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86)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88화(188/385)
잔말 말고 타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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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른다. 은근 기대하면서 힐끔거리다가 그냥 지나가니까 시무룩해서.
오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그건 사실 그냥 기대감이었다. 왔으면 좋겠다. 딱 도착했는데 내가 홈런 치는 모습을 봤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뭐 그런 거.
솔직히 말하자면, 박의현이 내게 전화로 알려줬다.
-아무래도 정유리유리누나 코치님을 본 것 같다! 건우야!
구석진 데 있어서 찾기 힘들었지만 찾았다. 그리고 박의현이 말해줬다고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조금 바보 같긴 한데 귀엽게 헤실헤실 웃기만 했다.
“숙소는 안 가도 돼?”
“만루 홈런 치면 좀 늦게 들어가도 돼.”
그러니까 또 웃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허술하게.
특별한 데이트를 할 시간은 없었지만, 나는 만루 홈런 칠 때 느낀 내 감정을 이야기했다.
“누나가 여기 있으면 홈런 칠 거 같다고 생각했거든.”
“그랬어?”
“근데 뭔가 안정감이 확 느껴지는 게.”
“안정감이?”
“응. 그리고…”
“그리고?”
카페 의자에 앉은 유리가 양다리를 앞뒤로 흔들어대고 있었다. 반쯤 풀린 눈으로 헤헤 웃으면서.
“누나가 보고 있는 것 같아서. 힘이 빡 들어가더라니까?”
“텔레파시 통했나?”
“투수가 공 던지는데, 이거다. 이건 그랜드 슬램이다. 정유리 없으니까 타격이 안 되더라.”
유리는 원래 다음 주 월요일에 팀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주말 경기는 그냥 관중석에서 마음 편하게 보기로 했다고 한다.
“눈치 안 보이겠어?”
“아, 자르라고 해. 잘라 잘라.”
허풍 치는 것도 유리답게 한다.
“좋다. 오션스가 누나 자르면 나도 은퇴한다.”
“그건 안 돼!”
“관중석에서 경기 보던 때가 훨씬 좋았어?”
“그건 아닌데.”
“그럼?”
유리가 주변을 살피며 눈치를 보더니 목소리를 줄여 대답했다.
“야구는 욕하면서 보는 맛인데 요샌 욕을 못 해서 그런지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이라니까…”
그거였어?
“난 또.”
“응? 또 뭐?”
“나랑 데이트할 시간 줄어들어서 그런 줄 알았지.”
유리가 또 바보처럼 웃었다.
“그것도 당연히 있지 이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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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캐리 한다. 딱 봐라. 어제 봤지? 타격감 오진다. 버스 태워줄 테니 안전벨트나 꽉 매고 얌전히 탑승해라.”
어제 대타로 딱 한 타석에 나와서 안타를 쳐냈던 노경우가 기가 완전히 살았다. 사실, 정말 잘 친 공은 아니었다. 물론 그런 타구도 안타로 만들어 냈다는 것은, 손등 통증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으로 많이 좋아졌다는 증거일 것이다.
배트에 힘을 싣는 방법에 눈을 뜬 것 같다. 빠른 배트 스피드만 믿고 붕붕 휘둘러 대던 지난 시즌을 생각하면 정말 성장 속도가 빠른 것이기는 하다.
보통 선수들은 이렇게 빠르게 단점을 지우고 장점으로 채우지 못한다. 뭐. 노경우야 원래 재능 있는 타자긴 하니까.
그렇긴 해도, 어린 선수이니만큼 어느 순간 크게 고꾸라질지 모른다. 베테랑들은 어린 선수가 올바른 길로 가도록 잡아줘야 할 의무가 있다.
물론, 모든 베테랑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귀찮은 일이기는 하다. 팀에 애정이 있는 선수가 아니라면 쉽게 하려 하지는 않는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일을 해줄 수 있는 베테랑을 로스터에 넣기도 한다. 어떤 선수들은 이 바닥에서 명성을 떨쳤던 베테랑이 아니면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대근이 형이야 후배들에게 허허 웃는 스타일이고, 노루 형은 선배인지 후배인지 분간이 안 간다.
김정용 선배는 투수진을 케어하기 바쁘다. 서창열이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이 경우 없는 놈은 서창열이 오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더니 그 이해할 수 없는 친화력을 발휘해버렸다.
결국, 이놈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것은 나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나는 노경우에게 따끔한 충고를 해주기로 했다. 입단 동기이긴 하지만, 실질적인 멘토로서.
“뽀록이잖아.”
노경우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대답했다.
“뭐? 뽀록? 뽀로오오옥? 나 없었으면 네 만루 홈런도 없었단 거 몰라?”
“너 없었으면 쓰리런이었겠지.”
“강건우 너, 이…”
뭐라고 하려고?
야알못?
설마.
기껏해야 나쁜 새끼 정도 나오겠지.
기왕 채찍을 든 거, 조금 더 후려쳐 주기로 했다.
이게 다 네 발전을 위해서다. 노경우.
“손등 안 다친 거 아니냐?”
“부상 투혼이거든.”
“펑고 받기 싫어서 아픈 척 한 거면…”
“와. 내 취미가 펑고 받긴데?”
“펑고 받다가 힘들어서 우는 거 내가 봤는데?”
“누가? 내가? 우는 건 승기 형이지. 난 안 울어.”
그리고 바로 뒤에, 승기 형이 있었다.
이 원정 3연전에서 승기 형의 등판 일정은 없다. 그래서 감독님은 승기 형에게 휴식과 자율 훈련을 하다가 다음 일정에 팀에 합류해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승기 형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팀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극성 꼴빠로서 무료 특급 관람석에서 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서, 승기 형이 울보라고?”
“솔직히 그 형 울보 맞지. 마운드에서 갑자기 막 울잖아. 왜 그러지 싶다니까.”
“승기 형. 노경우가 형 보고 울보래요.”
“야. 장난치지…”
노경우가 고개를 돌렸고, 승기 형과 눈이 마주쳤다.
승기 형이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노경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눈물은 팀의 승리를 위한 열정…”
“스, 승기 형. 그게 아니라…”
“팬들은 승리하고 싶어 하는 선수를 원한다. 노경우.”
“예…”
“왜 야구 선수가 됐지?”
“그…”
“나는 야구 팬으로 시작해서, 야구가 너무 좋아서. 야구 선수가 됐다.”
“예…”
“거기에 그치지 않고 오션스를 사랑했기에 여기로 왔지.”
“오션스 최고…”
“그래서 팬들이 오션스의 승리를 원하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
“그 바람을 이뤄주지 못하면 2천만 오션스 팬들의 그 격한 감정을…”
“…”
승기 형이 눈을 감았다. 뭐 하는 거지.
난 여기서 나가야겠다.
“…온몸으로 느끼게 되고.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가 없다…!”
“저, 저도…”
“그렇다면 울어라.”
“예?”
“실수하고, 패배한다면,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 한다. 나 때문에 졌다고. 내가 좀 더 잘했어야 했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내일 이길 수 있다, 노경우!”
“우, 울겠습니다!”
울보가 하나 더 늘어나는 걸까.
뭐, 나는 성공적으로 도망쳤다. 승기 형이 노경우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대는 사이에.
그리고 오늘 선발 투수인 호세 킹과 울프팩과 마주쳤다.
“헤이, 브로. 마이 니거를 못 봤어?”
“경기 전에 내 호미를 만나야 하는데. 어디 갔는지 안 보여.”
191cm의 신장에 100kg을 넘기는 체중의 울프팩.
그리고 2m가 넘는 데다가 105kg의 호세 킹.
노경우도 작지는 않다. 185cm라고 우기는데 그건 안 되는 것 같긴 하지만, 저 둘 사이에 끼어 있으면 작고 경우 없는 놈일 뿐이다.
“저기 있어.”
“오, 고마워.”
“그 친구가 음료수를 사준다고 했는데 도망갔거든. 호미! 여기 있어?”
노경우가 가진 가장 큰 재능은 친화력이 아닐까?
박의현도 친화력 하나만큼은 어디 가도 안 꿀리긴 하지만, 박의현 같은 스타일은 아무래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까.
뭐, 어쨌거나.
오늘은 유리가 관중석에 있을 테니까.
경기 준비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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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번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좋은 출발을 기록한 호세 킹의 슬라이더를 아이언스 2번 박정신이 밀어 때렸다.
타구 속도가 빨랐고, 어려운 바운드였다. 다시 선발로 나선 2루수 노경우의 코앞에서 무릎 높이로 불규칙 바운드되는 타구.
“박정신! 박정신! 박정신!”
“좋다아아아아!”
노경우가 타구를 제대로 캐치하지 못 했다. 글러브 바깥쪽에 맞은 타구가 뒤로 흘렀고, 노경우가 급하게 뒤로 돌아 공을 잡았지만 1루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세이프!”
잡기 쉬운 공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건우는 노경우에게 또다시 일침을 놓아주기로 했다.
“버스 태워준다더니 운전한다는 말이 아니라 버스 불태운다는 이야기였냐?”
호세 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노경우에게 말했다.
“그건 좋지 못했어, 호미. 실수 하나 했으니 약속한 대로 홈런을 쳐야 할 거야.”
덕아웃에서는 민승기가 강렬한 눈빛을 쏘아내고 있었다.
‘울어라, 노경우!’
그리고 관중석에서는, 마음껏 욕을 하려다가 주변에 있는 팬들의 시선을 의식한 정유리가 속으로 욕하고 있었다.
‘아, 노경우 또 정신 놨네.’
노경우는 시무룩하게 공을 옆으로 던져 주고는,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손가락으로 눈을 콕콕 찔렀다. 강건우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뭐하냐?”
“…뜨거운 회한의 눈물을…”
“미친 짓 하지 말고 수비 위치나 잡아. 다음 타자 당겨치는 좌타자니까 조금 깊숙하게. 박정신 발 은근 빠르니까 집중해서 처리해야 돼. 바운드 속도 빠르니까 무리해서 앞으로 달려나가지 말고, 안 될 거 같으면 안정적으로 타자 주자부터.”
강건우가 속사포처럼 쏟아붓는 잔소리를 들은 노경우가 호세 킹에게 말했다.
“빌리브 미, 호미!”
서로를 호미라고 부르는 걸 들은 강건우가 노경우에게 삽은 어떠냐고 말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래도 호세 킹은 좌타자에게 강한 편이었다.
201cm의 신장에 긴 팔을 활용해 위에서 압도적으로 내리꽂는 160km/h를 넘나드는 패스트볼과 각이 엄청나게 좋지는 않지만 포심을 머리에 넣고 들어오면 치기 힘들 슬라이더.
-2루수 실책.
-1사 1루.
-3번 타자 이종섭(타율 0.320, 5홈런)
└아 노라니 지금 뭐하는거임 ㅡㅡ
└ㅅㅂ 킹 오늘 터지면 노경우 때문임
└노경우 갓맙다
└지난 등판 십새킹 아니었음?
└맞음 5이닝 5실점함
└그래도 초반 맞은거 치고는 안정감 있었음 승리투수 되기도 했고
└빠따 덕분이지 뭔 ㅋㅋㅋ
-초구 헛스윙(160km/h)
└ㅅㅅㅅㅅㅅㅅㅅ
└안 흔들린다
└구위 하나는 진짜 지리네
└제구만 되면 되는데
└제구 되면 메이저에 있겠지 ㅋㅋㅋㅋ 제구가 그리 쉽게 해결되는 줄 아냐 ㅋㅋㅋㅋ
-2구 파울(151km/h)
└슬라이더 151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오늘 탄착군 괜찮은듯
└아모른직다 십세킹 제구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골때림
└갑자기 터지면 연속 몸맞는볼 나오긴 함
-3구 볼(159km/h)
└와 맞는줄
└맞으면 골로간다 피해라 ㅋㅋㅋㅋㅋ
└시발놈들아 종섭이 죽는다
└제구 저렇게 안 되면 1군에서 던지면 안되는거 아니냐???
└그럼 피하든가
└제구 안되는거 아니냐 존나 불안해지네
-4구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158km/h)
└킹호세 ㅅㅅㅅㅅㅅㅅ
└제구되는 161 좌완 ㅅㅅㅅㅅㅅㅅㅅ
└박준기 단장님 갓세킹 데려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종섭이 좆밥이네 ㅋㅋㅋㅋㅋ
└이좆섭 종밥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꼴션스 야구 좆같이 하네 진심
└어제 강건우 만루포 얼마나 좆같았음?
└그건 개좆같았지 ㅅㅂ
└아이언스특)오늘도 좆같을 예정
└킹호세 완봉 예감 ㅅㅅㅅㅅㅅ
-4번 타자 제이스 웰치(타율 0.285, 8홈런)
-초구 몸에 맞는 볼.
└좆세킹 씨발롬이 진짜
└저새끼 끌어내라
└퇴출시켜 ㅅㅂ
└제구 꼬라지가 하
└족같네 진심
└지금 욕하는 놈들 꼴임 철임?
└둘 다 같은데
└방금 킹호세 거리던 놈들 태세전환함
└꼴션스가 다 그렇지 머
└니같으면 욕이 안 나오겠냐? 쓸데없이 득점권에 주자 내보내는데
└맞은 놈 생각도 좀 해줘라
└내가 맞았냐? 알게 뭐임?
└인성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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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선발 투수의 사사구가 많으면, 이닝을 오래 가져가기 힘들다. 아무래도 투구 수가 늘어나기도 하고, 자꾸 출루시키면 점수를 내줄 확률이 커질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오늘 호세 킹의 투구는 조금 다른 의미로 대단했다.
5이닝 동안 사사구만 7개.
하지만 사사구 7개를 내준 7번의 타석 동안 던진 공의 개수는 고작 24개에 불과했다.
몸에 맞는 볼 두 개가 초구에 나왔고, 스트레이트 볼넷 세 개와 공 다섯 개로 볼넷을 두 번 내줬다.
물론, 24개가 우습게 볼 숫자는 아니다. 다른 타자를 상대할 때 던진 공을 합치면 무시 못 할 투구 수가 된다.
그런데 오늘은 주자를 채우고도 꾸역꾸역 막아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볼넷을 기대하고 배트를 내지 않으면 삼진, 초구에 배트를 내면 병살.
투구 수가 조금 많아지면 구위가 확 줄어드는 성향이 있었는데, 오늘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호세 킹이 6회에 마운드에 오른 것은 두 번째다. 다른 한 번은 뭐. 선두 타자를 출루시키고 바로 교체되긴 했지만.
유리 덕분인지, 아니면 그냥 오늘 컨디션이 특별히 괜찮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6회에 올라온 호세 킹은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I’m the king!”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마무리한 호세 킹이 포효했다.
아무튼, 몸쪽 공에 공포심을 느낀 아이언스 타자들이 바깥쪽 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바깥쪽 투구를 제대로 컨트롤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언스 타자들이 약간 조급해 보인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타입의 선수들은 분위기를 많이 탄다. 이 경기를 계기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더 좋을 텐데.
이렇게만 돌아가면 선발 야구가 된다. 불펜 뎁스가 그리 좋진 못해도 짜임새는 좋다. 느낌이 괜찮다. 이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든다.
나는 경기 후, 살짝 빠져나와 신난 유리의 얼굴을 보자마자 말했다.
“부케 받을 사람 구해놔.”
유리가 대답했다.
“아주 배추 부케 만들어서 고춧가루로 장식하지 그러냐?”
자기도 좋으면서.
내가 웃자, 유리도 웃었다.