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82)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84화(184/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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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당 떨어진다.”
노루 형은 멋쩍은 얼굴로 재빨리 덕아웃 뒤로 들어갔다가 바로 나왔다.
입맛을 다시면서.
“어우. 수비하러 나가야지.”
아무래도, 요새 눈치를 좀 보느라 초코파이를 대놓고 안 먹는 것 같다. 그러니까 문을 열고 한입에 초코파이를 해치운 다음 바로 나온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간결하고 빠르게 먹어치울 수 있을까. 저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더 큰 재주는 초코파이 한입에 욕먹은 것을 훌훌 털어버리는 멘탈이지만.
“노루 니 병살 치고 에라도 하면 죽는다 진짜!”
에라는 실책(에러)이다. 노루 형은 심지어 저렇게 외친 팬에게 멀겋게 웃으며 손까지 흔들었다.
“딱 보소! 수비하면 이시욱이 아닌교!”
“뭐라하노 저 미친놈이!”
“슈퍼 노루 다이빙 캐치 함 보고 싶습니까!”
“마! 하지 마라!”
뭐…
솔직히, 왜 인기 있는지는 알 것 같다. 제대로 맞히면 넘어갈 수 있는 파워도 그렇고, 생긴 것도 약간 사극에서 나오는 조연처럼 생기긴 했어도 정감 가게 생겼고, 저렇게 능글맞기까지 하니까.
여기 팬들은 저렇게 욕을 해놓고도 기죽으면 싫어하는 것 같다. 웃긴 사실은, 기 안 죽고 멀쩡한 척해도 화를 낸다는 것이다.
저 정도 멘탈이 아니면 대부분 기가 죽는 것 같긴 하다. 노경우야 뭐 천지 분간 못 하는 놈이니까 크게 신경 안 쓰지만 이훈이나 대근이 형이 저렇게 된 건 아무래도 팬들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가자! 오션스의 다이아몬드 원석!”
저 말을 듣고 승기 형이 움찔했다.
다이아몬즈 출신이라 그런가.
그러고 보니, 다이아몬즈 팬들이 팀 내 유망주들을 두고 다이아몬드 원석이라고 말하는 것 같던데, 그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여기 팬들에게 욕 안 먹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나도 사람인지라 삼진 먹고 병살 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관중석 팬들에게서 여러 가지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래도 강건우니까 한 번 봐준다는 표정, 네가 강건우든 강뭐시기든 모르겠고 감히 병살을 치냐고 화내는 표정, 화는 나지만 입 밖으로 내기는 좀 그렇고 인터넷에 분노를 퍼붓고 있는 표정, 어떻게 강건우면서 삼진을 당할 수가 있냐는 듯한 배신감 어린 표정 등등.
솔직히 유리도 좀 그렇다. 내가 무안타에 그친 날이면 실망을 힘들게 감추는 얼굴을 보고 다음 날 더 기를 쓰고 야구하게 된다.
아무튼.
이훈은 오늘 꽤 괜찮다. 마운드에 서서 ‘작년에 왔던…!’ 이라고 말하거나, ‘각설이를 우습게 보지 마라…!’ 같은 이상한 소리를 하기는 하지만.
뭔가 느낌이 묘하다.
박의현의 향기가 물씬 나는 각설이 드립에, 승기 형 같은 말투를 쓰지만, 목소리 크기만큼은 이훈 본인의 그것이다. 그래도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바뀌고 싶어 하는 것이 보여서 처음 봤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호감이 생기고 있다.
여기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면 내가 이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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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열은 껌을 좍좍 씹으면서 짝다리를 짚고 외야에 서서 수비를 준비했다.
가만 생각하면, 꽤 신기한 일이기도 했다.
‘내가 여기 있다니.’
민승기도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오션스 선수라니!’
하지만 뉘앙스는 전혀 다르다. 민승기는 오션스 유니폼을 입고 사직 야구장에서 뛰는 날을 기다려왔지만, 서창열은 이 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대우도 대우지만, 여기서 자신이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온 것도 있었다.
물론, 오션스에서나 바이킹스에서나 주역까지는 아니다. 여기에는 강건우가 있다. 바이킹스에는 조용한 위주의 투수진이 있고.
그래도 꽤 재미있긴 했다. 라커룸에 미친 놈들이 가득해서 지루할 틈이 없다.
팬들의 스타일도 은근 잘 맞다. 워낙 팬 숫자가 많고 야구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야구장에서 성질 한 번 내면 인간말종으로 몰리던 과거와는 달리 자신의 행동이 투지나 리더십으로 포장되는 것도 기분이 꽤 좋았다.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이게 팬 많은 팀에서 뛰는 기분이구나 싶었다.
게다가 투자를 늘리며 성적도 좋다. 서창열은 언제나 이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조금 불편한 것은 펜스에 부딪히는 타구의 수비다. 사직 야구장 펜스의 높이는 4.8m나 된다. 특히 가운데 콘크리트 펜스에 타구가 맞으면 바운드 방향을 짐작하기 어렵고 예상보다 멀리 튀어버린다.
국내 정상급 중견수 수비 실력을 갖춘 서창열이기에 오션스 팬들이 더 좋아하기도 했다.
우익수에는 동갑내기인 배영한이 서 있다.
항상 귀찮아 보인다. 설렁설렁 움직인다. 어떤 팬들은 성의 없이 수비한다고 욕하기도 하지만, 저렇게 수비할 수 있는 건 천부적인 감각이 있어서다. 타구 판단력이 뛰어나 설렁설렁하는 것처럼 보일 뿐.
그리고 좌익수에 황석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고, 무슨 말을 하는지 가끔은 듣기도 싫다.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괴상한 개그를 하고 뜬금없이 성대모사를 시도한다.
내야에도 재밌는 놈투성이다.
“훈아! 퍼펙트 알제? 오늘 사고 함 치자!”
전광판 바로 옆에 앉은 팬이, 자기가 소리치면 마운드까지 들릴 거라고 믿기라도 하는 것처럼 쩌렁쩌렁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훈아! 다 직이뿌라!”
“훈아아아아아! 에이스 실력 함 보이도!”
“최! 강! 이! 훈! 오오오오! 오오오오!”
사직 야구장에서 이훈이 등판할 때마다 저 자리에서 소리치는 사람이다. 어디를 가나 광팬은 있지만, 확실히 이 팀이 좀 유별나긴 하다.
따아악-!
타구가 꽤 크게 날았다. 서창열은 이 타구가 홈런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직 야구장은 펜스가 높지만 외야 펜스까지의 거리가 짧아서 조금만 높게 뜨면 넘어가기 쉽다.
“잡아라! 잡아라! 행님! 제발! 잡아도!”
이훈의 팬이 절규했다. 펜스 높이가 4.8m다. 넘어가는 공이라면 당연히 못 잡는다.
펜스를 넘어가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외야수에게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펜스에 맞을 공이라면 내가 잡을 수 있는 높이인지 아닌지부터 시작된다. 잡을 수 있는 타구라면 도전해볼 건지.
혹은, 펜스 어느 위치에 맞을지 생각해서 펜스 플레이를 시도해볼 것인지.
“창열아아아아!”
서창열은 펜스로 뛰어가 부드러운 부분을 발로 밟은 후, 살짝 뛰어오르며 왼팔을 높게 뻗었다.
이거, 놓쳐서 멀리 튕기기라도 하면 시끄러워질 것이 뻔하다.
탓!
타구가 날아오다가 점프한 서창열의 글러브에 쏙 들어갔다. 꽤 높게 뛴 서창열이 안전하게 착지하고는 글러브에서 공을 꺼내 들자, 사직 야구장이 뒤흔들리는 느낌이 날 정도로 함성이 뿜어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아!”
“서창열이 돈값 하네!”
“창열아 수비 직인다!”
그리고 이훈의 팬도.
“야구는 오션스! 투수는 이훈! 중견수는 서창열!”
서창열은 씩 웃으며 공을 던져주고 제 자리로 돌아왔다.
시끄럽긴 한데 괜찮았다. 바이킹스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는 들으라고 일부러 쌍욕을 해대던 오션스 팬들이었는데.
커버하러 서창열의 근처로 뛰어왔던 황석규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좌익수는 황석규. 3루수도 황석규.”
“뭐라고?”
“…중견수는 서창열.”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옆에서 배영한도 이상한 소리를 했다.
“주식은 강건우.”
“뭐?”
배영한이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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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스는 끈끈한 팀 컬러가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지만, 전력 유출이 컸으니만큼 예전만큼은 못 한 느낌이었다.
당연히 이 한 경기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이러다가도 어느 순간 괴물이 하나 튀어나와 판도를 바꿀 수 있다.
그래도 확실한 건, 내가 아는 선에서는 내가 놀랄 정도의 괴물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불도저스가 유망주를 잘 키우기로 유명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홈런 친 다음 타석에서 볼넷을 얻었다. 그리고 당연히 도루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
황보경태의 투구 모션은 간결한 편이지만 속구보다는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타입이다. 불도저스 포수 박지훈은 평균 이상의 수비력과 어깨를 갖췄지만, 나도 스피드를 좀 냈다.
대근이 형의 타구가 내야에 머물렀지만, 첫 타석에서 병살에 그친 노루 형이 살짝 애매하게 걸친 커브를 걷어 올렸다.
따아아아아아아악-!
“노루야아아아아아!”
“메가-노루-포오오오오오!”
오션스tv가 올린 영상에서 노루 형이 홈런 치고 메가 노루포라고 말한 것이 찍힌 뒤로 노루 형의 홈런이 나오면 팬들이 저렇게 외친다.
황보경태가 줄줄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3루를 도는데 서우주가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홈을 밟고 뒤를 돌아보자 노루 형이 전력 질주로 3루를 돌아 뛰어오고 있었다.
“메가! 노루! 포!”
기분이 좋아 보인다.
“홈런 쳤으니까 카메라 앞에서 초코파이 먹어야지!”
병살 치고 숨어서 초코파이 먹은 게 그렇게 서러웠나.
“우기우기의 슈퍼 2타점 쓰리런!”
…우기우기? 그냥 노루가 낫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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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점 홈런을 두 개 맞았지만, 황보경태는 꾸역꾸역 막아냈다. 6.2이닝 4실점.
이훈은 서우주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올 시즌 처음으로 7이닝을 소화했다. 이훈의 이닝 소화 능력이 늘어난 것은 투심의 영향력이 컸다. 제구 안 되는 날 볼 세 개를 연거푸 던지고 존 안에 억지로 집어넣다가 맞는 패턴이 거의 사라진 결과였다.
8회에 올라온 것은 이휘은이었다. 두 타자를 처리하고 세 번째 타자에게 2루타를 맞자, 휴 브레드먼 감독은 과감하게 김정혁을 등판시켰다.
-김정혁이 예지호를 상대하러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예. 오션스 불펜이 강해졌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9회에 강건우가 올라올 거라고 생각하면, 사실상 김정혁 선수에게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한 원포인트 역할을 맡기는 거거든요.
-그렇게 되는군요. 하긴, 좌투수가 나왔다고 예지호 선수를 오른손 대타로 교체하기도 좀 그렇죠. 올 시즌 타율 0.351에 출루율 0.459로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니까요.
슬라이더, 그리고 밀어친 타구.
7구 승부 끝에 나온 인플레이에서 강건우가 타구를 처리해 이닝을 끝내고 불펜으로 움직였다.
타석과 마운드, 그리고 유격수 수비 위치까지.
강건우가 올라오면, 사직 야구장의 분위기가 확 바뀐다.
물론, 언제나 불타오르는 곳이다. 그게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그마저도 불타오르지 않을 때가 분명히 있기는 하다. 오션스가 야구 같지도 않은 야구를 할 때면 불은 사그라든다.
강건우가 혜성처럼 나타난 뒤로 그런 분위기는 사라졌다. 그리고 오션스 팬들은 강건우가 불펜에서 걸어 나와 마운드로 향하는 것을 보고 환호인지 비명인지 모를 괴성을 질러댔다.
“건우야!”
“유리 누나가!”
“삼구삼진 세 개만 해달란다!”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의 구속 완급 조절 쇼는 이미 사직 야구장의 명물이다.
강건우는 마운드에서 연습 투구를 할 때 변화구는 거의 던지지 않는다.
포심 구속을 140km/h대 초반에서 160km/h대 초중반까지 변화시켜가며 던진다.
타자는 구속만 보고도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구속을 낮추더라도 순식간에 포수 미트에 꽂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포커스를 어디에 맞춰야 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존하는 대부분의 구종을 던진다. 그것도 어설프게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야구 전문가들은 강건우가 선발 투수로 나서도 말 같지도 않은 성적을 낼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구속을 줄여서 던져도 KBO 레벨에서 상위권이다. 제구력도 최고 구속까지 끌어올려 던질 때가 아니라면 그렇다.
슬라이더가 오늘따라 제구가 안 되거나 덜 긁힌다?
그러면 다른 수준급의 구종을 결정구로 쓰면 된다.
물론, 프로에서 선발 투수로 100구까지 던진 적이 없기에 체력이나 내구성이 검증되어 있지는 않지만.
강건우는 오늘 160km/h대의 강속구로 윽박지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선두 타자에게 167km/h의 포심을 존 중앙에 꽂아버렸고, 타자의 배트는 구속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야. 아무리 봐도, 구위가 정말…
-감탄밖에 안 나오죠. 대놓고 던져도 칠 수 있는 타자가 그리 많지는 않을 거예요.
빨라도 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타자가 그 공을 기다리고 있고 강건우가 그 공을 선택했으며 여러모로 운과 기타 등등의 요소들이 잘 맞아 떨어졌을 때나 그렇다.
-2구, 스트라이크! 아. 정말 대놓고 집어넣는데 스윙이 따라가지를 못합니다!
그리고 3구. 강건우는 첫 타자에게 공 세 개 모두를 166km/h 이상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삼구삼진을 따냈다.
-삼구삼진! 시즌 9개째 탈삼진! 9이닝당 탈삼진이 무려 18.8!
-4대 2인데요. 아직 불도저스에게도 찬스는 남아있어요. 다음 타자가 서우주거든요.
강건우는 진지하게 준비했다. 정조준에게 한 방 맞은 기억이 있다. 국가대표급 타자들은 조금의 운만 따르면 뭔가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계획이 있었다.
자신만의 존이 확고한 타자다. 제구만 정확히 이루어진다면 보더라인 투구로 재미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존트론 도입 이후, 서우주는 조금의 조정 기간을 거치는 중이었다. 심판들은 종종 애매한 경우 서우주의 손을 들어주곤 했다. 그건 워낙 서우주의 선구안이 좋기 때문이었는데, 그냥 서우주가 맞을 거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서였다.
존트론은 애매한 판정을 내리지 않는다. 여전히 100%의 신뢰도를 보여주고 있었고, 선수들이 억울해할 때도 있지만 정확한 근거가 남아있다.
스트라이크 존은 평면이 아니다. 홈 플레이트 위에 가상의 도형을 그려 그 입체 도형에 스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가 된다.
강건우는 구속보다는 제구로 승부하기로 결정했다. 초구는 투심.
“스트라이크!”
서우주는 배트를 내지 않았다. 존트론이 그린 가상의 도형 끝자락을 살짝 스치고 지나가 스트라이크. 서우주가 황당하다는 듯 심판을 바라봤지만, 심판은 보호 마스크 안쪽의 존트론 위치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어쩔 수 없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2구, 체인지업.
부웅-
“스트라이크!”
이번에는 존 안쪽이었지만, 갑자기 줄어드는 구속에 서우주가 속았다. 날아오다가 공이 멈추는 것처럼 보였다. 서우주의 얼굴이 조금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반칙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직전 타자에게 167km/h짜리 포심을 던져놓고 134km/h 체인지업을 던지면 어떻게 치라는 말인가.
어깨에 힘을 풀었다. 부드럽게 배트를 컨트롤해 밀어칠 생각이었다. 방금은 포심이라 섣부르게 생각하고 서우주 답지 않게 성급한 스윙을 냈다.
그리고 강건우의 3구.
부웅-
“스트라이크! 아웃!”
서우주가 이를 악물었다.
“하.”
말 같지도 않은 결과다.
“시바. 왜 거기서 포크볼이…”
뚝 떨어지는 포크볼에 제대로 당했다. 강건우의 작전에 완전히 말려들었다. 초구로 서우주의 존에 혼돈을 주는 데 성공하면 자신이 이길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서우주는 분을 못 이기고 헬멧을 집어 던졌다. 오션스 팬들의 작은 야유가 쏟아졌지만, 서우주의 귀에 그런 소리는 들어오지 않았다. 불도저스 선수들이 서우주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서우주가 자리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날뛰는 것을 내버려 두는 동안, 불도저스 외국인 타자가 초구를 잘못 건드려 2루 땅볼에 그쳐 경기가 끝났다.
“강-건-우우우! 강! 건! 우! 강건우! 오션스 강건우-!”
“갱! 건! 우!”
“건우야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강건우! 강건우!”
“마! 불도쟈쓰! 별거 아이네!”
“지지 치라!”
“강건우!”
너무 시끄러워서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뜨거운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들자, 강건우가 마운드에서 분석실을 향해 하트를 그리는 것이 보였다.
“하…”
자존심 상하지만, 완패다.
“저거 진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시끄러워 죽겠네.”
불도저스 덕아웃 근처에 자리 잡은 오션스 팬들이 발을 굴러대며 계속 소리 지르고 있었다.
원래 시끄러운 곳이었는데, 작년을 기점으로 더 시끄러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