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7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79화(179/385)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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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야구가 축구처럼 일주일에 1, 2번 경기를 치렀다면 리그의 양상 자체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야구에서는 주전 선수라면 대부분 컨디션이 좋건 나쁘건 경기에 나서야 하고, 감독들은 몇 경기 정도 안 좋아도 경기에 나서면서 감을 찾도록 지시한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긴 하다.
재미있다는 것과 웃긴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야구는 재미있고도 웃긴 스포츠다.
선수가 한 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치고도 다음 날 경기에 나오면 어떤 팬들은 이제 끝난 선수를 경기에 투입하는 감독을 욕한다. 양아들이라느니, 선수가 감독의 알몸 비디오를 가지고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3연패를 하고도 라인업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는 감독에게 쏟아지는 분노는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불운했거나, 그럴 수도 있거나, 아무튼 그런 것들은 아무 상관 없다.
바이킹스가 좋은 경기를 했다는 사실이나 엔젤스 선수들의 경기력 싸이클이 하늘 끝까지 치솟아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쨌거나, 연패가 길어지는 것은 누구도 달갑지 않다. 우리와 맞붙는 팀이야 우리의 연패를 길게 늘려주고 싶어 안달이 났겠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런 흐름을 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나 말고 다른 선수들도 그렇게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없다.
혼자 하는 스포츠라면 오롯이 내게 달려 있겠으나.
내게 주어진 역할보다 아주 조금은 더 노력하는 것 정도 외에는 방도가 없다.
예를 들자면.
따악-!
애매하게 좌익수 방면으로 날아가는 타구를,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서.
타앗!
“아웃!”
좌익수 황석규가 잡아내기엔 조금 짧은 타구를 잡아 아웃 카운트를 따낸다거나.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아! 야! 강건우! 그걸 왜 잡냐!”
오션스 팬들이 기뻐하고 엔젤스 팬들은 화를 낸다. 황석규는 날 보며 씩 웃었다.
선발 투수는 등판하는 날이면 내 기량에 따라 한 경기 내내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다.
타자로 출장하면 한 경기에 네다섯 번 타석에 들어서고, 나머지는 수비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
한 경기에서는 선발 투수가 가장 중요할지 몰라도, 시즌을 통틀어서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당연히 선발 투수와 타자 및 야수로 투타 겸업을 시도하면 가장 좋겠지만, 이게 또 한 번 해보고 나니 부상 문제가 가장 마음에 걸려서.
어쨌든, 수비가 끝나고 타순이 내 차례까지 돌아오지 않을 수 있는 이닝에는 다른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울프. 오늘 투수가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려고 하는데, 존 밖으로 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울프팩은 콧김을 내뿜으며 대답했다.
“Fucking 체인지업. 좋아. 고마워.”
“그래도 슬라이더를 잊지는 마.”
“슬라이더를 총으로 쏴 버리고 싶은 사람이 나야.”
마이너리거 타자가 단계별로 올라가려면 ‘제대로 된’ 체인지업을 ‘제대로’ 때릴 줄 알아야 한다. MLB 수준은 아닐지라도 정수호의 체인지업은 KBO 레벨에서는 제대로 된 공이다.
우타자인 황석규와 박의현에게도 바깥쪽 낮게 역회전 성으로 벗어나는 서클체인지업에 대해 알려줬다.
물론, 그런 기본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타자들이 그 공을 당장 공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대근이 형과 노루 형만 해도 못 때린 게 아닌데 아웃을 당했으니.
점수가 나는 이닝보다 점수가 안 나는 이닝이 훨씬 많다. 어쩌면 팀 컨디션이 올라올 대로 올라온 엔젤스가 그냥 잘 막은 걸지도 모른다. 2회 초 무득점.
우리 팀의 팀 컨디션이 최상까지는 아니다.
사람이 좀 특이하긴 해도 승기 형은 에이스라고 불리기에 절대 손색이 없다. 아니, 에이스라고 불리기에 이 사람 만큼 걸맞은 사람이 또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괜히 국대 빅3 같은 거로 불리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혼자 하는 것은 또 아니다. 내 도움이 꽤 크다.
발 빠른 주자의 깊숙한 타구는 조금 더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외야로 도망가고 싶어 하는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내고, 강하게 발을 디디며 빠르게 던진다.
수비할 때는 투구할 때와는 다르게, 그립을 정확히 잡아낼 시간이 없다. 던지기 전까지 플레이는 멈춰 있는 마운드에서와는 다르다. 플레이는 이루어지고 있고, 송구로 플레이를 멈춰야 한다.
“아웃!”
키 큰 주장이 긴 팔을 있는 힘껏 뻗고 있으면 0.01초라도 도움이 된다. 간발의 차이로 아웃이 선언됐고, 환호와 절규가 동시에 터져 나온다.
“우와아아아아아!”
“아아아!”
사실, 화려한 수비와 안정적인 수비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정적으로 수비하지 못하면서 화려한 수비를 시도하는 선수가 있다면 그런 선수 때문에 착시 효과가 생길 뿐.
내 앞으로 높게 뜬 타구를 간단하게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빗맞아서 살짝 역회전이 먹은 타구. 간단해 보이기는 해도, 처음부터 자세를 잘못 잡거나 낙구 위치 판단을 잘못하면 놓칠 수도 있다. 이런 타구를 잡을 때 엉덩이를 쭉 빼고 입 벌린 채 힘겹게 잡는 건 안 좋아한다. 보는 사람이 불안해지는 수비 대신, 역회전이 먹힌 것을 간파하고 먼저 가서 머리 위에서 잡아냈다.
“아! 강건우! 좀!”
“인간미가 없어! 하나쯤 놓쳐보라고!”
이제, 수비에서뿐만 아니라 타석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시간이다.
“큭큭큭…”
빨리, 빨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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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을 잃어버렸지만 배짱과 제구를 얻었던 정수호는, 경험뿐만 아니라 리더십도 쌓여가고 있었다.
우승 경험 없는 원클럽맨이 나이를 먹어가면, 슬픈 일이지만 꽤 로맨틱한 이야기가 된다.
물론 이건 오션스와 엔젤스 양 팀 모두에 해당되는 말이었다.
두 팀의 역사는 어딘가 비슷한 면이 있지만, 오션스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었고 엔젤스는 포스트시즌 진출 후보 중 하나.
하지만 오늘 마운드에 서 있는 정수호는 이번 시즌에 꽤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전문가나 언론의 시각은 달랐지만, 본인이 느끼기에 엔젤스의 이번 시즌은 달랐다. 어린 선수들이 발전했고, 원소속팀과 FA 계약을 맺은 송병재도 예년보다 책임감을 느끼며 어린 타자들을 이끌어주고 있다.
야수들의 집중력이 높다. 주변 사람들은 공 끝이 묵직해졌다고 하는데, 정수호는 자신의 공이 아니라 야수들의 도움으로 공을 돌렸다.
딱!
배영한은 까다로운 타자다. 하지만 정수호 특유의 커브같이 휘며 떨어지는 팜볼이 그라운드볼을 유도했다.
“정수호! 정수호! 정수호!”
오늘 처음 던지는 팜볼이 효과를 봤다. 강건우 앞에 주자를 내보내고 싶지 않아 집중력을 발휘했고, 엔젤스 팬들이 이름을 외쳤다.
다음 타자 강건우가 천천히 타석으로 걸어들어오고 있다. 얼핏 보면 허술해 보이지만, 저놈의 스윙을 떠올리면 저 느릿한 걸음이 굉장한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때로, 그냥 대충 던져 넘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혹은, 2사 주자 없는 상황인데도 벤치에서 고의 사구를 지시해주길 바라거나.
팬들의 외침을 듣고, 든든한 후배 야수들을 돌아보면 마음이 조금 안정된다. 유격수 윤세환이 어젯밤에 전화해서 말했다. ‘형. 제가 강건우만큼 치지는 못해도 강건우만큼은 막아드릴게요.’
포수 차종윤이 초구 서클체인지업 싸인을 냈다. 판단하기 쉽지 않다. 카운트를 잡고 시작하고 싶지만, 초구 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잡으려다가 자신의 느린 140km/h 초반대 공이 쉽게 공략당하면?
오늘 상대 투수가 민승기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오션스로 이적한 후의 민승기는 거의 언터처블이다. 이 경기에서 2이닝을 더 던져 무실점 행진 중인 민승기는 현시점에서 평균자책점이 1.03이다.
머리를 굴려봤자 답이 안 나오는 상대들이다. 민승기와 강건우. 저 친구들이 엔젤스로 왔다면 은퇴 전에 우승 반지 하나쯤은 끼고 커리어를 끝낼 수 있었을까.
“엔젤스 수호신 정-수-호!”
팬들의 응원가를 들으며 운을 뗐다. 목적지는 존 바깥쪽. 헛스윙해주면 좋고, 볼을 때려 평범한 그라운드볼을 쳐주면 훨씬 더 좋고. 안 치면 어쩔 수 없고.
“볼!”
경험이 쌓이고 배짱이 두둑해져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 생각보다 더 벗어났다. 이런 공에 속을 타자가 아니다. 살짝 땀이 배어 나오는 손바닥을 유니폼에 쓱 닦아내고 로진백을 털어 만졌다.
차종윤이 또 바깥쪽 낮은 서클체인지업 싸인을 냈다. 정수호는 자신에게 배짱이 넘친다는 평가는 정말 과분하다고 느꼈다. 정말 그랬다면 몸쪽 깊숙하게 포심이나 슬라이더를 꽂아 넣은 뒤 저 코스로 던졌을 텐데.
몸쪽 승부 후 바깥쪽은 정석이다. 상대가 겁나서 그 정석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상대가 보통 상대는 절대 아니니까.
그럼에도 이겨내고 싶다. 팀 대 팀으로서도 그렇고, 투수 대 타자로서도.
제구가 좋은 투수라 할지라도 실투는 나오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계획과 완전 다른 공을 던진 것은 아니었다.
덜 휘거나 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존 중앙에 때려줍쇼 하고 꽂은 것도 아니다. 공 한 개 정도를 존 밖으로 빼려다가 공 한 개 정도가 존 안으로 말려 들어갔을 뿐이다. 어쩌면 로진백을 평소보다 너무 많이 발라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그냥, 그런 예감이 들었다.
‘좆됐다.’
강건우의 왼발이 세차게 움직였다. 흙먼지가 살짝 튈 정도로 강하게 스텝을 밟았고, 시선이 공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골반을 축으로 몸이 제대로 돌았고, 손에서 공이 떠난 후 1초도 걸리지 않은 시간에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따아아아아아아악-!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그 타격음이 고막을 잡아 찢을 정도로 크게 느껴졌다.
아무리 경험이 쌓여도 익숙해지지 않는 느낌이다. 정수호는 입맛을 다시며 쭈그려 앉았고, 강건우가 꽤 짜증나게 배트를 튕겨 던지며 베이스를 돌기 시작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 시발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건우야! 그거다!”
“아 강건우 시발 진짜!”
강건우를 욕하는 건지, 아니면 나를 욕하는 건지.
엔젤스 팬들은 자신을 쉽게 욕하지 않지만, 정수호는 차라리 ‘시발 강건우’가 아니라 ‘시발 정수호’라고 소리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강건우가 좋은 야구계 후배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냥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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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도 잘 던졌고, 정수호도 잘 던졌다. 잠실 구장은 현역으로 사용되고 있는 야구장 기준으로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큰 규모의 야구장이다. 그 다섯 손가락 중 큰 사이즈의 구장 중 두 곳은 고지대(쿠어스 필드)와 돔구장(도쿄 돔)으로, 잠실이 작지만 강바람의 영향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다.
민승기는 사직에서 정신적 도핑을 통해 호투했고, 잠실에서는 하이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답게 좋은 성적을 낸다.
어쨌거나, 5회 초.
여전히 마운드에 서 있는 정수호는 이닝 선두타자 박의현에게 볼넷을 내준 뒤 조금은 조급해졌다.
‘안 되는데, 이거.’
세 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야 이닝이 끝난다.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더 큰 압박감이 있다.
병살을 잡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세 타자를 모두 잡아내지 않으면 또 강건우가 나온다.
최악의 상황은 만루에서 강건우를 만나는 것이다.
오히려 어린 투수가 겁 없이 던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아무리 강건우라도 때리는 족족 홈런이 나올 수는 없다.
하지만 아까의 그 홈런이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았다. 잠실에서 나오는 홈런의 대부분은 라인드라이브성 홈런이다. 강건우처럼 어퍼 스윙으로 퍼 올리는 타구는 대부분 워닝트랙 앞에서 잡히곤 한다.
그런데 그 압도적인 비거리라니. 강건우 혼자만 잠실이 아닌 작은 구장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긴장감을 감추기 힘들었다.
딱!
“세이프!”
노경우가 슬라이더를 간결하게 밀어쳤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자신의 얼굴을 후려치며 집중력을 끌어올린 정수호가 서창열을 상대로 5구 승부 끝에 팜볼로 삼진을 잡아냈다.
하지만, 배영한이 기술적으로 밀어친 타격으로 3루수 키를 살짝 넘겼다.
2루 주자 박의현은 무리하지 않았다. 본인의 발이 그리 빠르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강-건-우우우! 강! 건! 우! 강건우! 오션스 강건우!”
…다음 타자가 강건우인 것도 한몫할 것이다.
1대 0으로 이기고 있기에 오션스 입장에서도 점수가 간절하겠지만, 강건우가 나온다. 절대 무리할 필요가 없다.
사실, 정수호는 내심 이렇게 생각했다.
‘차라리 홈으로 뛰지.’
1점을 내주더라도 2사 1, 2루면 강건우를 적당히 피해갈 수 있다.
스스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놀라진 않았다. 강건우는 그냥 타자가 아니다. 리그에서도 그랬지만, 올림픽에서 그런 걸 정말 사무치게 느꼈다.
강건우가 걸어 나온다. 머리에 쥐가 날 것만 같았다. 엔젤스 투수 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정수호는 도망치고 싶었다. 아까의 그 피홈런이 머릿속에서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재생되는 듯했다. 제발, 공을 들고 나와줬으면.
제발.
빈손으로 올라온 투수 코치가 말했다.
“수호야.”
“예.”
기대하지 않던 발언이 나왔다.
“아까 그건 그냥 잊고, 살살 꼬드겨 보자. 낮게, 무조건 낮게.”
티 안 나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맞다.
1사 만루다. 게다가 타자가 강건우다.
내가 여기서 못 하겠다고 말하면, 후배 투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밖에 안 된다.
던지기 싫다.
아마, 그건 다른 투수들에게도 마찬가지겠지.
아무 생각 없이 던지게 신인급을 올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랬다가 만루 홈런이라도 맞으면, 그 신인은 무슨 잘못인가?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웠지만 정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는, 베테랑인 자신이 마무리하는 것이 맞다.
이런 식으로 강건우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1루가 비어 있다면 피해갈 테고, 주자가 하나도 없다면 맞아도 1점이라고 마음을 비우고 던질 수 있을 텐데.
정수호는 벤치로 돌아가는 투수 코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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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이라고 해서 항상 베테랑답게 던지는 것은 아니다.
신인이라고 해서 항상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일관성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정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있다면, 절대 놓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훈련의 이유고, 내가 최고가 될 수 있었던 바탕이다.
판단은 누구보다 빨라야 한다. 야구는 멈춘 상태에서 시작해 플레이가 끝나면 다시 멈추기에 얼핏 보면 정적인 스포츠로 보이기 쉽지만, 정(靜) 사이에 동(動)이 있다. 그 한순간을 놓치면 절대 최고가 될 수 없다.
손목은 거칠지만 일자로.
허리에는 힘을 싣되 강렬하게.
가슴은 절제된 상태로 폭발력을.
발목은 내 힘으로 부러지지 않게 강직하게.
눈은 꿰뚫어버릴 것처럼.
모든 동작이 하나로.
바로, 이 타격을 위해서.
따아아아아아아악-!
이 세계에서, 이 결과가 나오는 위치는 이 작은 점뿐이다. 날아오던 공이 내 배트에 제대로 맞으면, 공은 아득하게 날아간다. 어둑한 밤하늘을 찢어버릴 듯 솟구치며 투수와 상대 팀을 무너뜨린다.
오랫동안, 백수십여 미터를 날아간 공이 스탠드에 꽂히면.
“건우야아아아아아!”
“유리 누나가아아아아!”
“홈런 쳐줘서 좋아 죽는단다아아아아아!”
환호하고.
“……”
“아…”
침묵한다.
외야수의 허탈한 뒷모습이 보기 좋다. 1루수가 시선을 피하는 것 또한 즐겁다.
하지만 그중 가장 좋은 것은, 내 홈런에 기뻐하는 유리의 행복한 표정이다.
이 만루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고, 유리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게 된다. 오션스 팬들이 기뻐하며 날뛰는 것도 즐겁다. 유리는 저 집단에 속해 있다.
“와, 강건우!”
“강건우!”
“건우!”
베이스에 서서 내 타격을 기다리던 동료 선수들이 내 헬멧을 두들기며 기뻐한다.
“홈런 한두 번 봐요?”
고개를 털어내며 말하자, 헬멧을 두드리는 손이 더 과격해지고 늘어난다.
“갱! 거-누!”
흥분한 감독님이 내 헬멧 두드리기 퍼레이드에 동참했다.
하.
유리가 좋아하니까 그냥 넘어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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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호를 두 개의 홈런으로 무너뜨린 강건우는, 수비에서도 여전히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다른 타석에서는 볼넷을 얻었다. 도루, 그리고 또 도루.
민승기가 7이닝 1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서 또 볼넷을 얻은 강건우는 2루를 한 번 더 훔쳤다.
2홈런 3볼넷 3도루.
5타점 4득점.
[3연패 끊어낸 오션스, 승리의 주역은 강건우!] [차원이 다른 플레이의 강건우.] [맹타 그 이상. 강건우의 비결은? ‘유리 누나가 이기라고 부탁해서요.’]└ㅇㄹㅇㄹ
└ㅇㄹㅇㄹ
└3연패 하는 동안은 이기라고 부탁 안 한거?
└분위기 깨지 말고 ㅇㄹㅇㄹ나 쳐라
└ㅇㅋ;; ㅇㄹㅇㄹ;
└ㅇㄹㅇㄹ
[7이닝 1실점 승리 투수 민승기. 4번 등판해 4승!] [(댓글 이벤트) 2029시즌 오션스의 키 플레이어는?]└건우지
└유리누나
└갓건우
└킹건우
└유리 누나 코치님
└강건우지 ㅅㅂ
└갓갓우
└민승기
└승기 존나 좋은데 그래도 건우는 건우임
└민승기라니까
└승기야…
└그래도 건우 ㅎ
└‘이훈’
└씨발 낄데 껴라 쫌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