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70)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72화(172/385)
X핑 테스트 -3-
#
어떤 사람들은 강건우가 걸리지 않는 약물을 했다고 믿고 있었다.
사실, 그런 종류의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절대다수에 가까운 사람들이 그들의 음모론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는 다양하다. KBO가 나날이 줄어가는 야구 인기의 부활을 위해서 집단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껄이거나, 부산광역시 지방 정부 차원에서 부산 야구 부흥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끌어내려고 했다고 떠들어대기도 한다.
물론, 이건 당연히 미친 소리였고 다들 미친 소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꼴션스 저 새끼들 단체로 약빤게 분명함]2025년부터 2027년에 걸쳐 3년간 최하위를 기록하며 해체 요구가 빗발쳤던 팀이, 갑자기 정규시즌 2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2029시즌. 시작부터 8승 1패를 기록하며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 새가슴 같은 면모를 보여주던 양대근이 득점권의 악마가 되었고.
존 밖으로만 던지면 알아서 스윙하고 죽어버리던 이시욱이 정확도를 높였으며.
오션스 갤러리 선정 왜 방출 안 되는지 모를 선수 Best 3와 오션스 갤러리 선정 내년이 가장 기대되는 선수 Best 3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던 이훈이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 등등.
따악-!
살짝 몰린 투심을 잡아당긴 타구가 3유간으로 향했다.
이시욱이 몸을 던졌지만 잡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껑충껑충 달려온 강건우가, 외야로 빠져나갈 것 같았던 타구를 극적으로 잡아냈다.
그리고 역동적으로 몸을 홱 돌리면서, 1루까지 소위 말하는 레이저 송구를 쏘아 보냈다.
자세가 뒤틀리는데도 마치 유도탄처럼 날아간 공이 1루수 미트에 꽂혔고, 심판이 아웃을 선언하자 메테오스 벤치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판독 결과 원심 유지.
-아! 아웃입니다! 강건우 선수의 호수비!
-말이 안 나오네요. 대충 봐도 150km/h는 넘어 보이는 구속이에요. 한국에서 이런 수비를 보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이러니까 메이저리그에서 군침을 흘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예! 이훈 투수는 1회 초에 2실점 하며 지난 또 기복 있는 모습을 보여줄지 조금은 걱정했습니다만, 투런 홈런을 맞은 뒤 수비의 도움을 받아 7타자 연속 범타를 유도해내며 3회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합니다!
-굉장히 좋아졌어요. 예. 이훈 선수, 포심이 좀 밋밋해서 많이 맞아 나가는 타입이었거든요. 타자들이 안 속고 때리니까요. 그리고 제구에 약점이 좀 있다 보니 힘 빼서 존 안에 넣으려다가 장타도 많이 맞았죠.
-안 좋은 별명까지 붙을 정도였죠. 투수로서는 굴욕적인. 네.
-그런데 이제 투심으로 빗맞은 타구가 많이 양산되고 있어요. 이게 또 예전보다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수비력 도움을 받으니 안정감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올라갔거든요.
-그렇습니다. 이훈 선수가 환하게 웃고 있네요. 마운드에서 저런 표정을 짓는 선수가 아니었는데요.
-그렇죠. 사실, 투수들 입장에서 야수들이 수비를 저렇게 해주면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네. 이훈 투수가 끝까지 웃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잠시 후 돌아오겠습니다!
#
승기 형은, 흐릿하지만 흐뭇한 얼굴로 벤치에서 얌전히 경기를 지켜 보고 있었다.
자신이 등판하지 않을 때는 조용한 편이다. 본인이 등판한 날에는 온갖 헛소리를 다 늘어놓는데, 일반적인 투수들이 정반대인 것을 생각하면 정말 특이한 사람인 것이 확실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흠.
오션스 팬이니까…
돈 주고도 들어올 수 없는 가장 좋은 자리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걸까.
“주상욱.”
“네.”
“팬들의 고함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지?”
직전 내 수비는 꽤 훌륭했다. 아웃이 아니라 세이프가 선언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웃을 따내 이닝을 끝냈다.
자연스럽게 오션스 홈 관중들은 내 이름을 무지하게 외쳐댔고, 분석실 창문에 얼굴을 갖다 댄 유리가 양손으로 따봉을 날렸다. 유리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둘의 대화를 애써 못 들은 체하고 피하려는데, 주상욱이 대답했다.
“목청들이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바로 열정…오션스에 대한…”
“승기 형.”
“어.”
“그럼 승기 형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없는 거예요?”
“내 열정에 의구심을 갖는 거냐?”
“형 말대로면 의현이보다 열정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요.”
“…”
제발.
그러지 말라고.
중2병 터지는 멘트를 박의현 목소리 크기로 외치면…
“큭큭큭…!”
저 이상한 웃음소리의 볼륨이 조금 올라간 느낌이다.
“큭큭큭큭큭!”
더 올라가고 있다.
“큿핫핫핫핫하!”
기어코, 모든 선수가 다 승기 형을 돌아볼 만큼 크게 웃고 말았다.
“이! 훈! 훌륭한! 피칭! 이었다! 다음! 국제대회! 에서는! 나와 함께! 국가대표! 원! 투! 펀치가! 될 것 같구나!”
어.
목소리 크게 하니까 박의현이랑 진짜 비슷한데.
“아, 예…감사합니다…”
주상욱이 미묘한 표정으로 웃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박의현이 맞장구를 쳤다.
“우옷! 제 인생의 이정표! 승기 형님! 저도 마침 그 생각을 하던 차였습니다! 크으으으으! 승기 형님이 1선발! 후니후니가 2선발! 저는 아직 그 레벨에 도달하려면 멀었지만! 국가대표팀 포수로 뽑혀 그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할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겁니다! 예! 물론, 죽더라도 사직으로 돌아와 이곳에 묻히고 싶습니다!”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
나는 노경우 옆에 앉으며 말했다.
“저 사람들이 마약을 안 했다는 게 난 진짜 안 믿어지거든.”
노경우는 배트에 새로 테이핑을 하면서 성의 없게 대답했다.
“다른 팀 선수들은 네가 약 안 했다니까 안 믿더라.”
“뭐? 내가 거기서 왜 나와?”
“아. 다른 약인가?”
“다른 약?”
“저 형들은 마약이고.”
“…”
“…”
“나는 유리 누나라는 마약에 취해 있긴 하지.”
“미친 새끼.”
“…”
미친 새끼는 너무한 거 아니냐?
#
야구의 매력은 셀 수 없이 많겠지만, 그중 하나는 분명히 일희일비다.
이 종목에 몰입하고 한 팀을 응원하게 된다면, 초 단위로 기뻐했다가 슬퍼할 수 있는 스포츠다.
깊게 파고들고 길게 본다면 야구에서도 분명 빌드 업이라는 것이 있지만, 꽤 많은 경우에 뜬금없이 결과가 뒤바뀌곤 한다.
사실, 야구를 즐기는 팬 입장에서 깊게 파고들 필요까지는 없다. 그냥 일희일비하며 즐기면 된다.
일부 야구 팬들은 세이버메트릭스니 뭐니 하면서 그런 것들을 즐기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런 쪽은 전문가들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전문가라고 해서 다 맞지도 않고 그걸 활용하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으며, 정답은 없다는 점에서 아주 많은 말다툼을 유발하곤 한다.
데이터가 쌓이는 긴 기간이 필요해서 그런 부분도 있다. 3할 타자라도 무안타에 그치는 기간이 있을 수 있고, 1할 타자라도 몰아치는 구간이 있을 수도 있다.
노경우가 두 번째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고 물러나자 인터넷이 달아올랐다.
[슬슬 노경우 좆같네 ㅅㅂ]└슬슬?
└좆이 좆으로 보이냐?
└파인애플 핏자 처먹을 때 알아봄 개씨발
└아니 농담으로 파인애플 피자 먹었다고 갈군거지 진짜 그렇게 생각함? 뇌절 오지네 ㅂㅅ
하와이안 피자는 일종의 밈일 뿐이다. 호불호 갈리는 음식을 두고 농담으로 이야기하는.
어쨌거나, 어디에나 이런 사람들은 있다. 농담을 농담에서 못 끝내는 사람들.
기본적으로 온라인에 더 많지만, 현실에서도 자제를 못 하는 사람이 나타나곤 한다.
“마! 노갱우! 니 파인애플 피자 같은 거나 처먹으니까 그래 야구를 못 하는 거다!”
노경우가 흠칫 놀라자, 양대근이 덕아웃 앞으로 뛰어나와 노경우를 감싸며 말했다.
“반응해주지 마.”
“예…”
“조금만 반응하면 더 신나서 물어뜯거든. 그냥 아예 신경 쓰지 말고, 잊어버려.”
물론 양대근 본인도 닭 다리로 맞았을 때 그렇게 행동하진 못했었다. 하지만 그 일이 있고 한참 지난 후, 그때 그랬어야 했다고 후회했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돌았나?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지랄이고?”
어쨌든, 누군가가 급발진을 하면 화내주는 팬들도 있다. 야구장에서 종종 보이는 광경이다. 어떤 팬이 선수에게 과도한 비난을 퍼부으면, 그 선수의 팬이 화를 내고 싸우게 된다.
3대 2로 팽팽하게 유지되던 경기는 6회 말, 한계 투구 수에 거의 도달한 송태웅의 슬라이더를 받아친 이시욱의 3타점 싹쓸이 2루타로 크게 기울었다.
장타만 노리고 무거운 배트로 크게 스윙하기만 하던 이시욱이 가벼운 배트를 들고 컴팩트한 스윙으로 바꾼 성과를 내고 있었다.
“갱우야. 봤나. 이게 바로 메가 노루 스윙이다.”
이닝이 끝난 후 의기소침한 상태의 노경우 앞에서 이시욱이 자랑하자 양대근이 제압했다.
“공 못 잡아서 코피 터지더니. 아직 그 코피 안 마른 것 같은데 어디서 잘난 척이냐?”
“아, 행님.”
이시욱은 그냥 지난 일을 너무 잘 까먹는 선수일 뿐이었다. 양대근이 눈치를 주자 그제야 아까 일을 떠올렸고, 민망한 얼굴로 노경우에게 초코파이를 건네주며 말했다.
“갱우야.”
“예.”
“이거 먹어볼래?”
“감사합니다.”
“바나나 초코파이다. 진짜 귀한 건데 특별히 니만 주는 거다.”
#
이훈은 6.1이닝 3실점으로 경기를 마감했고, 송태웅이 내려간 후 메테오스 불펜을 좀 더 두들긴 오션스 타선은 총합 9점을 냈다.
최종 스코어 9대 5. 오션스는 시즌 10경기 만에 9승을 거두며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했다.
이 경기가 끝나고 몇몇 선수들의 도핑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강건우는 도핑 테스트의 단골이고, 오늘 경기에서 활약한 이훈과 이시욱도 테스트 대상.
어쨌거나.
특히 이번 시즌 들어 오션스가 승리한 날이면 부산이 들썩이고 있었다.
지난 시즌 준우승이 오션스 팬들의 기대치를 말도 안 되게 높게 만들었다. 3시즌 연속 10위를 했다가 5위만 했더라도, 아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5위 경쟁만 했더라도 충분히 행복해했을 텐데, 갑자기 2위를 해버렸으니.
급작스러운 호성적에 야구를 놓았던 팬들도 많이 돌아왔고, 올림픽까지 겹쳐 신규 팬들도 늘어났다.
여러 사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제 경기에서 한 팬이 노경우에게 하와이안 피자를 운운하며 비난하다 다른 팬과 다툼이 벌어졌다는 소식도 빠르게 퍼졌다.
[뇌절좀 그만해라 ㅅㅂ 농담한 거 가지고 그걸 선수 앞에서 지랄하냐?]└솔직히 노라니 가끔 멍청하긴 한데 충분히 잘해주고 있음
└ㄹㅇㅋㅋ정귀현-고은태 생각해보셈
└그 새끼들 이름 나오니까 강건우-노경우 존나 강해보이네
└그래도 양캡 존나 든든했음 지랄나자마자 달려와서 노라니 보호함
└산더미 불고기 피자 먹은 노루 개떡상한거 보면 좀 연관 있는거 같긴 한데
└이 새끼가 범인이네
└마 죽고십나
그리고 오션스 클럽하우스.
오늘은 어제 맹활약했던 이시욱이 피자를 샀다.
“이틀 연속 피자야?”
“시욱이 자축빵?”
“오. 피자.”
“시욱이가 산 거야?”
“잘 먹겠습니다!”
선수들이 몰려들자, 이시욱이 소리쳤다.
“잠깐만!”
“왜?”
“오션스 티비 오면 먹읍시다!”
“아니, 그냥 먹다가 찍으면 안 되냐?”
“안됩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됩니다!”
“눈에 흙까지?”
“갱우 일로 온나!”
“뭔데. 같은 사슴과라고 편 먹는 거?”
“행님. 사슴과라뇨. 말씀이 심하시네.”
“아니면 같은 노 씨라서?”
“저 이 씬데요.”
잠시 후, 오션스TV 촬영팀이 도착하자 이시욱이 소리쳤다.
“이시욱이 쏜다! 개봉박두! 두구두구두구두구!”
사람들이 모두 이시욱의 과장된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어제 6타점 경기를 했으니 그게 그만큼 기뻤나 하고 생각하며 피자 박스를 열었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뭐야?”
“뭔데 이거.”
“파인애플?”
“Oh my…”
“시욱아. 주문 잘못 한 거 아니냐?”
“거기도 파인애플이에요?”
“전부 파인애플이야?”
“야 이거…”
이시욱은 선수들의 아우성을 무시하고, 파인애플 피자 한 쪽을 집어 들고 카메라 앞에 서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오션스 팬 여러분! 시청자 여러분! 이게 바로, 예? 오션스 1위의 원동력! 빠인애쁠 핏짜! 이게 맛이 직인다 안합니까! 우리는 이거 없으면 야구 몬 합니다! 크으! 맛있겠다! 침 고인다!”
생방송을 지켜보던 채팅창이 폭발했다.
└?
└???
└와;;;;
└노루;;;;;;;;;;;;
└건우가 쏠때는 불고기 토핑 5개 추가하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악마네 악마여
└근데 이거 어제 노경우한테 누가 파인애플 피자 먹었다고 지랄해서 실드 쳐주려고 시킨 거 아님?
└진짜면 노루 갓인성인데
└노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인애플 피자 맛 직인다 해놓고 먹으면서 인상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만 호세 킹 표정 웃기냐?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단체로 파인애플 피자 먹고 박용재한테 완봉패 당하면 어케되냐?
└그럼 노루 공개처형해야지
└파인애플 피자 존맛인데 자꾸 왜 그러냐
└이 뇌절꾸러기들
└아니 뇌절은 노루가 했지;;
└맞음 우린 한적 없음
└노루야 정신차려라…
└노루가 애는 참 착한데 좀 눈치가 없긴 함
└경우야 힘내라 우린 니 편이다
└갱우야 오늘 노루 뿌수자
└노루는 왜 뿌숨;
└몰라 시발 그냥 뿌사삐라
└노루 잘 하는데 왜!!!
└노루단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