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83)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85화(185/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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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 수요일은, 눈을 뜨자마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조용한 : 아이고 허리야
-서우주 : 아이고 머리야
-조용한 : 머리는 왜?
-서우주 : 강건우 때문에 열불이 터지네요
-백준섭 : 야 너두?
-정수호 : 너희도?
-채지성 : 와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
-박용재 : 나도 그려
-윤태호 : 다들 그런가 봐
-김권종 : 전 괜찮아요
-서우주 : 김권종……
-김권종 : 넵
-조용한 : 얘들아 알지?
-조용한 : 권종이 참아주는 대신 내가 니들 다 술 한 잔씩 산 거 안 까먹었지?
-백준섭 : 유통기한이 대체 몇 년이야?
-정조준 : 전 왜 안 사줘요?
-손용기 : 아
-손용기 : 나도 살게
-정조준 : 형은 왜요?
-손용기 : 넌 그냥 가만히 있어
-강건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지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조준 : ???
-정조준 : 니들 왜 빠개냐???
-정조준 : ㅎ ㅏ…
아무튼, 사직 야구장은 워낙 시설이 열악해서 비가 내리면 힘들어진다.
경기하기도 힘들다. 비가 많이 오기라도 하면 복도에 물도 찬다.
종종 마이너리그 생각이 나는 곳이다. 그렇다고 해서 향수를 자극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불쾌할 뿐이지.
오늘 선발 예정은 승기 형이고, 승기 형은 우두커니 서서 비 오는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이라는 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이 사람 만큼은 다르다.
눈에 허망함이 가득하다.
“하늘이 비명을 지르는군…강건우.”
“하늘이 비명을요? 번개는 안 치는데요?”
“아무래도 하늘이 불도저스의 팬이 아닌가 싶다.”
“예?”
“불도저스가 민승기의 오션스에게 안타 하나 볼넷 하나도 못 얻고 무참하게 패배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거지…”
오션스의 민승기도 아니고 민승기의 오션스?
어처구니가 없어서 진짜.
“아. 그래서 불도저스 팬인 하늘이 비를 내린다?”
“날씨 따위는 이 민승기의 열정을 식힐 수 없다.”
“아, 예…”
“강건우.”
“민승기.”
“…?”
“…?”
오.
이거 통하나.
주상욱 어깨너머로 조금…
“큭큭큭…”
안 통했나…?
잠깐 웃더니, 승기 형은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늘이 불도저스의 팬인가보군…”
…NPC인가?
그래서 말이 안 통했던 거야?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냥 자기 할 말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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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경기 취소되니까 할 일 없네 다른 팀 경기 추천좀]└돌멩이vs다이즈 개꿀잼
└거기 선발 매치업 어떰?
└돌멩이 박용재 다이 종속진
└종속진 살아있음?
└지금 3이닝 퍼펙트 중
└?
└속진이 무슨 일임 우리랑 할때 0이닝 7실점 하고 울면서 집에 간거 아님?
└갑자기 정신차림?
└요새 잘 하던데 ㅎㅎㅎ
└아 박용재 ㅋㅋㅋ 꼴션스 출신한테 개발리는 징크스 있나?
└용재는 1사사구 노히터 중임 ㅎ
└이팀 투수 잔혹사는 ㅅㅂ 꼴션스만 나가면 잘하는거임?
└몬상관임 우리 만나면 존나 터질텐데ㅎㅎ
└좆솢좆 면상 보기 싫다
└연승 이어나가는데 날씨 새끼 눈치 개없네
└내일도 비옴?
└일기예보 보면 오늘 새벽에 그친다고 함
└민승기 내일 등판 하겠지?
└ㅇㅇ
└확실함?
└민승기 내일 등판 확실함
└어케앎? 민승기 본인임?
└ㅇㅇ
└승기형 싸인좀
└ㅇㅇ
└승기형 이거 보고 있으면 내일 초구 던지기 전에 손가락 세 개 들어줘
└V3?
└그거 맞찌
└ㅇ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잘들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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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쉬는 것도 괜찮네. 연승 분위기 그대로 이어가는 것도 괜찮지만.”
유리는 한때, 오션스가 계속 경기를 하고 있으면 야구 보기 싫다고 짜증을 내다가도 우천 취소라도 되면 야구 안 하니 할 거 없다고 화를 내곤 했다.
그런데 코치로 일하다 보니 조금 달라진 모양이다.
개막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몇몇 선수가 살짝 지쳐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일 거다.
사람들은 야구를 두고 스포츠가 아닌 레저라고 말하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경기 하는 게 아니라 6경기를 치러야 하기에 그 말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시즌 중 기술적인 변화를 주기 힘든 이유다.
“지금부터 체력 관리 잘 들 해야 할 텐데…한국 시리즈에서 100% 발휘하려면…”
벌써 한국 시리즈를 생각하며 체력 비축을 고려하는 건가.
역시 오션스 팬들은.
“체력 관리 힘들지.”
“맞아. 작년엔 그래도 올림픽 브레이크 있어서 괜찮았는데. 연차 적은 선수들은 좀 걱정이야.”
“난 올림픽도 뛰고 왔는데 괜찮았어.”
“어이구 그랬어, 우리 건우?”
난 그냥 웃었다. 가끔 유리가 어린 애 취급을 하는데, 음.
예전에는 이게 싫었다. 글쎄. 굳이 변명거리를 찾자면 나도 나름대로 가장 노릇을 하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
결혼 전에는 뭐. 그냥 나도 어렸던 것 같다.
지금은 괜찮다. 아니, 오히려 이런 모습이 더 재밌을 때도 있다.
아무튼, 비는 그쳤다. 구장 관리자들을 포함해 직원들이 열심히 물을 빼고 있다. 요즘 분위기가 좋다 보니, 그 분위기를 이어나가고자 특히 더 그러는 듯하다.
선발 로테이션의 순번은 바꾸지 않고 하루씩 미룰 계획이라고도 들었다. 승기 형이 이 경기에 꼭 등판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나.
감독님은 승기 형의 프로 의식을 칭찬했다.
선발 투수가 자신의 등판일이 하루 밀리면 루틴에 변화가 올 수도 있고 준비 단계를 다시 거쳐야 하기에, 팀의 1선발로서 책임감 있는 행동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냥 사직 구장에서 던지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우리의 다음 일정은 광주 아이언스 원정이다.
이번 시즌 KBO 리그의 추세는, 요새 여론을 보면 2강 8중이라고 한다.
우리가 16승 4패, 80% 승률로 치고 나가고 있다.
2위 파이러츠는 13승 1무 6패.
나머지 팀들은 거의 비슷비슷하다.
장기 레이스는 흐름을 잘 타야 한다. 언제 어느 팀이 미친 듯이 승리를 쌓을지 모르고, 어떤 팀이 끝도 없이 추락할지 알 수 없다. 분위기 좋을 때 최대한 승리를 많이 쌓아둬야 한 번 삐끗하는 구간이 오더라도 버틸 수 있다.
한국 시리즈 직행이 일차적 목표고, 한국 시리즈에서 4승을 먼저 따내 통합 우승이 최종 목표다.
“박의현…”
“예! 제 인생의 등대! 대투수 민승기 선배님! 오늘 목표는 KBO 역대 두 번째 퍼펙트게임입니다! 경기 전략은 예지호를 구위로 눌러 출루를 최대한 억제하고 서우주에게는 보더라인 투구를 펼쳐 정타를 허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훌륭하다.”
“감사합니다! 저 박의현, 민승기 선배님의 마음에 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롤렉스 하나 받고 충성을 맹세하기라도 한 걸까.
그래도 뭐, 파이팅 넘치는 모습은 괜찮다. 팀 분위기가 한 번 침체되는 때가 오더라도, 이 미묘한 밸런스가 그걸 오래 끌고 가지 않게 도와줄 것이다.
“좋다. 박의현. 오션스의 영광을 위하여.”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오션스를 위하여!”
둘이 마주 보고 씨익 웃을 때는 기분이 좀 묘했지만.
나는 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슬쩍 자리를 피했다. 주상욱이 얼마 전에 물은 적 있다. 혹시 오션스에서 주전 포수 하려면 목소리가 더 커야 하느냐고.
당연히 아니지. 그럴 리가 있나.
휴게실에서는 김정용 선배가 전태재에게 멘탈 강의를 하고 있었고, 서창열은 노경우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야. 설리반 체인지업 치려면 가볍게 툭 때려서 밀어치는 게 최고라니까?”
“강하게 쳐서 내야 뚫는 게 낫지 않아요?”
각자의 방식이 있는 법이다. 이번만큼은 노경우가 무조건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다. 저렇게 토론하다가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
한쪽에서는 양대근, 이훈, 국민성, 김세완이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멤버다. 뭔가, 얼굴 보고 있어도 메신저로 대화를 나눌 것 같은 사람들.
실내 배팅 케이지에서는 울프팩과 노루 형이 누가 더 잘 치나 내기를 하고 있었고, 분석실에서는 유리가 호세에게 열변을 토하고 있다.
어쨌거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번 시즌은 괜찮을 것 같다.
주전들 줄부상 같은 거만 안 터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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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와 불도저스 양 팀의 중견수는 전 국가대표와 현 국가대표 선수다.
물론, 서창열도 현 국가대표로 뛰기 충분한 기량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올림픽 국가대표 명단을 결정할 때 경미한 부상과 약간의 부진이 겹쳤었을 뿐이다.
아무튼, 두 선수는 비슷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다른 면도 있기는 하다. 서창열은 상대 기를 죽여서 분위기를 가져오고 예지호는 자기 팀의 사기를 올리는 플레이를 한다.
경기가 시작되고, 불도저스 리드오프 예지호가 민승기의 공을 받아쳤다.
따악!
또 다른 점은, 서창열이 그래도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릴 장타력이 있다면 예지호에게는 그런 장타력은 없다는 것이다.
외야로 날린 타구를 서창열이 빠르게 달려 내려와 잡아냈다. 수비력에서는 두 선수가 박빙이다.
민승기는 첫 타자를 잡아내고 습관적으로 사직 야구장의 관중석을 쓱 둘러보았다. 기쁘고 행복하다. 집에 설치해둔 카메라에 타이머를 설정해뒀기에 자신이 던지는 모습을 찍고 있을 것이다.
두 번째 타자에게 삼진을 잡아냈다. 땅이 약간 축축하지만 밸런스에 완전히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손끝의 감각이 날카롭다. 커브가 뚝 떨어지며 타자의 헛스윙을 끌어냈고, 포수 박의현은 바운드 되는 커브볼을 무사히 잡아내 타자 몸에 태그하며 아웃 카운트 추가에 힘을 보탰다.
‘박의현…’
처음 봤을 때보다 평가가 훨씬 올라갔다.
주상욱을 전담 포수로 쓰겠다고 말할까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퍼펙트게임을 해낼 때 큰 힘이 되기도 했고, 뜻밖에도 수비가 생각보다 안정적이었다.
‘내 선입견을 완전히 깨버리다니…’
첫인상은 중요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주상욱이 저 친구를 넘어서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상대 팀에 대한 공부를 절대 게을리하지 않는다. 체력이 종종 걱정될 정도였다.
그리고 불도저스의 3번 타자 서우주가 타석에 들어섰다. 박의현이 이렇게 말했었다.
‘자신만의 존이 확고한 타자라서, 초구로 존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건우가 그렇게 효과를 봤다고 한다.
강건우라.
‘선발 투수였다면, 나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었겠지…’
투구를 준비했다.
가장 제구에 자신 있는 공은 포심.
제구도 그렇지만 모든 면에서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이 포심이다.
민승기는 후배에게 힌트를 얻거나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아니,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오히려 고마워하는 타입이다.
강건우의 포심은 거의 사기에 가깝다. 구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완급 조절.
140km/h대에서 160km/h대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 구속 차이.
민승기도 남몰래 연습해봤다.
사실, 어지간한 투수 코치라면 민승기의 이 시도를 말렸을 것이다.
구속 차이를 이용하는 것을 두고 손장난이라며 싫어하는 지도자가 많다. 체인지업을 과하게 던지면 구속이 줄어든다는 이야기와 연관되어 있다.
명확한 근거는 없다. 야구계에는 정확한 근거 없이 나오는 이야기가 원래 많다.
아무튼.
민승기는 송곳 같은 제구력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존의 가장 끄트머리를 향해 공을 던졌다.
그런데 박의현과 민승기가 생각하지 못한 것은, 서우주 또한 굉장히 수준 높은 타자라는 사실이다.
어제 하루를 쉬면서 자신이 왜 강건우에게 그렇게 당했는지 분석했다. 존트론이 보급되면서 투구 추적과 스윙 추적에 대한 데이터가 더 정밀해졌고, 초구 이후 자신의 존과 스윙이 망가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아아아아아악-!
멀리 때려내기가 쉽지는 않은 코스였지만, 그 코스에 대비하고 있었다. 바깥쪽 낮은 코스. 상대 배터리가 처음부터 그곳을 공략하러 들어오면 확실히 노릴 계획이었고, 제대로 맞았다. 게다가 평소보다 치기 편한 구속.
“아! 뭔데!”
“시발 서우주!”
관중석의 볼륨이 달라졌다. 민승기를 외치며,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오션스가 이길 거라고 소리 지르던 팬들의 함성이 일시에 사그라들고 서우주를 욕하는 목소리와 탄식으로 가득 찼다.
직전 마지막 타석에서 분노를 표출하던 서우주는,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며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는 집념. 자신이 침체되면 팀 전체가 침체된다는 책임감.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은, 겨우 솔로 홈런 한 방을 맞아놓고 마운드에 무릎 꿇고 앉은 민승기와 홈 플레이트 뒤에서 주저앉아 분하다는 듯 땅을 치고 있는 포수 박의현이었다.
“내가…사직 구장에서…이 민승기가…실점을…?”
민승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는 않았다.
“아아아아아아! 사직 야구장에서 완벽했던 민승기 선배님의 기록을 내 안일한 리드로 망치다니!”
하지만 박의현의 목소리가 워낙에 커야지.
2루를 돌 때, 강건우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뭐라는 거야. 사직에서 메테오스랑 경기할 때도 홈런 맞아놓고.”
이것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뭔가 분위기가 묘했다.
‘반응이 왜 이래? 오션스 좀 이상해진 거 같은데, 착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