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79)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81화(181/385)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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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1점은 보기에 따라서 다른 점수다. 드물지만 한 이닝에 두 자릿수 점수가 날 수 있는 스포츠다 보니, 때로 1점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때도 있다.
마운드에 에이스급의 투수가 선발로 등판하고, 그 뒤에 나올 불펜 투수들이 꽤 괜찮은 데다가 체력이 전혀 떨어지지 않은 상태이며, 거기에다가 1점만으로 끝나지 않고 상대 타자들이 점수를 더 낼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종종 경기하다 보면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오늘 내가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은, 우리 팀이 아니라 상대 팀에게서였다.
글쎄. 그냥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노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베테랑 축에 속하는 백준섭에게서 그런 걸 느꼈다. 뭐라고 명확하게 말하기는 힘들다. 그런 분위기가 있다. 눈동자의 크기, 입꼬리의 각도, 발걸음 같은 조금도 과학적이지 않고 명확한 기준도 없지만 내가 많이 봐온 것들.
나도 그런 편이지만, 포수들은 더 상대 선수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내가 아는 백준섭은 그런 공부를 게을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올림픽 대표팀 때도 그랬다. 조용한이 주전이라 백업임에도 철저히 공부하고 분석했다. 자신이 경기에 나서지 않을 때도 그 준비한 내용을 다른 선수들에게 알려주려 했다.
물론, 국제대회이기에 좀 더 열심히 했다고 말하긴 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했었다.
아무리 준비해도 막상 경기할 때는 다 써먹지도 못한다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조용한이 그렇게 말했다.
멘탈 터지면 하던 대로만 하는 거 죽어도 못 고친다나.
가벼운 말이지만 거기서 단서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KBO는 선수 풀이 풍족하지 않다. 팀 숫자도 10개뿐이다. 일정상 한 달에 한 번은 특정 팀을 만나게 된다. 한 번 만나면 세 경기를 하게 된다. 어찌 됐거나 일 년에 16번 맞붙게 되고, 특정 선수가 익숙해지게 된다.
우리 선수들은 플레이 스타일을 꽤 많이 바꿨다. 물론, 바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오래 살아남은 선수들은 약점을 다 분석 당하고도 버텼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근이 형은 자신만의 존을 좁히고 스윙 적극성을 높였고, 노루 형은 컴팩트한 스윙을 장착했다. 울프팩도 편안한 모습을 찾았다. 스윙 크고 선풍기 성향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수비 부담을 줄인 데다가 전체적인 타선 업그레이드의 영향으로 우산 효과도 꽤 받고 있다.
박의현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도 눈 야구가 되는 선수라 컨디션이 안 좋아도 어느 정도의 성과는 보장되는 스타일이다. 노경우도 꽤 좋아졌다. 경박하게 엉덩이를 흔들면서 리듬 잡는 습관을 버리니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잃는 빈도도 줄었고, 거기서 여유가 생기니 종으로 뚝 떨어지는 변화구 대처 능력도 좋아졌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멘탈이 흔들리면 꽤 많은 선수의 시야가 좁아진다. 제 앞가림도 잘 못 하는 선수들은 실수를 저지르고, 자기 할 일을 할 줄 아는 선수들도 깊은 생각을 멈추고 당장 눈앞의 것만 쫓곤 한다.
새로운 데이터를 생각하기보다는, 몸에 익은 익숙한 것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지난 시즌, 스트라이크 비율이 71.4%로 리그 전체 선발 투수 중 1위였던 제임스 베리의 성향과 포수의 현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따악!
“양대근! 양대근! 양대근!”
인플레이 타구가 나올 확률이 매우 높다. 특히 4번 대근이 형부터 노루 형, 울프팩, 황석규까지 모조리 공격적인 타자란 것을 생각하면 운만 따르면 2아웃 상황임에도 득점이 더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딱!
“노-루! 노-루! 노-루!”
연속 안타임에도, 두 타자가 발이 느린 관계로 1, 2루에 그쳤다.
수학적으로 생각하면 연속 안타라는 게 꽤 말 같지도 않은 확률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주먹만 한 야구공을 나무 방망이로 때려서 수비수가 없는 곳으로 정확히 날릴 확률, 그리고 그게 연속으로 나올 확률.
독립시행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가 나올 때도 있는데, 야구는 그렇게 짜 맞춘 것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주자가 누구고 어디에 있고 전체적으로 어떤 상황이며 분위기는 어떤지에 투수는 영향을 많이 받는다.
투수뿐만 아니라, 야수들도 마찬가지다. 울프팩은 여전히 변화구에 강점을 보이진 못하지만 어설프게 떨어뜨리는 공에 무작정 배트를 내서 범타로 물러나지는 않는다. 바닥에 패대기치는 공을 포수가 겨우 막아냈다. 옆으로 조금 튀는 공에 놀라서 화들짝 달려가서 공을 잡아냈다. 그래도 느려터진 주자 둘은 진루하지 못했다.
울프팩이 씩 웃는 게 덕아웃에서도 보인다. 박의현이 그 틈을 타 정신 공격에 들어갔다.
“울-퍼-팩! 울-퍼-팩! 만! 두! 근! 육! 울-퍼-팩!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지퍼팩 말고 울퍼팩!”
뭐.
소리 마음대로 지르라지.
그래도 이제 그럭저럭 괜찮은 백업 포수도 있으니까.
엔진스 팬들이 1회부터 자기들로서는 난장판이 펼쳐질 것 같은 불길한 기운을 느꼈는지 웅성대는 듯하다. 그리고 울퍼팩의 풀 스윙은, 그 웅성댐을 멈춰버렸다.
따아아아아아악-!
울프팩이 홈런을 때린 후 오른쪽 팔을 들어 근육에 키스하곤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짜증 섞인 욕설이 관중석에서 들려오고, 포수 마스크를 벗은 백준섭이 머리를 쓸어올리며 소리쳤다.
“야! 베리! 아임 쏘리! 마이 미스테이크! 씨바. 죽겠네 진짜! 아 강건우 땜에 대가리 터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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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경기를 치르는 동안, KBO 2029 프로야구 순위표의 상위권은 순서대로 오션스-엔젤스-바이킹스-엔진스-파이러츠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그 아래 팀들과 큰 차이가 있진 않았다.
팀 승리보다 많은 홈런을 때린 강건우다. 엔진스는 오션스와의 3연전 첫 경기에서 분위기를 잡기 위해 분전했지만 쉽지 않았다. 첫 타석에서 솔로 홈런을 때린 강건우는 다음 타석에서 2루타를 때리고 양대근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엔진스 선발 투수 제임스 베리는 올 시즌 꽤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무너졌고, 오션스가 첫 경기를 가져갔다.
오션스는 민승기와 앤디 가필드의 원투펀치에 평균자책점 1.22로 맹활약 하고 있는 국민성까지 세 명의 선발 투수가 이닝을 미친 듯이 먹어치우고 있었다. (오늘 경기 포함 세 투수 선발 등판 11경기 78이닝)
여기에 이훈도 안정적으로 5~6이닝 이상을 소화해주고 있다. 아직 조정을 거치고 있는 호세 킹이 약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KBO에서 가장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한 모습이었다.
[킹션스 사실상 1선발급 4명ㄷㄷㄷㄷㄷ]└훈아…
└ㅎㄴㅎㄴ
└4명이라고 하긴 좀 양심 터진거 아니냐
└그래도 얜 후니단 중에 양심 덜 터진 친구임
└하긴 후니단 중에 젤 터진새끼는 선발 로테 이훈-민승기-앤디 라고 존나 빡빡 우기더라
└1번 같은 9번 타자도 있으니 1선발 같은 5선발도 있는게 당연한거 아님???
└검거완료
└에이스 이훈을 5선발 순번에 넣어서 상대 팀 5선발 학살하려는 빵동님의 절묘한 계략임 ㅇㅇ
└훈아 좋은말로 할때 탈갤해라
다시 연승을 달리는 기차 위에 올라탄 오션스는, 다음 날 호세 킹이 5이닝 5실점에 그쳤지만 타격을 폭발시키며 호세 킹을 승리 투수로 만들었다. 호세 킹의 시즌 성적은 2승 2패 평균자책점 5.85.
그렇지만 고무적이었던 부분은, 1회에 4실점 한 뒤 더 무너지지 않고 안정감을 찾았던 모습이었다.
엔진스의 자랑인 부동산 트리오가 잔뜩 들쑤셨지만 바로 오션스가 반격했다. 서창열과 강건우의 더블 스틸은 엔진스에게 치명상을 남겼다.
[백준섭 정신 못 차리는 거 보고 나만 꿀잼?]└꿀잼이 좆으로 보이냐?
└다같이 꿀잼이었는데 지혼자 꿀잼인것 처럼 말하지 마셈
└존나 악마같던 새끼들 줘패는거 쌉통쾌함
└ㄹㅇ임 이게 바로 강팀 응원하는 기분인가?
└씨발 그걸 어케 아냐 한 번도 강팀 응원해본 적이 없는데
└딴갤 가서 물어보고 와야겠음
└가는 김에 약팀 응원하는 기분 어떤지도 좀 물어보고 오셈 기억이 안나네 ㅋㅋㅋㅋ
└단체로 대가리라도 쎄게 맞앗나 죄다 기억상실임?
└응 기억 그딴거 해서 뭐해~지금 잘하면 돼~
거기에 강건우는 9회 말에 등판해 세이브를 기록하며 엔진스의 사기를 제대로 꺾어버렸다.
정유리는 경기 후, 투구 분석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강건우를 분석실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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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타자 김산이 타석에 나섭니다! 마운드에는 강건우! 초구 포심! 아! 165km/h 포심에 전혀 따라가지 못합니다!
“흫흐.”
유리가 그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웃었다. 김산의 컨택 능력은 상당하다. 은근히 장타력도 있어서, 아예 배트에 갖다 맞히지 못하게 하려고 신경을 좀 썼다.
-2구 투심! 파울! 투 나씽!
-모든 투수에게 그렇겠지만, 특히 강건우 상대로는 카운트 몰리면 불리해요.
유리가 해설자 목소리를 따라 하며 말했다.
“던질 수 있는 구종이 너무 많거든요. 예. 뭐가 올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번엔 내가 웃었다. 턱을 목에 딱 붙이고 아저씨 목소리를 따라 하는 것도 사랑스럽다.
3구에 내가 선택한 것은 벌칸 체인지업이다. 뚝 떨어지는 구종.
더 빠른 스플리터나 더 떨어지는 포크볼도 있지만, 저 공을 던지는 이유는 비교적 무리가 덜 가서다.
-스윙-스트라이크! 첫 타자를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강건우!
“이거죠. 어떤 공이 올지도 모르는데 저렇게 각 좋은 포크볼을 어떻게 참겠습니까?”
물론 마무리로만 등판하는 데다가 등판 간격도 꽤 길어서 어디 비틀어 던지는 공을 좀 던져도 크게 무리는 없지만.
아무튼, 저렇게 말하고 깔깔 웃는 유리가 귀엽다.
“포크볼 아닌데.”
“남들 포크볼만큼 뚝 떨어져서 그런가 봐.”
“누구 남친이길래 그렇게 공을 잘 던질까?”
“유리 누나 남친이지.”
유리가 또 이상하게 웃으며 몸을 뒤틀었다. 다음 타자는 이현동. 국대에서 같이 뛴 2루수다. 만능에 가까운 타자다.
경기장 여기저기로 타구를 날릴 줄 알고,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한다. 내가 만약 저 타자라면, 날 대신해 유격수 자리에 들어간 대수비 정예성 쪽으로 타구를 날리고 싶어 할 거라 생각했다.
아무래도 경기 감각이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
교체된 선수 쪽으로 타구가 가고 임팩트 있는 장면이 나오는 경우는 그리 드물지 않다.
그래서 저 우타자가 당겨치고 싶을 만한 코스로 던졌다. 몸쪽 투심.
딱 치기 좋은 위치로 날아오는 것 같다가도 몸쪽으로 더 꺾이게.
빠각!
강하게 휘두른 배트, 그리고 타자의 생각보다 안쪽에 맞은 공.
배트가 부러지고 타구는 유격수 앞까지 가지도 못 했다.
-아! 배트 부러졌어요! 강건우! 직접 처리합니다!
-수비 깔끔하죠. 예. 최고의 수비를 자랑하는 유격수 아닙니까? 저런 게 빗나갈 리가 없죠.
-배트 조각에 이시욱 선수가 맞을 뻔했네요. 위험했어요.
노루 형은 배트가 그렇게 빠르게 굴러온 것도 아닌데 호들갑을 떨며 점프해서 피했다. 유리는 그걸 보고 배를 잡고 웃었다.
3번은 정부원.
-몸쪽 커터! 타이밍을 잡지 못 했습니다! 헛스윙 스트라이크!
“이야…커터 날카로운 것 좀 봐…”
-2구는 바깥쪽 낮은 투심! 지켜봤습니다만, 스트라이크!
-크으. 마치 국민성의 투심을 보는 것처럼 날카롭고 정확했어요. 국민성의 투심보다 20km/h는 빠르지만요.
“아, 내 남친이 좀 쩔지.”
-3구, 던집니다. 그리고…헛스윙! 커브인가요? 커브, 커브로 삼구삼진을 잡아내는 강건우! 낙차 좀 보세요! 강건우가 경기를 끝냅니다! 등판 기회가 적었는데 오랜만에 올라와서 완벽하게 마무리! 삼자범퇴로 강건우가 팀 3연패 이후 3연승을 이끕니다!
유리가 또 목소리를 깔았다. 흐뭇한 얼굴로 내 손을 꼭 잡은 채.
“연패 기간에도 제 몫을 다 해줬지만, 3연승을 거두는 동안 강건우 선수는 마치 야구 만화 주인공 같았어요. 치고, 잡고, 달리고, 던지고. 예. MLB에 진출했다면 어떤 성적을 냈을까 궁금해집니다.”
나는 유리의 손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새삼스럽게, 손잡은 모습이 이렇게 뭉클할 일인가 싶기도 하고.
“메이저 갔으면 MVP 최소 세 번이지!”
조금 놀랐지만, 티 내지 않고 그냥 웃었다.
“신인왕도 타고! 사이 영 상도 받고!”
“오…”
“왜? 자신 없어?”
자신 없긴.
만약 이번에도 메이저리그로 갔다면, 그때보다는 훨씬 잘했을 테니 더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뭐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고.
“아니. 못 해도 딱 그 정도는 했을걸.”
“그치?”
유리는 원래 내가 잘 하는 것에도 행복해했다. 자기가 봐준 다른 선수들이 잘 할 때 보다 훨씬 더.
내가 처음부터 오션스에 왔더라면…음.
그때는 이 정도로 잘 하진 못 했을 테지. 그래도 잘 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아무튼, 유리가 편하게 내게 기대서 웃고 대화하던 도중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전화 아냐?”
“아니네. 대표팀 단톡방이네.”
“음.”
“보여줄까?”
“그래도 돼?”
“보통 별 이야긴 없어서.”
뭐 중요한 이야기나 특별한 개인 정보 관련 이야기는 없으니까.
-백준섭 : 야 강건우 진짜
-백준섭 : 와…
-박용재 : 못된넘 준섭이 형도 괴롭힌겨?
-이현동 : ㅠ.ㅠ.ㅠ.ㅠ.ㅠ
-정수호 : 내 마음…알겠냐…?
-정수호 : 딸내미가 아빠 못한다고 울더라…
-조용한 : 악마네 악마야
-조용한 : 물럿거라 이 악마야
-백준섭 : 강건우 넌 ㅎㅏ
-백준섭 : 인제 그만 메이저리그로 가주면 안 되겠냐?
-백준섭 : 크보같은 누추한 곳에서 뛰지 말고 좀
-정조준 : 아 ㅋㅋㅋ
-정조준 : 나도 이런 데 있기엔 좀 귀한 몸이지 ㅋㅋㅋ
-백준섭 : 넌 ㅅㅂ 누추한 놈이 왜 이런 귀한 곳에 있냐
-정조준 : ???
-정조준 : 형 저 지금 타율 4할에 홈런 8갠데요???
-서우주 : 그거 가지고 지금 건우한테 비비는 거?
-백준섭 : 조준이는 들어가고
-백준섭 : 이거 전 구단 주장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강건우 특별법 만들어서 빨리 메이저리그 보내달라고 KBO에 건의해야 하는 거 아니냐???
-정조준 : ???형 나는요???
유리는 단톡을 보고는 몸을 살짝 흔들어가며 좋아했다. 나는 짐짓 못 본 체하며 채팅을 쳤다.
-나 : 저 유리 누나 놔두고 미국 못 가요
유리가 소리 내 웃으며 날 꼭 안았다. 톡방에 비난이 빗발친다. 그래도 난 굴하지 않았다. 채팅을 더 치려는데, 승기 형이 나타나서 스마트폰을 덮어버렸다.
-민승기 : 오션스가…두려운가…?
“응? 민승기 아냐?”
“응. 맞아.”
“이상한 소리 했어?”
“누난 이런 거 안 봐도 돼.”
“왜왜. 뭐라고 했길래?”
난 유리가 좋은 것만 보면 좋겠다.
그래도 워낙 궁금해하길래 다시 스마트폰을 열었다.
-민승기 : 두려운 것도 이해는 가지만
-민승기 : 그렇다면 오션스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션스로 오는 것은 어떨까…?
유리가 입을 떡 벌리고 말했다.
“우와…민승기…대박…”
-민승기 : 선착순이다
-민승기 : 한국판 악의 제국에 자리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
“와…”
-조용한 : 저 새끼 요새 더 맛이 갔네…
개인적으로 조용한의 말에 공감하지만, 유리가 좋아하니까 그냥 편들어주기로 했다.
“민승기 진짜 호감이다.”
“그치? 오밖바야.”
“오밖바?”
“오션스 밖에 모르는 바보.”
“그래도 강건우가 최고.”
“그 말 안 했으면 삐질 뻔했어.”
“누난 너 밖에 없는 거 몰라?”
“그 말도 안 했으면 내일 안타 안 치려고 했어.”
유리가 마구 웃어댔다. 나는 유리 손을 다시 꼭 잡았다.
땅 사서 신혼집 짓기 시작했다는 거, 아직 말할 타이밍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