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78)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80화(180/385)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6-
#
4경기에 등판해 4승을 거두는 동안 31이닝을 소화하고 3실점으로 평균자책점 0.87에 탈삼진 37개. 퍼펙트게임 한 번과 완투승 한 번.
14경기 전 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밥 먹듯이 호수비를 보여주고 타율 0.471에 출루율 0.562, 홈런 12개에 27타점 25득점 도루 8개. 마무리 투수로 3번 등판해 5K 무실점 3세이브.
오션스 팬들 사이에서 꽤 격렬하게 벌어진 논쟁은, 오션스 왕조가 설립된다면 왕은 누구인가 하는 문제였다.
물론 대부분의 야구 관련 논쟁이 그렇듯 딱히 생산성은 없었다. 야구 팬들이란 원래 그런 존재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야구도 생산성은 없다.
[다시 태어나면 강건우vs민승기]강팀의 요건은 셀 수도 없이 많고 다양하지만, 전통적인 관점에서 입각해서 보자면 최고의 1선발과 홈런왕 및 환상적인 수비의 유격수, 그리고 철벽 마무리 투수가 있다는 것은 명백한 강팀이 되기 위한 조건들이다.
1선발은 FA로 해결했고, 나머지 세 가지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강건우 한 명을 뽑는 것으로 한 번에 끝냈다.
└민승기 팬인데 이건 강건우지
└건우
└난 민승기
└솔직히 강건우
└민승기 대박 fa인데 민승기가 낮지 않냐?
└낮x낳o
└뭐래 시발
└너네가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 같은데 돈 가지고는 민승기가 건우한테 못 비빔
└건우니? 그래도 강건우
└존나 어렵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랬는데 강건우는 투수도 잘함
└민승기=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투수/강건우=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타자+민승기보다 공 잘 던짐+크보 역대최고 수비력까지
└강건우 고평가 너무 심한거 아니냐?
└니네 그거 아냐? 강건우가 오션스 역대 유격수 통산 타격 WAR 1위임
└당연하지
└당연한게 아니라 ㅅㅂㅋㅋㅋ 오션스 유격수 커리어 총합 WAR로 따져도 1위라고 ㅋㅋㅋㅋ 1시즌만에 다 제꼈다고 ㅋㅋㅋㅋㅋ
└건우네 건우여
└난 유리 누나
└;;;
두 선수 모두 팀에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팀의 주축이 되었다. 이런 논쟁은 당연히 쓸모가 없는 이야기다.
강건우는 팬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누가 더 잘하면 어떤가. 우승만 하면 되는 건데.
민승기는 신경 쓰지 않는 척하고 있었다. 사실, 민승기에게도 크게 상관은 없는 일이었다. 강건우와 민승기는 둘 다 오션스의 우승이 지상목표다. 자기가 가장 주목받는다면야 금상첨화겠지만, 강건우가 팬들의 선택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해서 시기 질투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본인이 조금 더 노력해서 그 자리를 빼앗아야 한다고 생각할 뿐.
물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더라도 민승기는 취미 생활을 여전히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민승기
댓글이 달린다.
└승기냐?
└자라 승기야
#
우리는 어제 경기를 마치고, 서울에서 대구로 이동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해도 저녁 경기를 끝내고 바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은 꽤 체력이 소모되는 일이다. 신인급 선수들은 시간이 갈수록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마련이다.
어떤 베테랑들은 오히려 이럴 때 치고 올라오기도 한다. 체력 관리에 대한 노하우 유무가 굉장히 크다.
“오. 건우.”
감독님이 오전 휴식을 명한 가운데, 혼자 새벽부터 사우나를 하고 온 서창열을 호텔 복도에서 만났다. 피트니스 센터 가서 혼자 러닝 좀 하려고 했는데.
“좋은 아침입니다.”
“야, 강건우…”
잘못 봤다. 혼자가 아니었다. 서창열과 같은 방을 쓰고 있는 노경우가 뒤에서 뭉그적거리며 따라오는 걸 보니, 둘이 다녀온 모양이다.
“뭐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네.”
“노경우 저놈은 원래 이상했냐, 아니면 오션스에 와서 이상해진 거냐?”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둘 다요.”
“시발. 어쩐지.”
“아. 내가 뭘…”
“사실 오션스가 좀 이상하긴 합니다.”
“그래? 나만 그렇게 느낀 거 아니지?”
“예…”
뭔가, 뭐라고 해야 하나.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음.
이 팀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는 사람이 나 포함 세 명뿐이라는 부분에서 절망적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와. 창열이 형. 저보다 강건우가 오백 배는 이상한 놈인데요.”
“너보다 야구 오천 배 잘 하니까 그 정돈 괜찮다고 했냐 안 했냐.”
“오천 배까지는 아닌 거 같은데요…”
생각해보면 노경우도 많이 변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근거 없는 자신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조금 지나니까 날 볼 때마다 나쁜 놈이라고 부르거나 선배들한테 까불고 다녔고.
내가 저놈 사람 만들려고 얼마나 애썼는데.
“그래도 제가 그나마 사람 만들어 놓은 거예요.”
“누가 누구를?”
“안 그래도 그런 것 같더라. 고생 많았다.”
“아니, 형. 잠깐만요.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원래는 내야수 하지도 못 할 놈이었는데…”
“야, 내가 유격수 자리 양보해준 거 모르냐?”
“노경우 이 새끼 입만 열면 구라가 아주. 숨 한 번 쉴 때마다 구라를 친다니까.”
“저 안타는 칠 줄 아는데 구라는 못 치는데요.”
“사람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뭐?”
“난 사람은 칠 줄 안다 이 새끼야. 하. 고등학교 후배라서 챙겨주려고 하는데 벅차네.”
“예?”
나와 서창열은 노경우가 뭐라 말하든 말든 무시하고 노경우를 갈궈댔다.
아. 속 시원하다.
혈액이 팽팽 돌고 소화가 잘 되는 것 같은 이 느낌.
언제 한 번 오션스 정상인 모임 같은 거라도 할까 싶다.
멤버는…
음.
나, 서창열, 주상욱…
또…아. 김정용 선배랑, 또 누구 있지?
앞길이 막막하다. 제정신 박힌 사람 명단 추리기가 이렇게 힘이 든다니.
“아무튼, 살살 좀 해라. 알아서 잘 하겠지만.”
“예.”
“노경우 너 말고 이 자식아. 건우 반만 좀 닮아보라고 내가 몇 번을 이야기했냐?”
#
엔진스는 뜨거웠던 FA 시장에서 움직임이 없었던 팀 중 하나다.
불펜의 핵 중 하나인 권규영을 눌러 앉혔고, FA 자격을 얻은 박혁수는 38세 시즌을 시작하는 대신 엔진스에서 코치 연수를 시작했다.
눈에 띄는 보강이 없었음에도 탄탄한 팀이다. 부동산 트리오는 여전히 20대 중반의 나이고, 백준섭이 야수조와 투수조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그렇다 치고, 그냥 내 생각을 말하자면 엔진스가 이번 시즌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 같다.
지난 시즌은 5위였다.
경기 준비를 하면서 투수 영상도 보지만 타자들의 영상도 보게 된다. 내가 마운드에 올라가 직접 상대해야 할 일이 생길 수 있으니 그렇기도 하지만, 수비할 때도 활용하기 위함이다.
노경우를 옆에 앉혀두고 계속 주입식 교육을 한다. 노경우는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래도 꾸역꾸역 억지로라도 내 말을 들으려고 하고 있다.
요새는 노루 형도 함께다. 우리가 경기 전 타구 분석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은근히 하고 싶어 하길래 흔쾌히 받아줬다.
타구 분석은 내야수들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어떤 타자가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스프레이히팅을 주로 하는 우타자가 만루 상황에서 당겨치는 타격으로 바꾼다면, 야수들은 사전에 그걸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 투수가 그 상황에서 몸쪽 낮은 싱커를 던져 먹힌 타구를 유도하려 한다는 것과 결부시키면, 3루 쪽으로 타구가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혹은 어떤 타자가 포심과 구속이 15km/h 이상 차이 나는 커브를 때릴 때 1, 2루 간으로 타구가 향할 확률이 67%라거나. 배터리의 싸인을 확인하고 타구에 대비해야 한다.
팀 문화라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팀 선배들이 이런 걸 이미 하고 있었더라면 어린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해 배우며 팀 전력을 상승시켰을 테지만, 전 키스톤 콤비는 그런 거랑은 거리가 멀었으니.
다른 선수들도 눈치를 보느라 하고 싶어도 못 했거나, 그냥 자기 앞가림하기 바빠서, 혹은, 그냥 이런 걸 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을 수도 있고.
“건우야.”
노루 형이 초코파이가 사라지는 마술을 보여주고는 말했다.
“예.”
“제임스 베리 금마 공 우째 때리면 될까?”
정말 좋은 징조인 건, 이제 노루 형이 내게 뭔가를 물어보는 걸 그리 주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내가 잘 해도 고작 2년 차다. 팀 선배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형. 그렇게 치지 말고 이렇게 쳐보세요.’ 같은 말을 하기는 좀 그렇다.
“걔 제구 안 되잖아요.”
“맞다. 전에 대가리 터질 뻔했다.”
“앞에 타자들한테 던지는 거 보고, 오늘도 제구 안 되는 거 같으면 스트라이크 두 개 되면 친다는 생각으로 쳐보세요.”
“그르까?”
“예. 어차피 브레이킹볼 각 큰 공도 없고. 근데 오늘 타격 컨디션 너무 좋으면 그냥 초구 쳐도 괜찮고요.”
“하긴. 금마 좀 무식하게 던지니까.”
공 끝이 좋아 묵직한 포심과 커터가 주 무기다. 체인지업도 던지기는 하는데 두 가지에 비하면 딱히.
물론 컨디션 좋은 날이면 대놓고 패스트볼 종류만 던져도 꽤 먹힌다. 그러니까 재계약도 했을 테지. 이 정도면 KBO에서 충분히 먹힌다는 판단이 있었을 거다. 버텨주는 수준이 아닌, 엔진스는 이제 포스트시즌 단골을 노리는 팀이니까 더더욱.
어쨌거나, 오늘 우리 선발은 앤디다. 그라운드볼 유도를 많이 하는 투수이니만큼 수비에 더 신경 써야 한다.
“그럼 그냥 초구부터 풀스윙 갈까? 남자답게.”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노경우에게 대답해줬다.
“창열이 형이 여기 있었어야 했는데…”
#
엔진스 포수 백준섭은 오늘 선발인 제임스 베리에게 말했다.
“돈 비 스케어드. 강건우? 저스트 휴먼. 유 언더스탠?”
제임스 베리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Thanks, 형-님.”
“오케이. 유 굿. 빌리브 팀. 아임 홈런 킹. 돈 워리.”
조금 답답하기는 하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강건우 때문에.
그래도 투수 앞에서 그런 티를 내지는 못 한다.
짧은 영어로라도 소통하면서 센 척을 좀 했지만, 제임스 베리는 강건우와 상성이 영 맞지 못하다.
‘시발. 얜 요령이 없어서.’
강건우를 상대할 때는 채지성이 가장 좋다. 뺄 때 뺄 줄 아는 투수라서 그렇다. 제구력과 멘탈이 좋아서 강건우에게 말리지 않고 그냥 볼넷을 내주고 만다.
그런데 제임스 베리는?
가장 좋을 때가, 어디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존에 무식하게 던질 때가 가장 좋은 투수다.
경기 전에 대표팀 단톡을 켰다.
-백준섭 : 강건우 3일만 기절시켜줄 사람 구함
-양대근 : 안됩니다
-정수호 : 준섭아 킬러 구하면 나도 좀 알려주라
-정수호 : 어제 건우한테 두 방 맞았더니 멘탈 회복이 안 된다
-정조준 : 저요
-정조준 : 얼마 주쉴?
-강건우 : ㅋ
-정조준 : ?
-정조준 : 지금 비웃은거?
백준섭은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버렸다. 상대할 때가 아니면 정조준이나 놀리고 놀 텐데, 갑자기 우울해져 버렸다.
지난 시즌, 오션스와의 상대 전적은 10승 1무 5패다. KBO 모든 팀 중 가장 잘 해냈다. 엔진스보다 오션스를 잘 상대한 팀은 없었다.
팀 전력은 더 올라갔다. 젊은 선수들이 더 발전했고 베테랑들도 원숙함을 더 했다. 물론, 오션스도 알차게 보강했다.
완전히 밀릴 거라는 걱정이 아니라, 강건우 때문에 스트레스였다. 대처 방법이 나오지 않는다. 지난 시즌에는 거의 안 하더니 이번 시즌에는 도루도 많이 시도한다. 현재까지 8번 시도해 8번 모두 성공. 심지어 조용한이 통화로 이렇게 말했었다.
‘그냥 던지면 때리고 볼넷 주니 뛰더라. 도루 두 번 내주고 나나 투수한테 문제가 있어서 도루 허용한 건가 몇 시간을 돌려봤다니까? 진짜 강도당한 느낌이다.’
바이킹스가 오션스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거두긴 했지만, 조용한은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엔젤스 포수 차종윤도 한 경기에 세 개를 내주기도 했다. 3루 도루까지 허용했을 때 차종윤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이게 문제다. 경기에서 이기더라도 누군가의 멘탈을 터뜨리는 놈이다. 그게 투수일 수도 있고, 포수일 수도 있다. 종종 강건우의 수비 때문에 안타성 타구가 죄다 막혀버리면 타자도 그럴 때가 있다.
아무튼, 자신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제임스 베리에게 어차피 강건우도 그냥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올림픽에서 강건우와 같이 뛴 선수들은 강건우에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본능적인 공포심을 느끼고 있었다.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즐길 수도 없다. 하지만 팀 리더로서,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자. 알지? 오션스 지금 잘 나가지만, 작년에 우리가 개발랐다. 작년처럼 딱 하자. 어?”
“예!”
팀을 이끌기 위해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아무리 그런 감정을 느끼더라도 그게 티가 나면 팀 전체가 가라앉게 된다.
#
휴 브레드먼 감독은 투수 타입에 따라 타순을 자주 바꾸는 사람이 아니다. 1, 2번으로 서창열과 배영한이 그대로 출전했다.
제임스 베리의 커터는 좌타자들에게 꽤 잘 먹히는 무기다. 게다가 오늘 투수 컨디션도 괜찮았다. 지저분하고 묵직한 공이 몸쪽으로 쾅쾅 꽂힌다. 이런 날이면 좌타 파워히터들도 공을 멀리 날려 보내기 힘들다. 교타자들의 타구가 내야에 머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레이트! 굳! 나이스 볼! 제임스! 유 캔 두잇!”
심장이 두근댄다.
포수도, 관중들도.
“제임스! 굳! 굳! 굳맨! 유아 베스트!”
어쩌면, 그래서 더 크게 소리 지른 걸지도 모른다.
강건우가 걸어 나오는 걸 알면서도 괜히 의식돼서, 눈길을 주지 않다가, 그런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여유로운 척 말했다.
“오. 건우. 홈런왕 왔냐.”
“잘 부탁드립니다.”
“홈런 쳐도 하트는 금지. 배알 꼴리니까.”
자리에 앉고 나서야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지금 강건우한테 뭐라고 불렀지?’
재수 없는 말을 입에 올렸다. 화장실로 뛰어가서 물로 입을 씻고 오고 싶었다. 안 그래도 엔진스 홈구장은 사이즈가 작은 편인데.
그리고 잠시 후.
따아아아아아아아악-!
초구 커터를 그대로 받아쳐 아득하게 날아가는 공과, 목이 꺾여버릴 것처럼 그 타구를 구경하고 있는 투수를 바라보며.
강건우가 던져두고 간 배트를 발로 차버리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아낸 백준섭이 빽 소리쳤다.
“아! 시바! 제임스! 돈 룩! 모가지 디스크! 야! 강건우! 어제도 두 개 치고 왔으면서 또 치냐! 적당히를 몰라, 적당히를! 마! 대구에서는 하트 금지라고! 야! 손가락 접어!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