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85)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87화(187/385)
잔말 말고 타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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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선발 투수 앤디 가필드.
(4승 0패 평균자책점 2.88)
아이언스 선발 투수 최철.
(2승 0패 평균자책점 2.48)
오션스 선발 투수 호세 킹.
(2승 2패 평균자책점 5.85)
아이언스 선발 투수 로니 트루먼.
(2승 1패 평균자책점 3.15)
오션스 선발 투수 국민성.
(3승 1패 평균자책점 1.92)
아이언스 선발 투수 이태영.
(1승 2패 평균자책점 3.96)
부산 오션스와 광주 아이언스의 시즌 첫 삼연전.
양 팀 감독들은 자신 있게 이 삼연전의 선발 투수 순번을 발표했다.
사실, 오션스의 선발 로테이션에 특이한 점은 전혀 없었다. 오션스의 선발 로테이션은 부상이 있지 않은 이상 다섯 살짜리 꼬마 아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정직한 편이다. 아이언스도 나올 만한 투수들이 나온다는 평가였다.
두 팀은 과거, 전설이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은 최고의 투수들을 보유해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물론, 두 팀의 역사는 전혀 다르다.
광주 아이언스는 대한민국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다 우승을 자랑하는 명문 팀이고, 부산 오션스는 대한민국 프로 스포츠 역사를 뒤져볼 필요도 없는 대표적인 약체 구단 중 하나다.
한국시리즈만 진출했다 하면 우승하는 팀.
그리고 한국시리즈 진출 자체가 드문 팀.
지난 2028시즌은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두 팀이 쌓아온 역사가 다르다. 원년부터 활동한 두 팀이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특이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많은 야구인이 두 팀의 한국시리즈 격돌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KBO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팀들이고, 여기에 엔젤스까지 합세해 세 팀이 1~3위를 한다면 그 어느 때 보다 포스트시즌의 인기가 폭발적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세 팀이 모두 가을 야구에 진출한 역사는 단 1회도 없었다. 세 팀이 모두 포스트시즌 탈락한 경우는 많지만.
아무튼, 앤디 가필드와 최철의 맞대결은 아이언스 홈 팬들에게 상당히 의미 있는 경기였다.
두 팀이 여러모로 묶이긴 하지만 오션스와 비교되는 것을 자존심 상해하는 팬들이 많다. 작년 오션스의 약진과 아이언스의 부진은 아이언스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오션스 거 새끼들 투수 하나 못 키우는 놈들이 어딜]└ㅇㅈ투수 못 키워서 백억주고 투수 사오는 새끼들
└강건우는 왜 빼냐?
└강건우 있으니까 치졸하게 투수 못 키운다고 까네
└강건우도 투수다
└그럼 선발 투수 시발롬들아
└꼴션스 투수 유망주들은 팀 나가기만 하면 잠재력 터지잖음ㅎ
└종속진 7이닝 1실점 하던데 걔 주고 받아온게 잘 쓰지도 않은 백업 선수들ㅋㅋㅋㅋ
└국민성이 좃으로 보이냐?
└그 똥볼 어디까지 통하나 보자 ㅋㅋㅋㅋ 개뽀록 100%임 ㅋㅋㅋㅋ
└응 우주민성 칼제구에 존나 썰리는 돌아이언스 타자들 예상되니까 개꿀잼 ㅋㅋ
└지난시즌순위특)오션스(2)메테오스(7)아이언스(8)
└스윕 처먹을 준비나 해라 좆션스 십새들아
└입털기 전에 강건우한테 처맞을 최철 명복이나 빌어라
지난 시즌 각자 새 감독을 임명하며 절치부심했던 두 팀이다. 아이언스는 8위에 그치긴 했으나 여러모로 불운한 시즌을 보냈고, 이번 시즌은 다를 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물론, 전문가들의 평가는 틀리는 것이 국룰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경기에 거는 아이언스 팬들의 기대는 컸다. 아이언스 에이스의 계보를 이을 최철이 시즌 초반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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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은 지난 시즌 오션스와 두 번 맞붙어 두 경기 모두 승리했다. 시즌 중반 부상으로 꽤 길게 이탈하긴 했지만, 시즌 초 1승을 거두고 시즌 막판쯤 갈길 바쁜 오션스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그게 아이언스 팬들이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유이기도 했다. 강건우에게 홈런을 맞은 적도 없었다.
강건우를 상대할 때 볼넷을 내주는 거로 해결하려 했기에 그렇기는 했지만.
강건우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상황이 된다면 도루를 준비하고 있었다.
최철 또한 나름대로 자문을 구하고 연구를 거쳤다. 국가대표팀에서 강건우와 함께 뛰었던 용종혁은 차라리 볼넷을 내주고, 도루를 시도한다면 포수에게 맡기는 쪽이 나을 거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정신 또한 자기가 투수라면 절대 정면승부 하지 않을 거라고 대답했다.
“철아! 아이언 최! 믿고 있다!”
“최-철! 최-철! 최-철!”
KBO 팬들 사이에서 양대 근본으로 통하는 최철이다.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이름을 가지고 하는 말장난일 뿐이다.
창원 파이러츠 감독 서창원과 광주 아이언스의 최철.
어쨌거나 최철이 아이언스에서 가장 인기 있고 기대받는 선수임은 틀림없었다.
오대서 감독의 집중 케어 하에 슬라이더가 아주 좋아졌다. 그리고 그에 그치지 않고, 새로 장착한 싱커가 좌타자들을 상대로 효과를 보고 있었다.
오션스 팬들은 휴 브레드먼 감독이 투수 성향에 맞춰 타순을 변경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곤 했다.
이번 시즌에는 그런 비난이 뜸하다. 아무래도, 현시점에서 80%를 넘기는 승률 덕분이기는 했다.
오늘 경기의 오션스 선발 라인업에는 아주 작은 변화가 있었다. 왼손등에 경미한 통증을 느낀 노경우 대신 2루에 정예성이 투입됐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크고 작은 부상으로 계획대로 안 되는 시기가 꼭 있기 마련이다. 아직 양 팀은 그런 변수가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1회 초 타석에 선 것은 서창열.
슬라이더 강화와 싱커 추가에 그치지 않고 제구력에서도 향상을 이뤄낸 최철은 노골적으로 바깥쪽 낮은 코스로 싱커를 꽂아댔다.
원래 쓰리쿼터 스타일로 던졌던 최철의 팔이 약간 더 낮아졌다. 사이드암까지는 아니지만 한참 옆에서 돌아 나오면서 역회전으로 꽂히는 싱커가 위력을 발휘했다.
“스트라이크-아웃!”
서창열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배영한에게 싱커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거 좀 골 때리네.”
“많이 휘냐?”
“공 자체가 엄청 휘는 건 아닌데 마지막에 훅 꺾인다.”
투수가 전성기에 돌입하면, 미리 알고 있어도 못 치게 된다. 배영한도 싱커만 다섯 개를 보고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그리고 강건우의 타석.
-오션스의 강력한 테이블 세터 두 선수를 깔끔하게 처리한 최철! 자, 다음 타자는 강건우입니다! 과연 최철 선수가 강건우 선수에게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오늘 시험을 끝마치고 도저히 집에서 경기를 볼 기분이 들지 않아 광주로 향하고 있는 정유리는, 해설자의 멘트를 듣고 혼자 차 안에서 노래를 불렀다.
“건우야아아~유리 누나가아아~홈런 한 방마아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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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슬라이더가 만만치 않다. 그리고 그것뿐만 아니라, 아이언스 타자들도 그렇다.
4J 라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정종훈-박정신-이종섭-제이크 웰치로 이어지는 1~4번 타순. 이름에 전부 J가 들어간다고. 외국인 타자를 잘 뽑아 온데다가 정종훈이 시즌 초 포텐을 터뜨렸고, 박정신이 2번에 들어가 다재다능함을 뽐내고 있다.
하필 우리와 붙을 때 컨디션이 올라온 것인지는 몰라도, 그리 컨디션이 나쁜 편도 아니었던 앤디가 1회에 2실점을 내주며 시작했다.
5회가 끝났을 때 스코어는 3대 1.
묘하게 흐름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유리한테 최철 조지고 오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조급해질 필요는 없다. 이 바닥에서 나보다 좋은 선수는 없고, 내 능력대로만 하면 된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투수라 하더라도 어느 시점에서 살짝 흔들릴 수 있다. 4회 말 중간에 갑작스레 소나기가 확 내려서 경기가 잠깐 중단됐다. 지고 있기에 우천 취소를 기대하는 눈치도 조금 있었지만, 비는 20분가량 내리고 그쳤다.
경기가 재개되고 앤디는 오히려 더 날카로워졌다.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한 후, 감독님은 노경우를 대타로 먼저 내보냈다.
서창열은 바깥쪽 낮은 공을 툭 찍어 쳐 내야수 키를 넘기는 타구를 날리려 시도하고, 노경우는 강하게 때려 내야수 사이를 꿰뚫으려 한다.
싱커를 강하게 때렸다. 고무적인 부분은, 강하게 당기는 게 아니라 강하게 밀어치는 접근법도 시도한다는 점이다.
비 온 뒤는 잔디가 젖어 타구 속도가 빨라진다. 노경우의 타구가 3유간을 꿰뚫었다. 유격수가 몸을 날렸지만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걸 의식했는지, 다음 타자 서창열의 타구를 유격수가 더듬다 떨어뜨려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돌아 버렸다. 노경우와 서창열이 미친 듯이 내달려 무사 1, 2루.
투수는 압박감을 받은 것 같았다. 배영한에게 병살을 얼마나 유도해내고 싶었을까. 싱커가 존에서 계속 벗어났다.
볼넷.
그리고 무사 만루.
“건우야아아아아아아아!”
광주 원정까지 따라온 팬들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느껴진다.
그것만은 아닌데.
뭔가 안정감이 느껴지는 게…
“유리 누나 왔다아아아아아아아!”
유리가 코칭스태프로 합류하면서, 작년의 그 손가락 모양 패널 응원은 없어졌다.
유리는 오늘 시험 때문에 원정길에 따라오지 않았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집에서 맥주 캔이라도 까면서 야구를 보고 있을 것이다.
“진짜다아아아아아아아아!”
팬들이 나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간절하게 한 방을 바라면서.
그런데 유리가 진짜 여기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여기 서서 관중석을 아무리 노려본다 한들 보일 리가 없다.
그런데, 오션스 팬들이 모여있는 작은 구역에서 작은 파도가 일어났다. 그리고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 파도의 한 가운데 있는 사람이 유리라고 확신했다.
아닐 수도 있다. 맞을 수도 있겠지만.
그냥 맞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타석으로 들어가면서 그쪽을 향해 손가락 하트를 보내자, 더 큰 함성이 쏟아져 내린다.
“강건우! 정유리! 강건우! 정유리!”
여기 없더라도, 내가 한 방 쳐주기를 바라고 있을 건데.
게다가.
“철아아아아아아아!”
“건우야아아아아아아!”
최철의 슬라이더가, 존 한 가운데로 매가리 없이 살짝 풀려서 실투로 들어오는데.
따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걸 놓치면, 프로 하면 안 되는 거지.
힘차게 돌린 배트에 슬라이더가 제대로 걸렸다. 어둑해진 밤하늘에 새하얀 야구공이 야구장 조명을 받으며 날아가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유리 누나 좋아 죽는다 건우야!”
이건 유리가 보고 싶은 내 발악인가.
아니면 진짜 유리가 경기를 보러 여기까지 와서 내게 힘을 준 건가.
뭐…그것도 아니면 그냥 내가 잘 친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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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누나 덕분에 이겼다!”
“고마워요, 유리 누나!”
정유리는 사람들의 관심에 살짝 수줍게 웃으면서도, 손을 흔들어주고는 빠르게 경기장 밖으로 향했다. 경기는 6대 4로 끝났다. 강건우의 만루포로 경기를 한 번에 뒤집었고, 그 뒤로도 2점을 더 냈다.
아이언스가 자랑하는 최철을 무너뜨렸다. 최철이 잘 하기는 했지만, 중간에 리듬이 끊긴 것이 투수의 페이스를 망가뜨렸다.
물론 그게 핑계가 될 수는 없었다. 끊긴 것은 상대도 마찬가지였으니.
유격수 실책도 한몫했다. 그에 반해 강건우는 젖은 잔디에서도 노련하게 수비해내며 안정감을 과시했다.
정유리는 승리한 기쁨도 기쁨이지만, 어딘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작년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아무 말 없이 갑자기 강건우가 보고 싶어서 서울까지 가서 경기장 밖에서 기다렸는데, 강건우가 자신을 발견했던 그 날을.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그때 얼마나 행복감을 느꼈는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날 찾을 수 있다는 것에.
도착하자마자 보란 듯이 만루 홈런을 때려내 경기를 뒤집었다. 마치 왔다는 걸 알기라도 한 것처럼.
오션스 원정 팬들이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관중석에 와 있다는 것을 알 리도 없고 어디 있는지 알리도 없는데 정확하게 손짓하기도 했다.
“안녕하십니까! 오션스 포수 박의현입니다! 감사합니다! 팬 여러분 덕에 이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예, 덕분에 승리했으니 여기까지 와서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한 곡 올리겠습니다! 꽃 피이이이이느으으으으은!”
박의현이 요란하게 등장했다. 언제 어디서나 존재감을 발산하는 사람이다. 흐뭇한 마음에 혼자 소리 내서 웃었다.
작은 부상에도 대타로 나와 그 역전 만루 홈런의 물꼬를 튼 노경우는 그 타석을 소화한 후 바로 김세완으로 교체됐지만, 오늘 승리의 주역 중 하나임은 틀림없었다. 노경우는 팬들에게 싸인을 해주며 지나갔다.
“천재 타자 노! 경! 우!”
팬들이 이렇게 외치자 노경우가 화답했다.
“한 번 더 해주세요!”
“천재 타자 노! 경! 우!”
그리고 강건우가 나타났다. 정유리는 강건우의 얼굴에서 빛이 난다고 생각했다. 콩깍지라도 제대로 씌인걸까. 큰일이다.
‘큰일은 아닌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두 손으로 얼굴을 살짝 가리고 고개를 조금 숙였다. 이래도 발견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세히 보니 얼굴에서 빛이 나는 건 착각이 아니었다. 오늘 승리 투수가 된 앤디가 강건우의 얼굴에 스마트폰 불빛을 비추고 있었다.
또 웃음이 났다. 어지간히도 사이좋은 팀원들이다. 팬들이 강건우의 이름을 외치자 강건우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기대와는 다르게, 그냥 쓱 지나 가버렸다.
정유리는 살짝 맥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좀 뒤에 많이 물러나서 서 있기는 했다. 하긴. 여기 있으면 온걸 알아도 못 찾겠다 싶었다.
게다가 얼굴까지 가리고 있었으니.
그래도 풀 죽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강건우 잘못이 아닌데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
“안녕.”
“으헤에에엑!”
한참을 서 있다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뒤를 돌아보니, 따뜻하게 웃는 얼굴의 강건우가 서 있었다.
“숨어 있으면 못 찾을 줄 알고?”
정유리는 놀란 심장을 부여잡고 입만 벌리고 있었고, 강건우는 웃는 얼굴 그대로 말했다.
“온 것 같더라니까. 타석 들어가는데 에너지가 막. 그때 온 거 맞지? 나 만루홈런 칠 때.”
정신을 못 차리고 멍청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이 귀신같은 놈.
귀신같은 놈이 손을 잡아 이끌었다. 귀신같은 놈한테 빠진 여자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