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76)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78화(178/385)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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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꽤 미스테리한 스포츠다. 사실, 스포츠에서 의외성이 빠지면 재미가 몇 단계는 떨어질 거라는 점은 확실하다.
통계와 분석이 밑바탕에 깔려 있고 그런 부분이 매니아들을 열광케 하지만, 대부분은 결과론적이다.
코칭의 영역은 선제적이다. 이 선수를 좀 더 나은 선수로 만들어 성적을 끌어올리는, 아주 전통적인 방식이다.
스포츠 과학은 전통적인 방식의 경험에 의존한 코칭과 결이 조금 다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동일하다.
선수 개인의 성적 향상을 통해 팀 성적의 향상을 꾀하는 것이다.
선수 영입에 있어서는 그런 선제적인 대응이 아닌 분석적인 방식이 사용된다. 여기에서 사용되는 것은 이 선수가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해 어떤 결과를 낼지 예측하는 방식이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두 가지 방식 모두 100% 성공의 확신 따위는 없다는 사실이다.
종목의 전체적인 부분에서 일관성이 나타난다.
막대한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보너스 베이비가 100% 성공하진 못한다. 드래프트에서 거의 최하위에서 뽑혔거나, 드래프트에서 선택받지 못해 신고선수로 입단한 선수가 성공할 수도 있다.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리그 1위 팀이 10위 팀을 만나도 승패를 절대 장담할 수 없다.
오션스 팬들은, 오션스에 극강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던 김권종이 상대긴 하지만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김권종도 강건우 상대로는 그냥 투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팀은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고, 조금 불안했던 호세 킹이 호투하고 있었다.
[오늘까지 이기면 시즌 132승 페이스 ㄷㄷㄷㄷㄷ]└이젠 무서울 지경ㄷㄷㄷㄷㄷㄷ
└오션스 너무 잘나가서 못 따라온 다른 팀들 자포자기하고 해체하는거 아님?ㄷㄷㄷㄷㄷㄷㄷ
└올해부터 10년 연속 통합우승각 ㄷㄷㄷㄷㄷㄷ
└호세킹까지 각성 ㄷㄷㄷㄷㄷㄷㄷ 유리누나 ㄷㄷㄷㄷㄷㄷ
└요샌 진짜 진다는 생각이 안 든다
└지는 게 뭔지 기억나는 새끼 있냐
└그게 뭐임ㅋㅋㅋㅋㅋㅋㅋ
└지는 맛 알고 싶으면 옆갤 가보면 됨ㅋㅋㅋㅋㅋㅋ
└이새끼들 단체로 기억상실 걸렸나 니네 2년 전만 해도 10위였거든 븅신들아
└이새끼 오알못이네 ㅋㅋㅋ
└ㄹㅇㅋㅋ 2년 전 일 기억할 정도로 기억력 좋으면 꼴빠를 왜 함?ㅋㅋㅋㅋ
└;;;;;;;;;실화냐?
호세 킹이 5이닝까지 틀어막고 6회에 올라와 첫 타자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준 후 마운드를 이휘은에게 넘겼다. 여전히 적정 투구 수 이상 넘어가면 구위가 떨어지고 제구가 더 불안해질 거라는 판단이 있었고, 최근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던 이휘은을 내보냈다.
이휘은은 올라가자마자 볼넷을 내줬다. 그리고 조용한이 이휘은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잡아당겨 쓰리런으로 연결했다.
-아, 이휘은 선수. 시즌 초반 정말 좋았는데요. 조용한 선수에게 얻어맞고 맙니다.
-실투였죠. 조용한에게 저런 공을 던지면 맞을 수밖에 없어요.
-예. 호세 킹 선수의 승계 주자가 홈을 밟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늘 호세 킹 선수의 최종 기록은 5.1이닝 1실점이 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오션스는 패배해 시즌 2패째를 기록했다. 11승 2패. 여전히 리그 1위.
이휘은 이후 추격조가 등판했지만 추가 실점했고, 오션스도 바이킹스 불펜을 상대로 3점을 올렸으나 따라잡지는 못했다.
[한 경기 져도 괜찮음 호세 존나 좋아졌고 그래봤자 11승 2패 개꿀]└ㅇㅈㅋㅋ
└가끔 져주기도 해야함 ㅋㅋㅋ
└이휘은도 기죽지 말고 하던대로 해주면 된다
└간만에 지니까 좀 신선하네 ㅎ
└와 이느낌 뭔가 했더니 너무 오랜만에 져서 그런거였네
└132승 페이스에서 121승 페이스 되긴 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할 수 있지
└븅신들 정신승리 끝판대장이네
└오션스팬특)정신승리 못 하는 놈들 이미 다 떨어져나감
호세 킹은 조금 시무룩하긴 했지만 평균자책점을 6.3에서 4.7로 낮췄고,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휴 브레드먼 감독은 따로 이휘은을 불러 격려했다.
그리고 강건우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정유리가 슬퍼하지 않는 것으로 만족했다.
“한 경기쯤이야 괜찮지. 그래도 호세 잘 던지지 않았어? 이대로만 해주면 좋을 텐데. 5에서 6이닝 먹어주고, 경기당 1~2점만 내주면 충분하지. 이휘은도 아쉽긴 한데 상대가 조용한이니까. 내일부터 다시 잘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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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스와의 시즌 3차전. 3연전 마지막 경기.
우리는 현재까지 한 점도 내주지 않은 국민성이 선발로 등판하는 날이고, 상대는 장수 외국인 투수인 시몬 토바르의 등판일이다.
어제 패배했지만 분위기는 괜찮았다. 호세는 이휘은을 오히려 격려했다.
“나마스테, 호미. 그렇게 슬퍼할 필요 없어. 아니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나와 같이 요가를 하는 건 어때?”
사실, 김권종 같은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을 때 대량 득점을 뽑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은 보통 투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닐 때 일어난다. 탑 클래스 투수가 컨디션 좋을 때는 어쩔 수 없다.
그리고 하필이면, 오늘이 국민성이 컨디션이 그리 좋지 못한 날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심하게 안 좋지는 않았다. 투수들이 컨디션이 나쁘면 구속이 떨어지거나 제구가 안 되기도 한다. 혹은 덜 긁히며 변화구가 말을 안 들을 수도 있고, 포심 회전수가 급격히 하락해 던지는 족족 맞아 나갈 수도 있다.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결정적인 상황에 공이 반 개에서 한 개정도 존 밖으로 빗나갔다. 구속이 좀 느려진다고 해서 난타당할 타입은 아니다.
국민성의 등판 결과는 6이닝 4실점.
바이킹스 선발인 시몬 토바르는 퀄리티 스타트.
경기 결과는 6대 5 패배.
2연패로 시즌 첫 연패지만, 그래도 오션스 팬들이 흑화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음 주 여섯 경기가 모두 원정 경기고 오늘 경기가 일요일 경기이기에 좀 더 아쉬워하는 듯한 반응이긴 했어도 팬들은 선수단에게 격려의 박수를 쳐주었다.
“마! 다음 주에 6연승 하고 온나! 그럼 함 봐준다!”
“지니까 어질어질하다! 내 죽으면 느그 때문이다!”
가끔 표현이 좀 특이하긴 해도 뭐.
그리고 유리의 반응도 비슷하긴 했다.
“연패…오랜만에 느낀다…그치?”
“괜찮아? 혈압 올라? 대리운전 부를까?”
“아니. 그 정도는 아니야. 액땜했다 치지 뭐.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 그냥 재수 없는 날, 그 정도 아닐까?”
“난 왜 졌는지 알 거 같아.”
“뭐? 왜? 왜?”
오늘 뽀뽀 안 해줘서 그렇다, 라고 말하려다가.
유리가 화들짝 놀라며 묻길래.
그렇게 말했다가는 좀…그래서.
“아. 마운드에 약간 습기 있는 거 같더라고. 새벽에 비가 조금 와서 그런가.”
“음. 하긴. 국민성이 성격은 무던한데 그런 부분에선 좀 예민할 수도 있지. 어쩐지 공이 살짝씩 빠지더라.”
그게 정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뭐.
그렇다고 치자.
어쨌든, 다음은 원정 6연전이다.
엔젤스 3연전 이후 대구로 이동해서 엔진스 3연전.
두 팀 다 요새 분위기가 꽤 좋던데.
화요일 경기에서도 져서 3연패가 되면 오션스 팬들의 작고 소중한 인내심이 고갈돼서 해체하라는 소리가 나오지나 않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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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종종 느끼는 건데, 말이 씨가 된다는 게 진짜 일리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다.
아니, 말로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생각만 했는데 씨가 되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진 엔젤스와의 3연전 중 첫 경기. 우리는 장단 12안타에 사사구를 7개 얻어내고도 고작 3득점에 그치며 패배했다.
엔젤스의 오랜 팬인 이훈은 5이닝 동안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는 못 했지만 그럭저럭 밥값을 했음에도 패전을 떠안았다.
[씨발 좆같은 꼴션스 해체나 해라 씨발] [3연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병신팀 드디어 본실력 뽀록났죠???] [결국 봄션스였음?] [아직 봄 다 가지도 않았는데 무슨 일임?] [변비 타선 ㅋㅋㅋㅋㅋㅋㅋ] [황족 엔젤스에게 진걸 부끄러워 하지 마라 오션스] [어디 한 군데 막았다 싶으면 다른데서 터지고 ㅋㅋㅋ] [혈압올라 못 보긋다 시발꺼들아 야구 접어라]“오션스…해체해…”
유리는 엎드려서 고개를 파묻고 울먹였다. 물론, 유리를 포함한 오션스 팬들이 해체하라고 외치는 것은 정말 해체하라는 뜻이 아니다.
저 오션스어를 굳이 번역하자면, ‘정말로 해체하면 죽여버릴 거긴 한데 내일 경기에서는 미친 경기력으로 상대를 압살하지 않으면 내일 또 해체하라고 외칠 거다’라는 뜻이다.
-아버지 : 건우야
-아버지 : 엄마가 오션스 해체 언제 하느냐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하냐?
-나 : 내일은 이길 거라고 말해주세요
-아버지 : 안 믿는데?
-나 : 내일 선발 승기 형이에요
-아버지 : 휴
경기를 거의 매일 해서 그런지. 팬들도 대체로 일희일비하는 성향이 강하다.
나는 유리를 토닥였다. 유리는 ‘해체…해체…제발…’이라고 중얼거렸고, 나라라도 잃은 듯한 표정이 귀여워서 꼭 안아줬다가 한 대 맞았다.
“왜 때려?”
“내일은 더 잘하라는 사랑의 매.”
난 잘 했다고 말하려다가 그냥 입을 닫았다. 내일 더 잘하라면 더 잘하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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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큭큭…”
민승기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얼굴에 왼손을 얹으며 웃었다.
팀이 연패에 빠졌음에도 웃음이 난다. 아마 팀 성적이 정말로 곤두박질쳤다면 웃음이 안 나올지도 모르지만, 3연패를 기록했음에도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어떤 일이 벌어져야 하는가.
“연패를 끊어주는 것이…에이스의 역할.”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에이스다.
변비 타선?
상관없다. 1점만 내면 충분하다.
수비 실책?
괜찮다. 그냥 잡아야 할 아웃 카운트가 27개에서 28개로 늘어난 것뿐이다.
“사직은 아니지만…오션스 유니폼을 입은 이상 주인공은 바로 나…!”
살짝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그렇다.
3연패를 거두며 팬들의 비난을 받는 오션스.
한 줄기 빛처럼 나타나 연패를 끊고 다시 팀을 정상화 시키는 에이스.
더 주목받을 수 있는 그런 날이다.
“그것이 바로 차기 영구결번 민승기…”
유독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세상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 마련된 것만 같았고, 자신은 준비되어 있었다.
“큭큭큭…큭큭…”
다시 웃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룸메이트인 주상욱을 향해 소리쳤다.
“주상욱! 언제까지 잘 생각이냐!”
아까 깼지만 민승기가 민망할까 봐 여전히 누워있던 주상욱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형.”
“왜.”
“오늘 비 온다던데요.”
“뭐?”
“취소될 수도 있어요.”
“안…돼…”
민승기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주상욱이 중얼거렸다.
“오늘 취소되면 뭐…내일 던지면 되죠. 아침이나 먹으러 가요.”
“대체 왜…오늘…?”
“기상청에 물어봐요.”
“하늘도 무심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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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경기를 하지 않는 KBO 팬들은 일요일에 지면 월요일도 진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화요일에도 졌다. 그래서 유리의 말로는 4연패를 당한 느낌이라고 한다.
거기에 수요일 경기가 우천 취소되었다.
“5연패 끊어줘. 진지하게 부탁하는 거야.”
그러니까 이게 실질적 5연패라는 오션스 팬 기적의 계산법인 것 같다.
어제 선발로 예정됐던 승기 형은 오늘 등판하기로 했다.
“오늘만큼은 양보할 수 없지…”
훈련 때 저렇게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한 점뿐이라느니 어쩌니 했지만 난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엔젤스 선발은 정수호다. 국가대표 좌완.
좌타자를 상대할 때와 우타자를 상대할 때의 편차가 크지 않은 노련한 투수다. 휘말리면 안 된다.
팬들이나 몇몇 선수에게서, 그리고 유리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와는 달리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했다. 특히 감독님이 그랬기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런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잠실을 찾은 오션스 원정 팬들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엔젤스도 팬이 많은 팀이기에 저 팀의 홈 팬들도 엔젤스가 연승을 이어나가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선두 타자 서창열이 간결하게 밀어친 안타로 출루했다. 우리 벤치에서는 번트 싸인이 나왔다.
오션스는 번트를 자주 대는 팀이 아니다. 1루가 비었을 때 내게 고의사구가 나오는 것도 그렇고, 배영한의 타격 실력이 있으니 더더욱.
그런데 엔젤스는 번트에 대한 대비를 전혀 안 하고 있었다.
딱!
무사 1, 2루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엔젤스 3루수가 수비를 굉장히 잘 해줬다. 나는 1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갔고, 나를 본 정수호가 씩 웃었다.
곧바로 이어진 고의사구.
1사 1, 2루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못 했다기보다는 엔젤스가 잘 막았다.
대근이 형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엔젤스 유격수 윤세환이 그대로 잡아냈다. 병살 위기였지만 서창열이 민첩하게 움직여 병살은 당하지 않았다.
그리고 노루 형의 큼지막한 타구를 엔젤스 중견수 이연호가 펜스에 부딪히며 잡아냈다. 저걸 놓쳤더라면 2점이 날 수 있는 타구였다.
아쉬운 결과에 엔젤스 팬들이 환호했다. 우리 선수들도 입맛을 다셨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큭큭큭…”
누군지는 말하기도 싫다. 그만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