메이저리그처럼 사일런스 트리트먼트(silence treatment : 첫 홈런을 친 타자를 무시하는 세레머니)까진 아니더라도, 이렇게 때리면 어쩌자는 건데?
잔뜩 두들겨 맞고, 선수들이 쏟아부은 물 때문에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서 MVP 인터뷰장에 섰다. 팬들이 여전히 거의 가득 찬 채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강건우 선수! 데뷔전에서 선제 홈런과 끝내기 홈런을 쳤는데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팬들에게 한 마디 해주시죠!”
리포터가 건넨 마이크를 잡고 크게 외쳤다.
할 말은 이거뿐이지.
“유리 누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